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 갈라파고스

갈라파고스


별의 조각에서

우리는 태어났단다

하루아침의 일은 아니었지

열 밤 백 밤 보다도 더 오랫동안의

백 밤 천 밤 보다도 더 오래전의 이야기란다

글쎄 별들 전에는 무엇이 있었는지

그건 나도 알 수 없단다

내가 아는 사실은

고요를 고요라 부를 수 있었던 시절은 오래전에 끝났다는 것

언젠가부터 내 귓속에는 귀뚜라미가 들어 살기 시작했고

잠 못 드는 밤이면 벌레 우는소리 들린다는 것

진화는 계단이야

닿은 곳이 위인지 아래인지는 알 수 없어도

어쨌거나 여기와는 멀어지고

바다를 사이에 둔 섬들에서 새는 먹이에 맞게 부리가 바뀌었어

바뀐 부리를 따라 울음소리 바뀌고

새는 새의 말을 이해할 수 없게 됐지

섬들은 가깝고 새는 날개가 있지만

새는 날개가 있고 섬들은 가깝지만

우리는 어설피 공전하는 행성들

어느 행성의 하루는 다른 곳의 백 년 보다도 길고

어느 곳의 여름은 다른 곳의 겨울 보다도 춥고

그러니 누구를 이해할 수 없어도

이해 받지 못해도 괜찮다

별처럼 부딪혀 부서지지 않으려 우리는

서로의 궤도를 수정했고

이게 그 최선이야

이게 최선이에요? 확실합니까?

......확실합니다.

오래전에는 등껍질이 둘인 달팽이가 살았대

다른 달팽이의 등을 대신 짊어지고

지금은 모두 멸종했어

달팽이는 하나의 등을 버틸 수 있게끔 만들어졌거든

민달팽이들도 벗은 등을 맞대진 않고

언젠가

깨진 환상의 파편에 너는 베이지 않기를

유리 조각은 빛나지만 별은 아니고 별은 빛나지만 영원하지 않으니

귀뚜라미가 다시금 우네

새는 서로의 눈을 쪼아 멀게 하지 않으려고

차라리 자폐를 선택한 것이라고


머저리들은 구원이라 읽는

날개는 그러나 유리로 만든 감방

새는 날개가 있고 섬들은 가깝지만

섬들은 가깝고 새는 날개가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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