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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와 보니 서울도 저녁에 다소 쌀쌀하기는 했지만 캠핑장의 재앙에 가깝던 매서운 바닷바람에 비할 것은 아니었다. 정말 오랜만에 느껴보는, 견디기 힘든 육체적 고통이었다. 텐트를 걷기 전 우리 바로 앞의 해변은 이제 막 물이 빠지고 있던 차였고, 개인용 낚싯배가 난파된 듯이 버려져 있었는데, 다가가 보니 배도 상태가 좋은 것이었고, 값비싼 각종 낚시 도구도 여기저기 그대로 흩어져 있었다. 어제 늦은 오후만 해도 없던 것이었다.

대체 이게 뭘까. 심지어 당연히 배의 주인의 것일 백팩도 하나 있었고, 열어 보니 물과 음료수가 손도 대지 않은 채 잔뜩 들어 있었으며, 비닐에 쌓인 멀쩡한 계란 토스트도 두 개가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었다. 말 그대로 모든 것이 완벽한 난파의 흔적이었다. 사람만 없었다. 대체 이게 뭘까. 이쪽에서 배를 띄우려다 감당할 수 없는 밀물에 우선 배만 버리고 간 것일까. 사실 그것도 이상했다. 이미 바다로 나갔다가 사람은 바다로 빠져버리고 배만 다시 밀려온 건 아닌가 싶은 풍경이었다. 어딘가에 쓰러진 익사체라도 발견하게 되는 것은 아닌지, 주위를 둘러보았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사체랄 것은 없었다.


관리사무소에 신고라도 해야 할까 싶었지만, 우리는 이틀 동안의 극심한 추위와 고통에 시달려 서둘러 텐트를 걷고 캠핑장을 빠져나왔다. 누군가에게라도 다시 발견되겠지. 지난밤에 나는 얕은 몸살기마저 느껴졌고 입맛조차 잃어, 일찌감치 잠자리에 들었다. 친구는 내게 좋은 침낭을 내어주고 바람을 막으며 혼자서 텐트 밖을 지켰다. 친구는 그렇게 마지막 밤을 날려 보내기가 조금 아까웠던 것 같다. 돌이켜보니 그건 마치 영락없이 조난 당한 나를 지키는 선한 현지인의 느낌이었다. 그러다 보니, 그 난파선의 주인이 혹시 내가 아닌가 하는 허무맹랑한 생각까지 들었다. 이런 상상. 나는 이것을 시로 써야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2박의 캠핑. 우리는 꼭 다른 계절에 다녀온 것 같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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