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오는 귀신썰] 나를 특히 챙기셨던 어르신 -3-

너무 피곤한 월요일 저녁이지

푹 쉬고 처음 맞는 평일이면 쌩쌩해야 정상인데 어쩜 월요일은 매번 이렇게 피곤한 건지

이런 걸 관성이라고 하는 걸까 ㅋㅋ


귀신썰 보면서 피로를 떨치자구

그럼 마지막 편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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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도대체 말이지. 과연 사람이 목을 매달고 죽을 때 어떻게 그런 웃는 얼굴로 죽을 수 있는지”저는 한마디 말도 못한 채 묵묵히 어르신 이야기를 듣고만 있었습니다. 어르신과 나 사이에 놓인 테이블의 거리가 서울과 부산을 가로지르는 고속도로만큼 아득하게만 느껴집니다. “어떤가? 참 잔인하게 살아오지 않았나?” 어르신은 내게 되묻습니다. 잘 모르겠더군요. 사회 밑바닥 진창에서 목만 남긴 채, 살기 위해 필사적으로 허우적대던 두 사람이 마주쳐 발생했던 불행한 사연에, 어떤 보편타당한 정의를 잣대를 들이 밀어야 하는지 가늠할 수가 없었습니다. 어르신에게는 천만다행으로 그 여자가 죽기 전 짤막한 유서를 남긴 탓에 골치 아픈 일은 일어나지 않았답니다. 아이는 이미 엄마 품에서 죽어 있던 상태였고.


당시 어르신이 모시고 있던 사람이 여러 방면으로 힘을 써준 덕분에 당신은 무탈하게 지나갔다는군요. 어르신은 그 때부터 다른 일을 맡게 되었습니다. 말하자면 조직에 확실한 신뢰를 얻게 된 거죠.


처음 맡은 일은 기업의 자금 세탁쪽 일입니다. A회사에서 B회사로 자금을 돌리고, B회사에서 C회사로 자금을 돌리며 악취나는 돈 들을 세탁했더랍니다. 그런 이야기를 들으니 조직의 두목이 얼마나 어르신을 신뢰했는지 알 수 있더군요. 중요한 건 그렇게 자금을 세탁하게 되면서 그 기업들 뒤통수를 어르신이 단단히 거머쥘 수 있게 된 거죠. 그렇게 여러 회사를 돌며 배운 노하우로 자기 회사를 하나 설립하고.“좀 도와주십시오” 한마디면 자기한테 뒤통수 잡힌 기업들은 군소리 없이 도와 줬으니 회사가 안될 리 없었죠.


거기까지 이야기를 듣던 제가 되물었습니다. “어찌 됐던 한 여자의 불행으로 어르신은 성공의 기반을 닦게 된 이야기 입니까?” 제가 그렇게 말하자 어르신은 허탈한 표정으로 나를 한참 쳐다봅니다. “성공의 기반? 허허, 이봐 강, 그건 내가 한 일들이 아냐.” “네?”“잘 듣게. 자네가 내 얘기를 믿어도 그만, 안 믿어도 그만이야. 그리고 내 생전 이런 이야기를 남한테 하는 것도 처음이고 말이지. 보자 어디부터 이야기를 해야 하나...”


여자가 죽은 후 한동안 어르신은 패닉 상태로 지냈다고 합니다. 조직에서 좀 쉬다 오라고 보름간 필리핀으로 휴가도 보내주고. 이러니저러니 해도 다시 살아야겠기에 다시 조금씩 힘을 내고 일을 시작했답니다. 그런데 그 때부터 그 여자가 어르신 앞에 나타났대요. 어느 날 새벽 잠결에 그렇게 느꼈답니다. ‘아, 난방을 틀어 놨는데 왜 이렇게 춥지?’ 라고 생각했는데 가만 느껴보니 자기가 누군가에게 팔베개를 해주고 있더랍니다. 순간적으로 내가 어제 술을 마셨나? 그래서 술 집 여자 데리고 이차를 나왔나? 라고 생각하며 자기가 팔베개를 해준 사람을 자세히 보는데, 목매달은 그 여자가 자기 팔베개를 한 채 씨익 웃더랍니다.


소리도 못 지르고 그 상태로 딱 얼어 있는데 침대 옆으로 ‘찰싹찰싹’ 하고, 누군가 맨발로 방안을 뛰어 다니는 소리가 들리더랍니다. 고개를 돌려 보니 엄마 품에서 죽어 있던 아이가 웃으며 자기 방에서 뛰어 놀고 있었다네요. 그 때부터 그 모자는 쭉 어르신을 따라 다녔답니다. 그런데, 그냥 따라 다니는 게 아니라 사업적으로 무언가 중요한 일을 판단해야 할 때 옆에서 어떤 방식으로 해야 할 지 가르쳐 준답니다.


어르신이 두목의 신임을 받으며 승승장구하기 시작할 때, 사실 기업 자금 세탁 일을 맡긴 것 때문에 그 조직 사람들의 엄청난 견제가 시작됐었다는군요. 이게 조직의 핵심 오른팔이 돼야 할 수 있는 일이었답니다.그 때 조직의 넘버2 정도 되는 사람이 은밀히 부르더래요. 굉장히 친한 척 하며 내가 너 조직에서 승승장구하게 도와주겠다며 강북에 있는 룸싸롱 하나를 싸게 인수 할 수 있게 도와주겠다고 했답니다. 어르신 입장에서 평소 자기를 견제하던 사람이 도와준다니 이게 화해의 제스추언가 싶어서 인수를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을 했더랍니다.


그런 고민을 하고 있는데 그 여자가 그러더래요. “이 등신아 똥인지 된장인지 찍어 먹어봐야 아냐? 그 터에 배고픈 귀신들이 바글바글 웃으면서 놀고 있는데 그런 가게를 왜 인수해?” 그래서 이래저래 둘러대고 인수를 안 하고 있는데 그 가게를 실질적으로 운영하고 있던 바지 사장이 빚을 잔뜩 지어 놓고 도망갔대요. 그 후 그 가게에서 살인 사건도 일어나고, 누전으로 화재도 나고, 결국 그 가게를 떠넘기지 못했던 넘버2는 어마어마한 손실은 물론이고 그 건으로 조직에 신뢰를 완전히 잃어버리게 됐다더군요. 원래 그 가게에 지분을 쥐고 있던 여바지 사장이 자꾸 딴 짓을 하는 것 같고, 종업원들도 삐딱하고, 또 터가 그래서 그런지 취객들 사고도 많이 나고 해서 은근히 챙겨 주는 척 하면서 어르신에게 떠넘길 심산이었다고 하더군요.


고요한 룸 안에 어르신과 둘이 앉아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듣는데 이상하게 터무니없다거나 거짓말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그냥, ‘그럴 수도’ 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제가 물었습니다. “그럼 어르신, 지금 이 자리에도 그 여자가 있습니까?”“그럼 있지.”“아........” “처음부터 자네 옆에 계속 앉아 있었지.”


13.

사실 이 날 어르신과 술 마시기 전까지 제가 한동안 어르신을 피했었습니다. 왜냐하면, 의외로 사업하는 사람들이 운을 많이 따집니다. 제가 아는 많은 기업 대표들 중에 만나기만 하면 어디 사주 보러 가자, 어디 용하다더라 점보러 가자며 노래를 부르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 정도는 아닌데, 그래도 저도 사업은 ‘운칠기삼’ 이라는 말을 믿는 편입니다. 그런데 그 날 펜션에서 어르신을 처음 만난 이후부터 자꾸 사업이 꼬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럴 때가 있어요. 사업이 잘될 때는 생각지도 않았던 발주가 쏟아지고, 기대도 안했던 계약이 성사되고, 그래서 사업을 하면 할수록 그런 생각이 듭니다. 아, 이거 일은 사람이 하는데 운은 하늘이 내려 주는 구나. 그런데 그 어르신을 만나고 같이 어울린 후부터 제 기운이 쇠해간다는 느낌이 듭니다.

응당 이뤄져야할 계약도 돌발적으로 생긴 변수로 어그러지고, 생각지도 않았던 부분들에서 클레임이 들어오고,이런 악재들이 이유 없이 반복되다 보니 도대체 이유가 뭐지? 라는 생각만 하고 있다가 어느날 어르신 때문이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듭니다.


저도 사람을 판단하는 느낌이나,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기운 같은 걸 참 민감하게 빨리 캐치하는 편인데 어르신을 만난 후로 이 기운이 점점 쇠해 가는게 느껴졌어요.이해하기 힘들지 모르겠는데 예를 들어 누군가 만나 웃으며 악수를 할 때 제게 반감을 가진 사람이라면 삐죽삐죽한 가시가 나를 찌르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어떤 계약서는 말도 안 되게 황당한데 따뜻한 느낌이 들어 계속 진행을 하다 보면 이루어지고, 어떤 계약서는 도무지 빈틈이 없는데 뭔가 따끔따끔한 느낌이 들어 눈 여겨 보고 있으면 잘 가다가 어그러지고. 일종의 자신만의 ‘감’ 같은 것이 있는데 이게 어르신하고 지낼수록 무뎌지는 것이 느껴집니다. 그래서 한동안 어르신을 피했었지요.


그런데 그렇게 점점 사업에 악재가 끼어들기 시작하자 조금씩 초조해지던 시기였습니다. 2편에서 얘기했듯이 사업하는 사람들은 조금이라도 좋지 않은 징조들이 생기면 엄청 불안해합니다. 상상을 초월하죠. 밤에 잠은 못 이루고, 혼자 술 먹는 날들이 많아지고, 사소한 것들로 직원들한테 소리 지르고.


14.

“이봐 강대표.” 자신의 과거를 이야기 하던 어르신이 은근한 목소리로 제게 말을 건넵니다. “사실 내가 이룬 것들, 모두 내가 이룬 게 아냐. 다 그 여자가 이뤄 준거지.” 갑자기 어르신의 눈빛이 차갑게 변한게 느껴져 머리털이 쮸뼛 섭니다. “아....그...그렇습니까? 그런데 왜....다른 사람한테 한번 해 본 적 없는 이야기를 저에게” “자네 내 회사 인수해 볼 생각 없나? 나는 이제 그냥 손 털고 말이야. 좀 쉬고 싶네. 자네가 맡아서 한번 운영 해 보겠나?” “네?” 저는 어이없는 이야기에 화들짝 놀랐습니다. “자네 회사 요즘 좀 어렵지 않나.” 제가 놀란 토끼 눈이 되어 있자 어르신은 껄껄 웃습니다. “뭘 놀라나 내가 모를 거라고 생각했나. 나는 이제 메피스토 같은 삶을 살기가 정말 힘드네. 지쳤단 말이지. 저 여자는 그 동안 내 마누라 행세를 하고 다녔지.”


그 때 들은 이야기는 충격적이었습니다. 어르신은 그 여자가 따라 다닌 이후부터 다른 여자와 여자관계를 가지지 못했다고 하더군요.그 때 살고 있던 부인은 어르신이 교도소를 가게 됐을 때 도망갔다가 다시 돈을 잘 번다는 소문을 듣고 들어 온 거 랍니다. 애 때문에 받아 줬다는데 부부관계는 한 번도 가지지 않았다네요. 이런 부분들을 떠나서 그냥 발기가 안 된답니다. 그리고 순간적으로 어르신이 지니고 있던 어마어마한 물질적 부가 떠오릅니다. “잘 생각해 보게.” “어르신 왜 갑자기......” “갑자기는 아니고 말이지. 허허허, 자네가 내게 처음 만난 날 커피를 건넸을 때 말이야. 그 때부터 그 여자가 자네에게 가고 싶다고 생떼를 쓰지 뭔가. 나야 뭐, 자네에게 가고 싶다면 보내 줄 수 밖에 없지 않겠는가? 그런데 자네 허락을 받고 가고 싶대 허허허허...........”


15.

가끔 어르신을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본지도 꽤 시간이 지났으니,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며 지내실까 문득 생각납니다. 그 때 어르신의 제안을 받아 들였으면 어땠을까? 사람인지라 그 생각도 합니다. 내 일 년치 수익을 일주일에 벌어들이던 그 재력이나, “심심한데 땅이나 사러갈까?” 라고 호기롭게 말하던, 실제 바람이나 쐬러 가자던 그 길에 들러 덜컥덜컥 사버리던 건물들이나. 이 글에 다 쓰지 않았지만 어르신이 사는 세계와 제가 사는 세계는 완연히 달랐습니다. 제가 살아오면 지켜야 할 규범이나, 헌법 같은....이런 일련의 상식들이 어르신이 사는 세계에선 어린아이 손목 비틀기 보다 더 쉽더군요. 전화 한 통으로 그 어떤 통제들도 무력화시킬 수 있는 인맥이나......


저는, 그저 잘 살고 있습니다. ‘잘’ 살고 있다는 중의적 표현을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르겠지만, ‘잘’ 살고 있습니다. 가끔은 아무도 없는 방에서 누군가 맨발로 뛰어 노는 ‘찰싹찰싹’ 소리가 나고. 한밤중 아무도 없는 욕실에서 샤워하는 소리가 간간이 들리지만 기분 탓이려니......기분 탓일 겁니다. 그럴지도. 저는 ‘잘’ 살고 있습니다.


[출처] 모자의 복수 | hyundc (짱공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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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라. 어르신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는데도 함께 있게 된 걸까. 하긴 허락부터 받고싶다고 했지 허락을 꼭 받아야만 한다고 했던 건 아니니, 오가는 것은 그 여자의 마음일테니 모를 일이지.


요즘 밖이 너무 시끄러워서 마음도 이래저래 시끄러운 사람들 많을텐데, 정말이지 월급 빼고 모든 게 다 오르는 세상 우직하게 회사만 다녀서는 어떻게 살아야 할 지 막막하기도 하잖아. 그래서 이런 얘기가 더 흥미돋기도 하더라. 그래도 나같은 겁쟁이는 따박 따박 월급 받는 월급쟁이밖에 못 하지만 ㅠ 월급 외의 다른 것을 생각해야만 하는 요즘이 너무 이상하지 않아? 언제쯤 세상이 정상이 될 지 ~_~ 어쨌든 피해주는 사람이 되지는 말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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