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오는 귀신썰] 산에 들어갈 수 없게 된 이야기 - 2화

연휴는 정말 금방 가는 것 같아

그래도 이제 한 달만 더 기다리면 추석이니까

조금만 더 힘내보쟈

그럼 어제에 이어서 이야기 같이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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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를 졸업한 나는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 영상전문학교에 진학했다.


그 학교 졸업생이 차린 요요기의 작은 영상물 제작 회사에 취직했는데, 이 선택이 안 좋았다. 워낙 영세기업이라 사람이 없다. 사장을 포함해 5명 밖에 없는 회사이므로, 협의로부터 촬영, 편집에 이르기까지 모두 하지 않으면 일이 돌아가지 않는 것이다. 처음엔 모든 제작과정에 매달리는 게 즐거웠지만 입사한 지 3년이 지났을 때엔 점점 고통이 됐다.


특히 영업이 힘들었다.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들어, 대략적인 예산을 전하고, 기획을 취사 선택하여 실현 가능한 프로젝트에 반영한다. 거의 모든 경우에 있어서, 상대방이 원하는 것은 예산을 큰폭으로 넘는 것이며, 이러 저러한 이유로 이 정도의 예산이 필요합니다라고 말하면, 으레 싫은 기색을 보였다.


영세 제작사가 상대하는 고객사는 대개 영상기획 자체가 처음인 중소기업이고, 상대방 담당자는 이것도 저것도 하고 그것도 하고 싶다는 꿈만 부풀어 있어 예산에 갈등을 겪게 된다.


대형 영상제작사의 프로젝트에 참가해서 톱니바퀴의 하나로 편집 정도를 담당하는 편이 상당히 나의 성미에 맞았다.


그날은 어느 중견 프로덕션의 기획회의에 참가하기 위해 도겐자카(道玄坂)의 찻집에 불려갔다. 전체를 총괄하는 역할의 디렉터가 프로젝트의 내용을 각 담당에게 설명해 나간다.


우리 회사는 기쁘게도 편집의 하청이라는 역할이었다. 스스로 기획을 총괄할 필요도 없이, 나름대로의 예산을 확보해서 회사에서 PC를 뚝딱거리는 하청일을 나는 아주 좋아했다.


하청을 받아 수지가 맞는 일은 드물었고, 내가 말하는 것도 그렇지만 나는 일에 몰두하는 타입이라 일을 빠르게, 마감에 쫓기는 일 없이 마감보다 빨리 끝마치고 취미 시간으로 보낼 수 있었다.


그것을 예측하고 상대편이 예상한 작업량은 상당한 볼륨이었지만, 그에 걸맞는 예산도 확실히 해 주었으므로 흔쾌히 승락했다.


프로젝트 내용은 ‘정말로 일어난 심령 영상 100연발’ 같은 흔한 DVD 기획으로, 우리 회사가 맡은 역할은, 제공받은 영상을 무서운 느낌으로 잘 포장시켜, 귀신을 살짝 집어넣는 편집으로 상대방에 납품하는 것이었다.


어린시절에 장렬한 공포체험을 했던 나는 심령계통의 영화나 텔레비전 프로그램 등은 질색이다. 귀신의 집 같은 건 들어갈 리도 없고, 고교나 전문학교 친구들에겐 꽤 바보취급 당했었다. 귀신이 있을지 어떨지 모르지만 무서운 신은 있는 것이다.


예전에 친한 친구 2명이 행방불명된 경험을 한 나는, 그쪽에 관해서는 사라지지 않는 트라우마를 안고 있었다.


하지만 일이 되면 그런 말을 하고 있을 수는 없다. 심지어 기획 자체 픽션도 좋고, 이쪽에서 매달려야 하는 편. 어떻게든 되겠지, 깊게 생각하는 것은 그만두고 DVD대여점에서 심령물의 DVD를 몇개인가 빌려서 회사로 돌아왔다.


촬영 팀으로부터 보내져 온 대량의 영상 소재를 PC에 넣어 확인한다. 이 촬영 팀은 몹시 조잡하게 일을 하는 것 같이 영상은 흔들흔들, 귀신역의 사람 뒤에 스탭의 발이 전부 보이고 있다. 어두운 영상으로 할 텐데 카메라의 감도를 너무 올려 실내가 너무 밝게 비치고 있고, 기타 등등 매우 진부한 영상의 여러가지를 보고 나는 한숨을 쉬었다.


영상이 흔들리면 리얼리티를 느낄거라고 생각하다니 무르다고. 촬영팀도 100편 분량의 영상을 찍느라 급하게 하고 있겠지만, 이래서야 날림도 날림 나름이지.


이 저렴한 영상을 일반 심령 영상으로 가공한다. 화면 전체의 명도를 떨어뜨리고 콘트라스트도 내린다. 푸른 필터를 씌워 어두컴컴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귀신역의 사람이나 불가해한 빛을 잘라내거나 영상에 겹치거나 해 그럴듯하게 한다. 완성된 영상을 클라우드에 올려 디렉터에게 체크받는다. 정정요청에 대응하고, OK라면 그대로 다음에 착수한다.


매일 20시간 가까이 꼬박 편집해 납기까지 일주일 남기고 모든 편집이 끝났다. 나 스스로도 대단한 업무량이라고 생각한다. 나머지는 누구에게 거리낄 것 없이 회사 컴퓨터로 당당하게 게임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일보다 뛰어난 집중력으로 온라인 게임을 하고 있는데 디렉터로부터 전화가 왔다. 수정요청인가하고 혀를 차면서 전화를 받았다. 화면에서는 정지된 게임 화면이 뜨고 있다.


디렉터의 요청은 100연발 이외의 증정 영상을 추가 편집을 해달라는 것이었다. 뭔가 TV 프로그램의 특집용으로 촬영한 영상이 있는데, 프로그램 자체가 취소된 듯 유보되어 있는 영상 소재를 입수했으므로, 그것을 DVD에 수록하고 싶다는 것. 납기는 꽤 남아 있고, 물론 추가 보수도 발생하기 때문에 나는 그 부탁을 기꺼이 받아들였다. 사장한테 보고하고 게임으로 돌아왔다.


그 밤에 퀵으로 도착한 새로운 영상을 확인했다. 역시 TV용 촬영팀이 찍은 영상은 깨끗하고 잡스럽지 않다. 나는 영상의 높은 퀄리티에 텐션이 올라, 그대로 모든 영상들을 확인하기로 결정했다. 밤늦게서야 다 보겠지만 어딘가의 허접한 영상이 지겨워서 깨끗한 영상을 보는 게 즐거웠던 것이다.


영상의 내용은 어딘가의 숲인지 산인지의 심령 스팟에 연기자 몇명과 영매사인 여성분이 들어가, 여자 연기자가 기분이 나빠져 제령을 한다, 라고 하는 흔한 내용이었다.


촬영단계부터 최적의 노출으로 찍힌 영상은 제법 무섭기까지 했다. 카메라 너머로 출연진이 라이트에 비치고 그 너머는 어둠이 깔리고 있다. 그래서 이런저런 일 때문에 사람들이 울음을 터뜨리고 야외 촬영 버스로 돌아가 여자 영매사가 불제를 해도 여기에서는 완전히 제령을 할 수 없으니 절에 가서 다시 제령을 하자는 흐름이다.


섬뜩한 것은 절에서의 제령 씬으로, 정좌하고 목을 늘어뜨리고 끙끙거리고 있는 연기자의 뒤에서 영매사가 불경 같은 것을 외우면서 어깨나 등을 두드리거나 하고 있다.


갑자기 고개를 든 여자가 고개를 빙 돌리는데 그때 여자의 눈이 잠깐 카메라를 보는 것이다. 무심코 보다가 문득 신경이 쓰이는, 여자의 얼굴을 확대해서야 비로소 알 수 있을 정도의 아주 작은 포인트, 게다가 한순간에 일어난 일이라 TV에서 보고 있는 사람은 알아채지 못할 것이다.


그런 사소한 연기를 이 여자가 했을까. 그런 세세한 지시를 디렉터는 내린 것일까. 말하긴 좀 뭐하지만 이건 심령 프로그램이다. 울고 외치는 연기 외에 그런 세세한 연출은 프로그램 전체에 의미가 없을 것 같다.


게다가 여자의 눈이 무서운 것이다. 텅 빈 삼백안으로 시선이 빙글빙글 움직인다. 그리고 순간 카메라를 본다. 확대해서 그 장면을 봤을 때 확 소름이 돋았다. 으악, 소리가 나와 부끄러워졌고 주위를 둘러보며 회사에 있는 것이 나 혼자라는 것을 알고 안심했다. 그와 동시에 조금 으스스해져서 오늘은 그만 돌아가기로 했다.


결과적으로, 편집이 끝나 완성된 덤 영상은 터무니없이 무서운 것이 되었다.「※제령 씬에 겹쳐 주세요」라고 하는 요청이 더해진 음성 데이터는 현장에서 녹음된 것일 것이다,


영매사의 불경과 여자의 울음소리 외에, 아마 스탭의 연기겠지만 「오오…………」라고 하는 영혼의 목소리 같은 것이 들어가 있었다. 그것을 피치를 내려 지연시켜, 마치 영혼의 소리예요라고 하는 식으로 과잉 연출을 하여 영상에 넣는다.


완성된 작품을 회사의 모두에게 보여주었는데 ‘이거 너무 심하잖아요……’라고 동료 가 당황하고, 사장도 ‘아니 굉장하네. 너 재능 있어.’라고 보증하는 솜씨였다. 디렉터의 기분도 좋아 작품을 확인하고 흥분한 모습으로 전화를 걸어왔다.


뒷풀이로 지금까지 가본 적 없는 고급 클럽에 끌려갔다. 아직 흥분하고 있는 모습의 디렉터에게 증정품 영상의 완성도에 칭찬받아 기분이 좋은 나는, 원본 영상이 좋은 완성도였기 때문에 편한 일이었어요라고 겸손을 떨며, 주위에서 치켜세워져 코가 높아져 있었다.


돌아오는 택시에서 궁금했던 것을 물어 보았다. 어떻게 그런 엄청난 영상이 이제서야 입수됐는지.


디렉터는 그것이야말로 자신의 공이라고 자랑스럽게 말하기 시작했다. 그 영상은 수년 전에 찍힌 것으로 그 촬영을 한 회사는 이미 없어졌고 권리 때문에 방송국에 유보되어있던 영상을 받는 데 성공했다는 것. 소장용 영상이므로 저렴하게 손에 넣었다고 자랑했다. 대성공이라고 신이 난 채 우리 집까지 택시비도 지불해 주었고 디렉터는 호텔 앞에서 내렸다.


"손님, 방송국 사람이세요?"


혼자 남자 택시기사가 말을 건넸다.


"좋겠네요. 여배우들도 볼 수 있죠?"


“아니요, 보잘것없는 하청업체 직원입니다.”


"아하, 무슨 일을 하세요?"


“이번에는 미리 촬영된 영상을 무섭게 마무리하는 작업이네요.”


“무서운 느낌? 형사 드라마인가요?”


“아니요, 심령프로예요.”


“아아, 심령 프로그램. 저는 무서운건 좀 어렵네요.”


"저도요. 평소에는 그런 프로 안 보거든요."


"하지만 그렇게 일하면 영혼이 찾아온다고 하지 않아요? 괴담 같은 것도 그렇지만.


“아니 아니, 무서운 소리 하지 마세요. 정말 쫄려요'”


“야아 근데 굉장하네요, 그런 전문직? 컴퓨터 잘 하는 사람은 그걸로 일을 해버리는 거니까.”


네에-하고 적당히 맞장구를 치면서도 마음속에는 영혼이 찾아온다는 말이 걸려 있었다.


결과적으로 DVD는 무사히 발매되어, 그럭저럭 팔린 것 같다. 아마존에서 몇위를 했는지 확인해보니 참담했지만 DVD가게에서는 추천코너에 놓아주었다.


기대했던 매출은 달성한 것 같아 디렉터로부터 몇 번인가 연락을 받고, 앞으로도 잘 부탁한다고 하는 것으로 이 프로젝트는 끝났다.


아마존에서 세부 작품을 보았을 때 출연자 항목에 누구의 이름도 적혀 있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DVD에서 출연자다운 출연자는 마지막 증정품 영상에 나오는 연기자 몇명과 영매사뿐이다.


신경쓸것도 없을까 하고 생각했지만, 신들린 역의 여자 연기자, 키자키 미카의 연기가 박진감이 있었던 만큼 키자키씨로서도 이름은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당연히 내가 어떻게 할 권리는 없기 때문에 가슴이 뜨끔해지는 것만으로 끝났다.


키자키씨도 영매사도 다른 출연자도 나는 그때까지 한번도 본 적이 없었다. 단지 무명일 뿐이라고 생각했지만, 인터넷에서 검색해도 키자키씨는 수년전까지의 활동이 조금 히트했을 뿐. 최근 몇 년간은 어떤 연예활동을 하지 않았다. 그럴 거면 더욱 이름을 냈어야 했지 싶었다.


수일 후, 다시 아마존에서 작품의 순위를 확인해보니 조금 올라가 있었다. 그리고 리뷰가 붙어 있었다. 유감스럽게도 저평가였다. 코멘트의 내용은 “돌아가신 분을 구경거리로 하는 것은 어떨까 생각합니다. 불쾌합니다”라는 것이었다.


돌아가신 분, 도대체 누구 말이지?


심령물이기 때문에 귀신은 당연히 죽은 사람들이지만, 그렇다면 다른 심령물도 마찬가지다. 일부러 이 작품에 그런 코멘트를 하는 것은, 누군가 출연자가 죽은 것일까.


인터넷에서 다시 검색한다. 연기자의 정보가 조금 나오는 것만으로 현재의 모습은 알 수 없다. 영매사의 이름으로 검색하니 공식 블로그가 있었다.


마지막 갱신은 역시 수년전으로 타이틀은 ‘부고’. 내용은 딸이라고 스스로 말하는 사람이 적었고 ‘금번, 어머니, 이가노 토쿠코께서 돌아가셨습니다. 지금까지의 활동에 지원을 해 주신 관계자 여러분께 감사 말씀드립니다’라고 하는 것이었다.


“…….”


죽었다.

도대체 언제? 사인은? 병으로? 사고? 귀신? 거짓말이지?

식은땀이 머리 사이로 흘러내렸다.

동요가 심해졌다.

진정해, 전혀 관계 없어, 우연이야, 자주 있는 이야기다.


불안이 폭발하여 사고가 폭주한다.

진정하라고 빌면서 필사적으로 호흡을 가다듬는다.

블로그를 거슬러 올라간다.

대단한 정보는 없다.


마지막 갱신의 며칠전은 기사가 업데이트 되어있고 강연회를 고지하고 있다.

급사했다는 건가?

마지막 기사, 부고를 알리는 기사의 댓글창을 살펴본다. 수많은 애도 댓글 중에 ‘미카도 실종됐다’는 글이 올라왔다. 블로그가 업데이트된 지 며칠 만의 코멘트다.


"설마……"


입에서 말이 새어나오고 나는 잠시 정신을 잃고 있었다. 정확히는 어안이 벙벙했을 뿐이지만, 깨닫고 보니 회사에 아무도 없었다. 괜히 체면치레할 것 없이 디렉터에게 전화한다. 곧바로 전화가 연결되어 나는 영매사가 죽었다고, 여자 연기자가 행방불명되어 있다고 하는 글이 있었다고 전했다.


디렉터는 "정말?"이라고 말하며 잠시 입을 다문 뒤, 아-하고 귀찮은 듯 신음하더니 "이제 몇 년 전 얘기니까 신경쓰지 마"라고 말했다.


“아뇨아뇨아뇨, 그게 문제가 아니에요. 큰일 나지 않았나요?”


“위험하지 않아 위험하지 않다. 신경 쓰면 지는 거야.”


"저거 팔아도 되나요?"


“그러니까 문제없대. 거기는 나도 방송국 사람에게 확인하고 있으니까. 너 너무 쫄았어.”


디렉터는 완전히 무시하려고 하고 있다. 그런 느낌으로 가볍게 대답하고 “그럼 일때문에, 다음에 봐”라고 하며 전화가 끊겼다.


내가 너무 신경을 쓰고 있는 것일까.

괜찮다는 말을 듣고 좀 가라앉은 것 같지만 아직 뱃속에 무겁게 가라앉는 불안감이 있다. 당연히 디렉터는 편집전의 영상을 본 것이겠지만, 저 제령 씬을 확대해서까지 보진 않았을 것이다. 그 비정상적인 리얼리티는 그것이 정말이었다는 증거가 아닐까.


그리고 완성판에서는 컷 했지만, 그때의 키자키씨의 눈, 그것은 카메라를, 나를 보고 있던 것은 아닐까. 오한이 든다, 떨림이 멈추지 않는다, 이런 생각은 그때 이후 처음이다. 괜찮아, 신경쓰지마, 생각을 너무 한거야,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았어. 아직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잖아. 스스로를 필사적으로 타일렀다.


회사에 있고 싶지 않다.

인파에 섞이고 싶다.

나는 회사를 나와서 시부야 쪽으로 걷기 시작했다.


저물기 시작한 거리는 아직 밝아 약간 불안이 희미해졌지만, 막연한 초조감 같은 감각이 다리를 움직인다. 일을 너무 많이 해서인지 어깨가 좀 무겁다. 맛사지나 받으러 갈까.


시부야에 도착해서도 할 일이라곤 없어 이리저리 왔다갔다하며 마냥 걸었다.


어깨가 무겁다.

특히 오른쪽 어깨가 뻐근한 것 같다.

문득 정신을 차려 보니 요요기 공원으로 돌아와 있었다.


개를 데리고 있는 노인이 걸어온다.

커플이나 학생이 즐거운 듯이 이야기하고 있다.

벤치에 앉아 음료수를 마시는 직장인이 보인다.

늘 보는 광경이다.


"어이, 자네."


개를 데리고 있는 노인과 마주칠 때 말을 걸었다.


“괜찮은가.”


무엇이 괜찮을까 하고 노인을 보았다. 노인은 나의 어깨를 보고 있다. 오른쪽 어깨를 보니 셔츠에 오물이 묻어 있었다. 꽤 많은 양이 찰싹 달라붙어 있다. 당황스러워하면서도 어쩐지 어깨가 무거웠던 것이라고 납득하고 오물을 털어낸다.


그리고 셔츠에 남은 얼룩을 보고 소름이 쫙 끼쳤다. 셔츠의 어깨 부분에 네가닥의 자국이 생겨 있었다. 뒤쪽에서 앞으로 살짝 벌어진 형태.


이거, 손 모양 아닌가?


딱 봐도 뒤에서 어깨를 잡힌 형상으로 보인다. 그 모양으로 오물이 묻어 있었던 것일까. 구역질이 났다. 고약한 냄새가 얼룩에서 풍기고 있었다.


“이보게, 참배라도 좀 다녀오게. 얼굴이 너무 이상해. 안색도 좋지 않고.”


노인은 그렇게 말하며 개를 데리고 떠났다. 바로 근처에 요요기 하치만 신사가 있다. 노인의 뒷모습을 보니 허리에 붉은 부적이 매달려 있었다. 만약을 위해서 참배하러 갈까. 부적도 아쉽다.


어깨는 여전히 무겁다.

불안이 되살아난다.

머리의 뒷쪽이 깡깡 울리는 것 같다.

무서워.


어둑어둑해지기 시작한 길을 빠른 걸음으로, 요요기 하치만 신사로 향한다. 처음 가본 요요기하치만 신사는 도심에 어울리지 않는 울창한 분위기여서 제법 무서웠다.


참배하고 나서 액막이 부적을 구입했다. 손에 들고 부적의 감촉을 느끼며 신사를 나섰다. 출입구를 빠져 나왔을 때, 손안에서 파삭 소리가 나며 부적이 깨졌다.


아무 것도 생각하지 말자.

신경 쓰지마, 우연이야.

신사에 돌아와 액막이 이외의 부적도 전부 구입한다.

조심스럽게 가방 깊숙이 넣어두고, 출입구를 빠져나와 길로 나온다.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다.

괜찮아, 괜찮다.


다음날도 갈 수 있는 한 절이나 신사를 돌아다니며, 부적이나 호부를 마구 사들였다. 의아한 얼굴로 나를 보는 스님이나 신관의 눈을 피하고 살수 있는 만큼 서둘러 부적과 호부를 사들고 돌아다녔다. 가방이 빵빵해지고, 일단 회사로 돌아가 책상 위에 부적과 호부를 늘어놓는다.


"뭐예요, 그거?"


여자 동료가 물어봐서 자료라고 말해 두었다. 다시 전철이나 버스를 이용해 인근 절을 돌아보았고, 저녁에 회사로 돌아오니 책상 위의 부적과 호부가 다 없어져 있었다.


"어라? 부적 어떻게 된거야?"


동료에게 물었다.


"뭐가요?"

"아니, 책상 위에 있었잖아, 부적."

"아아, 아까 그거요. 근데 또 사왔어요?"

“많이 필요해. 그런데 여기 있던 부적 어떻게 했어?”

"아무것도 손 안 댔어요. 책상 안에 있는거 아니에요?”


서랍을 열었다.

마찬가지로 없었다.


"이봐, 농담 그만해."


동료의 의자 등받이를 잡고 흔든다. PC를 향했던 동료가 이쪽으로 돌아본다.


“하지마요. 아무 짓도 안 했어요. 사장님 있잖아… 그건 그렇고 선배, 그게 뭐야?”


동료가 내 어깨를 가리킨다. 구역질이 났다. 오른쪽 어깨에 오물이 묻어 있었다. 어제와 똑같은 형태였다.


곧바로 회사를 나와 자전거로 요요기 하치만신사로 향한다. 뭐든지 좋으니까 신사 사람에게 상담하고 싶었다. 너무 많이 달린 탓인지 숨이 차. 신호등에서 멈추고 어깨를 들썩이며 숨을 쉰다. 메스꺼워 죽겠어.


오늘은 아무것도 먹지 않았는데 위가 뭔가를 토해내려고 해. 참다 못해 자전거에서 내려 배수구에 토해내자 누런 위액이 쏟아져 나왔다. 위액이 조금 거품을 내고 있다.


다시 토하려고 몸을 굽히는 순간 옆에서 엄청난 속도로 자전거가 들이받았다. 머리에 충격을 느끼고 의식이 날아갔다.


아무래도 구급차에 실려 있는 것 같다.

아픈 머리를 구급대원이 치료하고 있다.

그냥 병원으로 옮겨서 검사를 받을 것 같다.


잠깐이지만 머리를 세게 부딪혀 기절했기 때문에 그날은 병원에 입원하기로 했다. 병실에 여자 간호사가 들어와서 내 가방을 머리맡에 내려놓았다.


병실은 커튼이 쳐진 침대가 4개 딸린 큰 방으로, 쓰고 있는 사람은 나 말고는 할아버지뿐이었다. 양로원에 들어온 것 같았다.


“저기.”


간호사는 뭔가 말하려고 했지만, 그대로 나갔다. 내일은 쉰다고 회사에 연락하려고 가방 속에 든 스마트폰을 꺼낸다. 가방을 열자 안에 넣어 두었던 부적과 호부가 모두 없어져 있었다.


주위에 있는 할아버지들은 잠들어 있는것 같았고 나는 목소리를 낮춰 회사에 전화한후 집으로 전화했다. 어머니의 목소리가 듣고 싶어진 것이다.


"엄마, 기억나? 내가 어렸을 때 행방불명 됐었잖아."


“응? 그거 기억나지. 그 때문에 동네에 있을 수 없게 됐지.”


"그치, 나 요즘 좀 이상해."


“왜? 산에 들어갔니?”


“아니, 안 들어갔지.”


“뭐야. 그러면 뭐가 이상한데."


"아니, 뭔가 아프다고나 할까.”


말문이 막혔다. 귀신들렸을지도 모른다는 말을 할 수 없었다.


"이번엔 집에 좀 와. 아빠도 좋아할거야."


알겠다고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휴대폰 액정을 보니 저녁 8시였다. 검사 때문에 너무 오래 기다려서 완전히 밤이 되어 버렸다. 오늘은 잘 수 밖에 없다. 내일 일찍 퇴원해서 절이나 신사에 가자.


그때 옆 침대에서 삐걱 소리가 났다. 옆에서 자는 할아버지를 깨운 걸까. 죄송합니다, 라고 마음속으로 중얼거리며 스마트폰을 베개 밑으로 집어넣는다.


또 옆에서 삐걱거렸다. 잠시 눈을 감고 자려는데 잠이 잘 안온다. 끼익… 끼익… 옆 침대에서 소리가 난다 할아버지가 화장실을 가려고 하시는 걸까.


끼익…끼익…끼익…끼익끼익끼익….끼익끼익끼익끼익……


침대가 삐걱거리는 소리가 점점 커진다. 뭐야, 이건, 하는 사이에 나와 할아버지의 반대편 침대에서도 삐걱삐걱 소리가 나기 시작한다. 게다가 그 옆의 침대도 삐걱삐걱 소리가 나더니, 덜컹덜컹!! 하고 큰 소리를 내며 흔들리기 시작했다.


내가 자고 있는 것 이외의 3개의 침대가 엄청난 기세로 흔들리고 있다. 날뛰고 있다고 해도 좋을 정도. 날뛰는 건 할아버지, 혹은 침대 자체가.


그런 생각을 하는 순간 방 전체가 요란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큰 지진인 것 같았다. 커튼이 흔들리고 링거가 쓰러진다. 오른쪽 어깨가 잡힌 것처럼 아팠다. 왼손으로 오른쪽 어깨를 누르면서 나는 간호사 호출벨을 찾았다.


방이 흔들리는 소리 이외에도 사람의 신음 소리와 같은 낮은 소리가 방 전체에 울려 퍼지고 있다. 머리 위로 간호사 호출벨을 발견하고 손을 뻗는다. 커튼 저쪽에서 손이 뻗어 간호사 호출벨을 누르려고 하는 내 팔을 잡았다.


“으으으으으으!!!!”


공포로 패닉 상태에 빠지면서 간호사 호출벨을 누른다. 나의 팔을 붙잡고 있는 손은 굉장한 힘으로 내 팔을 짓누르는 듯했다. 그리고 흔들리는 커튼 너머, 손끝에는 어깨가 보이고, 검은 머리 같은 것이. 그리고 순간 커튼이 크게 흔들리며 얼굴이 보였다.


“!!!!!”


그 여자다.

몇 년 전의 심령 프로그램에서 홀려 행방불명이 된 키자키 미카.

그 영상 그대로의 모습으로 거기 있어.

게다가 순간적으로 보인 저 눈은 바로 저 보통을 벗어난 빙글빙글 도는 기분 나쁜 삼백안이다.


엉망으로 간호사 호출벨을 연타하고 있는데 그때서야 간호사가 왔다. 순간 굉음은 그치고 흔들림도 가셨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밤의 병원은 조용하다.


이제 안된다, 귀신에 씌였다. 부적도 안 되고, 상담하러 신사에 가려고 했는데 구역질이 나서 정신을 못차린 곳에서 자전거에 치여 병원에 왔다. 오늘 하루만에 너무 많은 일들이 일어났다. 이대로 밤을 넘길 수 있을까? 무리인게 뻔해.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데 잘 수 있겠어?


덜덜 떨리는 나를 보고 간호사가 걱정스럽게 말을 걸어왔다.


“저기, 괜찮으세요?”


입원환자를 향해 괜찮을까요라니 묘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방... 비어 보이긴 했는데..."


간호사는 말하기 힘든 듯 하면서도 말을 이었다.


"부적이라던가...아까 그렇게 많이 가지고 있었는데, 전부 없어져 있다니, 그런건 처음이라... 지금도...있다...랄지...죄송합니다...이런 말 하면 안되지만..."


“있다니… 보이나요?”


간호사는 조그맣게 고개를 끄덕였다.


"옛날부터 그랬습니다만…당신의 경우엔…확실히…보입니다."


“무섭지 않아요?”


"무서워요……굉장히 무서워요…창문 바로 밖에 있으니까요."


창밖을 볼 용기는 없었다.


"하지만...걱정이랄지...어떻게든 하지 않으면 아마 큰일날 것 같아서..."


“뭔가 할 수 있어요? 제발 어떻게 좀 해주세요.”


엉겁결에 마구 지껄여댔다.


"지금 와줄지 모르겠는데, 아는 사람이 있는데, 연락해 볼래요?"


“부탁입니다! 빨리 왔으면 좋겠어요. 오늘도 신사에 가고있었습니다. 그랬는데 갑자기 치였어요."


“알겠어요.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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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아주 흥미진진한 이야기

다음편도 곧 오겠어

남은 연휴 마무리 잘 하고!

무서운 이야기 좋아하는 겁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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