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오는 귀신썰] 산에 들어갈 수 없게 된 이야기 - 5화

자 오늘도 숨도 쉬기 힘든 이야기 이어서 같이 볼까?

이걸 보다 보면 세상에 나만 남은 기분이야

내 침 삼키는 소리도 크게 들리는 느낌

나만 그런가...ㅎ 나만 겁쟁인가...ㅎ

ㅋㅋㅋ

암튼 시작할게!


_______________



저녁까지 목적도 없이 시부야 거리를 걸었다.

배가 고프면 패스트푸드를 사먹고, 식당에서 나오면 또 걸었다.


도중에 몇번이나 키자키 미카의 모습을 한 것이 집적거렸다. 등뒤에서 기분 나쁘게 웃는가 하면, 교차로의 건너편에서 이쪽을 보고 있거나, 패스트푸드 점내 책상아래에서 나를 올려다 보고 있거나, 화장실에서 손을 씻을 때에 거울속에서 나를 보고 있거나, 이미 온갖 타이밍으로 존재를 어필하고 있다.


"빌어먹을"


키자키 미카가 방해할 때마다 욕설을 퍼부었지만, 키자키 미카는 기분나쁜 미소를 지으며 킥킥 웃을 뿐이었다.


빌어먹을.

아 빌어먹을 녀석이다.

익숙해짐에 따라 두려움은 사라져가고, 대신에 초조함이 더해간다.


죽어라 빌어먹을 자식

죽어죽어죽어죽어.

아아, 벌써 죽었구나.

그럼 한번 더 죽어라.


사고는 검은색으로 소용돌이치고 초조함이 발걸음을 재촉한다.


정신을 차려보니 요요기 하치만 신사 옆에 와 있었다. 아무 생각 없이 요요기 하치만 신사로 향한다. 또 방해하러 올까. 그렇다면 그녀석은 신사를 싫어한다는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입구를 지나간다.


깨끗이 빠져나왔다.

이걸로 또 단서가 하나 사라졌다.

그렇다기보다 단서는 이제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


출입구를 빠져나와 신사 밖으로 나간다.


키자키 미카가 출구 밖에서 히죽거리며 기다리고 있었다. 쿡쿡 웃는 그걸 무시하고 계단을 내려간다.


"그걸 안고 살아갈 수밖에 없다......."


카사네씨의 말이 되살아난다. 적당한 말이나 막 해댔다. 그녀석도 망할 놈이다. 쫄아서 도망이나 가고 중이 돼서 어이가 없네.


“불문에 들어가서 부처님 곁에서...”


뭐가 불문인가.

넌 아무것도 못하잖아?

불쌍한 남자를 버리기나 하고, 넌 지옥행이야.

바보 같은 놈이.


죽어라 빌어먹을 자식.

지옥에나 떨어져라.

그 남자도 그래.

카노 코우메이

돈에 미친놈.

너도 지옥에 떨어져라.

싸잡아서 지옥행이다.


이가노(伊賀野)도 제자들도 사이토 씨도 모두 죽으면 좋겠다.

쓸모없는 영능력자들 같으니.

나만 괴로워한다니 납득할 수 있을 것 같냐.

불공평하잖아.

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


쿡쿡거리는 웃음소리가 자신의 목구멍에서 나오는 것을 알고 걸음을 멈춘다.


“…………”


지금 것은……내 본심인가?

모두 죽으라고?

아니다.

난 그렇게까지 밑바닥은 아니야

아니야! 내가 아니야!

안절부절못하여 머리를 벅벅 긁었다.


나때문에 그런 일을 당한 이가노씨에 사이토씨까지.

저주하는 상대가 틀렸잖아.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거야 나는.

갑자기 머리 뒤에서 쿡쿡 웃는 소리가 들렸다.


" 시끄러워!"


짜증이 폭발하여 뒤돌아보며 고함쳤다.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나를 보는 행인과 눈이 마주쳤다. 쇼핑 중인 중년 여성은 곧 눈을 돌려 종종걸음으로 떠났다.


“크으으으…….”


눈을 감았다.

신음 소리가 새어 나온다.

이를 너무 악물어서 입안이 저린다.

짜증과 부끄러움과 비참함 때문에 혈관이 터질 것 같았다. 다시 요요기 하치만 신사에 가서 신주님께 불제를 부탁해 볼까.


아니 안된다.

카사네씨가 없으면 제령중의 동영상도 보여줄 수 없다. 보기에 아무 이상이 없는 내가 갑자기 들이닥쳐 보았자 머리가 이상한 남자라고 생각될 것이다. 그리고 믿을 수 있다고 해도, 만약 또 피해자가 나온다면, 그것은 이번이야말로 내 탓이다.


침대에 누워 있는 이가노 씨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타키의 상냥한 얼굴이, 성실해 보이는 제자들의 얼굴이, 분한 것 같은 이가노씨의 얼굴이 되살아난다. 한번 더 그런다면 그녀석 탓도 틀림없지만, 내 탓도 있는 것이다. 그런 일은 할 수 없다. 그렇다고 부모에게 의지하다니 당치도 않다. 그녀석을 데리고 본가에 갈 수는 없다.


"제길!!"


자기도 모르게 하늘을 우러러 외친다.


“도대체 어쩌라고!!”


정신 나간 남자의 울부짖는 소리가 허공으로 사라진다.


생각해도 답이 안 나온다.

조바심과 초조함만 남는다.

쿡쿡 웃어대는 뒤에 있는 놈을 계속 무시하는 것도 지겨웠다.


“………….”


빌딩 틈새로 보이는 석양을 올려다보며 한숨을 내쉰다.


“………….”


속수무책인가.

정말 손쓸 방도가 없는건가.


“………..”


빌딩 사이를 솨 하고 바람이 소용돌이치며 사라져 간다. 이것이 절망인가 하고 허탈하게 생각한다.


벌써 해가 저문다. 집에는 돌아가고 싶지 않다. 혼자있는 방으로 돌아가면 그녀석은 기다렸다는 듯 나를 죽일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호되게 당할 게 뻔했다.


“…………안되나”


황혼의 하늘에 중얼거린다.


“……어-이……..”


어디서 많이 들어본 소리가 멀리 들린 것 같았다.


우선 역으로 향했다.

어디로 갈지 정하진 않았다.

그저 사람이 있는 곳, 전철 안에서라면 잘 수 있을 것 같았다. 역까지 가는 도중에, 교차로에 꽃이 놓여 있는 것을 발견했다. 작은 병에 꽃 몇 송이가 앙증맞게 꽂혀 있다. 그것을 보는 순간 가슴을 조이는 감정의 너울에 휩싸였다. 답답하고 슬프고 외롭고 초조해서 어찌할 수 없는 맹렬한 감정이 밀려온다. 눈에서 눈물이 흘러 땅으로 뚝뚝 떨어진다.


뭐야 이게.

격정에 농락당하는 머리로 필사적으로 말을 찾는다.

뭐야 이게.

이 상태는 뭐야.

갑자기 입에서 말이 새어 나왔다.


"...마...마........"


그 말을 하는 순간 왈칵 쏟아지는 눈물이 두 배로 치솟았다. 오열을 참지 못하고 입을 꾹 누르고 울었다. 주위에도 들리겠지만 그래서는 눈물이 그치지 않았다.


“….마마…… 마마….. 마마아........으앵...."


마마?

내가 마마라고 하는 건가?

지금까지 엄마를 마마라고 부른 기억이 없어.

그렇다면 이건? 다른 사람의 감정?

그 꽃병이 있는 장소에서.... 죽은 아이.... 아마 여자아이일거야.... 소녀.... 아주 작은....


멈추지 않는 오열로 답답함을 의식한다.

울음을 멈춰야지.

떨리는 어깨를 감싸안고 숨을 크게 쉰다.

격정이 어느 정도 가라앉은 듯하다.

격렬한 슬픔은 아직도 가슴속에 소용돌이치고 있다.

하지만 이 자리를 떠날 수는 있을 것 같다.


교차로에서 멀찍이 떨어져 걷는다.

떨어질수록 감정의 동요는 잦아든다.

100m정도 떨어지자 겨우 진정됐다.

이건 분명 그건가 보다.

심령체험이다.

그 교차로에서 죽은 소녀의 영혼에 홀렸나?

일시적이나마 어쨌거나, 그 자리에 머물고 있는 소녀의 생각을 느낀 것은 틀림없는 것 같다.


쿡쿡 웃는 소리가 들린다. 목소리가 난 쪽을 향하니 키자키 미카가 서 있었다. 히죽히죽 기분 나쁜 미소를 짓고 있다. 이녀석. 이녀석이 했나. 어떻게 했는지 모르지만, 이 녀석이 그 소녀의 영혼을 나에게 덮치게 한 거야.


“죽어…….”


어떻게든 그렇게 중얼거리고 키자키 미카에게 등을 돌리고 걷기 시작한다. 저 교차로를 피하면 역까지 조금 우회하게 된다. 역시 그런 감정을 다시 느낀다는 건 싫어. 다른 길로 걸어가자.


"빌어먹을 놈이."


욕설만은 위세 좋게 나온다. 그 기세를 타듯이 빠른 걸음으로 걷는다.


역에 도착하여 야마노테선을 탄다. 몇 정거장 지나서나 앉을 수 있었다. 좌석에 등을 기대고 앉자마자 졸음이 쏟아졌다. 잠에 빠지기 직전 어디선가 “어-이” 하는 남자의 목소리가 들린 듯했다.


꿈을 꾸고 있었다.

어떤 꿈이었는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몹시 무서운 꿈이었던 것 같다. 옆에 앉은 남자가 귀찮은 듯 헛기침을 했다. 아무래도 기대어 있었던 것 같다. 죄송합니다 하고 가볍게 고개를 숙여 핸드폰을 꺼낸다. 시각은 19시가 지났다. 회사로부터의 연락이 몇건. 그 이외의 연락은 없었다.


전철은 그다지 붐비지 않지만 좌석은 모두 찼다. 차 안을 둘러보니 나와 반대편 좌석의 조금 떨어진 곳에 키자키 미카가 앉아 있었다. 망할 놈이 여기서도 나를 보고 있다.


창밖은 벌써 어두워졌다. 어떻게 해야 할까. 그렇게 생각하니 콧물이 흘러내렸다. 닦아야겠다고 생각하면서 손으로 코를 누르니 축축한 감촉. 위화감을 느껴 손을 보니 검붉은 피가 끈적끈적 묻어 있었다.


"우와…" 누가 중얼거린다.


뭐야 이거, 어떻게 된거야.

그러는 사이에도 코피는 계속 흘러내린다. 서둘러 가방에서 휴지를 꺼내지만 코피는 계속 흘러내리고 있다. 주위를 더럽히지 않도록 코를 들이마셨다. 대량의 걸쭉한 액체가 목구멍으로 흘러 들어온다. 역겨워서 토할 것 같지만 토하면 대형 참사가 된다. 어떻게든 마시고 마시는 것도 차례차례로 흘러 들어오는 코피로 이미 나도 가방도 새빨갛게 물들어 있다.


휴지를 뭉쳐서 코에 밀어넣었다. 순식간에 휴지가 피를 빨아들여서 그냥 붉은 덩어리가 된다. 술렁이기 시작하는 주위를 의식해 버려 공포와 수치감으로 머리가 폭발할 것 같다.


"뭐야 저거"라며 욕을 하고 옆의 남자가 자리에서 일어난다. 반대편에 앉아 있던 여자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멈추지 않는 코피와 씨름하면서도 부끄러움과 비참함에 눈물이 흘러내린다. 뭐야, 뭐야 하고 마음속으로 외치면서 필사적으로 코를 누른다. 힘껏 누른 코의 틈새로 피가 흘러나와 갈 곳을 잃은 대량의 혈액이 목구멍으로 흘러들어온다.


전철이 멈췄다.

가방을 움켜쥐고 전철에서 뛰쳐나와 그 자리에서 힘껏 내뱉었다. 플랫폼의 지면이 검붉게 물들어, 주위에서 비명인지 놀라움인지 모를 소리가 터져 나온다. 그리고 계속되는 메스꺼움에 반항하지 못하고 피와 위에 있는 것을 토해낸다.


역무원이 달려와 말을 걸어온다. 괜찮을 리가 없잖아! 하고 마음속으로 욕지거리를 하면서도 손으로 괜찮다고 역무원을 제지한다.


이제는 구역질이 나서 엉덩방아를 찧었다. 정신을 차려보니 코피도 조금 멈추고 있었지만, 이미 내 몸은 피투성이가 되어 있었다. 가쁜 숨을 고르려고 심호흡을 한다. 머릿속에서 깡깡 소리가 울려퍼진다.


키자키 미카의 모습이 없다. 하지만 틀림없이 그녀석의 소행이었다.


“………….”


여기까진가.


“………….”


통증이 어떻다기보다는 인간적으로 괴롭다. 지금도 어디선가 나를 보고 웃고 있겠지.


“…..빌어먹을…….”


눈물이 흘러서 멈추지 않아. 한참을 계속 울고 있는데 역무원이 말을 걸어왔다.


“아아, 괜찮아요. 약간... 코를 부딪힌 거 같아요. 폐를 끼쳤습니다.”


구급차를 부르겠느냐고 묻기에 거절하고 일어선다. 화장실에서 얼굴을 씻고 손에 묻은 피도 닦아낸다. 그러나 옷과 가방은 온통 피투성이였다.


역 밖으로 나오니 메지로 역이었다. 안개가 낀 듯한 사고 속에서, 하나의 결론이 형태를 맺었다. 카사네씨에게 전화한다. 바로 연결됐다.


“마에다씨, 무슨일이에요? ……괜찮으세요?”


“아아, 네, 괜찮…지는 않군요.”


“…..무슨 일이 일어났습니까?”


“뭐, 여러가지로.”


카사네 씨가 한숨을 쉬는 소리가 들린다. 걱정해 주고 있을 것이다.


“부탁이 있어요.”


가만히 듣고 있는 카사네 씨에게 전한다.


"차를 태워주실 수 있을까요?"


“네? … 예에, 괜찮아요.”


생각해보면 조금 전 낮에 헤어졌을 뿐이다. 좀 싫어 하는 기색이지만 아무래도 태워줄 것 같아.


"그래서, 어디로 가시려고요?"


그 장소가 맞는지조차 알 수 없었지만 간신히 이끌어낸 행선지를 알린다.


“다카오 산으로.”


시각은 23시가 다 되어간다. 주위는 캄캄하고 인기척은 없다. 낮에는 북적거릴 기념품점도 모두 문을 닫았다.


다카오산 산길 초입까지 차를 몰고 올라가, 다카오산 약왕원이라는 비석이 서 있는 길을 자동차로 나아간다. 일반 차량 진입 금지 간판이 있었지만, 카사네씨가 강하게 말하자면 침입해 주었다. 차로 갈 수 있는 한계까지 가서, 차에서 내린다.


이제는 걸어서 올라가는 수밖에 없다. 다카오산으로 가는 도중 조사를 했는데, 다카오산에는 등산로가 몇 개 있어서 등산로에 따라 난이도가 전혀 다른 것 같다.


가장 가파른 길은 산길이고, 가장 편한 길은 어느 정도는 차로, 케이블카나 리프트 등도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당연히 지금은 움직이지 않고, 산꼭대기에 가는 것이 목적이 아니므로 사용할 필요도 없다. 어느 정도만 올라갈 수 있으면 된다.


차에서 내려 산꼭대기 쪽으로 얼굴을 향했다.


“마에다 씨, 산으로 정말 들어갈 거예요?”


카사네 씨가 묻는다. 사전에 뭘 할지에 대해 미리 얘기했다. 생각을 바꿀 이유도 없다.


“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이제 저 혼자 갈게요.”


카사네씨가 담배에 불을 붙여 후우- 하고 연기를 내뿜는다.


"저도 가겠어요, 라고 말하고 싶지만, 아무래도 무리인 것 같아요"


그렇게 말하며 나를 똑바로 쳐다본다. 뭐야 또 겁먹은건가?


"뒤에, 보이나요?"


그런 말을 하며 돌아본다. 키자키 미카가 있을까 생각했지만 아무 일도 없었다.


“보이지…않네요. 뭔가 보이나요?”


“그때와 똑같아요. 마에다 씨에게는 보이지 않는군요. 저는 잘 보여요. 병원에 있던 거랑 똑같은 여우가"


여우인가.

아무래도 틀리지 않은 것 같다.

카사네씨를 향해 돌아선다.


“그동안 정말 고마웠습니다. 이제 뭐가 어떻게 되는지는 전혀 모르겠지만 가는 데까지 가봐야죠.”


그러면서 고개를 숙인다.

마음에는 두려움이 소용돌이치고 있지만 이상하게도 부드럽게 말이 나왔다. 카사네씨는 담배를 휴대용 재떨이에 밀어넣어 비벼 끄고 똑바로 내 눈을 바라보았다.


"마에다 씨, 꼭 돌아와주세요."


그 눈은 슬픈 듯, 미안한 듯, 아무래도 견딜 수 없어하는 카사네 씨의 마음이 나타나 있는 것 같았다.


그때, 차의 헤드라이트가 켜졌다.

엔진을 끄고 있었으므로 헤드라이트도 물론 꺼져 있었을 것이다. 그 헤드라이트가 켜졌다가는 꺼지고 또 켜졌다가는 꺼진다.


불규칙하게 명멸을 반복하는 헤드 라이트의 모습에 나도 카사네씨도 한순간 말이 나오지 않는다. 몇 번인가 카사네씨가 소리를 지른다.


“마에다 씨! 가세요. 아마 그게 뭔가 하려고 그러는 것 같아요. 이곳은 제가 어떻게든 할 테니까 마에다 씨는 스스로 할 일을 하세요.”


그러면서 차를 향해 걷기 시작한다. 그 뒷모습은 두려움은 느껴지지 않는다. 카사네 씨가 양손을 앞으로 내밀고 인을 맺고 있다.


“아비라오흠….남무대사편조금강….”


불경을 외며 차에 다가간다. 차가 쾅 하고 튀어 오른다. 수십 센치 뛰어오르더니 쿵 소리를 내며 착지한다.


“마에다 씨! 가세요!”


카사네 씨가 다시 외친다. 그 소리에 고개를 숙이고 돌아보며 산속으로 내달린다. 산길을 벗어나 숲의 안 쪽으로.


갑자기 가파른 경사로 발이 엉켜 굴러 떨어져, 멈췄다가 곧 일어나서 다시 달린다. 이미 카사네 씨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주위에는 빛은 보이지 않고 완전히 어둠 속이다. 어느 방향이라도 상관없다. 마구잡이로 나뭇가지를 헤치고 나아간다.


얼마나 달렸을까. 저 멀리 뒤에서 나뭇가지들이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그것이 쫓아오고 있는 것이다. 카사네 씨는 벌써 당하고 만 것일까. 무사하기를 바라면서 어쨌든 나아간다.


또 벼랑을 맞딱뜨려서, 굴러떨어진다. 온몸이 찰과상이니 찔린 상처투성이고 피도 나는 것 같다. 그래도 나아간다. 언젠가 끝이 나타나는 장소까지 멈추는 것만은 하지 않겠다.


지금 저것에 잡히면 이번에는 끝이야. 그것만은 알 수 있다. 자신의 숨소리, 나무를 헤치고 가지를 딛는 소리, 그것이 나무를 쓰러뜨리면서 다가오는 소리, 요란하게 주위에서 울리는 바람인지 뭔지 잘 모르는 소리, 그것들에 섞여 「……어-이…」라고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틀리지 않았다.

이대로 나아가면……….


갑자기 귓가에 “어이” 하는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몇 번째인지 모르는 가파른 언덕을 굴러 떨어져, 일어나려고 눈을 들어보니 주변 나무들의 모습이 뭔가 달라 보였다.


아니, 똑같이 산의 어둠 속이지만 뭔가 다르다. 나무들이 자란 방식이 지금까지 달려온 장소와 조금 다른 것 같다. 하아, 하아, 하고 스스로의 호흡밖에 안 들린다. 그게 다가오는 소리도 안 들려


정적이다.

캄캄한 정적 속에서 눈으로 응시한다. 탁 하고 나뭇가지 밟는 소리가 나서 뒤돌아보니 눈앞에 빨간 기모노를 입은 여자가 서 있었다.


“…..아…아….우으……”


어렸을 때 겪었던 악몽

트라우마가 되살아나서 온몸이 떨려.

땀투성이였는데 추워.

이때까지와는 다른 땀이 솟는다.

등이 함빡 젖어 옷이 들러붙는다.

역시 이번에는 소리지르지 않았지만, 그래도 공포에 질려 외치기 직전으로 경직돼 있었다.


쿡쿡쿡쿡


웃고 있다.

그때처럼 입가에 손을 대고 킥킥거린다.

여우눈은 나를 바라보며 움직이지 않는다.


“잡아먹을까”


쿡쿡


“부모 품으로 돌려보낼까”


쿡쿡쿡쿡


노래하듯 그렇게 말하며 웃는다.


쿡쿡쿡쿡

쿡쿡

쿡쿡쿡쿡


“더러운 아이가 울고 있어.”


쿡쿡


“오오, 가련가련.”


쿡쿡쿡쿡


“저… 저기…”


말이 나오지 않는다.

눈앞의 존재에 완전히 겁을 먹고 있었다. 들어가지 말라던 산에 스스로 들어간 것이다. 그때도, 지금도


산에 들어가니 이 신의 손이 닿고 말았다. 이번에야말로 잡아먹히겠지.


“저기….저…저기….”


마치 입을 벌린 뱀을 앞에 둔 개구리다. 삼켜질 때까지 기다릴 뿐인 죽을 몸.


“오오 더러워, 더러워더러워”


쿡쿡


얼굴을 돌리고 미간을 구기며 웃는다.

그 눈은 나에게서 떠나지 않는다.


“맛없을 것 같아.”


쿡쿡 쿡쿡쿡쿡


두근, 하고 몸 안에서 뭔가가 크게 맥박이 뛰는 것을 알았다. 동시에 심한 메스꺼움과 두통. 엄청난 구토감을 느끼고 참을 수 없이 토해낸다.


피다.

엄청난 양의 혈액이 입에서 분수처럼 뿜어져 나왔다. 술만 계속 마셨을 때처럼, 세차게 피가 목구멍에서 뿜어져 나왔다.


“오오, 더러워더러워”


쿡쿡


“싫다싫다”


쿡쿡쿡쿡


입가의 손을 조금 끌어올려 몸을 꽉 누른다. 한참을 그렇게 나를 보다가 다시 “잡아 먹을까”라며 웃었다. 겨우 피를 다 토해낸 나는 무릎을 꿇고 손을 짚었다.


“부모 품으로 돌려보낼까”


말하지 않으면 안된다.


“잡아먹을까”


쿡쿡


오늘은 자신의 의사로 만나러 온 것이다.


“부모 품으로 돌려보낼까”


쿡쿡쿡쿡


“……드셔주세요”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조아린다.


“잡아먹을까”


“네. 부탁드립니다. 드셔주세요.”


“부모품으로 돌려보낼까”


“나쁜 귀신에 홀렸어요. 더는 살 수 없을 것 같아요.”


“잡아먹을까”


"그렇다면 처음 만난 당신이 당신이 먹어주셨으면 합니다."


“부모 품으로 돌려보낼까 ”


"저런 빌어먹을 놈에게 죽임을 당할 바에는!"


“잡아먹을까”


“원하는 바야! 생각대로 먹어줘!!"


“호오라, 잡았다.”


…………

………….어?


무슨 말을 한걸까.

머리가 따라가지 못한다.

그런데 이게 뭐야.

몸이, 괴로움이, 메스꺼움이, 없다.


쿡쿡 쿡쿡쿡쿡


얼굴을 들고 여자를 본다.

빨간 기모노의 여자는 여전히 입가에 손을 얹고 웃고 있다.


“오오, 더러워더러워”


쿡쿡쿡쿡


오른손을 입가에 대고 왼손에 검은 무언가를 매달고 있다. 그 손에 쥐어진 무언가가 스멀스멀 움직이고 있다. 그리고 그 순간 그것이 크게 꿈틀거리듯 날뛰기 시작했다.


사람 같다.

그것은 검은 머리의 사람, 같은 것이다.

낯이 익었다.


카사네씨의 스마트폰으로 본 영상에 찍혀있던, 제령중의 나의 모습.

영혼이 전면에 나왔다고 말했기 때문에,

아마 그 긴 머리가 본래의 모습일 것이다 그것을,

붉은 기모노의 여자가 왼손에 잡고 있었다.

목을 뒤에서 움켜쥐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격렬하게 날뛰며, 여자의 손에서 도망치려고 하는 것 같았다. 그르릉 하고 짐승 같은 신음 소리를 내면서 동시에 '아아아' '오오오' '끼끼끼!끼끼끼낏!이라고 불쾌한 소리로 외치고 있다.


생각했던 것보다 그건 작고, 인간이라면 아이 정도의 크기였다.

반면에 여자는 어른인 나와 비교해도 약간 크다.

체격은 그야말로 어른과 아이였다.


“잡았으니 먹을까”


쿡쿡


여자가 그것의 목을 쥔 채 왼손을 들어올린다.


"맛이 없을 것 같아"


쿡쿡쿡쿡


여자가 오른손으로 격렬하게 날뛰는 그것의 한손을 잡고, 어깨를 깨물었다.

아삭하는 소리가 들렸다.


“키이이잇오옷오오!!!!”


이어 그것의 절규가 울렸다.

이 세상 것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무시무시한 고함소리가 나무들의 어둠 속으로 삼켜져 간다.


여자는 입가를 붉히며 입을 우물우물 움직이고 있다. 이어 오른손에 들고 있던 그것의 한 손 나머지를 단숨에 입 안에 던져 넣었다. 입이 이상하게 크게 벌어져, 아이 사이즈의 한 팔이 쏙 입안에 들어갔다. 바삭바삭 뼈째 씹는 소리가 들린다. 왼손에 몸부림치는 그것을 잡은 채 천천히 음미를 끝내고 꿀꺽 삼켰다. 2m는 떨어져 있는데 삼키는 소리가 들리는 듯이, 여자의 목이 쿡 하고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이어서 여자는 그것의 한쪽 다리를 잡고 뻗어, 허벅지 관절을 베어먹었다. 다시 으직우적우적우적! 하는 싫은 소리가 나고, 여자의 오른손에 잡힌 그것의 한쪽 다리가 축 늘어졌다. 다시 울리는 절규.


이어서 다리의 나머지를 다 먹은 여자는, 똑같이 남은 한 팔의 한 쪽을 차례로 물고, 두 다리를 잃고 간신히 꿈틀꿈틀 움직이고 있는 상태인 그것을 양손으로 잡고, 이번에는 옆에서 배를 물고 있었다.


흠칫하고 크게 움직여 그것은 움직임을 멈췄다. 한참 실룩실룩거리고 있었지만, 이윽고 그것도 없어졌다. 절명한 것이다.


더이상 움직이지 않게 된 고깃덩어리를 여자가 천천히 시간을 들여 다 먹을 때까지, 나는 그 자리에서 움직일 수 없었다. 눈을 돌릴 수도 없었다. 나를 지독하게 괴롭혀온 그것이 이렇게 잡아먹혀 죽었다. 나는 겨우 그것으로부터 해방되었다.


그리고 지금 그걸 다 먹으려고 하는 이 신은 다음에는 나를 잡아먹을까. 저렇게 먹는 방법으로, 죽음을 당하는 것일까. 그리고 일찍이 함께 산에 들어갔다가 돌아오지 않은 A와 B는 이렇게 산 채로 먹혔던 것일까.


두려움이 전신을 꿰뚫어 몸을 지면에 꿰매고 있었다. 이제 이 상황에서 어떻게 할 생각을 못하겠다. 무릎을 꿇던 그대로의 모습으로 나는 여자를 올려다보며 조용히 그 광경을 보고 있었다.


입가를 닦은 여자는 나에게 눈을 돌리고 웃었다.


“잡아먹을까”


쿡쿡


얼굴은 피를 닦고 깨끗해졌지만 히죽이 드러난 치아는 피로 새빨갛게 젖어 있었다.


“부모품으로 돌려보낼까”


쿡쿡쿡쿡


그렇게 노래하듯 웃으면서 천천히 다가온다.


“…………..”


먹으라고 했으니 먹으려는게 틀림없어.


“잡아먹을까”


하지만 이 노래에는 선택지가 있다


“부모품으로 돌려보낼까”


만약 부탁한다면.... 그때처럼....


“잡아먹을까”


나는 무릎을 꿇은 채 머리를 땅에 비벼댔다.


"부탁드립니다……"


“부모품으로 돌려보낼까”


"살려주세요"


“잡아먹을까”


“부탁합니다……돌려보내주세요…”


“부모품으로 돌려보낼까”


“제발요! 돌려보내주세요!!”


그 후로 여자는 노래 같은 말을 계속하지 않고 킥킥대기만 했다.


“…………..”


생각하고 있는 것일까.

날 돌려보낼지 말지.

생각을 한다고? 이 미친 신이?


"어머나, 미쳤다니 의외인데."


쿡쿡쿡쿡


“읏! 실례했습니다!”


뭐지, 나도 모르게 입에서 생각이 새어나왔나.

아니다, 머릿속을 읽은거다.

그런데 이 신이 비로소 제대로 말을 했다.


“뭐, 됐어”


쿡쿡


신은 여전히 즐거운 듯이 낄낄거리고 있다.


"다시 만나러 와."


쿡쿡쿡쿡


"다음에 오면 신나게 먹을 거야."


쿡쿡쿡쿡


그렇게 말하며 신은 어둠에 녹듯이 사라져 버렸다.

후아 하고 바람이 소용돌이치며 나무를 흔든다. 나무들의 흔들림이 진정됐을 때 다시 주위에 있는 나무의 종류가 변해 있었다. 조금 전까지의 원시림과는 다른 느낌의, 여기는……다카오산이다. 그렇다면 조금 전까지 있었던 것은…….


웅웅웅 하고 주머니 안에서 핸드폰이 진동했다 그렇게 굴러다녔는데도 깨지지 않았나 보다. 스마트폰을 꺼내니 자정이 넘었다. 카사네 씨와 헤어진 지 1시간도 안 됐다.


스마트폰에는 카사네씨로부터의 메세지가 표시되고 있다.


차가 있는 곳에서 기다릴게요


그 장소에 돌아갈 자신이 없었기 때문에 카사네씨에게 전화를 건다. 한번에 연결 됐다.


“마에다씨? 무사하신가요?”


긴장한듯 조급하게 말하는 카사네씨의 목소리가 너무 좋다.


“카사네씨……끝났어요… 전부… 그녀석은 이제 없습니다”


무심코 웃는 얼굴이 된다. 웃음소리가 이상하게 나올 것 같아.


“빨리 얘기하고 싶은데 마중 나와 주시겠어요? 여기가 어딘지 몰라서요.”


“마에다 씨!? 끝났다고요... 네?……지금...지금 어디예요? 어디 있어요?”


"그러니까… 헤헤…. 끝났어요. 해결입니다. 그리고 여기가 어딘지 모르니 도와주시면 고맙겠습니다.”


하아~ 하고 카사네 씨가 크게 숨을 내쉬는 소리가 들린다.


“마에다씨..마에다씨! 당신..살아있군요?”


울먹이는 목소리다. 카사네씨의 마음이 전해져와서 마음이 말랑말랑해진다.


“예에, 살아 있어요. 상처투성이여서 여기저기 아프고 여기가 어딘지 몰라 조난 중이지만 살아 있어요.”


“아아…….”


훌쩍훌쩍 코를 훌쩍이는 소리가 들린다. 잠시 입을 다문 후,


"다행입니다, 마에다 씨, 어쨌든 지금부터 마중 나갈 테니 스마트폰으로 현재 위치를 맵에 표시하여 그 정보를 보내 주시겠습니까?"


아아, 그런 방법이 있었구나.

스마트폰은 편리하네.

여기는 다카오 산이다.

도쿄내다.

산속이라고 해도 전파는 제대로 들어와 있다.


그리고 나서 카사네 씨에게 현재 위치를 보내고, 나무에 등을 기대고 주저앉는다.

눈앞에는 어둠이 깔렸다. 하지만 두려움을 느끼지 않았다. 무시무시한 공포가 끝난 것이다. 게다가 어릴 적 심어진 트라우마는 새로운 트라우마로 덮어씌워졌다. 만약 또 산에 들어가면 이번에야말로 그 신에게 먹힐지도 몰라. 하지만 지금은 괜찮겠지. 놓아준 직후라면 또 잡혀가는 일도 없을 것이다.


멀리 손전등 불빛이 보인다. 어릴 적 속았던 빛과는 달리 이곳을 향해 오느라 죽을만치 고생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카사네 씨를 부른다.


“어-이! …..여기에요-!....”


그러면서 핸드폰을 빛내며 흔든다


“마에다 씨!……조금만 기다려요!…"


카사네씨가 다가올때마다 기쁨이 복받쳐 오른다. 사람 좋은 스님한테 다음에 뭘 좀 사드려야지. 타키와 제자들의 무덤에 감사를 전하러 가고, 이가노 씨의 병문안을 가고, 카노 코우메이에게 싫은 편지를 쓰자. 자력으로 해결했습니다요라고. 뭐 전혀 자력이 아니지만.


“마에다씨!”


손전등으로 얼굴이 비추어져 시야가 하얗게 된다. 금세 빛이 치워지고, 카사네씨가 눈앞에 뛰어나왔다.


“카사네씨, 오셨어요”


앉은 채로 손을 들어 대답한다. 일어서려고 했지만, 아랫도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 것을 깨달았다.


"죄송해요. 일어날 수가 없습니다. 힘이 다했어요.”


그러자 카사네 씨가 손을 내밀었다. 카사네씨의 부축을 받고 차로 돌아온다. 비틀비틀거리며 3시간 가까이 걸려서 차로 돌아왔을 무렵에는 카사네씨도 녹초가 되어 있었다.


운전석과 조수석에 올라타 잠시 숨을 고른다. 여기까지 돌아오는 동안 카사네씨에게는 일의 전말을 모두 상세하게 이야기해 주었고, 우리들이 할 수 있는 한 고찰을 해 보았지만, 아직도 모르는 것이 많았다.


그 영혼은 무엇이었을까.

왜 나에게 씌였을까.

그 신은 무엇이었을까.

날 왜 살렸을까.


생각해도 알 턱이 없는 의문은 제쳐두고 지금은 잠이나 자자. 날이 밝으면 병원에 가고, 회사에 사죄의 연락을 하고, 그 후의 일은 그 때 생각하자.


옷은 피투성이여서 기분 나빴지만, 그래도 피로에 몸을 맡기는 기분 좋은 마음으로 나는 눈을 감았다.



출처

__________________



정말 아무것도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 무서운 신 덕분에 주인공을 괴롭히던 귀신을 떼낼 수 있었구나

얼마나 무서웠을까

생각만 해도 내가 덜덜 떨리는데

도저히 모를 일이지만 모를 일이라 이렇게 귀신썰을 더 찾아보게 되는 것 같아

세상에는 아직도 우리가 모르는 것들이 너무 많으니까 말야

우주도, 심해도, 다들 모르는 것 천지

난 그런 것들이 좋아

암튼 같이 봐줘서 고마워

내일은 후일담으로 돌아오겠어

무서운 이야기 좋아하는 겁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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