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오는 귀신썰] 목 매다는 마을 4화

주말 다들 잘 보내고 있어?

오늘도 이야기 마저 이어가자

들어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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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화


저희는 신상에 배례하고 나서 집회소로 옮겨, 시즈할머니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소우히코, 모두에게 배달시켜 먹여라. 모두 길어지겠지만 들어다오.”


그렇게 시즈할머니는 이야기를 시작했어요 기억나는한 정확하게 쓰겠습니다.


200년보다 조금 전, 에도시대가 말기에 접어들려고 하고 있었을 무렵 이곳에는 ◯◯라는 촌이 있었습니다. 이 촌이 핵이 되어 주변 촌을 합치는 것이 반복되어 생긴 것이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마을입니다.


당시 이 지역에는 우리 마을의 기본이 되는 동네 외에도 취락이 있었어요. 지금은 없는 그 취락은 범죄자나 모반인 혹은 살던 땅을 버리고 달아난 무호적자 등 공동체에서 쫓겨난 사람들이 모여든 취락이 대부분이었고 부락 차별의 대상이 되기도 했습니다.


동네 주민들은 믿을 수 없는 모멸 수준으로 이 취락 사람들을 기피했고, 때로 젊은 남자들이 몰려나와 마을로 나가 집적거리거나, 저항하는 부락민들을 반 죽을 정도로 두들겨 패거나 젊은 처녀들을 농락하기도 했습니다.


악한의 되어도 상대가 부락민이라면 탓할게 없다는 부조리하기 짝이 없는 상황에 처해있었습니다. 당시에는 그것이 보통이었어요.


우리 조상들은 그 부락에 사는 사람들을 예다라고 부르며 멸시했는데, 얼마 안되긴하지만 상거래가 있었습니다. 그들이 산 등에서 잡아오는 짐승의 고기와 옷가지들을 교환하는 거였죠. 당연히 거기에도 차별의식이 존재하여, 시세를 밑도는 금액으로 매입하고 있었기에, 그들의 생활이 좋아지지는 않았습니다.


그래도 교류는 계속되었습니다. 그들에게 있어서 거래 상대는 우리 조상의 마을밖에 없었기 때문입니다.


우리 조상 중에 예로부터 장사로 재산을 모아온 집이 있었는데, 당주의 이름이 야하기 토우에몬이었습니다. 영지에게 바치는 말을 길러 부적합한 말은 농민 등에게 파는 것을 허가받은 야하기가는 그 말 장사의 이익을 토대로 장사를 크게하게 되었습니다.


그 대 당주인 토우에몬은 촌장을 맡아 인심이 후한 인물로 인근 마을 사람들에게도 얼굴이 알려진 지역 최고의 거상이었습니다.


토우에몬에게는 잘난 아들들이 있었고, 장남의 이름을 토오키치라고 불렀습니다. 토오키치는 토우에몬의 일을 도우면서 반정도 상속을 받은 것 같은 상태였습니다. 동생들을 잘 보살피는 맏형으로서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주위의 평판이 좋아 장래의 촌장으로 인기가 높았습니다.


그런 토오키치가 부락의 여자와 사랑하는 사이가 되었습니다. 부친을 대리해 장사를 하기 위해 부락에 갔던 토오키치는, 부락민들 중에서도 한층 가난한 차림의 여자를 처음 보게 되어 몇번의 밀회 후 여자를 데리고 토우에몬에게 데려갔습니다.


토우에몬은 열화같이 화를 내며 여자를 손찌검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칼을 빼어들고 덤벼드는 토우에몬으로부터 여자를 감싸안은 토오키치는 그 자리에서 동생에게 가주를 물려주겠다고 내뱉고 여자와 함께 부락으로 도망갔습니다.


여자의 본가에 들어간 토오키치는 집을 버린 남자로서 부락민의 자격은 있었지만 얼마전까지만 해도 부락에 대해 위압적인 장사를 해왔기에 부락민에게 받아들여지지 못했습니다. 아내가 된 여자 사토와 함께 사토의 친정에 살면서 가진 것을 모두 팔아 식량으로 바꾸었습니다.


사토는 사내아이를 낳았어요. 이름을 츠루마루라고 지었습니다.


그 뒤 이웃 마을들의 부락 괴롭힘은 더욱 심해졌습니다.

장남을 잃은 토우에몬은 반쯤 은거를 하게 되었고, 토우에몬을 안쓰럽게 생각한 마을 사람이나 토우에몬에게 빌붙어 이익을 얻으려는 속셈을 가진 마을 사람들이 일부러 부락을 덮쳐 토우에몬의 비위를 맞추려고 했던 것입니다.


부락을 덮치는 마을 사람들은 점점 더 가혹해져갔습니다. 그때까지는 괜찮게는 욕질로 나빠도 반쯤 죽은 상태였던 것이, 토오키치 이후로는 괜찮아도 반 죽음이고 심하게는 죽음에 이르기까지 하는 폭행을 저질렀습니다.


토오키치는 부락민 앞에 끌려나와 어떻게 할거냐 따지는 부락민 앞에서 무릎을 꿇고 간청했습니다. 제발 부락에 있게 해달라고. 아내와의 사이에 있는 아들을 불쌍히 여겨달라고. 그리고 아주 아슬아슬한 곳에서 토오키치 부자는 생활을 하고 있었습니다.


부락에 정착하기 시작하면서, 그들이 예다도 짐승도 아닌 보통 인간이라고 생각하게 된 토오키치는 열심히 일했습니다. 산과 들에서 짐승을 잡아오고. 밭이 될만한 땅을 찾아 내어 개간하고. 보수가 필요한 집이나 동네의 설비가 있으면 기꺼이 무상으로 보수하고. 짧은 기간 동안이었지만, 토오키치는 부락에 받아들여지려 필사적으로 노력하고 있었습니다.


그 즈음에는, 토오키치의 구실을 인정하는 부락민도 나오기 시작해, 토오키치 일가는 조심스러우면서도 미래에 희미한 불이 켜진 것 같은 자그마한 희망을 믿고 살고 있었습니다.


어느날 토오키치가 산에서 짐승을 메고 부락으로 돌아갈 때, 멀리 달리는 말에 탄 사내들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사내들은 칼과 몽둥이를 짊어지고 부락쪽으로 향하고 있었어요. 습격이다,하고 이해한 토오키치는 부락으로 달렸습니다.


당시 말을 탈 수 있는 농민이라고 하면 토우에몬과 친밀한 관계의 인근 마을 사람이나 그 아들들 입니다. 토우에몬의 마음에 들려는 그들의 습격은 항상 가차없었습니다. 그리고 토오키치가 당도했을 때 부락은 엉망진창이 된 상태였습니다.


집에 도착하니 거기에는 무사한 처와 아들과 장인, 장모의 모습이 있었습니다. 가족이 껴안고 무사함에 기뻐하고 있는데, 갑자기 문이 열리고 남자가 말을 걸어왔습니다. 남자는 토오키치의 부락에 대한 봉사를 가장 인정하던 남자였습니다.


촌장 일가가 거의 전멸하여 촌장 아들이 죽어가고 있다. 지금은 잠자코 집 안에 있으라고 남자가 말했습니다. 그리고 그날 밤, 촌장의 아들이 숨을 거두었습니다.


다시 문이 열리고 토오키치가 보니, 분노에 찬 부락민들이 우르르 몰려왔습니다.


도망쳐!


방금 집에 있으라고 충고해준 남자의 목소리가 들린 것 같았지만, 도망칠 틈도 없이 토오키치는 집 밖으로 끌려나갔습니다.


부락민들은 제각기 토오키치를 욕하며 그를 구타했습니다. 토오키치는 웅크리고 폭력의 폭풍이 지나가는 것을 참고 있었습니다. 그때 귀에 익은 목소리가 비명을 지르는 걸 들었어요. 얻어맞고 걷어차이며, 토오키치가 주위를 쳐다보니, 발가벗겨진 사토가 남자들에게 깔려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토오키치는 일어서서 사토의 곁으로 향하려 했지만, 일어서려는데 아래에서 배를 걷어차여 나가 떨어졌어요. 사토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 모르겠지만, 토오키치가 보자 알몸에 피투성이가 되어 쓰러져 있는 아내가 보였습니다. 그 얼굴은 이쪽을 향해 있고, 토오키치를 보고 있었지만 눈을 마주칠 수 없었습니다. 사토의 숨이 끊어져 있었습니다.


사토의 곁에서 뭔가가 내던져졌습니다. 그것은 이미 움직이지 않게 된 아들이었습니다. 토오키치는 눈물을 흘리며 아내와 아들 곁으로 기어갔습니다. 주변에서는 남자들이 뭐라 고함을 치고 있었어요. 이따금씩 또 걷어차였지만, 토오키치는 사랑하는 아내와 자식에게 서둘러갔습니다. 마치 꿈속에 있는 것처럼 몸이 움직이지 않았어요. 그래도 필사적으로 사토와 츠루마루 옆까지 이르렀을 때 두 사람이 죽은 것을 알았습니다.


절규하는 토오키치를 누군가가 메어 올렸습니다. 그리고 그대로 마른 우물 바닥에 쳐박혔어요. 뚝 하고 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들렸어요 쿵! 쿵! 하는 소리와 위에서부터의 충격이 있었습니다.


아픔과 절망으로 눈물이 흘러내리는 눈으로 토오키치가 본 것은, 토오키치와 마찬가지로 마른 우물에 내던져진 처자식의 유해였습니다.


“우우…구…크후후우우우우우….”


토오키치는 아무생각도 할 수 없었습니다. 머리가 하얘졌어요. 눈앞에서 죽은 처자식이 불쌍해 울었습니다. 아팠겠다, 무서웠겠다, 사토의 몸에 일어난 비극을 생각하며 울었습니다.


“……다.”


“….어…. 키치…”


“살아….토오키치…”


어둠속에서 의식이 떠올랐습니다. 힘이 다하여 정신을 잃고 있던 토오키치 바로 옆에서 호소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토오키치! 살거라!!”


정신을 차려보니 장인이 토오키치의 몸에 밧줄을 감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미안해 사토! 미안해 츠루마루! 토오키치… 미안하네… 미안해….”


장인은 울며 토오키치의 몸을 끌어올렸습니다. 이윽고 위쪽으로 소리를 냈더니, 위에서 늘어졌던 밧줄이 당겨졌습니다. 토오키치 몸이 윗쪽으로 떠올랐습니다. 온몸의 뼈가 어떻게 되어가는 것 같고 온몸에 심한 통증이 엄습했습니다.


토오키치는 이를 악물고 참았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처자식을 위해서라도 스스로 포기할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다 우물에서 끌어올려진 토오키치는 땅바닥에 굴러져서 밧줄이 풀렸습니다.


격통을 견디며 어떻게든 일어섰습니다. 거기에는 장모와 마을에서 유일하게 토오키치 일가를 배려해준 남자가 서 있었습니다. 장모는 토오키치를 보고 입을 꽉 다물고 오열했습니다. 남자는 씁쓸한 얼굴로 토오키치를 보고 있엇습니다. 장인이 우물에서 자력으로 나왔습니다.


"토오키치 도망쳐…"


장인이 말했습니다.


“미안하네, 너희가 괴롭힘 당하는 동안, 우리는 아무것도 할수 없었네. 사토는 커녕 츠루마루까지….”


장인도 그렇게 땅을 짚고 오열했습니다. 그리고 결연한 얼굴을 토오키치에게 향햇습니다.


“토오키치! 도망쳐! 너만이라도 도망쳐!”


토오키치는 물론 도망칠 생각이었습니다. 자신까지 죽는다면 처자식에게 면목이 없다. 그런 마음으로 아슬아슬하게 서 있었어요.


“아버님, 어머님, 어떻게 하실 생각이세요?”


토오키치가 물었습니다.


“모르겠네.”


그렇게 말하며 장인은 고개를 저었습니다.


“그것보다 토오키치, 가게.”


장인이 어깨를 빌려주며 숲을 향해 걷기 시작했습니다. 숲으로 들어가 들키지 않게 도망치라는 거예요. 소리를 내지 않도록 숲을 향해 가능한한 서둘렀습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소란스러운 상황에 휩싸였습니다. 부락의 사내들은 장인 장모가 토오키치를 구해내는 모습을 보고 있었습니다.


순신간에 포위되어, 남자가 무마하기 위해 부락민들에게 다가갔어요. 남자는 넘어뜨려져 끌려갔습니다. 그리고 장모가 각목으로 머리를 맞아 쓰러졌어요. 장인이 ‘아아…’하며 장모의 곁으로 달려갔습니다. 장인의 등에 도끼가 꽂혔어요.


쓰러져가는 장인의 등을 멍하니 바라보던 토오키치는 마음속으로 체념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마을 밖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왔어요. 말 울부짖는 소리와 달그락 달그락하고 쇳소리가 부딪히는 소리. 그리고 기세가 등등한 소리가 다수.


다그닥! 다그닥! 하는 말발굽소리가 크게 울리고, 갑자기 부락민 한 사람이 날아갔습니다. 이어서 말 몇마리가 토오키치 바로 옆에 있던 부락민들을 헤치며 지나갔습니다. 말을 탄 남자들이 유쾌하게 소리를 지르고 있었습니다.


남자들 중 한 젊은이가 낯이 익었어요. 토오키치가 장사차 방문한 주변 마을의 일을 하는 사람의 아들이었습니다. 이름은 분명, 지로타. 낮에 이어 야간에도 습격을 해온 것일까, 다른 마을 사람일까. 문득 토오키치는 생각했습니다만, 곧 머리를 흔들어 생각을 부정했습니다.


지금, 생각해야 할 것은 딱 한가지. 그 남자들을 마을까지 데려가는 것. 그것외에 토오키치가 살아남을 길은 없었습니다.


남자들은 마을 깊숙이 침입하여 밤중에 인기척 없는 것을 빌미로 부락안을 뛰어다니고, 아무도 없는 집회소를 부수거나 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거의 난동을 다 부렸는지 마을 입구 방향으로 되돌아왔습니다.


토오키치는 움직이지 않는 다리를 열심히 떨쳐 일으키며 걸었습니다. 토오키치를 둘러싸고 있던 부락민들은 이미 어디론가 가버린 듯했습니다. 두팔을 벌리고 길 한가운데 섰습니다. 통증으로 인해 웅크려질 것 같지만 필사적으로 계속 서 있었습니다. 여기서 그들을 놓치면 토오키치는 또다른 폭력을 당해 죽을 수 밖에 없습니다.


사내들을 태운 말이 후지요시 쪽으로 달려왔습니다.


“멈춰줘!”


토오키치는 목청껏 외쳤습니다.

남자들은 말을 멈추고 토오키치에게 의아한 시선을 던집니다.


“뭐야 너, 살해당했냐?”


토오키치가 얼굴을 아는 남자가 나섰어요.


“△△마을 지로타씨죠?”


토오키치는 남자를 향해 이름을 불렀습니다.


“아아?”


이름을 불린 지로타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위협적인 대답을 했습니다.


“◯◯촌 야하기 토우에몬의 아들 토오키치입니다. 제발 도와주세요.”


지로타는 아하라며 말에서 내렸습니다. 토오키치 곁까지 다가가서 얼굴을 말똥말똥 바라보았습니다. 토오키치는 너무 맞아서 인상이 달라지지 않았을까 조마조마했습니다.


“어이! 당신 토오키치씨 아냐! 야하기씨네 젊은이!”


지로타가 놀라 소리를 질렀습니다. 살았다! 토오키치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여기서 잡혀 죽을 것 같아요… 제발…”


“미안하네! 이런 일이 있는 줄 알았다면 진작 도와줬을텐데.”


지로타는 그렇게 말하며 토오키치에게 어깨를 빌려 일으켜 세웠습니다.


“돌아가자! 이런 곳에 있으면 안돼! 이봐 너희들 손 좀 빌려줘!”


남자들이 토오키치를 말에 실어, 토오키치는 지로타의 등에 기대었습니다. 토오키치의 몸과 지로타의 몸을 밧줄로 고정시킬 때, 또 온몸이 아팠습니다. 달리기 시작한 말 위에서 고통을 참으며 토오키치는 오늘 있었던 일을 지로타에게 말했습니다.


낮에 잡혀간 후, 처자식이 함께 살해당한 것. 자신도 죽을 운명이었지만 장인장모의 도움을 받은 것. 도망치기 직전에 다시 포위되어 장인 장모님도 살해당한 것. 지로타들이 오지 않았다면 확실히 죽었을것. 그런 말을 마치자 지로타가 의아하다는 듯 말했습니다.


“우리도 말이야, 왜 이런 밤중에 부락으로 왔는지 이해가 안된단 말이야. 낮에 □□마을 놈들이 부락을 습격한 것을 듣고 왠지 우리도 안절부절 못하게 되어서, 그래서 와 보니, 네가 죽을 것 같잖아. 신기해.”


당시 부락을 습격하는 것은 주변 마을 젊은이들의 오락과도 같았습니다. 그것을 알고 있는 토오키치였습니다만, 조금이라도 부락민으로서 생활한 몸으로서는, 지로타들이나 □□촌 젊은이들의 만행에는 신물이 났습니다. 하지만 야밤에도 부락을 습격하러 왔다는 것은 납득이 가지 않았습니다. 그런 생각을 하며 토오키치는 의식을 잃고 지로타의 등에 기대었습니다.


정신을 차려보니 토오키치는 본가의 자신의 방에서 자고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지로타들이 무사히 토오키치를 마을로 데려다준 것 같았습니다. 몸이 아파서 일어날 수 없었지만 이불에서 기어나와 장지문을 열고 밖의 상황을 살펴봤습니다. 밖은 밝고 생업에 종사하는 집안 사람들이 바쁘게 일하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복도를 걸어오는 발자국 소리가 들리고 문이 활짝 열렸습니다. 고개를 들어보니 토우에몬이 토오키치를 내려다보고 있었습니다. 토오키치는 몸을 떨었습니다. 집을 버리고 뛰쳐나갔다가 이꼴로 돌아온 자신을 아버지가 뭐라고 할까. 자상하면서도 엄한 아버지는 나를 여기서 내쫓을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을 하며 두려워했습니다.


떨리는 입으로 아버지께 말씀드리려 했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어요. 목이 심하게 말라 깔깔한 입김이 새어 나왔습니다. 토우에몬은 토오키치 곁에 무릎을 꿇고 토오키치의 어깨를 껴안았습니다.


“아무 걱정 말거라. 여기는 네 집이다. 잘 살아 돌아왔다.”


그렇게 말하며 토우에몬은 토오키치의 등을 다정하게 어루만졌습니다. 토오키치는 아버지의 팔 안에서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어머니가 찾아와 아버지와 같이 토오키치를 껴안고, 그리고서 토오키치를 이불에 눕히고 끓인 물을 마시게했습니다.


겨우 말할 수 있게된 토오키치는 집을 나오고 나서 지금까지의 일을 모두 가족들에게 이야기했습니다. 모든 말을 마쳤을 때, 동석하고 있던 셋째 토자부로가 주먹을 다다미에 내리쳤습니다.


“에잇! 빌어먹을 놈들!”


일어서서 나가려는 토사부로를 토우에몬이 제지했습니다. 지금은 토오키치의 회복이 우선이라고 했습니다.


토오키치가 다시 잠자리에 들자, 토사부로는 남자들을 데리고 부락으로 가, 마른 우물에 내던져진 사토와 츠루마루의 시체를 수습하여 돌아왔습니다. 야하기가 무덤 옆에 간소한 묘석을 세우고 모자는 묻혔습니다.


그로부터 반년, 토오키치는 몸을 회복하는데 집중하고 있었습니다. 몸이 나을때까지의 기간동안 토오키치는 집과 신사를 왕복하고 있었습니다. 집에서 요양을 하는 것 외에는 오로지 신사에서 기도만 계속 했습니다. 처자식의 공양과는 별개로 토오키치가 간절히 기도한 것은 ‘저 흉한 부락을 근절하소서.’ 라는 것이었습니다.


보통을 벗어난 열정과 성실함으로 마냥 기원하는 토오키치의 모습에 연민을 느낀 신사에 모셔진 신은 부락의 근절을 허락했습니다. 이것이 지금까지도 신이 뉘우치고 있는 일이었습니다.


원래 마을 신사의 신으로 마을을 지키고 있던 신은 더러운 혈통의 부락으로 사랑의 도피를 한 토오키치를 불쌍히 여겨 죽기 직전에 구했습니다. 그리고 토오키치의 진심에서 우러나는 저주를 들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에 와서는 후회되는 그 결단도, 당시엔 의문스러운 것이 없었습니다.


제신의 뜻에 호응하듯 마을에서 부락에 대한 분노가 커져, 토사부로를 필두로 토벌대가 편성되었습니다. 토우에몬이 무훈을 세운 자에게 고액의 보수를 주겠다고 한것도 좋지 않았습니다. 그 때문에 지역내 남정네들이 용기를 내어 참가하게 된 것입니다.


혈기가 왕성해져 일종의 야릇한 흥분상태가 된 토벌대는 무턱대고 부락으로 몰려들어 부락민들을 살해했습니다. 토오키치 일가에 한 처사의 동등한 것 이상으로 보복하여 부락민을 근절한다.


토우에몬의 보수를 목적으로 앞다투어 부락민을 목매어 죽여가는 남자들. 처참하게 처참한 일을 극도로 높여가는 살해방법. 누구도 제정신이 아니었어요. 지옥을 휩쓴 듯한 처참한 살육의 터는, 당연히 엄청난 원한이 소용돌이치는 땅이 되었습니다.


정신을 차린 마을 사람들은, 누구도 그 이후에, 부락에 얽힌 이야기를 하지 않고 지냈어요. 그 살육이 마치 없었던것처럼 마을 사람들의 기억속에 봉인되어갔습니다.


그로부터 십여세대가 지난 쇼와시대 어느때, 이름 없는 꺼려지는 터로서 잊혀진 옛부락의 옛터에 하나의 원념이 형성 되었습니다. 부락민의 피에 의해 잉태되어 그 고통의 신음을 자장가로 맴돌던 원념의 덩어리는, 지역을 지키던 제신의 힘에 미치는 정도의 형상은 아니었지만, 시대의 변화와 함께 사람들의 신앙심이 희미해졌고, 마침내 마을 사람들이 제신에게 흥미를 잃어버린 결과, 제신은 하나의 영으로 존재하게 되었습니다.


두 세기를 거쳐도 더는 희미해지지 않는 사악한 의지. 발생하고 오랜시간을 제신에 의해 무위하게 보냈기 때문에, 충분히 갈아지고 숙성된 원념의 갈망은 오직 하나.


‘부락의 원통함을 씻는 것’


일찍이 미움이 미움을 부른 일. 자신들이 토오키치 일가를 린치 끝에 살해한 것이 계기가 된 것. 당시의 토오키치 일가는 부락민의 차별에 견디며 선량하고 조심하며 생활하고 있던 것. 그 기억들은 오랜시간 풍화되어 잊혀졌지만 한만은 남았습니다. 한은 결코 떨쳐지지 않았습니다.


오랫동안 제신의 힘에 의해 억눌려 있던 초조함도 원념을 조성시키는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제신의 멍에로부터 해방된 지금, 맑을 정도로 원한 이외의 감정은 버린 순수한 원령으로서, 일찍이 부락민이었던 자들의 영혼이 모여들었던 것이죠.


과거 여러 마을로 존재하던 주변 촌락들은 통폐합을 거치며 하나의 마을이 되었습니다. 고도 경제성장과 함께 개발도 진행되어 사람의 수도 증가했습니다. 원령이 당도했을 때, 우리가 사는 이 마을은 시골이면서도 사람의 활력이 넘쳐 흐르는 좋은 마을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옛날만큼 제신의 힘은 느끼지 못했습니다. 신사에 모셔진 느낌은 있지만, 과거 지역을 덮을 정도의 위압감은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제신 대신 경제성장이라는 새로운 신에게 신앙을 바친 옛마을 사람들은, 그 살육의 기억을 조금도 하지 못한 채, 선량한 시민으로서 인생을 구가하고 있었습니다.


용서할 수 없어.

일찍이 자신들에게 한 일을 잊었을 뿐만 아니라, 스스로를 지키고 있던 제신을 모시는 것조차 그만두고 스스로 방종하게 살고 있는 지난날의 마을 사람들.


죽인다.

흉한 이들에게 피의 보답을 준다.

그 때문에 200년이 넘는 세월을 꺼리는 땅에서 견뎌 온 것이다.


용서할 수 없어. 죽일거야. 용서할 수 없어. 죽일거야. 용서할 수 없어. 죽일거야.

용서할 수 없어. 죽일거야. 용서할 수 없어. 죽일거야. 용서할 수 없어. 죽일거야.

용서할 수 없어. 죽일거야. 용서할 수 없어. 죽일거야. 용서할 수 없어. 죽일거야.


그리고 참극으로부터 2세기가 훨씬 지난 오늘날 옛 부락민들의 영혼은 무서운 재앙이 되어 우리 앞에 나타난 것입니다.


“………….”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습니다.

시즈할머니가 이야기해준 것은, 소네자키씨가 반입한 고문서보다 한층 더 깊이 파고든 내용이었습니다.


원령의 내력.

그 너무나도 이기적인 폭력의 가해자가 우리 조상이었다는 것은 아무도 믿고 싶지 않았습니다.


“만약 그것이 사실이라면 우리는 죽을 수밖에 없는 건가요?”


누군가 말했습니다.


“아니야. 그것의 한을 풀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모두 함께 생각해보게.”


시즈 할머니가 대답했어요.

마을 전체가 몰살당한 129명의 억울함.

그것을 어떻게 풀겠다는 건가.


“신은 무엇을 하고 있나요?”


또 누가 말했어요.

이봐, 하고 나무라는 소리도 들렸지만 그 소리는 멈추지 않았습니다.


“그런 옛날일, 이제와서 우리가 어떻게 해줄 수 없어요. 그런데도 신은 우리를 지켜주지 않는건가요!”


그렇게 외친 것은 야마타니씨라고 하는 중년 여성이었습니다. 평소의 조용한 모습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강한 어조에 모두 놀랐습니다.


“좀 전의 기도로 부탁해보았죠?”


그 소리에 시즈할머니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습니다.


“그렇지만 말이야, 옛날과 달리 지금은 신을 믿는 사람이 적어졌다네. 지금 신에게 부탁하고 있는 것은 여기에 있는 사람들 정도일 게야. 믿음을 잊은 백성들을 신이 어떻게 다루셔도 할 말이 없지.”


시즈할머니의 말에 침묵이 찾아왔습니다.


신은 돕지 않는다.

오히려 이 재앙은 신벌이라는 소리였습니다. 하지만 저는 마음속에서 다른 인상이 강하게 솟구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신이 도와주신 것 같아요.”


그날 신의 기척을 느낀 후 꿈을 꾸고 두려움을 이겨냈던 때를 이야기했어요.


“너희들은 열심히 신의 일을 돕고 있었으니까, 신께서도 좋은 기억이 있었겠지. 특별히 돌봐주신 건 정말 감사한 일이야.”


시즈할머니는 피식 웃음을 건넸습니다.


“그럼 우리는!”


야마타니씨가 또 외쳤습니다.


“침착하시게. 아까도 말했든 그것을 진정시키는 방법은 반드시 있을게야. 그것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네. 이 마을에 대한 신의 흥미가 떨어졌다 해도, 그래도 여기에 있는 우리를 좋게 봐 주신다. 믿게. 자네가 신을 믿지 못하는데 신이 자네를 어떻게 믿겠는가.”


그리고 나서 잠시 시즈할머니의 이야기를 듣고, 약간의 안정을 되찾은 우리들은 각자 집으로 향했습니다.


이 마을을 수호하던 신은 시대가 변하면서 이 마을과의 관계가 엷어져 버렸다. 그것은 우리 인간이 신으로부터 멀어져 버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신이라 해도, 누군가 비는 것도 아니고 몸을 내주면서까지 우리들을 지킬 의미가 없어져 버린 것이라고 시즈할머니는 말했습니다.


신은 어디까지 우리들이나 이 마을을 지켜주는 걸까. 가족들과 그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오랜만에 레스토랑에서 외식을 하고 집에 도착했습니다.


그날 저의 액막이는 실패로 끝났습니다.



8화


해가 바뀌어도 이상한 일은 계속되었습니다.


뒤를 따라오는 그림자

무서운 신음소리


하지만 목을 매다는 일은 저의 액막이 이후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저의 액막이라기 보다는, 시즈할머니의 기도가 효과가 있었던 거겠죠.


연초를 맞이한 시노미야 신사는 엄청난 수의 참배객을 대응하는 것에 쫓기고 있었습니다. 작년에 시작된 괴이 때문에 누구나 신불의 가호를 위해 신사와 절에 참배했던 까닭입니다. 그 기분은 이해할 수 있습니다.


당연하다는 듯 저희 형제도 신사를 도우러 갔습니다. 평소에는 잘 걸치지 않는 신관의 의복을 입고, 예년에 유례없는 수의 참배객 정리나 주차장의 유도 등을 돕고 있었습니다.


연말 기도 뒤부터 시즈 할머니는 기력이 없었어요. 원래 조용한 사람이었고, 우울하다는 느낌은 아니었습니다. 말을 걸어도 건성이랄지, 무언가 생각에 잠겨 있는 시간이 많아지고 있었습니다.


새해 첫 참배 날에는 시즈 할머니가 경내안의 히터가 설치된 휴게실에서 손님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예년에는 볼 수 없는 광경이었어요. 아마 연말부터 계속 시즈할머니는 각오를 단단히 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정초의 3일이 지나고 얼마되지 않아 다시 원령 퇴치 기도가 거행되었습니다. 본당에는 시즈할머니와 신주, 사츠키와 우리 형제, 그들의 가족이나 가문 사람들 몇 분. 지난번처럼 원령의 모습은 나타나지 않았지만, 무서운 신음소리를 내며 우리를 위협했습니다. 발목에 멍이 들고, 피가 번졌습니다.


시즈할머니 역시 지난번처럼 신들린 채, 당내를 돌아다니며 어느 한 점까지 원령을 몰아붙이며 축사를 외웠습니다. 기억이 애매해서 확실한 것은 말할 수 없습니다만, 알아듣기 어려운 축사안에 이런 문구가 들어가 있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 이 몸에…….. 의 원통함을…. 없애고자 합니다…뜻을 이루옵고…..없애주시옵소서…."


그리고 유난히 큰 제사용 지팡이를 흔들던 시즈할머니가 그 자리에 쪼그려 앉아 움직이지 않았어요. 신주가 이어 신상에 기도하고 기도를 끝맺었습니다.


신주는 기도가 끝나자마자 시즈할머니에게 다가가 상태를 살폈습니다. 저희도 시즈할머니께 달려갔습니다. 시즈할머니는 잠들어 있었어요. 조용히 숨소리를 내며 언뜻 보기에는 편안하게 자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그후에도 시즈할머니가 눈을 뜨지 않았습니다. 구급차로 시즈할머니가 실려 갔고, 모인 가문 사람들도 귀가한 후, 우리는 본당에서 신주님과 마주보고 앉아있었습니다. 병원에는 사츠키의 어머니가 문병 갔습니다.


우리도 병원에 가려고 했지만, 사츠키와 우리 형제는 남아있으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어머니도 동석한 자리에서 신주님이 저희에게 이번 기도에 대한 설명을 해주셨습니다. 신주님이 말하길, 시즈할머니는 원령을 만나기 위해 현세를 떠났다고 합니다. 기도속에서 원령과 대화를 시도하고, 가능성이 있다면 그대로 영체가 되어 원령을 진정시키기 위한 방법을 찾을 생각이라고 합니다.


“그런! 할머니는 혼자 귀신과 싸우는거에요?”


사츠키가 비장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신주는 한숨과 함께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싸운다고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뭐 그렇지. 할머니는 우리를 위해 해주고 계시단다.”


“왜 말리지 않았어요? 숙부는 알고 계셨죠?”


사츠키가 따지듯 묻습니다.


“사츠키 들어라. 할머니는 당신께서 다 끝낼 테니 나는 너희와 마을 사람들을 지키라고 말씀하셨단다…..”


말하는 도중 신주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습니다. 말을 잇지 못하고 고개를 숙인채 한손으로 눈을 가리고 오열했습니다. 너무나 뜻밖의 반응에 우리는 놀랐어요.


“숙부, 할머니가 뭘 하시려는지 알고 있어요?”


신주는 아무말도 하지않고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는 신주에게 사츠키는 강요하지 않는 듯하게, 무릎 위에 손을 움켜쥐고 안타깝다는 듯이 몸을 비틀었습니다.


“시즈할머니는 지금 어떻게 됐나요?”


형이 사츠키 대신 신주님께 물어봤습니다.


“아아… 그래…”


고개를 숙여 오열하던 신주가 눈물을 닦으며 고개를 들었습니다. 그 얼굴은 초췌했고, 슬픔을 머금고 있었지만 그래도 우리와 마주볼 의사가 느껴졌어요. 그 얼굴을 보고, 시즈할머니가 사지로 향하셨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알면서도 신주는 시즈할머니를 말리지 않고 우리를 위해 남아주셨다는 것도.


“시즈할머니는 원령과 마주보고, 우선 그 생각을 이해하고 싶다고 말했다. 원령이 안고 있는 원념, 억울함, 원한 같은, 그것을 어떻게든 풀어주고 싶다고.”


사츠키는 잠자코 듣고만 있었습니다.


“알다시피 시즈할머니는 연세가 많기에, 당신께서 이제 곧 때가 올 줄 알고 계셨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목숨을 걸고 원령과 맞서기로 했어. 오랜 수행 중에 신과 합일해온 시즈할머니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할머니가…. 돌아가신다고?”


사츠키의 목소리는 작고 가냘펐습니다.


“여간해서는 괜찮다고 생각한다. 너희들도 아까 보다시피 시즈할머니는 육체적으로는 그저 잠들어계실뿐이니까.”


그 말에 사츠키는 비로소 조금 안심이 되는 눈치였습니다.


“시즈할머니께서 걱정하신 것은, 원령과의 일 중에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는 것이야. 산자의 시간과 영혼의 시간은 다르니, 얼마나 오래 걸릴지 할머니께서도 모르겠다고 하시더구나.”


“무슨 말이에요?”


“이대로 계속 잠들어있다가, 할머니께 육체적인 한계가 오는게 유일한 걱정거리라고 하더라.”


그렇게 시즈할머니는 혼수상태로 입원했고 우리는 일상으로 돌아갔습니다. 그날을 경계로 괴이한 일도 일어나지 않게 되었습니다. 시즈할머니는 보기좋게 원령을 제압한 것입니다.


마을을 덮고 있던 불안의 기색은 서서히 사라져가고, 계절은 흘러 3년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형과 사츠키가 고등학교 2학년. 제가 중학교 3학년인 가을, 시즈할머니께서 돌아가셨습니다. 원령과의 대화를 시작한 이후 한번도 깨어나지 못하고, 가족과 저희 형제에게 간호를 받으며 세상을 떠났습니다.


향년 82세.

의사 요네즈는 시즈할머니의 사체를 정중하게 확인하고 나서,


“운명하셨습니다. ◯◯시 ◯◯분, 임종하셨습니다.”


호흡기, 링거와, 호스를 통한 영양공급으로 연명조치가 취해졌지만, 그래도 서서히 약해져간 시즈할머니는, 수척해져 미라와 같은 모습이 되어도 아직 살아있었습니다. 그러나 생명의 한계는 이미 맞이하고 있어서, 아무리 사정을 아는 병원이라도 무리한 연명을 할 수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신의 가호를 한몸에 받은 시즈할머니는, 인지를 초월한 활동 속에서 소임을 다하고, 천수를 다하고, 세상을 떠났습니다.


시즈할머니께서 숨을 거둘 때, 우리는 할머니의 병실에 모여 있었습니다. 침대에서 잠이 드신 시즈할머니를 둘러싸고 시즈할머니가 좋아했던 링고의 노래를 부르며 그때를 기다렸습니다.


갑자기 병실 안에 달콤한 향기가 감돌았습니다. 저는 그 향이 기억에 남았습니다. 그 때, 축제를 위해 청소하고 있을 때 본당안에서 풍겨온 향이었어요. 신기하게도 시즈 할머니의 입에서 호흡기가 떨어졌습니다. 마치 시즈할머니가 그 향기를 느끼고 싶어한 것 같았어요.


시즈할머니는 두 번, 세 번, 얕은 호흡을 하고, 후-하고 길게 마지막 숨을 내쉬고 숨을 거두었어요. 삐------하는 심정지를 알리는 소리가 모니터에서 났습니다. 티비 같은 것에서 본적 있는 그 광경에 시즈할머니가 돌아가신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할머니! 할머니! …. 미안해요… 할머니…. 우우우…..우아아아…..”


사츠키가 시즈할머니에 매달려 울었습니다. 신주는 어깨를 들썩이며 할머니를 향해 깊게 고개를 숙이고 있었어요. 사츠키의 어머니와 주변 사람들 모두 울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대로 밤샘 준비가 이루어졌습니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 시즈할머니가 꿈속에서 원령과 대화를 시작하고 조금 지났을 무렵 사츠키가 꿈을 꾸기 시작했습니다. 그 내용은 일관적이고 연속적이었습니다. 그건 시즈할머니가 누군가에게 죽임을 당하는 꿈이었습니다.


매 꿈마다 다른 어딘가의 누군가가, 시즈할머니를 괴롭혀 죽이는 것입니다. 때로는 남성이거나 여성이거나 여러명, 아이일 때도 있었습니다. 모두가 증오하는 표정으로 시즈할머니를 두들겨 패고 목을 조르거나 식칼, 도끼 등으로 마구 때리다가 결국 목숨을 앗아가는 겁니다.


처음 꿈을 꾸었을 때 사츠키는 울면서 늦은 밤에 전화를 했습니다. 어머니가 형을 깨워 전화를 건네고, 심상치 않은 사츠키의 모습에 형은 집을 뛰쳐나갔습니다.


저는 다음날 아침에야 그 사실을 알고 사츠키의 집으로 향했습니다. 사츠키는 잠옷차림으로 거실에 앉아 있었습니다. 곁에는 사츠키의 어머니와, 형이 있었습니다.


아버지는 벌써 출근을 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형으로부터 꿈의 내용을 듣는 동안 사츠키는 말없이 고개를 숙이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사츠키를 위로하며 격려했습니다. 무서운 꿈을 꿨네, 이제 괜찮아하고.


그때는 그렇게 끝이 났지만, 사츠키는 이후에도 같은 꿈을 며칠 간격으로 반복해 꾸게 되었어요. 아무런 저항도 하지 않고 조롱당하는 시즈할머니. 죽이는 건 매번 다른 어딘가의 누군가.


사츠키는 날이 갈수록 어두워졌습니다. 저희는 사츠키가 노이로제에 걸리지 않았을까 걱정했어요.


어느날 사츠키는 신사에서 신사에서 신주에게 따졌습니다.


“저건 할머니가 원령에게 시달리는 모습이야! 숙부도 그렇게 생각하실 거예요!”


신주는 사츠키는 달래느라 혼났어요.


“어째서 모른다는거에요! 할머니가 힘들어하시는데 아무것도 안해요!?”


사츠키는 반쯤 미친 것처럼 소리쳤습니다.


“사츠키, 진정하렴. 진정하고…”


“지금 당장 할머니를 깨워줘요! 지금도 할머니는 살해당하고 있잖아요?”


“만약 그 꿈이 사실이라고 해도….”


“정말 뻔하잖아요!!”


사츠키의 비명 같은 외침에 한순간의 침묵이 찾아왔습니다.


“알고 있다…. 알고 있으니까 침착해라. 그 꿈속에서 할머니가 원령의 뭇매를 맞고 죽임을 당하고 있다고 해서, 그걸로 할머니가 한을 풀려고 한다면 말릴수 없지.”


“진심이에요?”


사츠키가 아연실색하며 신주를 노려보았습니다.


“말릴 수 없다고요? .... 그게 무슨… 인간이 돼서 그런 말을… 숙부… 아들이잖아요?”


분노에 찬 사츠키의 박력에 모두가 겁에 질려 있었습니다. 그렇게 격렬한 분위기의 사츠키를 본 것은 나중에도 그때뿐입니다.


“사츠키, 잘 들어라. 나도 할머니가 힘들어하시는 걸 알고있고 힘이 들어. 아마 네가 꾸고 있는 꿈은 진짜 일거야. 그래도 할머니가 짊어지고 있는 것은 중요한 역할이다. 누군가가 해야하니까 할머니가 하시는거야.”


신주의 눈이 순식간에 빨갛게 되었습니다. 눈물을 참으며 계속 사츠키에게 이야기합니다.


“할머니는 죽음을 각오하고 원령과의 대화에 임했다. 그건 들었지. 그 결의와 각오를 너는 불쌍하다며 부정하는 거냐?”


이것에는 사츠키도 압도되었습니다. 하지만 사츠키도 반박합니다.


“한두번이 아니에요! 매일 그런식으로 살해당하다니…. 그렇게 각오를 했더라도, 죽겠어요!”


“그렇다고 해도!”


이번에는 신주가 외쳤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막을 수 없어!”


무릎을 치면서 억울하다는 듯 말했어요.

평소의 온화한 신주로서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큰소리였습니다. 신주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습니다.


“여기서 그만두면 어떻게 될까? 또 몇 명이나 죽을까? 그러면 어떻게 하지? 누군가 희생해 줄 사람을 찾아?”


새빨갛게 충혈된 눈으로 사츠키를 바라보는 신주에게, 사츠키도 압도된 것 같았어요.


“우리가 해야한다! …. 할머니는 할수 있으니까 하시는거야… 나도… 내가 힘이 있었다면….”


그렇게 말하며 신주는 고개를 숙이고 말았습니다. 불과 몇 초, 신주가 코를 훌쩍이는 소리만 들렸습니다. 그리고 고개를 들고 말했어요.


“만약 할머니로 안되면, 다음은 내가 하마.”


무슨 말인지 순간 알 수 없었어요.


“내겐 할머니 같은 힘은 없지만 그래도 누군가는 해야지, 그러니까 혹시나…”


신주는 일단 말을 끊었습니다. 일순간이었지만 주저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만약 나로도 끝나진 않는다면, 여기 있는 누군가가 그 역할을 넘겨 받았으면 좋겠다.”


하고 말했습니다.


“…………”


누구도 한마디도 할 수 없었어요. 그 자리에는 사츠키와 저와 형, 사츠키의 모친 그리고 여러명의 신관들이 있었습니다.


이 자리에 있는 사람으로 임무를 이어나가겠다. 원령의 원한이 풀릴때까지 계속 괴롭힘당하고 죽임당하는 역할을.


사절이야.

농담하나.


누구나 그렇게 생각할거에요.

사츠키를 제외하고.


다음날이 되어 신관 한 분이 퇴직하여 나갔습니다. 저는 다음날이 되어도 마음이 정리되지 않아 고민했습니다. 형도 마찬가지였어요.


시즈할머니나 신주의 각오는 매우 훌륭하지만, 그 각오를 자신도 가지라고 한다면 무리라고밖에 할 수 없습니다. 신관조차 도망치는 그 역할을 도대체 누가 할 수 있다는 말인가.


우리는 말없이 시즈할머니가 계신 병원을 향해 걷고 있었습니다. 병실에는 사츠키가 있을 것입니다. 꿈을 꾸게 되고 나서 사츠키는 매일 시즈할머니 곁에서 간병을 했습니다. 저희들 역시 시즈할머니 곁에서 아무말도 하지 않고 사츠키와 만나 시즈할머니를 문병하는 것이 일과였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사츠키는 자주 외출하게 되었습니다. 매주 주말을 이용해 어딘가에서 하룻밤을 묵는 것이었습니다. 알고보니, 사츠키는 카구라를 배우러 다녔던 것이었습니다.


규슈 각지와 시코쿠, 혼슈의 유서깊은 신사를 소개받아 카구라를 배우고 무녀로서의 소질을 높이기 위한 수행을 반복했습니다. 유명한 카구라 선생을 초대해 시노미야 신사의 카구라전에서 실용지도를 받고 있을때서야 그것을 알았습니다. 이때 이미 사츠키는 속으로 시즈할머니의 뒤를 잇겠다는 결심이 섰던 것이겠죠.


지금 와서 하는 말이지만, 저 자신도 다음 역할은 나일까 하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각오나 사명감 따위는 전혀 없었고, 가능하다면 절대로 피하고 싶은 역할이었지만, 지금까지의 체험으로 미루어 제가 역할을 맡을 가능성이 높다고 느끼고 있었습니다.


왜 그랬을까.

그날, 꿈속에서 신이라고 생각되는 누군가가 한 소리.


“사츠키는 가엽단다. 네가 받쳐줘야해.”


그 말이 가슴 깊이 남아있었어요. 게다가 제 발목에는 아직 귀신에게 잡혔을 때의 멍이 가시지 않고 남아있었습니다. 시즈할머니가 기도로 원령을 부를때도 내 멍이 마중물이 되었습니다. 바로 저 자신이 원령과의 연관이 계속되고 있었습니다.


사츠키는 며칠 간격으로 시즈할머니의 꿈을 계속 꾸었습니다. 우리는 시즈할머니께서 어떻게 살해당하셨는지 사츠키로부터 전부 듣고 있었습니다.


사츠키는 날이 갈수록 침체되었고, 곁에서 보고 있는 우리도 괴로웠으므로, 사츠키 한 사람이 그 꿈을 짊어지는 것이 안타깝게 여겨져 사츠키에게 꿈의 내용을 이야기하도록 했습니다.


그때부터 저희 관계에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어요. 중3이 되면서 아이 티를 완전히 벗어난 형이 사츠키와 헤어지게 된것입니다. 형은 머리를 갈색으로 물들이고, 교복을 고치고, 카나모리 선배와 놀거나 하게 되었습니다. 1년 이상에 걸친 불안을 잊으려는 듯 형은 건들건들거리게 되었고, 시즈할머니의 병실에 오는 일도 점점 줄어들어갔습니다.


형은 사츠키와 어른이 되어가는 단계를 같이하고 싶어했던 것 같은데, 정작 사츠키는 평범하지 않고, 또 무녀로서 수행을 하는 이상 이성과의 성적인 관계는 엄금하기 때문에, 사츠키와 형 사이에 틈이 생겼습니다.


결국 사츠키 쪽에서 이별을 선언하고 친구로 돌아가기로 한 것 같았습니다. 저는 그 말을 사츠키로부터 듣고 있었습니다.


저로서는 기회가 올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만약 그렇게 된다 하더라도 이 괴이가 해결되고 난 뒤라는 생각은 사츠키와 같았습니다.


그리고 사츠키는 무녀로 수행하기 위해, 형은 경박한 남자가 되어가고, 저는 딱히 무엇을 하는 것도 아니고, 이전과 마찬가지로 신사의 심부름이나 청소를 하며 나날을 보냈습니다.


시즈할머니의 병실에 가지 않는 날은 항상 신사의 일을 돕고 있었습니다. 시간이 나면 신관분들 틈에 석여 축사 공부를 하거나 폭포수를 맞으러 가기도 했습니다. 잘만 되면 다시한번 신을 뵙고 싶다는 생각에서였습니다.


나중에 지적을 받은 것이지만, 저 자신도 충분히 신관견습이라고 할 수 있는 나날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목매다는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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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너무 오래 억눌려있던 원령들이

사실은 우리와 같은 마음이었던 것들이

그 사이 다 날아가버리고 원한만 남아 이런 일을 저지르게 된 거구나

슬프고 또 슬픈 일

그리고 또 현재의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을 위해 목숨을 바쳐 그 원령들을 위로하고 또 막는 일...

다음은 어떻게 될까.

그건 내일!


아. 근데 알람 안 울린다는 사람들이 종종 있는데

내 컬렉션 팔로우하고 알림받기 누르면 알림이 갈텐데

혹시나하고 내가 아이디 하나 더 만들어서 해봤는데 알림이 잘 오더라구

혹시 모르니 옛날에 만들어놓은 소환 리스트를 조만간 찾아보긴 할게

무서운 이야기 좋아하는 겁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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