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노해의 걷는 독서 2.12

한 해를 살아갈 어머니의 새해 강령

올해도 많이 웃고 건강하거라

욕심내지 말고 겸손하거라

옆도 보고 뒤도 보며 화목하거라


- 박노해 ‘어머니의 새해 강령’

Laos, 2011. 사진 박노해



설날이 오면 어머니는

어린 우리 형제자매를

장작불에 데운 물로 목욕을 시킨 후

문기둥에 세워놓고 키 금을 새기면서

작년보다 한 뼘이나 더 커진 키를 보며

봐라, 많이도 자랐구나

어서어서 자라나거라

함박꽃처럼 웃으며 기뻐하셨다


설날이 오면 어머니는

어린 우리 형제자매를

깨끗이 빨아 다린 설빔으로 갈아 입힌 후

둥근 상에 앉혀놓고 떡국을 먹이며

일 년 내내 부지런히 일해서 모아낸

저축통장을 펴보이며 봐라

우리 집 희망통장이 많이 늘었단다

올해도 열심히 공부해 진학하거라

햇살처럼 웃으며 기뻐하셨다


설날이 오면 어머니는

언제부터인가 우리 형제자매에게

키가 얼마나 더 자랐는지 키 금을 재지도 않고

돈을 얼마나 더 모았는지 통장을 펴보지도 않으시네

올 설날 아침에도 둥근 상에 모여 앉아

떡국을 나누어 먹이시며

올해도 많이 웃고 건강하거라

욕심내지 말고 우애를 키우며 겸손하거라

옆도 보고 뒤도 보며 화목하거라

또 한 해를 살아갈 새해 강령을 선포하시네


- 박노해 시인의 숨고르기 ‘어머니의 새해 강령’,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 수록 詩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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