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 가이: 게임 NPC가 된 라이언 레이놀즈와 SF의 오랜 질문

[리뷰] <프리 가이> 괜찮은 오락 영화... 게이머라면 흥미로울 요소 많아


* 주의: 별도 표시된 지점 이후로 <프리 가이>의 스포일러를 일부 포함하고 있습니다.


실로 야속한 나날이다. <모가디슈>, <블랙 위도우>,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 등 극장에 재밌는 영화가 줄줄이 걸리고 있다. 평소 같으면 날도 더우니 극장으로 피서 가자고 능청을 부리겠지만, 시국은 여전히 하수상해서 어디 나가는 것 자체가 죄짓는 듯 찔린다.


<프리 가이>는 꼭 극장에서 봐야만 할 것 같았다. 가상의 샌드박스 MMORPG '프리 시티'에서 NPC가 계획에 없던 사랑에 빠지고, 저작권을 되찾기 위해 노력하는 게임 개발자들과 손잡는 영화다. 개인적으로, 또 직업적으로 꼭 보고 싶었다. 그것도 큰 화면으로. <스타크래프트 2>의 광전사처럼 버틸 수가 없었다. 


먼저 감상한 결과를 써놓으면, 독자의 선택에도 도움이 될 것 아닌가? 게다가 <프리 가이>는 한국에서 가장 먼저 정식 개봉했다. 




# 바쁜 독자를 위한 결론: 재밌음.


<프리 가이>는 괜찮은 오락 영화다. 게이머라면 아주 흥미롭게 볼 요소가 곳곳에 들어있으며, 액션도 시원해서 극장 스크린으로 봄직하다. <레디 플레이어 원>보다 가벼우면서 SF 전통의 고민을 잘 가져간다. 주인공 가이를 연기한 라이언 레이놀즈 풍의 코미디를 좋아한다면, 주저할 필요 없다. 그렇지만 아쉬운 지점도 없진 않다.


가상 세계 '프리 시티'의 가이의 직업은 은행원이다. 매일 아침 금붕어와 인사를 나눈 뒤 파란색 유니폼을 차려입고 커피 한잔 테이크아웃해서 회사로 향한다. 일터는 바람 잘 날 없다. 선글라스를 쓴 히어로, 즉 프리 시티의 플레이어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은행을 털러 오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가이는 '몰로토브걸'이라는 닉네임의 여성 캐릭터에게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프리 시티 세계에서 가이가 그녀에게 말을 걸 방법은 없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히어로의 선글라스를 노획하기에 이른다. NPC(Non Playable Character)가 PC(Playable Character)로 새로 태어나는 순간이다. 


가이가 새로운 세상을 만끽하면서, GM 키스는 중차대한 버그를 발견한다. 프리 시티의 세계는 시한부로 더 큰 비밀이 도사리고 있다. 

영화를 풀어나가는 게임 속 몰로토브걸과 가이. (출처: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 자, 스포 입장! 


* 주의: 여기서부터 <프리 가이>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비유하자면 <프리 가이>는 ① 게임 세상 속 ② 라이언 레이놀즈가 ③ <트루먼 쇼>를 깨닫고 ④ <매트릭스>를 지켜 나가는 이야기다.


① 게임 세상 속: 게이머라면 <프리 가이>를 보면서 "오 이것은!" 할 만한 장면이 여럿 있다. 텍스트 팝인 현상 등 게임 속 온갖 버그를 모아놓은 버라이즌 광고가 게이머 사이에서 화제였던 것처럼, <프리 가이>에서는 게이머 공감 요소로 채워졌다.


레벨업, 퀘스트 등 RPG의 기본 설정부터 <GTA>의 불타는 도심과 뱃지로 나타나는 지명도, 항상 지루한 일만 반복하는 NPC, 게임에서 무자비한 킬러를 플레이하는 현실의 귀여운 꼬마들, <배틀그라운드>에서 본 것 같은 이모트와 <포트나이트>의 곡괭이 망치까지 알차게 들어있다. 


프리 시티를 서비스하는 '수나미 엔터테인먼트' 사장 앙투안은 <프리 가이>의 빌런이다. 키스와 밀리의 코드를 통으로 베낀 프리 시티를 잘 서비스할 마음은 어디에도 없고, 속편을 만들어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혈안이 된 인물이다. 핵심 악당이 지나치게 순수악으로 그려져 영화적으로는 자연스럽지 않지만, 몇몇 게이머들은 특정 게임 회사의 행보를 떠올릴지도 모르겠다.

게이머라면 흥미로울 요소가 많은 <프리 가이>. (출처: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② 라이언 레이놀즈: <데드풀>에서 본 바로 그 캐릭터가 NPC가 되어 나사가 덜 조여진, 착해 빠진 캐릭터를 연기하는 느낌이다. 특유의 화장실 유머와 촐싹거리는 톤은 그대로다. 그렇지만 신체를 절단하는 등의 파괴적인 액션을 보여주진 않는다. 말하자면 12세 이용가 <데드풀>을 보는 느낌이랄까?


스스럼없이 흑역사 <그린 랜턴>을 파내어 욕한 라이언 레이놀즈 아니던가? 작품의 벽을 능수능란하게 넘나드는 그의 모습은 이번 영화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프리 가이>에서는 MCU가 깜짝 등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라이언 레이놀즈가 언제나의 라이언 레이놀즈라서 지루하게 다가오기도 한다. 살짝 들뜬 듯한 내레이션은 아직 반갑지만, 새롭지는 않다.

<프리 가이>에서도 라이언 레이놀즈는 라이언 레이놀즈한다. (출처: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 SF의 오랜 질문을 거듭하는 <프리 가이>


③ <트루먼 쇼>: 자신의 세계가 오로지 타인의 재미를 위해 축조된 것이고, 주인공이 자유를 찾아 나선다는 점에서 <프리 가이>는 <트루먼 쇼>와 상당히 맞닿아있다. "좋은 하루, 아니 훌륭한 하루 되세요"라는 가이의 입력어는 트루먼의 마지막 대사(좋은 오후, 좋은 저녁, 좋은 밤)와 연결된 듯하다. 짐 캐리나 라이언 레이놀즈나 시종일관 미소를 보이고, 미소를 짓게 만든다.


트루먼은 물 공포증을 주입당했고, 가이는 (마이애미를 배경으로 하지만 물에만 들어가면 죽어버리는 <GTA 바이스 시티>처럼) 바다에 갈 수 없다. 하지만 두 인물 모두 주어진 제약을 이겨내고 바다를 건너 새로운 세계를 찾아낸다. <트루먼 쇼>의 빅 브라더는 시청률에 미친 미디어고, <프리 가이>의 빅 브라더는 게임 회사다. 다행히 <프리 가이>에는 사장 앙투안을 제외하고 게임을 지키려는 조력자들이 존재한다.

<트루먼 쇼>와 <프리 가이>를 함께 놓고 보면 재밌을 것. 사진은 마지막 인사를 남기는 트루먼. (출처: 롯데시네마)


트루먼에게 세트장은 벗어나고픈 덫이다. 그렇지만 NPC인 가이에게 0과 1로 만들어진 게임 세계, ④ <매트릭스>는 자신의 존재 근거다. <프리 가이>의 프리 시티는 앙투안의 마수로부터 지켜야만 할 공간으로 묘사된다. 가이는 짝사랑으로부터 NPC의 틀을 깨는데, 몰로토브걸의 본체인 밀리와 실제로 입술을 나눌 수 없다. 오랜 '물음' 끝에 가이는 순순히 몰로토브걸을 놔준다.


"난 누군가 또 여긴 어딘가"는 SF의 고전적 물음이다. <공각기동대>에서도 <A.I.>에서도 우리는 스스로 사고하는 피조물을 만났다. <프리 가이>의 가이도 프로그래밍 범주를 벗어나 색안경을 얻어내고 전혀 예상치 못한 눈을 뜬 뒤 같은 고민에 빠진다. 가이가 위험을 무릅쓰고 (어쩌면 원작자들이 프로그래밍한대로) 사랑하는 대상을 향해 직진하는 모습에서는 <그녀(HER)>가 오버랩된다.


<프리 가이>의 고민은 라이언 레이놀즈의 다른 영화처럼 가볍게 해결된다. <그녀>에서처럼 인간과 AI 사이에 이루어지지 못할 사랑을 맺기 위해 대리인을 고용하거나, 끝없는 자괴감과 우울에 빠지지 않는다. 가이는 무리하지 않고 자신이 NPC라는 점을 인정한 뒤 게임 세계에 정주한다. 가이에게 진심이었던 밀리도 가이 대신 키스와 키스하면서 '현생'을 챙긴다.

원래 '프리 시티' 세계를 만든 밀리(좌)와 키스 (출처: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 <프리 가이> 끝에 든 생각은...


결국 수나미 엔터테인먼트의 프리 시티는 망해버리고, 키스와 밀리는 자신의 어셋을 바탕으로 '설령 NPC라도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새 게임을 만든다. <프리 가이>가 게임 세계와 현실 세계에서 나란히 이야기를 전개시킨 것은 재밌었지만, 이 지점에서는 어울리지 않았다. 과연 그런 게임을 좋아할 게이머가 얼마나 많을까?


은행 강도 퀘스트에서 '나는 지금 당신의 총을 맞을 수 없다, 오히려 당신을 죽이고 돈을 벌겠다'며 대드는 NPC가 과연 좋은 AI일까? 그렇게 인간과 '진짜' 관계(영화에서는 순간에 충실하면 이루어진다고 말하는 바로 그것)를 맺으려 들면 사용자들은 만족할까? 


지금은 종차별주의(Speciesism)도 낯선데, 미래에 누군가는 종(Specie)으로 분류하기도 어려운 AI와 NPC의 권리를 주장할까? 감독 숀 레비와 제작자 라이언 레이놀즈는 깊이 빠져드는 대신 웃음과 감동으로 일관한다.

(출처: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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