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 같은 사랑 그리운 날엔 / 양광모
운명 같은 사랑 그리운 날엔
뿌리마저 뽑아들고 동쪽바다 성끝마을
슬도(瑟島)로 가자
눈 기둥처럼 흰 등대
우뚝 서 있고
흐린 날이면 비가
맑은 날이면 파도가
슬픈 사랑의 노래, 365일 비파(琵琶)로
연주하는 곳
이따금 섬 뒤편으로 날아드는
갈매기 두 마리,
우산 속에 몸 가리고 날개 부비면
등대의 심장에도 붉은 피 돌아
먼바다 돌고래 떼 가슴께 까지 불러들이는 곳
결국에야 갈매기 떠나고 나면
또 한 사연 현무암 바위에
작은 구멍 되어 새겨지고
바람 부는 날이면 수 만개의 구멍
일제히 잔울음 터뜨리는 곳
운명 같은 사랑 그리운 날엔
슬도 바위에 앉아
흰 새 되어 기다려 보라
가을 아침처럼 다가와
꺼지지 않는 불빛
가슴속 등대에 밝혀놓는 사람 있으니
그대, 다시는 돌아오지 못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