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고 싶은 날이 있습니다」

나는 그동안 너무 알맞게 익기만을 기다리는 빵이었습니다. 적당한 온도에서 구워지기만을 기다리는 가마 속의 그릇이었습니다. 알맞고 적당한 온도에 길들여진 지 오래되었습니다. 오븐 같은 공간, 가마 같은 세상에 갇힌 지 오래되었습니다. 거기서 벗어나는 날이 있어야 합니다. 산산조각 깨어지는 날도 있어야 합니다. 버림받는 날도 있어야 합니다. 수없이 깨지지 않고, 망치에 얻어맞아 버려지지 않고 어떻게 품격 있는 그릇이 된단 말입니까. 접시 하나도 한계 온도까지 갔다 오고 나서야 온전한 그릇이 됩니다. 나는 거기까지 갔을까요. 도전하는 마음을 슬그머니 버리고 살아온 건 아닌지요. 적당히 얻은 뒤부터는 나를 방어하는 일에만 길들여진 건 아닌지요. 처음 가졌던 마음을 숨겨놓고 살고 있지는 않은지요. 배고프고 막막하던 때 내가 했던 약속을 버린 건 아닌지요. 자꾸 자기를 합리화하려고만 하고 그럴듯하게 변명하는 기술만 늘어가고 있지는 않은지요. - 도종환, 『그대 언제 이 숲에 오시렵니까』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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