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 씨앗 공포증

어휴 굉장히 피곤하네요..

요즘 이상하게 컨디션이 참 구립니다..

영양제라도 챙겨먹어야 하나..

몸 상태가 안 좋지만 이렇게 괴담을 퍼오는 저..

수고했다고 댓글 좀 달아주시면 참 좋을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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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감하시고 재밌게 읽으셨으면 댓글 아시죠? ^^


와하하하, 와하하-

소리만 들으면 여느 아이들이 재밌게 놀아대는 것 같다.

물론 나와 친구들은 재밌게 놀던 중이었다.

하지만 우린 누구 하나를 잡아놓고 괴롭히며 놀고 있었다.

형석? 영섭? 대충 그런 이름을 가진 아이였다.

길거리에 떨어진 사탕을 털지도 않은 채 입에 넣곤 우물거리던 아이, 머리카락에 커다란 땜빵이 나 있고 늘 까까머리인 채로 꾀죄죄하게 다니던..

여름이면 땟국물이 흘러 누가 봐도 그 사는 모양새를 알 수 있었던 아이.

사회인이 된 지금은 염치라는 게 있어서 안 그런 척 살지만, ‘어린 마음에 그만’이란 핑계를 대고 그때의 우리를 설명하자면 형석이를 집단으로 괴롭히며 장난감처럼 다뤘다.

숨 쉴 틈만 주고 계속 분무기를 얼굴에 칙칙 뿌려댄다거나, 마을회관 앞의 선인장에 손가락을 쿡쿡 찔러보게 한다거나..

그야말로 동심의 타를 쓴 소악마였다고 하면 말이 맞을련지.


그 날도 와하하, 웃으며 평소처럼 형석이를 괴롭히며 놀고 있었다.

컴퓨터도, 비디오도 없던 시절이었다.

여자애들이 하는 고무줄 놀이에 끼어들어 고무줄을 가위로 자르고 도망가는 것도 질렸던 당시에 우리가 저지를 수 있는 일탈이자, 즐길 수 있는 오락은 형석이를 대상으로 하는 짓궂은 장난, (부끄러운 말이지만 당시 우리는 그 놀이를 ‘마루타’ 놀이라고 불렀다.) 그뿐이었다.


“야, 똑바로 대라고 캤다이가.”


“민재야, 아프다. 아프다.”


“피하지 마라, 눈 맞는다.”


민재라는 놈은 우리 골목대장으로, 우리보다 키가 한 뼘은 더 컸다.

나와 대준이는 뒤에서 한쪽 팔씩 붙잡고 형석이가 도망가는 걸 막고 있었다.

흡사 고문하는 꼴… 민재는 그런 형석이에게 딱밤을 줄줄이 놓고 있었다.


빡!


민재란 녀석은 덩치에 걸맞게 힘도 장사였다.

망치로 못이라도 박는 것 같은 굉장한 소리, 순간 대준이와 나도 움찔했다.


“윽, 윽.”


세 번만에 형석이는 비죽 울음을 터트리고야 말았다.

그와 동시에 팔을 거세게 흔들며 우리에게서 벗어나려고 애썼다.

행여나 마을 어른들에게 일러바칠까 우린 더욱 이를 악물고 형석이를 붙잡았다.

민재는 형석이의 멱살을 팍 잡더니,


“마. 어른들한테 말하면 니 죽는다. 알긋나. 남자가 그것도 못 참나?”


형석이는 눈물을 뚝뚝 흘리며 울고 있었지만 더는 반항하지 않았다.

민재의 멱살 다음엔 주먹이 대여섯방은 날아올 것을 경험으로 체득한 탓이었다.


시간이 얼마간 지나고 하늘이 노랗게 물들었다.

밥 짓는 연기가 피어오를 때면 우리도 각자 집으로 들어가겠지만, 형석이네 집에선 밥 연기가 피어오르는 걸 볼 일이 없었다.

형석이는 집 나간 엄마 대신 아빠와 단둘이 사는 집이었고, 그 아빠마저 술에 곯아떨어진 주정뱅이였기 때문이다.


그나마 아빠자 젊을 적 쌓아놓은 공덕이 있어 마을 주민들이 밥이며 김치며 형석이가 굶어 죽지는 않을 만큼 늘 보자기에 싸서 슬며시 밀어 넣어주곤 했다.

그럼 언젠가 넌지시 담장 너머로 형석이 집을 훔쳐볼 때 형석이는 그 김치를 죽죽 찢어 밥에 걸쳐 먹으며 배가 잔뜩 불러있는 것이다.

모두 배고픈 시대라 우리도 한 톨이 아까운데 형석이네는 품앗이도 않고 밥을 저렇게 먹으니 심통이 난 것도 형석이를 괴롭히는 데 일조했을지 모른다.


아무튼, 우리도 밥 시간을 앞두곤 형석이를 괴롭히는 일이 드물었다.

대준이, 민재, 나는 논둑에 나란히 앉아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특이한 점은 그렇게 매일 괴롭힘을 당하는데도 형석이는 우리가 집에 가라고 하기 전엔 집에 들어가지 않았다.

우리가 아니면 그나마 또래가 없었기 때문인지 몰라도.

(학교의 또래라 봤자 우리 위로는 중학교에 진학할 형, 누나들이었다.)


그 날도 형석이는 약간 떨어져서 혼자서 한 발로 총총 뛰며 놀다가, 돌 몇 개를 주워다 공기놀이를 하다가, 별안간 논을 기어 다니는 우렁이들을 잡겠다고 우리 앞을 얼쩡거리기 시작했다.

헌데 잘 안 되는 모양이라서, 형석이는 웃통을 휙 벗어제끼더니 이윽고 바지마저 쑥 내리곤 거시기를 덜렁거린 채로 논을 헤집어대는 게 아닌가.


민재는 또 한바탕 하려는 듯 일어섰지만, 밥 먹기 전에는 건들지 않는다는 평소의 관행이 있던 터라 내가 민재를 만류했다.

민재는 골목대장이었지만 유독 내 부탁은 잘 들어주었다.


그러나 나도 천사표는 아닌 모양이라, 뭔가 장난 거리가 없나 주변을 살펴보다가 민들레 씨앗처럼 생긴 가벼운 씨앗들이 촘촘히 날개 달고 박힌 풀 한 송이를 발견했다.

뚝 떼어 손에 들고 난 우렁이를 잡느라 열중하고 있는 형석이 등 뒤로 후- 불었다.

씨앗이 날개를 달고 유유히 날아가더니 형석이의 등에 따닥따닥 잘도 붙었다.


"이힉!"


그 순간에, 형석이는 마치 경련하듯 몸을 꿈틀거리더니

'무슨 일이 있었나?' 하는 표정으로 뒤를 살피다 다시 우렁이를 잡기 시작했다.

씨앗은 갈고리를 펼치듯…. (도깨비풀처럼말이다.) 피부에 잘 달라붙어 있었다.

그걸 본 대준이도 어느새 멀찍이서 그 풀을 여러 송이 따오더니만, 한꺼번에 왕창 불기 시작했다.


"아학학, 하핫."


백 개는 넘어 보이는 씨앗들이 유유히 날아가 형석이의 등에 따닥따닥 붙었다.

그때마다 형석이는 몸을 꿈틀거리며 간지러운 듯 웃음을 참지 못했다.

마치 춤을 추듯 몸을 이리저리 비틀며 우렁이를 잡으려고 애쓰는 모습…. 사실 지금 생각하면 소름이 돋지만, 그땐 그저 재밌고 우스꽝스럽다고만 여겼다.

밥 짓는 연기가 스멀스멀 이미 올라오고 있었는데도 우린 깔깔 웃으며 그 민들레를 닮은 씨앗 식물을 여기저기서 뜯는 데 열중했다.

곧 밥 먹을 시간이란 것도 잊은 채, 이 시간엔 형석이를 잘 안 건드리던 관습도 잊은 채, 우린 결국 해가 지도록 후-후- 하고 씨앗을 형석이에게 불어댔고, 형석이는 그때마다 어쩔 줄 몰라했다.

그 날 밤늦게 집에 들어간 대준이, 나, 민재는 각각 집에서 엄하게 혼이 났고 특히 난 그 날 시간도 못 지키는 놈이 밥그릇은 어떻게 지키겠느냐며 굶어야 했다.


다음 날이었다.

형석이는 결석했다.

원래 학교에 와도 땡땡이는 자주 치던 녀석이지만, 보통 술에 절어있던 형석이 아버지로부터 연락이 온 건 처음이었다.

웬일인지 멀쩡한 정신으로 '형석이가 아파서 학교에 못 갑니더.' 라고 전화를 했다는 것이다.


선생님은 걱정되는 표정으로, 우리에게 뭔가 짐작이 가는 일이 없느냐고 물어왔다.

있을 턱이 있나. 우린 잘 모르겠다고 이구동성으로 대답했다.

정말 몰랐다. 감기겠거니 생각했으니까.

우린 형석이가 꾀를 부려 학교에 안 나오려고 한다고 여겼다.

민재는 주먹으로 뼛소리를 우둑우둑 내면서 '이 자슥 오늘 함 보자' 하곤 잔뜩 벼르고 있었다.


학교를 마치자마자, 우리는 형석이네 집으로 걸어갔다.

민재가 엎드리고 그 위에 가장 가벼운 대준이가 슬쩍 올라섰다.


형석이네 담장 안을 살펴보기 위해서다.


"아핫핫핫핫! 히히힉! 히힛!"


담 너머로 살며시 형석이의 웃음이 들려온다.

대준이는 신발장을 슬쩍 살피더니 형석이의 낡은 신발 하나만이 있다는 걸 알려줬다.

우리는 암벽을 타듯이 한 명 한 명 담을 넘은 다음 형석이 소리가 들리는 방문 앞으로 다가섰다.


"히히힉. 히힉. 으헥헥."


미친듯한 웃음소리, 뭘 그렇게 깔깔대는지….


우린 학교를 농땡이 부리더니 속이 고소해서 웃는 줄로만 알았다.

민재가 " 이 새끼야, 학교 안 나오니 그래 좋더나 "  하면서 문을 발칵 열었을 때 우린 아연실색했다.


"우힉힉……. 민재, 우힉힉…. 대준이, 하학,하학…."


차마 내 이름까지는 못 부른 채 숨을 헐떡이고 있는 형석이.

웃는 게 아니었다.

형석이는 신이 나게 웃고 있는 게 아니었다.

형석이는 꺽꺽 넘어가는 숨을 삼키고 있었다.

'학,학,학,학,' 금방이라도 산소 부족으로 죽을 것처럼 내쉬는 숨…. 마치 붕어를 물 밖에 던져놓은 것 같은 표정으로 형석이는 헐떡대고 있었다.

웃는 소리가 아니라, 가쁜 숨을 내쉬는 소리였다.

힉,힉, 하는 웃음은 웃음이 아니라 숨이 넘어가는 소리였다.

그제야 나는 내가 처음 날린 씨앗에 '이힉!'하고 몸을 꿈틀거렸던 형석이의 모습이 머릿속을 지나가며 아찔한 생각이 들었다.

민재도 형석이의 모습을 보더니 얼굴이 하얗게 질려선,

"니 많이 아프나? 감기가? " 하면서 어울리지 않게 걱정하는 투로 물었다.


"학,학학!! 학학… 등, 등, 등… 등… 등에… 등…."


등? 우리는 다가가서 형석이의 어깨를 붙잡고 살며시 형석이를 일으켰다.




"으악! 씨바!"


대준이는 놀라서 천장에 머리가 닿을 정도로 튀어 올랐다.

민재와 나도 경악하긴 마찬가지였다.

등에 콩나물을 닮은 뿌리가 솟고 있었다.

다닥다닥, 콩나물 길이만큼 자라난 그 뿌리들은 얇은 살을 뚫고 다른 살로 튀어나와서 다른 콩나물과 얽히고 설키는 듯 서로 물고 물리며 형석이의 등을 가득 덮고 있었다.

마치 등에 꼬불꼬불 라면이 자라는 것 같았다.


"학, 학, 학! 살려줘."


살려줘.

매일 그렇게 괴롭히면서 형석이로부터 살려달란 말을 들은 건 처음이었다.

아무리 때려도, 아무리 괴롭혀도 '하지 마라,' '아프다' 가 전부던 형석이가 우리에게 '살려달라'고 말했다.

자세히 보니 등에는 우리가 후- 하고 불었던 씨앗들이 콩나물만큼 자란 것도 있고 아직 등에 달라붙어 있기만 한 것도 있었다.


"으으! 야, 좀 참아라!"


민재가 엄지와 검지로 집게 삼아 씨앗 몇 개를 떼기 시작했고 나와 대준이도 해본다고 옆에서 몇 개씩 뜯어냈다.

하지만 역부족이었다. 우리가 그 날 해가 저물 때까지 형석이에게 불어넣은 씨앗은 어림잡아 수천 개가 넘었을 테니까.

그 주변에 있던 씨앗이란 씨앗은 모두 따다가 불었던 탓이다.


"학, 학! 살려줘! 학…. 으학학…."


한 번 고통을 느낄 때 형석이가 몸을 뒤흔들면 나는 물론이고 천하장사인 민재마저 나뒹굴었다.

평소에 이런 힘이 있었으면 우리가 형석이를 괴롭힐 순 없었을 것이다.

형석이는 눈이 뒤집어져선 언제부턴가 우리의 손길마저 거부하기 시작했다.

씨앗을 불던 날 형석이는 알몸이었다.

그 생각에 우리가 억지로 억지로 형석이의 바지만이라도 벗겨내 보니 상태는 생각하는 것보다 최악이었다.

형석이의 전신에 조금씩 뿌리가 돋아나고 있었다. 


"엉엉, 꺽, 꺽…. "


고통에 겨워 눈물을 흘리면서도 계속되는 경련이 형석이를 괴롭혔다.

형석이는 우는지 웃는지 모를, 그러나 세상에서 가장 비참한 소리로 우리의 맘을 긁어댔다. 이번만큼은 '어른들한테 말하면 죽는다'고 윽박지를 수가 없었다.

우리는 당장 달려나가 어른들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그 날 저녁 동네에선 밥 짓는 연기가 피어오르지 않았다.

동네 주민이란 주민은 모두 형석이 집에 모여 형석이를 지켜봤기 때문이다.

평소엔 이런 관심이 전혀 없었지만 형석이의 기괴한 모습이 입소문으로 퍼지는 순간 다른 의미에서의 관심이 폭발한 것이다.




"죽여줘! 죽여줘!"


'살려줘'가 어느새 '죽여줘'로 변한 지 수 시간째.

포장을 뜯은 라면이 저런 생김새일까 싶을 정도로 꼬불꼬불한 흰색 돌기가 형석이의 온몸을 덮었다.


"형슥아, 참아래이! 참아래이! 니 낫고자 하는기다! 참아야 하는기다!" 


정원사가 쓸 법한 가지치기용 가위를 들고 온 아저씨가 하얀 돌기를 잘라내기 시작했다.


그 순간 불지옥에 떨어진 악마가 낼 법한 소리로 형석이가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우아아아아아!!"


땅바닥에 이리저리 흩어진 뿌리조각을 누군가 들고 나와서 사람들이 만져보기 시작했다.


딱딱하다, 마치 뼈와 같다.. 이런 게 형석이의 전신을 휘감고 있는 건가.


"아가 와 이카노, 이기 무슨 병이고? 세상에 우짜믄 좋노…. 누가 이랬노…."


어느 할머니의 안타까운 외침에 나와 민재, 대준이는 고개가 절로 숙어졌다.

그러나 끝까지 형석이는 우리 탓은 하지 않았다.




"…… 죽읏다. 가뿟다…."


억지로 억지로 뿌리를 잘라내고 맥을 겨우 짚은 의원 할배의 말에 사람들은 혀를 끌끌 찼다.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관세음보살 소리가 내 귓속을 울려댔다.


시간이 지난 지금, 형석이의 얼굴조차 알아보기 힘들었다.

전신을 휘감은 하얀 돌기 사이로 툭 튀어나온 두 발 (그 발마저도 온전치는 않았지만)만이 형석이의 상체는 저기고, 하체는 저기구나… 하고 가늠하게 해주었다.

어머니께서도 혀를 차시다가 내 눈을 가리셨다.


"저런 거 보는 거 아이다."


'어무이, 전 처음부터 끝까지 다 봤는데요….'



다음 날 우리가 학교에 간 사이 형석이의 시신은 동네 어른들이 수습해서 뒷산에 묻었다고 했다.


형석이 아버지는 형석이 묻으러 가는 길에 나타났으나… 나무에 목을 매단 상태로 나타났다.


두 부자는 그렇게 하루를 앞뒤로 이승을 떠났다.





그 뒤로 오래 시간이 흘러… 나는 도시에서 대학까지 공부하고, 평범한 여자를 만나 예쁜 딸을 낳고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삶을 살아간다… 라는 게, 지금까지의 이야기다.


"아빠! - 여기가 아빠 어릴 적 살던 곳이야? 할머니랑 할아버지랑?"


“어떻노. 경치 좋제? 시골이 역시 좋다니깐… 여기 펜션 차려도 잘 되겠다."


운전하던 중에 고향 마을에 다다르자 나도 모르게 옛 생각을 했구나.

형석이인지… 영섭이인지… 이젠 남아있지 않을 이름…


"근데 아빠! 여긴 4월인데 아직 눈이 안 녹았네?"


딸의 말에 뒷산을 살펴보니 말 그대로 아직 설산이 하얗다.


"어? 뭐고. 진짜네."


"아빠, 차 좀 세워봐! 나 디카 시험할 겸 산 좀 찍게요!" 


"그래라 그러면."


나는 가다 말고 차를 잠시 세웠다.

나도 좀 멀찍이서 고향 마을을 바라보고 싶은 맘도 있고… 


"후아! 공기 좋고!" 


먼저 내린 딸이 두 팔을 벌리며 공기를 들이마시더니, 열심히 디카 셔터를 누르기 시작했다.

나도 곧이어 내린 다음 마을 쪽을 보며 담배 한 개비를 물려는데…


 - 하하하하 -


마을 사람들이 웃는 소리가 들린다. 잔치하나…?


- 하하하하 -


어지간히 기쁜 모양이다. 사람들 박장대소가 이렇게 멀리까지 들리는 걸 보면.



- 하, 하, 하, 하 -




"……"




난 손에 들고 있던 담배를 그만 떨어뜨리고 말았다.



- 학,학,학,학!! 학,하학! -



"디카 꺼라! 빨리 차에 타라! 빨리!"


"왜?"


"타라 안 카나!! 빨리 타라!"



한 입으로 두말 한다며 구시렁대며 딸은 차로 기어들어갔다.

귀를 기울여보니… 소리는 점차 커지고 있다.

웃는 소리가 아니다.




- 으하학,학,학,꺽,꺽! -




이 소리는.. 형석이가 내던 숨넘어가던 소리다.

부자연스러운, 웃는 것도 우는 것도 아닌 소름 돋는 절규…

정신이 아득해지려는 순간 딸내미가 차 밖으로 별안간 튀어나왔다.



"아빠! 눈 오는데?"


하얀 싸라기눈이 4월에 갑자기 왜… 라고 생각하며 눈발을 바라보는 순간 나는 온몸에 소름이 쫙 돋았다.


씨앗이다.



"씨발, 빨리 차에 들어가라 안 캤나!"



나는 좌석에 타면서 딸을 집어 당겨 차에 억지로 태우고 시동을 걸었다.

딸은 미처 끄지 못한 디카를 만지작거리며 사진 보관함의 사진을 보고 있었다.

나는 디카를 낚아채듯 빼앗아 사진보관함에 찍힌 뒷산을 확대해봤다.


' 맙소사 '


뒷산은 눈으로 덮인 산이 아니었다.

뒷산을 뒤덮고 있는 건… 하얀 뿌리, 형석이의 몸에 돋아났던 그것과는 비교도 안 되는 정도의 뿌리가 산을 하얗게 덮고 있는 것이었다.

이 씨앗비는 저 산으로부터 흘러나오고 있는 것이다.

수십만? 수백만? 아니 어쩌면 수억 개에 달할지도 모르는 이 씨앗비…

마치 형석이를 괴롭히던 우리 3인방이 형석이 뒤에서 씨앗을 후후 불던 그때처럼 형석이가 묻힌 저 산이 마을과 세상을 향해 씨앗을 후후 불고 있다.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


나도 모르게 어릴 적 동네 할머니들이 읊조리던 불경을 외면서 나는 후진을 시작했다.

이곳을 빠져나가야 해.



"이힉!"




그 순간 옆자리에 있던 딸이 웃기 시작했다.


아니, '형석이'가 웃기 시작했다.





출처 : http://todayhumor.com/?bestofbest_1676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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