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크스크린으로 내 옷 내 가방을 만들어 보았습니다

이전부터 실크스크린으로 포스터를 하나 만들어서 방에 걸어두고 싶더라고요. 하지만 성격상 한 번 하고 말텐데 감광기를 비롯한 재료들을 사려니 여러모로 부담스러워서 차일피일 미루고만 있었죠. 체험 클래스를 신청하기도 시국이 시국인지라 조심스럽고.


아니 근데 참 나. 친한 지인 작업실에 감광기가 있다는 거예요.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문득 왠지 있을 것 같아서 혹시 실크스크린할 수 있는 곳 아냐고 물었더니 자기 작업실로 오라고...

나는 대체 여태 뭘 하고 있었던 것인가.


당장 찾아뵙기로 하고, 다만 현재 재료들 상태가 좋지 않으니 제가 원하던 여러개의 색이 들어간 큰 포스터 작업은 힘들고, 티셔츠나 에코백에 작게 단색으로 넣을 정도만 우선 해보자고 해서 애초의 계획과는 달리 단색 그림을 그려야 하게 되었습니다.


뭘 그리지 에코백과 티셔츠에 뭘 넣으면 예쁠까 고민하다가 A.K.A.제 장래희망인 대왕고래와, 하늘을 나는 작은 새로 결정하고 아이패드를 꺼냅니다.

한 마리만 그리면 외로우니까 두 마리로,

단색이어야 해서 부득이하게 눈을 그리지 못한 고래... 고래 눈은 까만색인 걸요 흑흑. 이렇게 그리고 나니 배터리가 얼마 남지 않았던 애플펜슬 방전. 수고했다 녀석...


그리고 다음날 지인 작업실 가는 길에 인쇄소에 들러서 투명한 ohp 필름지에 인쇄를 해가야지! 라고 생각했는데 껄껄. 일요일에 인쇄소 문 닫는다고 나한테 왜 아무도 말 안해줬냐...


그래서 결국은 아이패드만 들고 작업실에 도착해서 투명한 비닐에다 그림을 다시 그려야 하게 되었습니당 헤헤 일 두 번 하기 꾸르잼.. ^^

비닐 위에다가 매직과 아크릴 물감으로 다시 그려야 했던 고래와 새들...


그리고 이렇게 투명한 용지 위에 그려진 그림들은 감광기 위로 올라가 감광액이 발라진 실크에 입혀지게 된답니다. 빛이 없어야 하기 때문에 사진을 찍진 못했구... 후다닥 실크판을 씻어내면 거짓말처럼

요렇게 아무것도 없던 실크 위에 내가 그린 그림이 얹혀지게 되는 거죠. 아. 실크는 수틀에 고정을 시켰어요. 급조지만 아이디어 좋지 않나요! 그리고 요기에 저렇게 물감을 발라서

쭈욱 밀어내면 저 뚫린 부분에만 물감이 묻게 되는 거지유!


하지만 감광액이 유통기한이 간당간당했던지라 제대로 그림이 막히지 않아서 보기에는 다 막힌 것처럼 보였던 것도 물감을 발라서 밀어보니 많이 번지고 새더라고요. 그래서 후작업이 필요했습니다ㅜ.ㅜ 물감 바른 실크판을 물로 씻어내고, 드라이기로 말리고, 판을 막아주는 물감으로 보정해주는 거죠.

고래서 요기 그림들을 자세히 보면 보라색 감광액 외에 갈색으로 얼룩덜룩한 게 보이죠? 고게 물감으로 보정해준 거예요. 그럼 저 부분도 보라색 감광액이 발라진 부분처럼 물감이 새지 않게 된답니당.


그렇게 보정한 실크판을 또 드라이기로 말리고, 2차 시도 시작!

고래서 티셔츠에는 고래를, 가방에는 새들을 찍어봤어요. 생각보다 색이 선명하게 입혀지지 않았지만 오히려 빈티지한 느낌이 더 맘에 들었구 *_*

정말 신기한 게 연습 삼아 찍은 종이들에는 꽤나 번진 그림들이 티셔츠랑 가방에는 번지지 않은 거 있죠? 거 참 실전에 강한 프린팅인가봉가. 천을 몇 개 더 챙겨가서 손수건을 만들었으면 좋았을텐데 경황이 없어서 에코백이랑 티셔츠에만 찍어와서 아쉬웠어요 흑흑. 종이에는 엄청 찍어오긴 했지만.


그래도

가방도 생각보다 넘나 맘에 들고

티셔츠의 고래도 너무 예뻐서 기분이가 좋습니당 훗훗

티셔츠는 이너로만 입던 건데 이번 봄에는 밖에 꺼내 입으려고요. 아이 신난당


다음에는 큰 틀을 준비해 가서 포스터를 만들고야 말겠습니다

뭘 그릴지 또 고민해봐야겠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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