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함 속의 아련한 추억, 인디 드라이빙 시뮬레이터 '잘로피'

민스크웍스의 로드 트립 자동차 운전 시뮬레이터 <잘로피> 체험기

게임에서 무언가를 다룰 때, 실제와 같은 경험을 주는 것에 흔히 '시뮬레이터'라는 표현을 붙인다. 장르나, 제목이나. 붙이는 곳은 제각각이지만 어쨌든 맥락은 같다.


민스크웍스(Minskworks)에서 개발, 얼리 억세스 중인 인디게임 <잘로피(Jalopy)>는 '로드 트립 자동차 운전 시뮬레이터'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유저는 뤼프티 삼촌이 몰던 라이카 601 디럭스를 넘겨 받아 삼촌과 함께 동독을 시작으로 여러 나라를 여행하게 된다.


/ 디스이즈게임 정혁진 기자


# 단순한 듯 하면서 그렇지 않은, 독특한 게임 '잘로피'


<잘로피>의 흐름은 단순하다. 유저(주인공)과 뤼프티 삼촌이 동독을 시작으로 여행을 떠난다는 큰 줄기를 가지고 있으며, 패턴은 국가 혹은 지역의 마을(통칭 마을이라 부르겠다) → 도로주행, 그리고 다시 마을 순으로 반복한다. 여행을 위한 여정의 기본만 담고 있기에 그 외의 것은 배제했다.


국가를 이동할 때마다 볼 수 있는 자연경관이나, 도착점인 마을은 모습이 모두 다르지만, 구성이나 각각이 존재하는 개념은 같다. 마을은 휴식 또는 차량 정비, 물건을 사고팔아 이윤을 남기는 행위를 할 수 있으며 도로 주행은 정비한 차량으로 다음 지역을 가게 해주는 과정만 담고 있다.

이제 저 빨간 문짝은 내 차의 일부가 될 예정이다

'운전 시뮬레이터'라는 부제를 가진 만큼 <잘로피>는 각종 차량 부품에 대한 정보부터 정비, 운전 시 해야 하는 모든 행위를 유저가 1부터 10까지 해야 한다. 물론 '완벽한' 실제 운전을 표방하는 것은 아니다. 일부 단순화시키거나 생뚱맞을 수 있는 비현실적인(?) 요소를 넣어 자칫 단순하게 보일 수 있는 패턴에 약간의 변화를 줬다.


서두에서 밝혔듯, 기자는 처음에는 게임을 가벼운, 혹은 오밀조밀한 재미를 가지고 있겠구나 하고 별 대수롭지 않게 시작했다. 하지만 <잘로피>는 단순하게 보이지만 복잡하다. 신경 쓸 것도 많다. 의외의 포인트에서 막혀 뜻하지 않는 불편함을 제공하기도 한다. 하여간 독특하다, 이 게임.

드레스덴을 시작으로
산 넘고 물 건너.


# 갸냘픈 라이카 601을 몰며 벌이는 여정


도로 주행과 정비를 나눠 게임을 들여다보자. 도로 주행의 경우, 게임은 사실적인 주행의 개념을 따르기 위해 제법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시동을 켜고, 사이드 브레이크를 풀면 바로 운전 시작이다. 기어를 변경하는 과정은 빼 주행 자체는 어렵지 않으나, 그 외 운전석에서 차량을 조작해야 하는 과정은 대부분 들어가있다. 비가 오면 와이퍼를 켜야 하고 어두우면 라이트를 켜야 한다. 만약 주행 중 급히 정차를 해야 하면 차량을 멈추고 비상등을 켠 다음 하차해야 한다. 지루하다면 라디오를 켤 수도 있다.

차 안에 있을 법한 것들이 대부분 있지만, 실제 운전을 하면서도 이런 것을 조작하며 운전에 집중해야 하듯 게임에서도 이는 통용된다. 다만, 모든 것을 마우스 에임을 옮기며 조작해야 하기에 나름 까다롭게 여겨진다.


마을에서 다음 마을로 넘어갈 때 3개 경로 중 하나를 지정하면 자동으로 다음 루트가 생성된다. 내비게이션도 없던 시절이라 교통지도를 보고 가야 할 것 같은 복잡함이 예상되지만 다행히 주행 경로는 단순한 편이다. 길이 단순해 직진 혹은 약간의 커브길만 따라가면 목적지까지 잘 이동할 수 있다.

각 경로는 동선이나 기후, 등장 요소가 모두 다르다
다행히 길이 복잡하지 않아 헤멜 염려는 없다

그러나 조작의 과정은 실제와 흡사하다고 쳐도, 그 외의 것들은 '이런 차가 어떻게 굴러갈까' 싶을 정도로 마치 차체가 유리몸 같은 느낌이다. 차량의 내구도가 매우 약해 조금만 움직여도 보닛에서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며, 어린아이도 가볍게 넘을 듯한 도로 위 장애물을 밟으면 차량이 휘청거린다. 차라리 요리조리 피하는 것이 상책이다.


70년대 차량에게 서스펜션을 바라는 것은 너무한 것이겠지만 툭하면 발생하는 잦은 고장에 운전의 여정은 여행이 아닌 긴장의 연속이다. 괜히 서바이벌이라고 표현한 것이 아니다. 옆에서 뤼프티 삼촌이 온갖 조언이나 지식을 알려주기도 하는데, 이게 귀에 잘 안들어온다. 운전에 집중하느라.

저걸 잘못 밟으면 차량 손상으로 이어진다

여행을 할 때는 모든 변수에 신경을 써야 한다. 노면 위 각종 장애물이나 기후는 타이어 닳는 속도에 영향을 준다. 차량 내구도와 마찬가지로 타이어 내구도도 여간 약한 것이 아니다. 게다가 도로용 타이어, 우천용 타이어 등 노면 상태에 따라 착용해야 하는 것도 제각각이어서.. 이 모든 것을 맞추기란 여간 까다로운 것이 아니다.


도로 위는 긴장의 연속이기도 하지만, 의외의 수입도 얻는 기회를 주기도 한다. 주행하다 보면 도로 위 혹은 양쪽 끝에 박스를 간혹 볼 수 있다. 매우 뜬금없기는 하나, 박스를 주워서 도착한 마을의 상점에 판매하면 돈을 짭짤히 벌 수 있다.


고장나 버려진 자동차를 뒤져 각종 부품을 얻을 수도 있다. 둘 모두 무작위 요소기는 하나 혹시 모를 행운을 대비해 트렁크는 여유 있게 비워 놓는 것이 좋다. 그렇다고 욕심을 내서 완전히 비웠다가는 차량 고장 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 있을 것만 딱 있는, 운전자의 안식처 '마을'


차량의 정비, 휴식은 모두 '마을'에서 이루어진다. 1) 주유 및 물건의 매입/매각, 차량 정비 아이템을 파는 상점인 '아우터샵(outershop)', 2) 차량의 내부, 외관 장비를 모두 파는 '라이카(Laika)' 매장(이 게임의 유일한 자동차 브랜드 매장이다), 3) 세이브포인트 개념의 숙박업소인 '호텔'이 있다.


아우터샵의 수리 외에, 유저는 라이카 샵에서 보유한 재화 안에서 엔진이나 연료탱크, 물탱크, 기화기, 배터리, 점화 코일을 구매, 교체할 수 있다. 당연하게도, 고액일수록 성능이 좋다.

기본 정비 외 물건을 매입/매각할 수 있는 아우터샵
꾸준히 돈을 모아 좋은 장비를 착용하거나, 성능에 따라 자신만의 부품을 조합할 수도 있다
마을에 오면 보닛 속 부글대는 것부터 진정시켜야 한다

마을 각 요소에는 NPC가 있고, 호텔도 투숙객이 여럿 있어 보이지만 전반적으로는 매우 조용한 편이다. 간혹 도로에 자동차가 다니는 것 빼고는 버려진 도시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침묵이 이어진다. 방문을 거듭할수록 규모나 일부 고층 건물이 추가되는 모습도 보이나, 위 3개 요소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


마을에서도 일부 재화를 벌 수 있다. 도로에서 획득한 상자 내 물품을 아우터샵에 팔거나, 이전 마을에서 저렴하게 가져온 물건을 팔아 차익을 챙길 수도 있다. 차익을 챙기는 부분은 트렁크 공간을 덜 차지해 제법 괜찮은 수단이지만, 다음 마을로 넘어가기 전 검문소에서 금지 품목에 해당되는 물건이 있으면 벌금을 물리므로 확인이 필요하다.

검문소마다 제한하는 물품이 다르므로 벌금에 주의해야 한다

조금 독특한 것은 호텔 투숙 중에도 재화를 벌 수 있다는 것인데, 다른 방에 묵고 있는 투숙객 방을 두들기면 일부가 무작위로 더 묵겠다며 연장 비용을 방문 아래로 던지곤 한다. 일종의 가로채기 같은 거다.


마을마다 외관이 다르기에, 고생 끝에 새로운 마을에 다다르면 가장 먼저 위 3개 요소의 위치를 빠르게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1번. 연료가 거의 바닥인 상태로 마을에 도착했는데 아직 아우터샵을 도착하지 못했다면... 그야말로 '재앙'이다. 발품을 팔아 아우터샵에 가서 연료를 사서 다시 들고 와서 채워야 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일단 두들기고 보는 거다

호텔에서 1박을 하고 난 뒤, 유저는 다음 여정을 떠나기 전에 뤼프티 삼촌과 여정을 함께 떠날지 매번 선택해야 한다.


만약 동행한다면 조수석에서 여러 얘기를 해주기도 하고, 또 (호텔에서) 머무른 뒤 출발할 때 유저가 가진 재화가 부족하다면 보태주기도 한다. 동행하지 않는다면 이후 여정부터는 삼촌을 만날 수 없다. 가이드나 재화 보충이 없어진다는 측면으로 보면 유저 선택에 따라 난이도를 올려서 게임을 플레이 한다는 개념으로 볼 수 있겠다. 사실, 운전에 너무 집중하느라 가끔 동행하지 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삼촌의 용돈은 언제 받아도 반갑다


# 적절한 반영은 OK, 하지만 일부 불편한 기능이 아쉽다


<잘로피>는 완벽하진 않지만, 사실적인 경험을 위해 유저가 신경써야 할 것을 꽤 많이 마련했다. 실제 차량을 소유한 유저라면 운행하고 점검하는 흐름의 일부가 비슷하다고 느낄 수도 있겠다. 한글화 되어 게임 이용이 수월하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게임의 배경은 1960~70년대로 지금처럼 많은 것이 발전되지 않던 때여서 현재 기준으로 보면 많은 것이 불편할 수밖에 없다. 길에서 차량이 멈춰도 보험 차량이 오질 않고, 직접 걸어가서 연료를 사서 넣어야 하는 상황이 당연한 때다.

내비게이션도 없어 명확한 목적지 확인도 어렵다. 각종 기능이나 부품 역시 마찬가지다. '고물 자동차'라는 게임명과 같이, 당시 사람들은 값싼 차에 여러 브랜드의 부품을 섞어 독특한 차를 가지는 것이 흔했다.


비록 최근까지 등장하는 자동차 시뮬레이터 게임과 비교했을 때 기능이나 편의적인 부분이 부족할 수는 있지만, 이는 당시 시대상을 일부 반영하기 위한 흔적이다.


물론 모든 것이 시대상의 반영으로 해석될 수는 없다. 기술, 환경적으로 부족했던 지금과 다르다고 생각하기에는 일부 불편한 점들이 게임의 집중을 흐려지게 했다. 유리 같은 차량 내구도, 그와 관련된 도로 내 방해요소 같은 경우 차량에 미치는 영향이 지나치게 큰 느낌이다.


또, 운전 실수로 도랑에 빠지거나 차가 어딘가에 끼었을 때는 '저장 후 종료'를 눌러 다시 이전 마을에서 출발할 수밖에 없다. 난감한 상황을 완충시킬 수 있는 게임적 요소가 필요하지 않았나 싶다. 도로 위 타 차량의 AI가 매우 낮다거나 갑자기 뒤집히는 버그도 종종 있다.


게다가 개발자가 숫자 '3'을 좋아하는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정비킷의 사용 횟수, 손에 들 수 있는 물건 개수, 차량을 닦을 때 스펀지에 물을 묻히거나 닦는 횟수 등이 모두 최대 3회다. 이건 제법 불편했다.

정비킷 횟수부터 손에 들 수 있는 개수까지 모두 최대 '3'이다


# 그럼에도, 아날로그 시대의 추억을 회상하기엔 나쁘지 않다


<잘로피>는 차량으로 떠나는 여행의 과정을 유저가 개입할 수 있는 요소를 제법 여러 방법으로, 나름 세심하게 꾸며놨다. 즐기기에 따라 제법 여유롭게 플레이를 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앞서 설명했듯 유저가 경험하는 각 요소를 이어주는 흐름이 다소 매끄럽지 못했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버그도 그렇고. 차량을 조금씩 수리/성장시키며 여러 지역으로 여행을 떠난 다는 부분에 좀 더 집중할 수 있었으면 어땠을까 싶다.


물론 이런 불편함으로 <잘로피>의 재미가 가려지는 것은 아니다. 게임은 잔잔하고, 플레이를 하는 방식은 당시 시대의 모습과 적잖게 닮아 있다. 불편했지만 모든 것을 손수 해냈던 것들을 추억하는 느낌과도 비슷하다. <잘로피>의 여운은 제법 진하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게임 뉴스는 이제 그만, 디스이즈게임이 당신의 인사이트를 넓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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