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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도시남녀의 사랑법>을 보았다. 한 회당 30분 남짓이어서 출퇴근길을 오가며 보기 좋았다. 청춘멜로물을 좋아하는 편이라 그 자체로 즐겁게 보았지만, 한 삼 분의 이 지점까지는 여주인공의 캐릭터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극 중 인물 이은오는 한때 잠시지만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냈던 남자친구 박재원과 잠시 헤어지고 난 뒤 어떤 이유로 계속해서 그를 피하는데, 대체 왜 피하는지를 알 수가 없었고, 답답할 지경이었다.

그러나 나름의 사정들이 드러나면서 결국 시청자를 납득시킨다. 이 드라마의 스포일러를 자처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 드라마는 멜로라는 가면을 쓰고 있지만, 기저에 아주 중요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 드라마에 굳이 주제를 붙이자면, 나는 ‘‘평범’이라는 모욕’이라고 명명하고 싶다.

모두가 획일화돼있는 시대, 이제나저제나 개성을 외쳐대지만 그 말이 무색할 만큼 모두가 비슷비슷한 시대, 유행이라는 말 뒤에 안전하게 숨어 지내는 익명들의 시대. 이 시대에 누군가를 평범하다고 지칭하는 것은 조금 과장하자면 사망 선고에 가깝다. 그것은 누군가에게는 모욕 발언에 가까우며, 결코 무난하다는 말과 동의어가 될 수도 없다. 당신은 너무 평범하다, 라는 말은 결코 완곡한 표현도 아니며 때에 따라서는 상대방의 정체성을 박탈해버리는 무책임한 말이다. 모두가 평범한 삶을 원하지만, 평범한 인간이 되기는 싫어한다. 아니, 두려워한다.

이은오는 어느 날 최악의 상황을 맞닥뜨린 뒤 평범한 이은오를 버리고, 먼 타지에서 에너지 넘치는 윤선아의 삶을 연기한다. 이은오를 모르는 박재원은 윤선아와 사랑에 빠진다. 이은오는 자신이 윤선아가 아닌 이은오임을 박재원에게 들킬까 봐 급기야 박재원을 피하기 시작한다.

물론 맞다. 이은오는 윤선아가 아니다. 이은오는 이은오일 뿐이다. 잠시 이은오를 묻어두고 윤선아로 살아보지만 역시 이은오는 이은오일 뿐이다. 그런데 나는 그런 생각이 든다. 본인이 생각하는 평범한 이은오도 물론 자신이지만, 윤선아만의 것이라고 믿고 있는 그 에너지 넘치고 자유분방한 모습도 그 안에 가지고 있다는 것을. 자신이 연기했을 뿐이라고 생각하는 그 에너지 넘치는 윤선아의 모습도 자신의 것이라는 것을. 역으로 이은오가 부러워했던 진짜 윤선아 역시 그 안에 이은오가 모르는 누구보다 평범한 그저 그런 모습을 그 안에 가지고 있을지 누가 알까.

사실 개성이 없는 사람이란 없다. 세상에 똑같은 사람은 없으니까. 다만, 내 안에 있는 나다움을 끌어내는 것이 조금 서툴거나 아무 앞에서나 드러내고 싶지 않을 뿐이다. 훌륭한 사람들은 상대방에게서 가장 진솔한 모습을 끌어낸다. 당신은 너무 평범해, 라고 치부해버리는 것은 얼마나 무책임한가. 이런 말들에 괜히 상처받지 말고, 나다워지는 연습을 해보는 건 어떨까. 또 나를 객관적으로 관찰하면서 나도 몰랐던 내 모습들을 하나하나 발견해보는 것은 어떨까. 그 모든 것이 당신이고, 우리 자신일 테니.


아, 이제 시를 써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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