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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서울연극제 희곡집>에서 장막극 두 편과 단막극 두 편을 읽었다. 올 초반에 읽었던 신춘문예 희곡 당선자들의 작품을 비교군으로 둔 채, 신인과 현장 경력이 있는 기성 극작가들의 차이를 염두에 두고 감상했다.

이제 막 등단한 신인과 기성작가를 비교하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겠지만, 그 갭을 통해 어떤 것이 신인들의 공통적인 결점인지 나름대로 파악해보고자 했다. 물론 나는 시를 쓰는 사람이지 희곡에는 문외한일 뿐이다. 단순히 독자로서 감상평을 몇 자 적어본다.

올해 서울연극제 공식 선정작이자 장막극인 <나는 지금 나를 기억한다>와 <생활풍경>, 그리고 단막극 <구멍>과 <악셀>을 읽었다. 우선 신춘문예 당선자들의 작품은 단막극이기에 기성작가들의 작품도 단막극과 비교하기가 수월했다. 김지선 作의 <구멍>은 우선 그 깊이가 남달랐다. 적어도 올해 신춘문예 당선자들의 작품과 비교해볼 때는 확실히 그 결을 달리했다. 이 작품은 인간이 이해할 수 없는 생의 고통을 철학적인 수준까지 밀고 나간다. 어떤 의미에서는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데뷔작, 물론 이 영화도 원작 소설이 있지만, <환상의 빛>이 보여준 어떤 질문 같은 것들이 이 희곡에서도 느껴졌다. 상연을 목적으로 한 작품일 것인 만큼 무대 위에서 연출이 채웠을 절반은 또 어떤 것이었을지 모르겠지만 대본 자체로도 아주 훌륭했다. 김희연 作의 <악셀>은 대본 자체로는 신인들보다 월등하다 할 만한 것은 없다. 어떤 전형성들을 따르고 있기도 하다. 다만 이 작가가 신인과 차별화되는 지점은 무대를 활용할 줄 안다는 거다. 적어도 무대에 대한 이해와 연극 현장에 대한 경력을 가진 사람만이 구성할 수 있는 희곡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단순히 내 착각이 아니라면, 그러니까 현장 경력 있는 작가들과 신인 작가의 결정적 차이는 무대에 대한 이해다.

장막극인 손기호 作의 <나는 지금 나를 기억한다>는 말 그대로 장막극인 만큼 비교하기가 다소 무리다. 사실 이 희곡은 특별히 훌륭하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표면적으로는 너무 전형적인 드라마로 보이기도 하고. 뭔가 철학적인 시도를 하고 있는 것 같지만, 그게 잘 와 닿지는 않는다. 나의 한계일 수도 있다. 상연되는 무대로 경험한 것은 아니기에 섣불리 판단하기는 힘들겠다.

김수정·원아영의 <생활풍경>은 사실 서울연극제 진행 당시 관람할 작품을 고르던 중에 시놉시스를 보고 패스했던 기억이 있다. 이 희곡은 우선 장애인특수학교 설립을 두고 주민들끼리 찬반 토론을 하는 설정이다. 나는 당시 창작극에 다소 관심을 두고 있었기 때문에 사회문제를 다룬 극에는 크게 관심이 가지 않았다. 그러나 작품을 읽다 보니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일단 주민 토론회가 설정이기 때문에 등장인물들이 상당히 많다. 관객이 아니라 독자로서는 대사 분량의 압박도 상당하다. 일단 장애인특수학교 설립에 대한 지역 이기주의 문제는 굉장히 현실적이고 현재적인 사회 문제이고, 이것이 연극으로 상연될 때 관객들이 생생하게 직시하게 될 하나의 질문거리로서 아주 훌륭했다. 설정 자체가 어떤 공간에서 토론을 하는 것이다 보니 관객들은 아마도 실제 토론 현장에 와 있는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관람하지는 못했지만, 연극으로서 아주 훌륭한 소재가 아닐까 싶다. 영화도 아마 그렇게까지는 불가능할 거다. 우리가 기사로만 접하는 사회 문제의 현장을 직접 두 눈과 귀로 체험 가능한 것이다. 그 수많은 인물들이 등장하지만 아마도, 독서가 아니라 관람의 문제라면 별 무리가 없을 듯하다. 작품은 찬성 측의 주민들과 반대 측의 주민들이 팽팽하게 대립하는 현장을 보여준다. 또 작품은 당연하게도 스스로 답을 내리지 않는다. 그저 팽팽한 대립을 보여줌으로써 관객들 스스로가 섣불리 대답하기 힘든 질문 거리를 하나 얻게 된다. 이걸 연극으로 실제 관람했다면 얼마나 날것의 현장을 보는 느낌이었을까 싶은 아쉬움마저 든다.


연극제 당시 내가 관람한 연극은 <노인과 여자를 위한 나라는 없다>였다. 이 작품과 나머지 <허길동전>이라는 작품은 나중에 이야기해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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