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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만 버티면 연휴인데, 월요일은 월요일인지, 아니 오늘 진행한 업무가 유독 짜증을 유발하는 일이라서 그런지 너무나 피곤했고, 또 날씨는 왜 이 모양인지, 고작 영하 1도 안팎을 오가는 날씨인데도 불구하고 찬 바람 때문에 고통스러웠다. 이렇게 기분 나쁜 추위라니. 그래도 오늘은 사무실 근처 도서관에 신청해놓은 희망도서가 도착해서 사소하지만 큰 즐거움이 있었다. 읽고 싶은 책은 너무나 많은데, 집중력은 왜인지 계속 떨어지는 것 같고, 그래서 내 책상 위에는 책들이 무수히 쌓여만 간다. 나는 책을 읽는 속도가 빠르지 못한 편이라,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 꾸준히라도 읽는 편인데, 집중력이 자꾸만 떨어져서 소리내어 읽거나, 한번 읽고 버릴 시사 주간지 같은 경우는 밑줄 그어가며 읽는 등 온갖 방법을 다 쓴다. 읽고 또 읽어도 책은 계속 남아있다.

죽기 전까지 얼마나 읽을 수 있을까. 가끔 생각한다. 한 10년, 아니 100년 정도의 시간이, 모든 것이 정지한 채로, 그래서 노화 따위는 전혀 진행되지 않는 상태로 내게 주어진다면 얼마나 많은 책을 읽을 수 있을까. 그런 시간의 틈이 허락된다면. 정작 주어지면 과연 책만 읽는 것도 한계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시간은 한정돼있고, 욕심은 많고, 소화할 능력은 떨어지고. 게다가 와중에 나는 계속 늙어가니 체력과 집중력은 점점 떨어질 테고. 그런 걸 생각하면 허투루 쓸 시간이라는 것이 아예 없다는 걸 알면서도 결국 나는 내가 감당할 수준에서만 움직이게 되는 것이다. 내가 이렇게나 한계가 명확하다. 내가 이렇게나 인간적이다.

그러니 강박을 조금 버리고 다시 생각한다. 죽기 전까지 최대한 많이 읽어야지라는 생각보다는, 자연스레 그때 그때 내 욕망과 필요에 의해서 끌리는 책들을 읽어나가자. 대신 지금처럼 꾸준히. 나는 2008년부터 내가 그 해 읽은 책들과 보고 들은 영화나 연극, 전시, 음악회 등을 전부 다 적는데 그러고 보니 벌써 14년 째 이러고 있다. 내가 노인이 되어 이 리스트들을 살펴보다 보면 내가 걸어온 길들이 막연하게라도 보이지 않을까. 당시의 내 욕망들을 어렴풋하게나마 읽어낼 수도. 함께 하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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