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오는 귀신썰] 북망산 가는 길 -1-

헤헤

새해에는 역시 귀신썰이지

2021 첫 귀신썰 같이 보자아

아 그 전에 우선 새해 복들부터 받고 ㅎㅎ

시작할게!


______________


1.

“친구야 내가 부탁이 하나 있는데”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수 있다. 한때 녀석이 한숨 쉬는 소리만으로도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 알수 있었으니까. 오랜 우정은 이해하기 힘든 지점에 다다른 교감을 일으키기도 한다. 녀석이 무슨 부탁을 하려는지, 말하지 않아도 알수 있었다.


“우리 형, 네가 우리 어머니한테 가서 좀 말씀 드려주면 안되겠냐? 부탁 좀 할게.”


수화기 너머 녀석은 울고 있었다. 울음 소리를 들키지 않기 위해 입을 틀어 막고 있을것이다.


“그래, 친구야. 내가 말씀 드릴게. 이번 주말에 약속도 없으니까 내가 찾아 뵙지 뭐. 걱정하지 마라. 잘 말씀드릴게”


잠시 수화기를 사이에 두고 호수같은 정적이 흘렀다.

“고맙다. 친구야”


결국, 영범 형이 암으로 투병중이라는 소식을 녀석 어머님게 내가 전하러 가기로 했다. 녀석과 나는 고교 삼년 내내 같은 반 단짝이었다. 일학년때 형제처럼 친했던 우리는  -삼년내내 같은 반 이었으면 좋겠다- 는 소원을 종종 말했는데, 우리 일곱명 패거리가 뿔뿔이 반이 나뉠때도 둘은 항상 같은 반 이었다. 그때 나는 혹시 정말 신이 존재 하고 있는 게 아닐까? 생각 하기도 했다.


우리는 학창 시절 내내 붙어 다녔다. 그녀석 집에서 자던지, 우리 집에서 자던지. ‘좋아하면 서로 닮아 간다’ 는 말을 나는 믿는다. 터무니 없이 서로 다른 외양을 가지고 있던 녀석과 나는 졸업 할 무렵 둘이 혹시 형제 아니냐는 이야기를 꽤나 심심치 않게 들었다.


좋아하면, 닮아 간다.

외양까지도.


나는 학창시절 술을 영범 형에게 배웠다.

우리가 반짝거리며 학창 시절을 통과 하던 그때, 형은 중위로 직업 군인 신분 이었다. 녀석 집에서 놀고 있을라 치면 주 한두번꼴로 들러 우리를 데려나가 술을 사줬다. 호프집과, 순대집과, 곱창집에서.


고만고만 사춘기를 지나던 우리에게 형은 아주 높은 곳에 위치 했다. 그래 봐야 18세 꺼꺼머리 사춘기 아이들을 훈계하는 이십대 청년 이었지만 말이다.

그땐 그랬다. 형은 어른 이었다.


사고 치지 말아라, 공부 열심히 해라, 부모님게 효도해라, 사나이 바른길을 열심히 훈계 하던 형은, 정작 자신의 바른 길은 어딘지 찾지 못하고 덜컥, 여자친구 배에 임신을 시키고 말았다.


정확히 말하자면 임신을 시킨게 아니라 형수가 임신을 한것이지만 말이다. 인생이란 그런 것이다, 하고 깨닭기에는 형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너무 어렸다.


우리는 형수가 만삭이 될 때 까지도 눈치 채지 못했다. (같이 술집을 갈 때 마다 매번 동행했지만) 문제는 영범 형조차 형수가 만삭이 될 때까지 눈치 채지 못했다는게 문제 였다.


어떻게 그런 일이? 하고 반문 해 봤자.

그런 것이다.

인생은,

이해하기 힘든 이야기를 보자기에 가득 모아 놓고 ‘이것이 인생입니다’ 라고 떠들어도 좋을 만큼 불가사의한 일들이 잔뜩 이니까.


어쨋거나 스물넷에 형은 딸을 낳았고, 그 세월이 조금 더 흐른 후 대위를 달았다.

그리고,


형의 인생은 곤두박질 치기 시작 했다.


부대내 불미스러운 구타 사건에 휘말려 지휘 책임으로 옷을 벗었다. 딱히, 사건과 연관 있었던 것도 아니지만 군대는 희생자를 요구 했고, 조직이 행해왔던 관성대로 가장 힘없고 빽없는 직업 장교 한명의 희생을 요구 했다.


육사출신이 아니었던 영범 형은 눈을 가린채 뱃전에서 널빤지로 밀어 버리기 가장 편한 대상 이었다. 형은 눈을 가리고 두손을 묶인채 망망대해로 떨어졌다. 비명도 지를수도, 하소연을 할수도 없었다.


내가 아는 영범 형은 제대전과 제대 후로 나뉜다.


공부도 잘했고 부모님 말씀이라면 물불 안 가리고 행하는 이미지의 제대전과. 술과, 노름, 사업파탄, 부도, 야반도주, 음주운전 등으로 얼룩진 이미지를 심어 줬던  제대 후 이미지는, 한 사람이 지닌 이데아가 맞는지 고개를 갸우뚱 하게 만든다.


영범 형 위암 소식을 내게 전하던 날, 친구 녀석은 수화기 너머에서 무너지고 있었다. 처음에는 웃으며 아무렇지 않게 전하려 애썼지만, 들쑥날쑥 불안한 호흡과 앞뒤 안 맞는 얘기를 늘어놓기 시작 하더니 결국 오열을 터트렸다.


“울지 마라 친구야. 다 그렇게 살다 가는 것 아니겠냐.”

내가 해 줄 수 있는 말은 그 말이 고작이었다.


형은 열심히 살았다. 마치 암 선고는 자신과 상관없는 것처럼. 녀석에게 전해 들었지만 형과 마주쳤을 때 혹시 내가 잘못 들었던 것이 아닐까? 착각을 할 정도 였다.


영범 형은 끝까지 삶에 악착을 부렸다. 웃는 얼굴로, 하하 큰 소리도 내면서 “야, 어릴 때 너 술 마시면서 우리 시골에 큰 집 짓고 다 같이 살자고 했었지? 앞으로 십 년 후에 우리 다 같이 한 마을에 모여 살자.”


의사는 앞으로 길어야 육개월 이라고 했는데, 이형이 무슨 소릴 하는 거야? 생각 했지만, 같이 하하웃을 수밖에 없었다. 형은 웃음으로 죽음에서 달아나려 했다.



2.

주말 횡성으로 가는 길은 향락객의 여파로 꽤나 길이 막혔다. 고속도로를 가득 메운 고속도로만큼 내 가슴 한켠도 꽉 막힌 고속도로만큼 무거웠다.


국도로 빠져 나와 구불구불한 비포장도로를 혼자 운전하며, 나는 녀석의 어머니께 뭐라고 형의 소식을 전해야 할지 머릿속에서 천번 만번 연습을 행했다. 오늘따라 길은 또 왜 이리 불퉁거리는지, 쿵쾅거리는 심장을 울퉁불퉁한 도로 탓으로 돌리며 어머님의 집에 다다랐을 땐 뉘엿거리며 해가 넘어 가고 있었다.


“어이구 얘 너 살았는지 죽었는지 얼굴 잊어 먹겠다.” 


녀석 어머니는 세월이 지나도 변치 않는 미소로 나를 반겨 주셨다. 내가 들른 다는 기별에 어머니는 직접 기르신 감자와 호박, 오이 따위를 이미 박스째 가득 담아 입구에 쌓아 놓으셨다.


“이거 가져가서 부모님이랑 같이 먹어, 어머니가 내가 기른 감자 유난히 좋아 하시잖니.”

“어휴, 어머니 힘드신데 또 뭘 이렇게 까지 챙겨 놓으셨어요.”


통상적인 인사치레를 나누는데 마음속은 먹장구름 한가득 이다.


어머니가 챙겨 주신 저녁을 넘어가지 않는 목구멍으로 쑤셔 넣고, 커피 한잔을 식탁에 놓고 마주한 다음, 나는 비장한 마음으로 영범 형의 소식을 어머니에게 전했다.


“어머니, 영범 형이 사실.” 

나는 말을 끊었다. 아니 말이 끊겼다. 성대 안을 거대한 지네가 막아 선 것 같았다.


“위암 말기 예요. 발견하고 치료 한지는 꽤 됐는데, 차도 없이 점점 안 좋아 지네요. 종범이 하고 영범이 형은 어머니가 걱정 하실까봐 숨겨 왔었는데........이제 어머니도 마음에 준비를 해 놓으셔야 할 것 같아서요.”


날 바라보시던 어머니의 표정에서 웃음기가 거둬졌다. 아니, 웃음기가 사라졌다기 보다 사람이 느끼는 일련의 감정 변화 자체가 땅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는 표현이 어울릴지도 모르겠다.


커피를 앞에 놓고 마주 했던 어머님과 나 사이에 고고한 적막만 남았다. 긴 침묵의 시간이 흘렀다. 어둠이 진하게 베인 시골 풍경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새의 울음 소리가 울렸고, 똑딱 거리는 시계 초침 소리만 집안을 가득 채웠다.


“얘, **야, 영범 이가 말이다.”

놀랍게도 어머니는 미소를 지으시며 말을 이으셨다.


“너도 알지만 집에 찾아오는 날이 거의 없었잖니. 부도나서 쫓기느라 못와, 동생명의로 빚보증 세웠다가 그거 때문에 도망 다녀. 아마, 일 년에 한두 번 얼굴 봤을까?”


나는 그저 조용히 고개를 숙인 채 어머니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그런데 말이다. 한 몇 개월 됐나? 개가 주말 마다 뻔질나게 들르는 거야. 걱정 돼서 왔다. 갑자기 생각나서 왔다. 먹을 게 생겨서 왔다. 그래서 내 처음에는 심하게 닥달을 해댔지. 너 무슨 일 있는거 아니냐, 어디 아프냐, 애 엄마랑 싸웠냐. 그런데 그런거 없대. 그 놈이 제 엄마를 뭘로 알고 말이지. 지를 낳고 기른 게 누군데. 지속을 어미가 왜 모르겠냐. 그런데 이놈이 올 때 마다 마르면서 얼굴이 까매지는 거야. 오면 해주는 밥 먹고 잠만 자고 말이야. 그 놈이 내 아무리 물어도 대답 하지 않을거라는거 나도 안다. 다 알아.”


나는 식어가는 커피 잔을 들어 올려 후릅, 일부러 소리를 내 마셨다.


“이래저래, 산다는 게 지 맘대로 되겠니. 녀석은 평생 지 꿈과 현실 속에서 끌탕 끓이면서 산 놈인데 말이지. 속이 여려서 지 어미한테 말 못했을 거다. 영범이 하고 종범 이가 또 너한테 신세를 지게 하는구나. 이거 미안해서 어쩌누.”


“아....아니에요. 어머니 신세라뇨. 어머님은, 종범이도 그렇겠지만 제 어머님이나 똑 같으신데요 뭘”


“아니다. 오는 길에 마음고생이 얼마나 심했누. 너도 속이 단단한 놈이 못되는데 네 속은 편했겠냐. 난 괜찮다. 그래서 뜬금없이 녀석들이 내일 같이 오겠다 그런 거구만. 괜찮다. 사람은 한번 왔다가 언젠가는 다시 가는거 아니겠냐. 누가 빨리 가냐, 조금더 천천히 가냐 뿐이잖아. 이따 종범이 한테 전화해서 난 괜찮더라고 말해라. 알았지?”


“네 어머니”


집에 가기 위해 일어서자 어머니는 한사코 감자나 직접 캔 여러 작물들을 더 실어 주셨다. 여전히 나는 웃고 있었지만, 자칫, 울음이 터지면 주체 할 수 없을 것 같아 손을 재게 놀렸다.


“나오지 마세요, 어머니 나오지 마세요.” 


마중 나오시려는 어머니를 뒤로 한 채 집을 나서고 주차해둔 차로 터덕이며 걸어가는데, 집에서 어머니의 통곡 소리가 길게 새어져 나왔다. 길고 높은 어머님의 울음소리가 들리자 나도 눈앞에 보이는 사물들이 뿌옇게 변하기 시작 했다.



3.

열시가 막 지나는 시간 이었는데 횡성 근교 국도를 지나는 길은 칠흑같이 깜깜 했다.

나오다 차를 세워 조금 울었고, 종범이 녀석과 통화를 조금 길게 했고, 그러다 보니 내 삶도 오두망찰 어지러워 여기저기 두서없이 통화를 하다 보니 어느덧 시간은 열시를 넘기고 있었다.


국도는 황량했고 고고했지만, 어쩐 일인지 내려앉은 어둠이 평소답지 않게 사위스럽게 느껴졌다. 기분 탓이려나 생각을 하고 운전을 해 내려 오는데, 공포란 구멍 뚫린 제방처럼 빈틈이 보이면 순식간에 확장해 버리는 경향이 있다.


나는 운전을 하며 공포감에 빠졌다.


'왜, 갑자기?’ 라고 묻는 다면, 모르겠다.


하지만 알 수 없는 공포감이 잊고 있던 의식의 문을 똑똑 두드리며 조금씩 열어젖히고 있다는 기분이 들었다. 그 느낌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 선명해져 어쩐 일인지 운전대를 잡은 손에 식은땀까지 흘리기 시작 했다.


그러다 갑자기,

나 말고 누군가 있구나

하는 생각이 강렬히 들기 시작 했다.


알 수 없는 공포감을 느끼며 속도를 조금 줄였다. 사고는 긴장 속에 따르기 마련이니까. 운전을 하며 심호흡을 했다. 국도를 지나오며 오가는 차는 한 대도 마주 치지 못했다. 나는 속도를 현저히 늦춘 상태에서 뒷좌석을 살펴봤다.


어린 시절, AFKN에서 본 공포영화가 그랬다. 고즈넉한 밤 시골 길을 달리고 있던 승용차에서 조용히 윗몸을 일으키던 눈 없던 여자. 어린 시절 봤던 그 영화 때문에 간혹 어두운 국도를 달리게 되면 무심코 뒷자리를 한 번씩 바라본다.


뒷자리를 한번 스윽 바라보고는 ‘헛’ 혼자 헛웃음을 지었다.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톨게이트 까지 가는 길이 너무 지난하게 느껴졌다.


그런데 저 앞 국도에 길섶에 누군가 심상한 모양새로 서 있는 것이 보였다. 엇, 국도에 누군가 서있나? 하고 생각 했다. 사실 처음 봤을 때는 이게 뭐지? 인지 부조화로 인해 별 공포심을 못 느꼇다.


그러니까,

아, 누가 서있구나.

어? 여자네?

그런데 왜 흰 소복을 입고 서있어?


차가 점점 더 가까워지며.

어라? 나를 보고 웃고 있네? 거 참 여자가 기분 나쁘게도 웃네.

어???근데?????눈이 왜 새빨................


정확히 이런 감정의 변이를 느꼇던 것으로 기억한다. 참으로 어이없게도 나는 그녀를 보고 온전히 사람이라고 생각 했었던 것이다.


나는 꼼짝없이 얼어붙었다.


그러니까 그녀는 분명, 사람이 아니었다.

그녀와 비슷한 인상의 여자를 한번 본 경험이 있다.

자유로에서.


그때는 자유로 괴담이 알려지기 전이어서 내가 주위에 자유로에서 귀신을 봤다고 이야기해도 아무도 믿어주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도 이정도로 가까이 본 것도 아니었다. 그러고 보니 그때도 내가 뭘 본거야? 뭐야? 귀신이야 사람이야? 생각 했던 기억이 났다.


요금소 나오던 길이 천길처럼 느껴졌다.

그래도 영동 고속도로에 올라서자, 깊은 한숨을 내쉬며 안정을 찾을 수 있었다. 밝은 가로등과 내 옆을 스쳐 지나는 많은 차들.


쿵쾅거리는 가슴은 서울로 들어서자 완전히 잊혀졌다. 휘황찬란한 네온은 공포심을 잊게 해주기 마련이다. 그저 길에서 마주친 지박령이거니, 생각하며 잠자리에 들었다.

생면부지의 그 여자가

날따라 왔으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한 채............



2편으로............



북망산 가는 길 1

___________________



으앙 왜 따라오냐구 무섭게

ㅠㅠㅠㅠㅠㅠㅠ

다음 편은 내일 같이 보자

덜덜덜


새해 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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