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원기아와 마주한 젠지, 그들의 두 번째 도전이 시작된다

반지원정대의 도전은 계속된다

젠지는 한국 <리그 오브 레전드> e스포츠에서 손꼽히는 강팀인데요. 간혹 하위권을 맴돌긴 했지만, 젠지는 그 어느 팀보다 순위표 위쪽이 익숙한 '플레이오프 단골팀'입니다. 또한 그들은 '앰비션' 강찬용, '큐베' 이성진, '크라운' 이민호, '룰러' 박재혁, '코어장전' 조용인 등 수많은 스타 선수를 배출한 팀이기도 하죠.


그런데 '젠지'라는 이름의 LCK 우승컵이 없다는 사실, 혹시 알고 계신가요? 심지어 젠지는 LCK 결승 무대도 낯선 팀입니다. 지난해 스프링 시즌이 젠지라는 이름으로 참가한 '첫 번째 LCK 결승'이었죠. 강팀의 기준에 우승컵이 요구됨을 감안하면 굉장히 독특한 이력입니다.


디스이즈게임 이형철 기자

본 콘텐츠는 디스이즈게임과 오피지지의 협업으로 제작됐습니다.
반지원정대의 두 번째 도전이 시작됐다 (출처: 라이엇게임즈)


# 모두가 담원기아의 승리를 예상했지만... 젠지의 역습은 매서웠다


두 팀의 가장 최근 경기는 지난달 18일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담원기아는 단 1패만을 기록한 채 무려 13승을 올리며 폭주하고 있었는데요. 전성기 T1을 방불케 하는 담원기아의 힘은 지켜보는 이를 경악케 했습니다. 특히 담원기아는 라인전에서 고전하더라도 어떻게든 경기를 뒤집는 모습을 밥 먹듯 선보이며 모든 팀을 공포에 떨게 만들었죠.


반면 젠지의 상황은 썩 좋지 않았습니다. 성적 자체는 그리 나쁘지 않았지만(당시 기준 10승 5패), 기복이 심한 데다 챔피언 폭과 오더 등 다양한 문제에 직면해있었기 때문이죠. 많은 사람이 두 팀의 맞대결을 두고 담원기아가 어렵지 않게 이길 거라고 점친 이유입니다.

대부분 담원기아의 승리를 예상했지만... (출처: 라이엇게임즈)

하지만 경기는 놀랍게도 젠지의 2:1 승리로 마무리됐습니다. 특히 챔피언 폭과 메타 파악 등 여러 문제에 봉착했다는 평가를 받았던 젠지에겐 너무나 값진 승리였죠. 


한 가지 재미있는 건, 젠지가 경기 내내 '변화'에 대한 갈망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는 점입니다. 당시 룰러는 프로 데뷔 후 단 세 번밖에 쓰지 않았던 징크스를 담원기아전에서만 무려 두 번이나 기용하며 '대세 챔피언'을 최대한 활용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였습니다. 서포터 '라이프' 김정민 역시 대세라는 평가에도 좀처럼 쓰지 않았던 쓰레쉬를 기용해 좋은 경기를 펼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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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제야 쓰레쉬를 썼나 싶을 정도로 라이프의 플레이는 매서웠다 (출처: 라이엇게임즈)

젠지의 '변화에 대한 의지'가 가장 잘 드러난 건 초가스였습니다. 


올 시즌 젠지는 탑 '라스칼' 김광희에게 나르, 레넥톤, 카밀 등 주로 공격적인 챔피언을 쥐여주며 탑 위주의 게임을 이어왔습니다. 시즌이 거듭됨에 따라 많은 팀이 바텀에 힘을 싣는 구도로 방향을 바꾸는 와중에도 젠지는 탑 게임을 이어갔죠. 반면, 담원기아전에서는 라스칼에게 단단한 챔피언 '초가스'를 주고 평소와 다른 그림을 그렸습니다. 


이를 마주한 담원기아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습니다. 올해 담원기아의 사이온은 속칭 '알고도 못 막는' 픽이었습니다. 좀처럼 라인전에서 무너지지 않는 데다 잘 성장하면 무시무시한 탱킹력과 이니시에이팅으로 경기를 유리하게 끌고 갈 수 있었으니까요. 그런데 젠지는 이러한 사이온을 초가스로 완벽히 틀어막았습니다. 심지어 3세트에서는 초가스를 '선픽'하는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죠.


이후 라스칼은 KT 전에서 한 차례 꺼내든 니코를 제외하면 지속적으로 오른과 초가스 등 단단한 챔피언들을 플레이하고 있습니다. T1과 맞붙은 플레이오프에서도 라스칼은 사이온과 오른을 활용하며 최대한 팀을 받쳐주는 플레이를 이어갔습니다. 따라서 이번 결승전에서도 젠지는 바텀에 힘을 실어주는 구도로 게임을 풀어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폭주했던 라스칼의 초가스 (출처: 라이엇 게임즈)


# 엇갈리는 양 팀의 장점, 변수는 '달라진' 젠지다


양 팀의 지표를 살펴봅시다. 올 시즌 젠지는 리그에서 두 번째로 짧은 평균 경기 시간(32분 18초)을 기록한 팀이었습니다. 동시에 경기당 데스(9.8)는 가장 적었고, 플레이오프 2라운드 진출 팀 중 평균 킬(12.4)도 가장 낮았죠. 교전보다는 운영을 통해 이득을 보는 젠지의 스타일이 숫자에서도 드러난 셈입니다. 실제로 올 시즌 젠지는 강한 라인전을 기반으로 상대를 조여가며 경기를 가져가곤 했습니다.


재미있는 건 이러한 젠지의 장점이 담원의 장점과 맞물린다는 점인데요. 


라인전부터 상대를 '박살'내는 느낌이 강했던 담원기아는, 2라운드부터 조금씩 '중후반' 게임을 펼치는 스타일로 변하고 있습니다. 특히 2라운드에서는 라인전에서 고전하더라도 정교한 운영과 마법 같은 한타로 경기를 수없이 역전하곤 했죠.


실제로 담원기아의 15분까지 지표들은 1라운드에 해당하는 5주 차까지는 대부분 상위권에 해당했지만, 2라운드 들어서는 상당수가 중위권에 머물러있습니다. 확실히 시즌 초보다는 경기 초반의 강력함이 다소 옅어진 듯한 느낌입니다.

담원기아는 젠지와의 경기에서도 '한방 역전'에 성공한 바 있다 (출처: 라이엇게임즈)

물론 라운드 구분 없이 전체를 놓고 보면 담원기아의 초반 지표는 그리 나쁘지 않습니다.


올 시즌 담원기아는 15분까지 드래곤 획득량(0.91, 5위)을 제외하면 동시간대 타워차이(0.4, 2위), 골드차이(1203, 2위) 등 경기 초반 지표에서 상위권을 달리고 있습니다. 특히 골드 차이의 경우, T1과 더불어 유일하게 네 자리 숫자를 기록했죠. 3위 젠지(612)와는 거의 두 배에 달하는 격차입니다. 2라운드 들어 경기 초반 흔들렸음을 감안하면 상당히 인상적인 지표입니다. 


만약 담원기아가 2라운드와 비슷한 흐름을 가져갈 경우, 양 팀의 경기는 '자신들의 장점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경기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강한 라인전을 바탕으로 스노우볼을 굴리는 젠지와 초반에 다소 말리더라도 어떻게든 판을 짜는 담원기아의 한 수가 계속해서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번 결승전은 양 팀의 장점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경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출처: 라이엇게임즈)

한 가지 변수는 젠지가 시즌 중 상당히 많은 부분을 뜯어고쳤다는 건데요. 


앞서 말씀드렸듯 젠지는 메타에 상관없이 매번 하던 것만 한다는 비아냥을 쓰레쉬와 징크스 픽으로 상쇄했으며, 상체게임으로 한계에 봉착하자 바텀 게임으로 전환해 안정감을 되찾은 바 있습니다. 오브젝트 앞에만 서면 사고가 터진다는 지적도 이제는 무의미해졌죠. 비교적 빠른 시간에 본인들의 장점을 상쇄한 느낌인데, 과연 이러한 부분이 결승에서 어떻게 작용할지도 포인트입니다.

분명 젠지는 '변화'를 갈망하고 있다 (출처: 젠지)


# 젠지의 두 번째 도전이 시작된다


젠지라는 이름의 첫 번째 LCK 결승은 실로 처참했습니다. 


2020 LCK 스프링, 숙명의 라이벌 T1과 가장 높은 곳에서 만난 젠지는 너무나 허무하게 3-0 패배를 당하고 말았죠. 이 경기가 젠지에게 더욱 뼈아팠던 건, 단순히 스코어를 넘어 경기 내내 아무것도 보여주지 못하고 T1에 압도당했기 때문입니다. 당시 분위기가 얼마나 참혹했는지는 젠지의 유튜브 콘텐츠 '인투 더 젠지'에도 잘 담겨있죠.

반면, 두 번째 도전을 맞이한 올해는 그 기류가 조금 다릅니다. 분명 담원기아는 현시점에서 LCK 최강팀임에 분명합니다. 롤드컵 우승전력을 거의 그대로 유지했고, 올 시즌 성적도 압도적이었으니까요. 심지어 담원기아는 PO 2라운드에서 한화생명e스포츠를 3-0으로 완파하고 기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담원기아와 힘 대 힘으로 맞붙어 동률을 기록한 게 젠지입니다. 젠지는 담원과 LCK에서 만난 뒤, 상대전적에서 꾸준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데요. 오늘(6일) 기준 젠지와 담원기아의 상대전적은 13승 13패로 팽팽합니다. 심지어 젠지가 하위권에 위치했던 2019시즌에도 두 팀의 전적은 동률이었죠. 


다만, 젠지의 현 라인업이 구성된 2020년으로 좁혀보면 흐름이 조금 달라지는데요. 2020년 이후, 젠지는 담원을 상대로 4승 2패(세트 기준 10승 6패)를 기록하며 우위를 점하고 있습니다. 담원기아 입장에서 마냥 상대전적에 불과하다고 치부하기엔 '확실히' 껄끄러운 상대입니다.


그러므로, 어쩌면 올해야말로 젠지가 정말 할만한 구도가 펼쳐질지도 모릅니다. 조금은 다른 색깔의 강팀과 맞붙는 데다 모두가 껄끄러워했음에도 제법 담원기아를 잘 상대해왔으니까요. 


항상 높은 곳에서 발목을 잡았던 T1이 아니라는 점도 젠지에겐 무형적 플러스 요소가 될 겁니다. 게다가 일각에서는 국제대회 선발전에 강한 젠지가 'MSI 선발전'에 해당하는 스프링 결승에서도 선전할 거라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우스갯소리에 가깝지만, 젠지 입장에서는 나쁠 게 없는 멘트입니다.


담원기아라는 거대한 산을 마주한 젠지의 '두 번째 도전'은 10일 오후 5시에 펼쳐집니다.

(출처: 라이엇게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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