343

벌써 343번 글까지 내려왔지만 아직까지 매일 쓰기에 적응이 안 된 느낌이 강하다. 물론 매일 써내는 것 자체는 별 문제가 아닐 수 있지만, 어디까지나 이건 나 혼자 보는 일기도 아닐 뿐더러, 그렇기 때문에 약소하나마 일말의 책임 의식이 뒤따르는데, 역시나 그래서인지 너무 시시콜콜한 얘기로만 도배하기는 싫다는 강박과 함께 아직 정리가 되지 않는 생각들을 써내면서 내가 지금 무슨 얘길 하고 있나 싶어진다.

재작년 일주일에 한 편씩 글을 쓸 때는 아무래도 일주일이라는 시간적 여유가 있었다. 그날 닥쳐서 쓴다 해도, 어쨌거나 일주일이라는 시간 동안 내 안에 고인 것들을 나름대로 정리할 여유가 있었는데, 지금은 그런 시간이 허락되지 않는다. 나는 그런 이유로 신문을 보는 것도 일간지보다는 주간지를 선호한다. 주간지는 일간지보다는 당연히 한박자 느리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너무 뒷북을 치는 것도 아닐 뿐더러 기자들이 나름대로의 통찰을 담기 때문이다. 구독자의 취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사실관계만 담긴 기사보다는 기자의 코멘트가 담긴(물론 왜곡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기사를 읽으면 시사를 더욱 입체적으로 경험할 수 있다.


sns에 주기적으로 글을 게재하기 시작한 것은 내 글쓰기(정확히는 시 쓰기) 스타일이 심각한 과작인 것에 회의적인 생각이 들어서였다. 한마디로 다작을 위한 조치였던 것이다. 보는 눈이 있어야 마음도 다잡을 수 있을 것 같아, sns를 활용했다. 그게 2014년 정도였던 것 같은데, 한 3년은 정말 꼬박꼬박 시인 것도 같고, 시 아닌 것도 같은 글을 단상 형식으로 써내다가, 어느 해에는 형식을 조금 바꿔보기로 했던 것이다. 내 시의 형식이 고정되는 것이 싫었고, 어떻게든 새로운 것을 써보려고 부단히 노력했는데, 그것은 물리적으로 방식을 바꾸는 것밖에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때까지는 그것이 글쓰기라기보다는 시 쓰기 훈련에 가까웠다. 매주 여덟 문장으로 이루어진 시를 써본다거나, 트위터의 포맷을 빌려 130자 제한의 시를 써보기도 하고, 그러다 어느 날에는 시 쓰기가 아니라 글쓰기 자체의 연습을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렇게 글쓰기 포맷을 찾다 보니 빙글까지 흘러오게 되었다. 그래서 재작년 시도한 형식이 바로 문단 나눔 없이 기본 여백을 제외한 에이포 한장을 꼬박 채우는 글쓰기였던 것이기도 하다. 이렇게 자꾸 핸디캡을 하나씩 적용하여 글을 쓰는 것은 바로 운동선수가 모래주머니를 차고 달리는 것과 같다. 나는 영원히 완벽한 작가가 될 수는 없을 것이고, 그러한 갈증을 그나마 메꾸는 방법은 계속해서 훈련장으로 나를 내모는 일밖에는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올해 적용한 핸디캡은 바로 '매일 쓰기'라는 형식 아닌 형식이다. 


더 써봐야 알 것 같기는 하지만 매일 쓰기의 장점은 내 일상의 촘촘한 기록이라는 것 밖에는 득보다 실이 많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이것은 분명 에너지가 많이 소모되는 일이다. 시의성은 담보하지만, 그것들을 사유하는 시간이 많이 부족하다. 전문 칼럼니스트가 아닌 바에야 부족한 소견을 낱낱이 드러내는 일밖에 되지 않고, 그렇다고 정말로 시시콜콜한 얘기만 담아내기도 애매한 것이, 그러다보면 하지 말아야 할 이야기까지 끄집어낼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다. 뭐가 됐든 시작한 일이고, 어떻게든 책임지고 1번 글까지 달려가겠지만, 내가 특별히 대단한 생각을 가진 사람은 아니라는 것을 새삼 인정하고 가야겠다. 힘을 내야겠다. 아직 342개의 글을 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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