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인과 날씨

별 거 아니지만, 맛있는 커피를 마실때면 그 날은 하루종일 기분이 좋다. 오늘은 꽤나 특별하고 가슴뛰는 경험을 했다. 사실 남들한테는 별 일 아닐 수도 있는데, 그게 뭐 중요한가. 내가 좋으면 됐지 으하하. 무언지는 비밀. 아직 나는 부끄부끄하기 때문에. 좀전에 트위터에 쓴 글이 유명한 팔로워 분께서 리트윗 하는 바람에 내 팔로워 수가 또 늘었다. 팔로워 수가 는다는건 마냥 좋지만은 않다. 괜히 불편하다. 아무도 모르는 세컨 계정을 만들까 생각중이다. (음, 이러니 내가 무슨 대단한 트위터리안이 된 기분!) 밀크티를 마시고 있다. 밀크티는 대게 실패하기 쉬운 음료인데, 여기는 맛있다. 역시 커피맛이 좋으면 다른 음료들도 왠만해선 실패를 안한다. 자무쉬에 커피 앤 시가렛을 조금 보다가 껐다. 옆 테이블 여자 셋의 수다로 좀처럼 집중이 되지 않아서. 레이첼 야마가타의 새앨범을 들으며 글을 썼다. 글이라고 하기엔 사실 좀 그렇고, 그냥 끄적인 정도. 써두었던 글이 마음에 들지 않아 새로 다시 썼는 데 이건 뭐 칼럼이 아니라 픽션이 되어가고 있다. 음. 완성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쿤데라의 영향인지 요즘 주변의 모든 것들이 왜이렇게 가벼움 투성인지 모르겠다. 존재라는 것도 그렇고, 사랑도, 대화도, 모든게 다 가볍게만 느껴진다. 그런 기분은 나를 굉장히 회의적으로 만든다. 경계해야 할 것 중에 하나가 냉소라고 생각하는 데, 요즘 부쩍 매사에 냉소적으로 대하려고 한다. 하지만 늘 경계하고 있다. 그러지 말아야지 안돼 안돼하고. 오늘 만난 친구는 군대에 남자친구를 두고 있었는데, 그녀의 남자친구는 자타공인 나쁜남자였다. (남자친구가 정해준 친구의 통금 시간은 저녁 7시였다.) 그녀 역시 그 사실을 인정하고 있었지만, 어쩔 수 없는 듯 보였다. '사랑하니까 어쩔 수 없다' 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런 그녀가 한편으로는 너무 이해돼서 어떤 말을 해줘야 할까 고민하다가 그냥 이런말만 해주었다. 너라는 존재가 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네 삶의 주체는 다른 사람이 아닌 바로 네 자신이라고.. 내가 해줄 말은 그것 밖에 없었다 카페를 나서니 다시 추운 겨울이 되었다. 요새 날씨가 계속 좋았는 데 역시나 겨울은 겨울이었다. 나는 겨울을 좋아하는 편이긴 하나, 이번 겨울은 좀 심하게 추운 것 같다. 목도리를 뚫고 부는 바람 탓에 걷다가도 욕이 나올 정도. 선선하게 부는 여름밤이 그립다. 그때즈음이면, 애인과 손잡고 슈가볼의 여름 밤 탓을 나눠 끼고 듣고싶다. 요즘 나는 퍽이나 잘 살고 있는 기분이다. 감정의 농도도 알맞고, 꽤나 안정적이며, 평화롭다. 육체적으로 피로한 것만 빼면 말이다. 주말이면 이렇게 맛있는 커피를 마시며 글도 쓸 수 있고, 영화도 볼 수 있는 이 나른하고 여유 넘치는 시간들을 사랑한다. 두 가지만 충족 되면 참 좋을텐데, 라며 이따금 생각한다. 그건 바로 애인과 날씨.

Ma main a besoin de ta m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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