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당히 흥미로운 기사(참조 1)다. 터키가 주변에 온갖 문제를 일으키고 주변 모두를 적으로 돌리고 있어도 미국이 "이놈!"하고 혼내지 않는 이유를 러시아가 분석했기 때문이다. 결론부터 말해 보자. 미국 입장에서 강한 터키가 필요하다. 터키보다 더 질이 나쁜(...) 국가들을 제어하기 위해서다.
1. 러시아
터키가 남부 코카서스 지방을 휘젓게 놔둠으로써 러시아가 유럽에 신경을 집중하지 못 하도록 만들 수 있다. 도시 젊은이들이야 미국의 영향권 아래에 있지만, 여전히 다수를 차지하는 시골 인심은 이슬람의 보호자, 에르도안에게 더 끌리게 되어 있다.
2. 중국
터키가 중앙 아시아의 각종 "스탄" 국들을 휘젓게 놔둠으로써 중국을 괴롭힐 수 있다. 지하드 전사가 많아질수록 중국 서부가 취약해지기 때문이다. 신장-위구르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을 것이다.
3. 이란
터키와 이란을 싸움 붙이는 것이 아니다. 아르메니아-아제르바이잔 전쟁에서 드러났듯, 터키가 아제르바이잔을 무한정 지원함에 따라 거의 터키의 종속국가화 된 아제르바이잔은 물론 이란 내부의 아제르바이잔계 인구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시킴으로써 최소한 이란을 제어할 수 있었다.
4. 유럽
에르도안이 마음대로 유럽에 큰소리 칠 수 있도록, 폰 데어 라이엔에게 소파를 제공하지 않음으로써(참조 2) 유럽이 믿을 곳은 미국 밖에 없음을 더 부추기게 만들었다. 터키가 마음만 먹으면 난민을 다시 대량으로 보내거나 해안가(참조 3)에서 그리스와 (우발적인?) 전투를 개시할 수 있다.
5. 기타등등
가령 미국이 빠져나가는 아프가니스탄도 터키가 개입할 수 있을 것이다(참조 4). 우크라이나에 대한 원조도 터키가 할 수 있을 것 같다. 한편 터키도 바이든이 결국은 터키를 소중이 여기리라 자신하고(...참조 5) 있다. 그래서 결론은 무엇이냐, 미국이 과연 터키를 통제할 수 있을까?이다.
이렇게 놓고 보면 미국이 상당히 터키를 갖고 위험한 게임을 하고 있다고 봐도 좋을 텐데, 미국이 마음 먹는다면야 얼마든지 터키를 "이놈!"할 수 있을 테니 일단은 모두의 불만을 그냥 참게 한 채로 상황이 흘러가기를 바랄 것이다. 에르도안은 마음껏 계속 주위를 적으로 만들 수 있을 테고 말이다. 그렇다면 어디서부터가 시작일까?
터키의 아르메니아인 학살(참조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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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조
1. 사진도 이 기사에서 가져왔다. США терпят турецкую наглость из-за России(2021년 6월 29일): https://vz.ru/world/2021/6/29/1106350.html
2. 소파 게이트(2021년 4월 8일): https://www.vingle.net/posts/3650913
3. 그리스와 터키(2021년 5월 18일): https://www.vingle.net/posts/3719609
4. 이미 시작됐다. US Says Biden, Erdogan Agreed on Afghanistan, But S-400 Issue Unresolved(2021년 6월 17일): https://www.voanews.com/usa/us-says-biden-erdogan-agreed-afghanistan-s-400-issue-unresolved
5. Biden must pull himself together on ties with Turkey(2021년 6월 17일): https://www.dailysabah.com/opinion/columns/biden-must-pull-himself-together-on-ties-with-turkey
6. 동 백악관 성명서에는 터키라는 단어가 등장하지 않는다. 오토만 정권이라고만 되어 있다. Statement by President Joe Biden on Armenian Remembrance Day(2021년 4월 24일): https://www.whitehouse.gov/briefing-room/statements-releases/2021/04/24/statement-by-president-joe-biden-on-armenian-remembrance-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