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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늦은 새벽까지 술을 마셨다. 글 쓰는 것도 잊은 채. 이제는 세계관이 너무도 달라진 두 친구들과 마음껏 웃기도, 언성을 높여가며 싸우기도, 적당히 생각을 접으며 어쩌면 표면적일, 표면적일 수밖에 없을 사과를 하기도 했다. 한 친구는 고개를 푹 숙이며 울었다. 자신의 인생을 쓸쓸히 관조하듯. 예정된 울음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그의 쓸쓸한 모습이 최근 나에게 더없이 많이 포착되었기 때문이다. 툭 건드리면 쏟아져 버릴 것 같던 그 슬픔들. 다른 친구는 우는 친구를 다독이며, 또한 자신의 슬픔을 털어놓으며 함께 울었다. 자신들의 잘못도 아닌데, 울었다. 문득 각자의 잣대를 들이대며 서로 가치관을 줄다리기하는 것이 무의미하다고 느껴졌다. 이제 내게는 다소 벽처럼 느껴지는 그들 안에서 각자의 고난들이 울컥울컥 요동치는 것을 그저 바라보기만 했다. 그의 어깨를 조용히 두드렸지만, 그것은 어떤 것도 불러낼 수 없는 빈 노크에 불과해서 나는 다독임마저 곧 멈추었다. 짧은 잠을 자고 일어나, 식사를 하고 우리는 공원을 잠시 걸었다. 그리고 이십여 년 전의 어느 봄날처럼 벤치에 앉아 시간이 흘러가는 것을 무기력하게 바라만 보고 있었다. 우리는 지난밤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싱거운 농담을 던지며 웃었지만, 아무리 해도 그 언젠가의 투명한 평안이 겹쳐지지는 않았다. 어떤 슬픔도 잠시간 덮어놓을 수 있을 듯 더없이 따사로운 일요일 오후였지만, 보기 흉하게 얼룩져버린 슬픔을 아주 지울 수는 없었다. 우리는 각자가 걸치고 있는 슬픔들을 눈감아주기로 한 듯, 악수를 나누고 웃으며 헤어졌다. 봄이 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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