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은 역시 우주선이죠(참조 1). 영어권의 재벌들이 차례로 우주여행을 시도하거나 하는 등 이제 민간 부문의 우주 진출이 본격화됐다고 하는데(이 현상을 NewSpace라 부른다), 짤방(참조 2)의 르몽드 기사는 독일에서도 이 우주 스타트업이 생겨났다 알리고 있다.
사실 독일이 로켓 개발을? 하면 당연히 폰 브라운의 V2를 생각하실 일인데, 독일은 냉전 와중에서도 거하게 사고를 한 번 친 적이 있고, 의도적인지는 모르겠으나 대체로 침묵하는 사건이 하나 있다. OTRAG(Orbital Transport- und Raketen Aktiengesellschaft) 사건이다.
때는 1970년대 후반부, 독일의 항공엔지니어이자 로켓과학자, Lutz Kayser(1939-2017)가 1975년 OTRAG이라는 회사를 하나 세운다. 그의 목표는 당시 유럽에서 개발이 한참이던 아리안 로켓의 저렴한 대안이었다. 게다가 그의 회사는 프랑스 정부가 주도하던 아리안과는 달리 그냥 민간 기업이었는데... 당시가 1970년대 후반이었다는 사실을 기억하시라. 미국과 프랑스, 소련이 안 좋아했고, 심지어 서독 정부 자신도 이 계획을 대단히 우려한다.
그래서? 그는 콩고민주공화국으로 향한다. 거기서 동독 너비만한 토지를 그에게 임차해 준 것(참조 3)인데, 제아무리 해외에서 실험한다 하더라도, 독일인이 만든 로켓이다. 초강대국들의 그만두라는 압박은 계속된다. 현재 EU의 전신 중 하나인 서유럽연합(WEU) 조약상(현재는 리스본 조약에 포함돼 있다) 독일은 군용 로켓 류를 개발하면 안 되는 국가였다.
그런데? 1981년 OTRAG은 초강대국+콩고 주변국들의 압박 때문에 테스트 장소를 옮긴다. 어디로? 하필이면 카다피 치하의 리비아다. 루츠 카이저 자신은 미국으로 옮겨와서 살다가 사망한다. 이런 이력을 기억하고 있으니, 독일에서 로켓/우주산업 스타트업이 생겨난다고 하여 놀랄 일은 아니다.
대표적으로 거론된 곳은 Isar Aerospace Technologies GmbH(참조 4), 그 외에도 몇 군데 더 있는데, 냉전이 종료된 지금은 당당히 독일 내부에서 제조하고 있다. 그것도 바이에른에 두 곳이나 있고, 거론된 세 회사 모두 독일연방정부로부터 자금(대략 350억원)도 받았다(참조 5). 실험장소도? 물론 독일이다. 북해안에다 설치할 예정.
Isar의 Daniel Metzler(29세!)에 따르면 "결국 인공위성도 전자제품화"된다(참조 5)고 한다. 즉, 위성이 그만큼 흔해진다면, 현재 신발 상자만한 위성을 대단히 저렴하게 쏴올릴 수 있는 로켓 수요가 올라갈 테고, 자기들이 그걸 공급하겠다는 이야기다. 말인즉슨 ESA 아리안 로켓의 경쟁이 아니라 보완적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러니까 자신의 로켓은 "작은 택시"이고, 아리안 로켓은 "버스"다.
문제는 프랑스가 그의 인식을 공유하고 환영하지 않는다는 점에 있겠다. 1970년대처럼 안보 때문이 아니라, 아리안 로켓과의 경쟁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는 위기의식이다. 물론 독일이 ESA에도 거액의 예산을 주고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프랑스보다 분담금을 더 많이 내고 있다). SpaceX가 경쟁자라고는 하지만, 결국 독일은 아리안 혹은 특히, 베가의 몫(참조 6)을 가져가려 하는 것이 눈에 보인다.
물론 프랑스에서도 로켓 스타트업들이 몇 군데 생겨나고 있기는 한데(당장 소규모 인공위성 25개 띄우는 걸 목표로 하고 있는 Kinéis가 생각나지만 르몽드 기사에서 언급되진 않았다), 르몽드 기사(참조 2)는 상당히 우려스러운 느낌으로 쓰여져 있지만, 뭐든지 호들갑을 떨며 우려하는 것 또한 프랑스의 종특이기는 하다. 이미 알아서 할 일 다 하고 있던데 말이다(참조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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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조
1. Wednesday in Space라는 킥스타터 드라마 프로젝트가 있기는 하다. https://www.facebook.com/wednesdayinspace/
2. En Allemagne, les futurs « microlanceurs » rebattent les cartes du spatial européen(2021년 7월 19일): https://www.lemonde.fr/economie/article/2021/07/19/en-allemagne-les-futurs-microlanceurs-rebattent-les-cartes-du-spatial-europeen_6088708_3234.html
3. Billiger Träger aus dem Busch(1979년 2월 23일): https://www.zeit.de/1979/09/billiger-traeger-aus-dem-busch/komplettansicht
4. ISAR 홈페이지, 뮌헨에 있다 : https://www.isaraerospace.com/spectrum.php
RFA(Rocket Factory Augsburg) 홈페이지, 아우크스부르크에 있다 : https://www.rfa.space/
HyImpulse 홈페이지, 노이엔슈타트에 있다. : https://hyimpulse.de/
5. Von Bayern aus ins Weltall(2021년 1월 10일): https://www.zeit.de/wirtschaft/2021-01/new-space-isar-aerospace-satelliten-raumfahrt-unternehmen-bmwi-deutschland/komplettansicht
6. Stefan Barensky : L'Europe se divise sur la conception d'un nanolanceur(2021년 4월 11일): https://www.lexpress.fr/actualite/sciences/stefan-barensky-l-europe-se-divise-sur-la-conception-d-un-nanolanceur_2148480.html
7. Lancement de Blast, un programme dédié aux start-up de la défense et de l'aérospatial(2020년 11월 26일): https://www.lefigaro.fr/societes/lancement-de-blast-un-programme-dedie-aux-start-up-de-la-defense-et-de-l-aerospatial-20201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