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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들과 점심을 함께 했다. 내 생일 때문에 모였지만, 오늘은 내 생일이 아니다. 형과 함께 식탁 하나를 나르고 조립했다. 쓴맛을 모두 뺀 월요일이다. 닉 드르나소의 '사브리나'를 마저 보고 읽었다. 비가 왔다. 발이 모두 젖었다. 밀린 빨래를 하고 청소를 했다. 지난주 사둔 바나나를 먹었다. 옛집에서 벽돌 두께의 책 한 권을 가져왔다. 비가 싫다는 말을 서너 번쯤 내뱉었다. 밤늦게 시집을 잘 읽었다는 연락 한 통을 받았다. 나는 토요일에 태어났다.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백석이 말했다. 엄마가 편지 봉투에 쓴 세 줄짜리 편지를 내 시집 사이에 끼워 놓는다. 빗소리를 들으며 혼곤한 잠에 드는 것을 좋아한다. 돌아오는 주말에는 영화관에 갈 계획을 세운다. 단지 빛깔이 예뻐서 책상 위에 올려 둔 빈 술병이 있다. 어디에도 쓸모없어 보이는 선물도 함께 있다. 어디에도 쓸모없는 문장들을 생각한다. 쓸모없는 문장이 떠오르지 않는다. 쓸모 있는 문장도 떠오르지 않는다. 오늘의 문장들은 비에 젖어 아주 못 쓰게 돼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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