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오는 귀신썰] 목 매다는 마을 5화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난 후는 어떻게 될까.

과연 신주가 해낼 수 있을까.

할 사람이 그밖에 없다는 판단이겠지만 마음은 알겠지만 여러모로 슬프고 불안하고...

얼른 보자. 어떻게 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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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화


할머니의 장례식이 거행되면서, 마을에는 다시 괴이의 그림자가 드리워졌습니다. 3년 전처럼 괴담 같은 현상이 마을 곳곳에서 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목 매단 시체는 나오지 않았지만, 그것도 시간 문제처럼 느껴졌습니다. 한시라도 빨리 다음 기도를 올릴 필요가 있다. 그 때문에 갑자기 신주가 모두를 모아 유언을 남기게 되었습니다.


생전에 작별 인사를 마친 뒤, 시즈할머니와 같은 기도를 드리며 원혼을 달래는 인간 제물이 되는 의식에 임하는 것이었습니다.


신사의 본당에 모여 신주로부터 그런 설명을 들은 것입니다. 모인 전원이 침울한 표정으로 신주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지만, 신주 본인은 무리하며 평소보다 밝게 행동하던 것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를 비롯한 일부 사람들은 의아해하고 있었습니다.

신주님, 가능하실까…?같은

영감이 강한 시즈할머니이기에, 제 액막이에 맞춰 원령 퇴치 기도를 할 수 있었고, 결과적으로 원령과 대화가 가능했을 것입니다. 스스로 영감이 약하다고 말한 신주가 과연 같은 결과를 낼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은 당연한 것이었습니다.


저는 큰맘 먹고 물어보기로 했습니다.


“저기… 원령을 부르는 방법을…. 알고 계신가요?”


신주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시즈할머니 유품 중에 의식의 순서와 축사가 적힌 자료가 있었어. 축사를 안다면 나머지는 여느 기도와 같으니까 아마 괜찮을거야.”


아마인가……….

마음속의 추궁을 꾹꾹 눌러 참으며 저는 “알겠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송별회까지 열어놓고, 못하겠습니다 같은 모양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신주는 장난 없이 정말 성실했습니다.


“일단 내 뒤의 역할이 필요할때를 위해, 나도 자료를 남겨 놓았으니 필요한 경우에는 그것을 참고하시오.”


그래서 여기는 그냥 되는대로 맡기는 수밖에 없을 것 같았습니다. 그런 고조된 긴장 속에서 신주의 유언을 듣고 나름대로 눈물을 흘리며 작별회는 끝났고, 다음날 기도가 거행되었습니다.


본당 안에서 전과 같이 사츠키가 무녀의 춤을 추었습니다. 신주에게 도움을 신께 부탁드린다는 이유였지만 사실은 달랐습니다. 3년간, 열심히 카구라를 배워온 사츠키의 춤은 너무나 눈에 익었을 우리들조차도 홀려버리고 말았습니다.


신내림.

사츠키는 이때 바야흐로, 제신과 심신이 하나가 되어 있었습니다. 그 춤 속에서 사츠키는 신과 마을을 나누어, 신의 뜻과 사츠키의 뜻이 일치하는데까지 자신을 신에게 의지했습니다. 그리고 사츠키 소망 또한 신께 빌었습니다.


조용히 춤을 춘 사츠키가 신상에 절하며 제 옆에 앉았습니다. 이어서 신주가 나서서 기도를 시작했어요. 언젠가 들었던 시즈할머니 직접 만든 축사를 외웠습니다. 그러자 지난 3년간 따끔거리지 않던 제 발목에 멍이 들기 시작했어요.


“윽….!”


이렇게 쉽게 원령을 불러낼 수 있는 건가 하고 놀랐지만, 서서히 강해지는 통증으로 사고는 지속되지 않았습니다. 마침내 멍에 피가 배어 통증을 견디지 못하고 자세를 흐트린 저를 전과 같이 사츠키와 어머니가 보살펴 주었습니다.


“으….으아아아아아아아아오오오오…..!!!!”


원령의 신음소리가 당안에 울려퍼지고, 신주의 기도가 열을 띠어갔습니다. 시즈할머니처럼 걷거나 하지 않은 채, 잠시 기도가 계속되다가 마침내 신주가 웅크리고 움직이지 않게 되었습니다. 가장 오래된 신관이 신주의 기도를 이어받아 신상에 기도하고 기도가 마무리되었습니다.


구급차를 불러 신주가 실려갔고, 의식은 끝이 났습니다. 의식의 성공에 따른 안도와 새로운 제물이 된 신주를 애도하는 마음으로 우리들은 한동안 당내에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러던 차에 사츠키가 어질어질하기 시작하여 이윽고 웅크리고 신음하기 시작했습니다. 깜짝 놀란 주위 사람들. 설마 원령인가 하고 모두가 생각하는 것을 알았으므로 “괜찮습니다”라고 손짓을 섞어 말했습니다.


“사츠키는 무녀의 춤을 춘 뒤 자주 이래요. 시즈할머니가 말씀하시길 신이 들려 그렇다고 합니다.”


그렇게 설명하고, 사츠키의 어머니가 모시는 차에 사츠키를 태웠습니다. 가문 대표가 모두에게 해산을 말하고, 신관분들에게 인사하고 각각 귀로에 올랐습니다.


그리고 3일 후, 신주가 깨어났습니다. 병원에서 수발을 들고 있던 사츠키가 깨어난 신주에 놀라 저에게 연락을 했습니다. 병원에 갔더니 사츠키와 사츠키의 어머니, 그리고 침대에 걸터앉은 신주가 있었습니다.


인간 제물이 깨어나다니 무슨 일인가 하고 묻는 것도 은근히 꺼려졌기에 “무사해서 다행입니다”라는 이유 모를 인사를 했습니다. 신주는 미안한듯 어려운 얼굴을 하고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신주가 말하길, 그날 확실히 원령을 불러내서, 신주가 마을로 변하여 원한을 받아들이는 취지의 축사를 외우고, 원령도 그것에 얽매여 신주의 영혼을 아프게 하거나 죽이거나 하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된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신주는 원령에게 여러 번 죽음을 당하는 체험을 했다고 합니다. 그대로 원령의 한이 풀리든지 신주의 육체가 어떤 사정으로 죽든지 간에 신주는 원령의 복수를 이뤄줄 생각이었다고.


그러나 웬일인지 눈을 떠버렸다. 눈을 뜬 이유는 불명. 의식이 잘못된 것인지, 영력이 부족한 것인지, 혹은 또다른 이유가 있는 것인지, 지금은 전혀 짐작이 가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제물이 된 신주가 깨어나 버리면, 다시 마을에 괴이가 나타나는 것은 시간문제입니다. 서둘러 대책을 생각해보자고 해서, 그날은 해산을 했습니다.


그날밤, 사츠키는 원귀에게 죽임을 당하는 꿈을 꾸었습니다. 아침이 되어 사츠키의 어머니로부터 연락을 받은 저는 아침식사도 하지 않고 사츠키의 집으로 달려갔습니다. 사츠키의 집에 도착한 저는 초인종을 누르고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집으로 들어갔습니다.


“사츠키! 아주머니! 들어가요!”


그렇게 말하며 신발을 벗고 거실로 서둘러 갑니다. 거기에는 어머니에게 매달려 잠든 사츠키와 그 어깨를 감싸안고 이쪽으로 고개를 돌리는 사츠키 어머니의 모습이 있었습니다.


사츠키의 어머니 사키에씨가 말하기를 새벽에 사츠키의 외침에 잠이 깨어 방으로 갔더니 사츠키가 침대 위에서 울부짖고 있었다고 합니다. 잠이 들었는지 눈을 감은채 몸을 비틀며 절규하는 사츠키를 억지로 깨우려고 어깨를 들썩이며 말을 걸었는데, 사츠키는 눈을 크게 뜨고 눈물을 흘렸다고 해요.


그리고 뒤로 젖혀지며 입을 크게 벌리고 턱을 쑥 내미는 듯한 모습이 되었습니다. 그대로 “아….아…가…..”라고 신음하는 사츠키. 마치 누군가에게 목이 졸리는 것 같은 그 모습에 사키에씨는 사츠키를 두드려 깨우려고 한 것 같지만, 사츠키는 전혀 깨어나지 않았다고 합니다.


갑자기 실이 끊긴 것처럼 사츠키가 침대에 가라앉았습니다. 사키에씨는 사츠키가 죽은 줄 알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불과 몇초만에 사츠키는 눈을 떴습니다. 그리고 사키에씨에게 매달려 통곡하고 거실로 옮겨도 계속 울다가 그대로 울다 지쳐 잠이 들었습니다.


사키에씨는 어찌할 바를 모른채, 입원중인 신주에게 연락을 취할 수 도 없어, 우선 저에게 연락을 한 것입니다.


사키에씨로부터 사정을 들은 저는 그대로 병원으로 달려갔습니다. 신주에게 오늘 아침 일어난 일을 전하고, 앞으로 어떻게 할것인가를 의논했지만, 깨어나지 않아야 하는데 깨어버린 신주에게 해결책 같은 것은 생각날리가 없어, 우선 사츠키가 눈을 뜨면 이야기를 듣는 것밖에 결론은 나지 않았습니다.


사츠키의 집으로 돌아오니 사츠키가 깨어있었습니다. 아침식사를 준비하는 사키에 씨를 보면서 거실에서 멍하니 있는 중이었습니다. 학교는 쉰다고 했습니다. 저도 집에 전화해서 엄마에게 학교를 쉬겠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사츠키의 꿈에서 무슨일이 있었느냐고 물었어요.


사츠키는 꿈속에서 살해당했다고 말했습니다. 성급하게 믿을 수 없는 이야기였지만, 신주의 기도가 실패한 탓인지 어떤 원인으로 신주의 역할이 사츠키로 옮겨져 버린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 후의 사츠키의 모습은 정말 끔찍했습니다. 잠이들면 원령이 찾아와 사츠키를 괴롭히는 것입니다. 먼저 귀신은 자신이 어떻게 살해당했는지 사츠키에게 환시하게 합니다. 그리고 그와 같은 고통을 사츠키에게 준 뒤 죽이겠다고 위협하여 실제로 사츠키를 괴롭힌 다음 죽이는 것입니다.


“싫어어어!!! 아파… 아파…!! ….죄송합니다! ….미안합니다! ….싫다…고….”


잠들어있던 사츠키가 갑자기 소리를 지르며 고통에 몸부림칩니다. 그 목소리는 결코 환각따위가 아닌, 강렬한 통증을 느껴서 울리는 절규였어요. 사키에씨만으로는 도저히 버틸 수 없어서, 저와 저희 어머니가 번갈아가며 사키에씨를 도왔습니다. 퇴원한 신주도 시간이 있을때마다 사츠키의 집으로 달려가곤 했습니다.


원령이 머물며 아프게 하는 동안, 사츠키는 우리의 부름을 듣지 못했습니다. 사실 그럴때가 아니었습니다. 필사적으로 부르며 사츠키를 껴안았는데, 아픔에 기절하는 사츠키는 누구의 손이라도 뿌리치고 몸부림치며 돌아다닙니다. 떄로는 머리채를 잡히고 휘둘리기라도 하듯 침대에서 몸을 던지기도 하고 머리를 벽에 부딪히기도 했죠. 우리는 그것이 무서웠고, 아픔과 공포에 울부짖는 사츠키를 그저 지켜볼 수 밖에 없었습니다.


사츠키는 잠을 이루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잠들면 원령이 온다. 그 두려움에 사츠키의 정신이 잠을 거부하였던 것입니다. 며칠간격으로 시즈할머니가 죽음을 당하는 꿈을 꾸던 사츠키였지만, 사츠키 자신이 꿈속에서 죽음을 당하는 빈도는 거의 매일이었습니다.


잠을 잘 수 없게 되자 깨어있는 동안에도 원령이 나타나게 되었습니다. 평범하게 말하고 있던 사츠키가 돌연 소리지르는가 하면, 자고 있을 때처럼 몸부림치거나, 침대나 소파에 억눌릴 수 있도록 해서 목이 졸리기도 하는 것입니다.


창문으로 방안을 들여다보는 귀신을 발견한 것 같은 때에는 “이제 싫어-!!”하고 외치다 머리를 감싸안고 그대로 목을 쥐어짜는 일도 있었습니다. 사츠키가 보는 세계는 무섭고, 사츠키에게 가해지는 폭력은 가혹했습니다.


당연하지만 살해되고 있는 것은 사츠키의 혼이라고나 할까 정신이기 때문에 현실의 사츠키가 죽는 일은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살해당하는 것 같은 체험을 몇번이고 반복하면서, 사츠키는 날이 갈수록 약해져갔습니다.


눈에 띄게 쇠약해지면서도, 반복해서 나타나는 원령에 소름이 끼치면서도, 사츠키는 자신을 단단히 지키고 있었습니다. 어쩌면 시즈할머니보다 더 쓰라린 경험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사키에씨가 이성을 잃고 신주에게 의식을 거행하도록 다그친적이 있었습니다. 자신이 대신할 테니 사츠키를 벗어나게 해달라고. 신주도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었지만 사츠키가 거부했습니다.


“그때 말이예요, 카구라중에 신에게 부탁했어요. 제가 할머니의 역할을 이어받겠다고요.”


“어떻게….”


신주가 말문이 막혔어요.


“어떻게 그런 말을!”


사키에씨가 사츠키의 양 어깨를 잡았습니다. 사츠키는 곤란한 듯 작게 웃으며 말했습니다.


“모르겠어요. 하지만 할머니가 혼자 싸우는 모습을 계속 지켜봐서 다른 사람에게 물려주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거든요.”


“으오오오….”


그런 소리를 내며 좀처럼 울지 않을 것 같은 신주가 울었습니다.


“사츠키… 미안하다… 내가 제대로 할 수 있었다면…”


“숙부, 미안해요. 마음대로 해서.”


사츠키는 그렇게 말하며 몸을 앞으로 흔들었습니다. 아까부터 몇번인가 불규칙한 타이밍에 앞뒤로 흔들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설마.


“사츠키… 지금 혹시 뭐하고 있는거야?”


저는 사츠키에게 그렇게 물었습니다.


“응, 왠지 아까부터 등을 쿡쿡 찔려. 어린아이의 영혼인가봐.”


사츠키는 그렇게 말하며 조금 괴로운 듯 미소를 지었습니다.


“그런! 사츠키! 역시 내가 대신해서 할 테니까…”


사키에씨가 사츠키를 감싸듯이 껴안았습니다.


“으응. 아이라서 그런가 별로 아프지 않아. 그러니까 괜찮아.”


그렇게 말하면서도 사츠키의 이마에는 진땀이 배어있었습니다. 아이의 힘이라고 해서 등을 찔려 아프지 않을 리 없다. 그래도 낫다고 할 정도의 고통을 거의 매일 그 몸에 받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우리는 사츠키가 처한 상황의 비참함을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저에게 있어 인연이 있는 영혼이 나타났습니다. 대법회의 그 날, 절 죽이려다 발목에 지워지지 않는 멍을 남긴 그 여자의 영혼입니다. 늘 그렇듯이 사츠키의 집에서 사츠키와 함께 지냈는데, 오늘은 원령의 습격도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을 무렵 발목이 저릿저릿 아팠습니다.


그와 동시에 일찍이 경험하지 못했던 두려움이 안에서 끓어올랐습니다. 위 속에 쓰고 무거운 액체가 흘러들어간 느낌. 온몸의 피가 거품이 일고 귀 뒤에서 깡깡하고 이명이 울리는 듯한 절박감을 느끼며 저는 무언가가 왔다고 확신했습니다. 식은 땀이 순식간에 전신을 적시고, 물방울이 되어 목덜미를 통해 등으로 흘렀습니다.


어디일까.

그렇게 생각하며 방안을 둘러보았습니다. 이미 해가 져서 밖은 어두컴컴하고 방의 불빛이 창문에 반사되고 있습니다. 방안이 희미하게 비치는 중에, 밖에서 이쪽을 응시하는 그 여자의 얼굴이 있었습니다.


“으악!!”


저는 소리치며 일어나 방 반대편으로 물러섰습니다. 사츠키도 아직 눈치채지 못하고 있는데 저만 여자의 영에 반응하고 있었습니다. 그 여자는 창밖에서 사츠키가 아닌 저를 물끄러미 보고 있었어요. 그때처럼 긴 검은 머리를 얼굴에 붙이고,


핏발 선 눈을 부릅뜨고 노려보는 그 여자는 영락없이 그때의 영혼이었습니다. 여자에게서 거리를 두려는 듯 방 반대편 벽에 붙은 제 등 뒤, 그 벽 너머에서 쾅!하고 벽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어요.


“윽….!”


심장이 멎는 줄 알았습니다. 반사적으로 벽에서 몸을 떼고 뒤를 돌아보았습니다.


쾅! 쾅! 쾅!


연달아 벽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 그 소리에 사츠키도 원령이 온 것을 알았습니다. 사츠키는 무슨 일이 일어나도 좋다는 듯 소파에 걸터 앉아 두팔을 꼭 껴안고 있었습니다. 사키에씨가 사츠키의 옆으로 달려가 사츠키의 어깨를 껴안았습니다. 다시 창문으로 눈을 돌려보니 여자의 영은 여전히 창밖에서 저를 보고 있었습니다.


쾅!하고 벽이 훨씬 더 크게 울렸어요. 발목이 쑤셔서 눈을 아래로 향했더니 발밑에서 여자 귀신이 저를 올려보았습니다. 이런! 지금까지 밖에 있었는데! 라고 생각했을 때에 여자의 영이 오른쪽 발목을 잡았습니다. 다음 순간, 저는 발목을 잡혀 넘어졌습니다. 넘어진 저를 바로 가까이에서 내려다보았어요. 그때와 똑같이. 그 때의 연속이라는듯이.


“우오… 으오아아아아!!!”


정신을 차려보니 소리를 지르고 있었습니다.


“케이! 왜 그래!”


사츠키가 외쳤습니다. 여자의 영은 제 얼굴 가까이까지 얼굴을 들이댔습니다.


“으아아아아…. 으아아앙으으으으으….”


그 목소리가 뭔가 유쾌함을 내포하고 있는 것 같아서 화가 치밀어 올랐습니다. 즐기고 있다. 이 새끼가. 그렇게 생각했지만 두려움을 이기지 못했어요. 히이하는 얼빠진 목소리가 목구멍에서 흘러나올 뿐입니다.


귀신이 제 눈을 들여다보았습니다.

그리고 저는 볼 수 있었어요.

그 여자가 살해당할때의 자초지종을요.



10화


여자는 남편과 아이들 눈앞에서 범해져 살해당했습니다. 공포와 고통으로 절규하다가 목이 짓눌렸습니다 입에서 흘러나온 피로 숨이 막혀, 몇번이나 피가 섞인 구토를 하는 동안에, 여자를 범하고 있던 남자는 흥이 깨졌는지 여자를 떠나, 옆에 누워있는 소녀에게 올라탔습니다. 소녀는 부락의 아이로 여자와도 절친한 사이였습니다. 아직 경험이 없었을 거예요.


아픔과 증오로 여자의 사고가 빨갛게 덮였습니다. 죽여버리겠어! 그렇게 염원하며 남자에게 손을 뻗었습니다.


“아아아…아아아….”


여자의 입에서 나온 것은 말도 안되는 신음이었습니다. 늘 우리가 듣던 소리는 이 여자 목소리 같았어요. 여자가 뒤에서 손을 뻗어 남자의 어깨를 잡았어요. 남자가 돌아서서 여자의 안면을 후려쳤어요. 여자의 머리가 뒤로 젖혀지고 코에서 피가 튀었어요. 여자는 그래도 사내에게 달려들었습니다.


“오아악! 오르르에에윽윽윽…!!”


남자는 여자를 때리며 주위에 뭔가의 말을 외쳤어요. 퍽!소리가 나며 머리 뒤에 충격을 받았어요. 이어진 격통. 몸을 움직일 수 없어 앞으로 넘어졌어요. 얼굴을 땅에 푹 박은 여자의 시선 끝에 소녀를 범하는 남자의 엉덩이가 보였습니다. 끔찍한 움직임을 보이는 그것을 보면서 여자는 의식이 어둠에 잠겨가는 것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마지막에 아이의 얼굴이 머리에 떠오른 것 같았어요. 그리고 여자는 죽었습니다.


퍼뜩 정신을 차려보니 현실로 돌아와 있었습니다. 여자가 죽을때의 정경이 눈깜짝할 사이에 머릿속에 떠올랐습니다. 공포나 원망도 모두 따라 경험했습니다. 저는 당황스러웠지만 이것이 원령의 원한 그 자체라고 이해했어요.


여자의 영이 제 얼굴을 향해 손을 뻗어왔습니다. 안돼 죽는다. 그렇게 생각한 직후, 여자는 움직임을 멈추었습니다. 그리고 머뭇거리는 몸짓을 한 뒤 일어나 사츠키쪽으로 휘청거리며 걸어갔습니다. 그리고 공포에 일그러지는 사츠키의 얼굴 잡고 목을 비틀었습니다. 제 눈 앞에서 사츠키의 머리가 천천히 90도 이상 회전했고, 사츠키의 몸은 인형처럼 부서졌습니다.


“으…아…사츠키”


저는 사츠키가 죽는 모습을 지켜보았습니다. 평소에는 고통스러워하는 모습만 보이고, 사츠키가 죽어도 기절한 것처럼만 보였는데, 그때는 사츠키가 목이 비틀리는 것을 똑똑히 보았습니다. 그리고 그 여자 귀신도 두 눈 똑바로 뜨고 지켜보았습니다. 그 귀신이 저를 보고 달려들었습니다. 그런데 끝내는 저를 죽이지 않고 사츠키 쪽으로 달려갔습니다.


원령은 시즈 할머니의 축사에 묶여, 신주나 사츠키 이외의 영혼을 죽이지 못한다. 그렇게 깨달은 것은 조금 지나서부터의 일입니다. 원령의 일부인 여자의 영혼 또한 저를 죽일 수가 없었을 겁니다. 하지만 저를 알아보고 덤벼드는 것을 보아 저와 여자 영혼 사이에 연결고리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원령의 존재를 인식하고, 실제로 만지기도 하였고, 사츠키가 죽임을 당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이때 저는 사츠키와 같은 세계에 있었습니다.


“사츠키! 사츠키!”


사키에씨가 사츠키를 안고 말을 걸고 있었습니다. 평소와는 다른 상황에 사키에씨도 상당히 동요하고 있었던 것이겠지요. 평소같으면 쓰러져 버린 사츠키를 위로하듯 눕히는 사키에씨가 그때는 열심히 사츠키에게 말을 걸고 있었습니다.


정신을 차려보니 여자의 영혼은 사라져있었습니다. 사츠키에게 달려가보니 사츠키는 자고 있었습니다. 비틀렸던 고개는 앞을 향하고 있었습니다. 역시 조금 전의 광경은 사츠키만 보고 있던 영혼의 세계에서 있었던 일이었습니다.


“으윽…쿠…쿠으으으….!”


저는 매우 오열했습니다. 자신에게 닥친 것 보다도, 그런 공포를 매번 맛보고 있는 사츠키의 현실에 마음이 찢어져 울었습니다. 이 얼마나 무섭고, 얼마나 끔찍한 일인가하는 생각에 너무나도 끔찍한 과거와 현재를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신에 대한 분노가 솟아났습니다.


신은 무엇을 하고 있는가.

사츠키가 이 지경인데 왜 신은 도와주지 않는가 시즈할머니는 돌아가셨어! 사츠키도 이대로 죽게할 생각인가! 나에게 사츠키를 지키라고 한 당신은 어디에 있는가!


“사츠키는 가엽단다. 네가 받쳐줘야해.”


갑자기 그 소리가 다시 들린 것 같았어요. 신이라 생각되는 누군가는 저에게 버티라고 했어요. 신이 아니라, 내가 사츠키를 받쳐주고, 돕는다.


어떻게하란 말인가. 사츠키를 대신해 소임을 맡으라는, 그런 말인가. 저는 눈물을 닦고 사츠키의 머리에 손을 얹었습니다.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아주었습니다. 받치라니, 대신해서 하라는 것인가. 아닌 것 같아. 그런 말이었다면 대신하라거나 지키라고 했을 거야.


이런 일을 당하고 있는 사츠키를 받쳐주려면 무엇을 해야할까. 고통을 나누었으면 좋겠는데. 이런 생각을 하며 사츠키의 머리를 쓰다듬는데, 사츠키가 눈을 떴습니다.


“케이.”


사츠키가 신기한 듯이 바라보고 있습니다.


“아까, 보였어?”


“응”


“왜 그런걸까.”


“그 여자 귀신, 내 다리에 멍을 만든 놈이야.”


그 말을 듣고 사츠키는 잠시 생각하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그런가. 케이와 영적으로 연결되어있나봐.”


“아마도. 하지만 축사의 힘 때문에 나를 공격할수 없어, 대신 사츠키가 표적이 된 것 같아.”


“맞아. 저 사람에 관해서는 케이에게도 보이네.”


저는 머릿속에 움튼 생각을 그대로 꺼냈습니다.


“아마 더 많은 경험을 쌓으면, 어쩌면 다른 영혼도 보이게 될지도 몰라.”


“응?”


“나도 사츠키와 같은 것을 보고 싶어. 저놈들로부터 사츠키를 보호하고 싶어.”


“안돼… 그 사람들의 원한이 가시지 않으면 저주는 끝나지 않아. 방해하면 끝나지 않을거야.”


“그래도… 음… 그래도 사츠키 옆에서 사츠키와 같은 생각을 하고…”


더는 적절한 말을 찾지 못해 저는 입을 다물었습니다.


“고마워.”


사츠키는 말했습니다.


그후 저는 신주의 지도 아래 한층 더 격한 수행을 시작했습니다. 밤낮으로 목욕재계와 기도를 올리고, 신상에 배례하고, 신과의 관계를 강하게 가질 수 있도록 기원했습니다.


신이 말했습니다. 사츠키를 받쳐주라고.

제발 부탁드려요.

사츠키의 고통을 저에게도 나누어주세요.

설령 죽임당해도 불만은 없습니다.

사츠키가 살해당하는 횟수가 조금이라도 줄어들도록, 저를 제물 역에 보태주세요.

제발입니다. 제발요. 부탁드려요.


며칠이고 며칠이고 기도하고 있었어요.


계절은 흘러 이듬해 봄,

사츠키가 깨어나지 않게 된 것과 거의 동시에 저는 사츠키가 살해당하는 꿈을 꾸게 되었습니다.


저는 중학교를 졸업하고 사츠키나 형과 같은 고등학교에 입학했습니다. 형은 고등학교 3학년, 사츠키는 유급해서 2학년이었습니다.


자나깨나 원령에게 계속 시달린 사츠키는 점점 감정이 없어진 것 처럼 보였습니다. 조용하게 소파나 침대에 앉아, 저와 이야기 하고 있을때도 건성으로 되는 일이 많아, 마음이 여기에 있지 않는 것 같았습니다. 원령에게 당하고 있다는 것을 제가 깨닫지 못하는 중에도, 갑자기 실에 끊긴 것처럼 기절하기도 했어요.


사츠키는 원령과의 접촉을 정신만으로 행하며, 우리가 보고 있는 현실세계에서는 숨겨버리는 방법을 터득해나갔습니다. 사츠키의 마음은 서서히 영적인 세계만을 향하게 되어, 현실의 세계로부터 흥미를 잃어간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리고 한동안 인형처럼 그냥 앉아만 있던 사츠키는 어느날 갑자기 눈을 뜨지 않게 되었습니다.


아무리 깨우려고 해도 사츠키는 깨어나지 않고, 요네즈선생님에게 진찰받은 결과 시즈할머니와 같은 상태라는 진단이 내려졌습니다. 육체적으로는 건강한데 정신적인 문제로 잠을 깨지 않게된 것 같다는 것이었습니다.


사키에씨는 이성을 잃었습니다.

신주도 머리를 감싸쥐었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이성을 잃었지만, 어떤 예감에 이끌려 신사로 향했습니다. 그리고 항상하고 있는것처럼 본당에서 기도하고 명상하고 있었더니, 갑자기 부자연스러울 정도의 강한 졸음이 느껴졌습니다. 권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잠에 드니, 사츠키가 눈앞에 있었습니다.


제 바로 근처에 사츠키가 버티고 있습니다. 사츠키는 겁에 질려 떨고 있었습니다. 두리번두리번 주위를 둘러보고 있는데, 사츠키는 바로 가까이에 있는 저를 볼 수 없는 것 같았습니다. 저는 사츠키에게 달려가려고 했지만 몸이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고개는 움직이는데 손도 발도 가위에 눌린 듯 미동도 하지 않아, 그자리에 계속 서있을 수밖에 없었어요.


이윽고 사츠키가 히익하는 숨을 삼켰습니다. 사츠키가 보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더니 노인이 서있었습니다. 노인은 저를 한번 흘끗 보더니 사츠키쪽으로 다가갔습니다. 그리고 손에 든 낫을 사츠키의 어깨에 꽂았습니다.


“아아아아아!!!!”


사츠키가 고통으로 절규했어요. 찔린 어깨를 누르고 웅크리고 있습니다. 노인은 다시 사츠키의 등에 낫을 내려쳤습니다.


“싫어! ……아파! …아파… 으아…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사츠키는 잠꼬대를 하는것처럼 사죄의 말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노인은 주저하지 않고 몇번이나 낫을 내리쳤습니다. 이게 원령을 마주한다는 것인가. 원령의 한을 풀기 위해 그들에게 괴롭힘당하고 살해당해야한다. 그들의 원통함을 풀때까지, 그들의 직성이 풀릴때까지 고통을 받아야 한다는 것.


“사츠키!”


저는 사츠키의 이름을 불렀습니다.


“…우…케이……?”


목소리가 들렸을까요? 사츠키는 제 이름을 희미하게 불렀습니다.


“아파! …..아파! …..케이! ……도와줘…..”


집요하게 내리쳐지는 낫을 맞으며 사츠키는 절규했습니다. 그리고 노인은 사츠키의 목에 낫을 꽂아 사츠키를 절명시켰습니다. 그동안의 광란이 거짓말처럼 한순간에 정적이 찾아왔습니다.


저는 남아 절규했습니다. 뭐야 이게! 이런 지독한 일이! 이럴수가! 저는 계속 소리쳤습니다. 숨이 차서 저는 씩씩거리며 호흡을 가다듬으려고 했습니다.


정신을 차려보니 노인이 저를 보고 있었습니다. 피투성이로 쓰러지는 사츠키 곁에 선채 얼굴만 저를 향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히죽 웃었어요. 온몸의 털이 곤두서고 떨렸어요. 노인이 지닌 끝없는 악의가 보였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보일리 없는 악의는 왠지 검은 안개처럼 보이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악의.

그 노인에게서는 악의밖에 느낄 수 없었어요. 사츠키에게, 나에게, 그리고 이 마을의 모든 것에 대한 적대심. 고통스럽게 찢어버린다는 의사가 노인의 미소에서 전해졌습니다. 저는 공포에 정신이 아찔해지는 것을 느꼈어요. 그리고 다음 순간 신사 본당에서 깨어났습니다.


온몸에 흠뻑 땀이 흘렀고, 차가워진 몸이 덜덜 떨리고 있었어요. 너무 심한 악몽에 구역질이 나서 본당 안임에도 불구하고 뱃속에 있는 것을 토해냈습니다. 진정이 되자 신에게 용서를 빌며 뿜어낸 토사물을 말끔히 닦아냈습니다. 물걸레질을 하고 마른걸레질을 하고, 다른 더러운데가 있는지 보고, 괜찮은지 확인하고 나서, 다시 세수를 하고 코를 풀어 구토를 했던 여운을 몸에서 지웠습니다.


세면실에서 본당으로 돌아와, 본당 안에 언젠가 맡았던 향기가 감돌고 있는 것을 느꼈을 때, 아아, 내가 이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겠구나라고 느꼈습니다. 사츠키는 시즈할머니처럼 잠이 들었고, 저는 사츠키를 대신 지켜보는 역할을 맡았습니다. 그리고 만약, 사츠키가 죽는다며 다음에 소임을 이을 사람은 저라고 확신하게되었습니다. 저는 신상을 행해 배례하여 기도했습니다. 소원을 이루어주셔서 감사합니다하고.


그리고 나서 병원으로 달렸습니다. 병원으로 향한 것이 오후였고, 그때는 서쪽 하늘이 노을로 물들고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아직 사키에씨도 신주도 병원에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병원에 도착해서 신주에게 조금전에 있었던 일들에 대해 이야기를 했습니다. 지금까지의 경위로 보아도 다음 차례는 저라고 확신하고 설명하자, 신주는 고개를 푹 떨구었습니다.


“그런… 그럼 사츠키는 이대로…”


사키에씨가 울기 시작했습니다. 다음 제물이 정해졌다는 것이, 사츠키가 이렇게 죽을때까지 잠에 들어있는거 아닌가 생각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무리도 아닙니다. 그렇게 생각하는게 당연합니다.


“모르겠어요. 그냥 다른 느낌이 들기도 해요.”


저는 왠지 느꼈던 예감 같은 걸 말하려 했습니다. 다만 말을 잘 할 수 없어, 횡설수설하고 있었습니다.


“상황은 점점 변하고 있어요, 시즈할머니는 수명을 다하셔서 돌아가신 거라면, 사츠키는 이대로 수명까지 계속 잠들어 있을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까지 원령의 마음이 풀리지 않을 리 없을 거예요.”


만약 다른 방법을 강구하지 않으면 수십년이나 계속되는 제물이 될지도 모른다. 몇 명의 제물이 더 필요할까. 역시 그런 일은 없을 것 같았어요.


“맞아. 사츠키는 지친거야. 일어나서 우리를 상대하면서, 우리가 귀신의 기미를 눈치채지 못하게 조용히 견디는 것을.”


신주의 말에 그렇다고 생각했습니다.


“사츠키는 줄곧 현실과 영의 세계를 같이 보았어. 거기에 사츠키의 영혼은 고통 받고 있었고. 그것을 현실의 우리에게 계속 숨기는 것은 아주 힘든 일이었을거야.”


신은 저에게 사츠키를 받쳐주라고 했습니다. 그것은 사츠키가 자신의 역할에 집중할 수 있도록 제가 관측자가 되는 일일지도 모릅니다. 가뜩이나 힘이 든 일인데, 우리 걱정까지 해야 하는 것은 사츠키에게 상당히 부담이 되었던 것이 틀림없습니다.


그렇습니다. 그래서 사츠키가 집중할 수 있도록 제가 그것을 보는 역할을 맡았다고 생각합니다. 시즈할머니때의 사츠키의 역할. 제물이 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전부 보는 역할. 그리고 만약 제물의 대체가 일어날 경우 다음의 제물이 되는 것. 그게 저에게 주어진 역할이었어요.


사츠키를 받쳐주라고 한 신의 뜻은, 저로 하여금 그것을 눈으로 보게 하는 것. 사츠키가 다치는 것을 줄이고 싶다는 소원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그것이 유감스러웠지만, 그래도 사츠키의 정신적인 피로를 줄일 수 있다면, 제겐 선택의 여지가 없었어요.


무엇보다, 할머니를 지켜봤던 사츠키가 스스로 제물이 되는 것을 자청했다는 것. 그 용기에 저는 경외심을 품고 있었습니다. 그정도의 괴로움에 스스로 뛰어든 사츠키. 그것은 오로지 다른 사람들이 제물이 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헌신이었던 것입니다. 그 마음에 보답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사츠키….”


사키에씨가 사츠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울고 있었습니다.


“반드시 끝이 온다. 그때까지 힘내렴.”


신주도 사츠키의 머리에 손을 얹으며 미안하다고 했습니다.



11화 최종화


그 뒤로는 저도 사츠키도 힘들었습니다. 물론 사츠키가 몇백배는 더 고통스럽겠지만, 저도 잘 때마다 사츠키가 귀신에게 죽임을 당하는 모습을 보기 때문에 전혀 몸을 쉬게 하지 못하고, 수면으로 피로회복 등을 하지 못한 채 하루하루가 지나갔습니다.


사츠키는 시즈할머니를 꿈에서 보고 있을때 며칠에 한번 씩이었지만, 저와 사츠키는 매일 원령을 마주하고 있었습니다. 사츠키의 몸은 여전히 잠든 채 병원의 도움으로 보양되는 상태라 별 변화가 없었지만, 저는 눈에 띄게 말라 반년쯤 지났을 무렵에는, 스스로도 귀신이 아닌가 할 정도로 심각한 얼굴이 되었습니다.


눈가에 다크서클이 생기고, 뺨은 야위고, 몸무게는 20kg이상 빠지며 까칠까칠해졌습니다. 거리에서 친구를 만나면 친구들이 정색하며 걱정을 했습니다.


그래도 희망이 보였습니다. 맹렬한 폭력에 노출되는 사츠키를 보고 당황하기만 하던 초기와 달리, 어느 정도 침착하게 사츠키가 죽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게 된 덕분에 귀신의 모습도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사츠키가 살해당하는데 익숙해졌다니, 자신이 참 냉정하다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눈앞에 일어나는 사태는 그칠 줄 모르고 계속되었으니 싫든 좋든 순응해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것은 사츠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겁에 질려 떨면서 원령에게 당하고 있던 사츠키는, 언젠가부터는 정좌하여 원령을 기다리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원령이 나타나면 손을 짚고 머리를 숙여 말합니다.


“노여워 하시는게 당연합니다. 부디… 부디 용서해주세요.”


원령은 사츠키의 사죄따위는 개의치 않고 사츠키를 괴롭히지만, 그래도 사츠키는 원령에게 계속 사죄했습니다. 아픔에 부르짖으며, 고통에 떨면서, 그래도 원령의 분노를 잠재우기 위해 용서를 빌었고, 사츠키는 원령의 폭력을 참고 있었습니다.


저도 그런 사츠키를 보면서 필사적으로 원령에게 용서를 빌었습니다. 사츠키가 살해된 후에도, 원령에게 사죄를 거듭했습니다. 원령들 중 일부는 저를 한번 쳐다보고 사라지는 원령들도 있었습니다. 개중에는 그 노인처럼 히죽히죽 웃으며 떠나는 귀신도 있었어요.


그리고 반년이 지났을 무렵, 사츠키를 죽이러 오는 원령의 수가 줄어들고 있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얼굴도 기억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귀신들이 매일 사츠키를 죽이러 오는데, 점차 어? 또 이 사람이야? 하는 식으로 익숙한 얼굴들이 많아진거죠.


그런 얼굴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다른 원혼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저는 그것을 신주와 사키에 씨에게 이야기했습니다.


“사츠키…..”


사키에씨는 사츠키의 손을 어루만지면서,


“힘내고 있구나. 훌륭해. 고맙다, 고마워.”


라며 울었습니다. 신주도 눈물을 흘리며, 사츠키의 머리를 쓰다듬고, 제 어깨에 손을 얹었습니다.


“케이타, 너도 힘들텐데, 고마워.”


그러면서 제 어깨를 어루만지며 위로의 말을 건넸습니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하면 끝이 보여. 그런 희망이 서서히 보이기 시작하고 있었습니다.


그때 우리 집에서 형과 마주치면, 형이 어색해하며 저를 피했습니다. 원래 자신이 도와줘야하는데 스스로 거기서 도망쳤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습니다. 아침에 형에게 좋은 아침이라 말해도, 형은’어.. 좋은 아침’하고 얼굴도 보지 않고 대답할 뿐입니다.


저로서는 사츠키에 대한 마음은 형도 저와 같았을 거고, 대법회때 제가 여자 귀신에게 붙잡혔던 것이 원인이기 때문에 형이 도망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지만, 형의 마음은 착잡했던 것 같았습니다. 다음에 형하고 제대로 얘기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이러저러한 몇 달이 지났고, 계절은 가을에서 겨울로 바뀌고 있었습니다. 그 무렵에는 사츠키를 죽이러 오는 원령이 10명 정도로 줄어들어있었습니다. 나머지 100명 이상은 나타나지 않고 있었습니다. 원령 중에는 겸연쩍게 웃으며 딱 한 번 사츠키를 찬 후, 부끄럽다는 듯 사라진 아이도 있었습니다.


마을을 엄습하는 가공할 만한 원령의 안에는 다양한 인격이 모여있었습니다. 그 인격에 따라 원망의 강도가 다르다는 것이 구원의 단서가 된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생각은 틀리지 않았고, 겨울 문턱에 다다랐을 무렵에 사츠키의 주위에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예전에 나타났다가 부끄럽다는 듯 사라졌던 아이의 영혼이, 조금 떨어진 곳에 쭈그리고 앉아 사츠키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그 영혼은 여자아이로, 누더기 같은 기모노를 입은 5살 정도의 소녀였습니다.


머지않아 늘 사츠키를 죽이러 오는 그 노인의 영혼이 나타나 사츠키를 낫으로 찔렀습니다. 사츠키는 말없이 손을 짚고 고개를 숙이고 있습니다. 낫을 꽂을 때마다 괴로운 소리를 내뱉는 사츠키를, 그 소녀는 잠자코 보고 있었어요.


그때부터 소녀는 쭉 사츠키를 관찰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꿈속에서 사츠키를 마주칠때마다 그 소녀도 거기에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소녀의 위치가 서서히 사츠키에게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앞으로 몇미터 남지 않은 곳까지 와서 더 이상은 접근하지 않았습니다.


어느날, 저는 소녀에게 호소했습니다.

부디 용서해줬으면 좋겠어.

누나가 괴롭힘 당하는 것은 고통스러워.

내가 대신 사과할게 모두에게 전해줘.

무슨 일이든 할 테니 사츠키를 용서해달라고 전해줘.

소녀는 제 말이 들리지 않는 듯 사츠키를 보고 있었습니다.


그때 제 뒤에서 손이 휘감아졌습니다. 목을 감아온 것은 잊을 수 없는 그 손이었어요. 새하얀 피부에 여럿 상처가 난 피투성이의 팔뚝. 머리 바로 뒤에 나타난 기척에 몸이 얼었습니다. 천천히 고개만 돌려보니 거기에 그 여자의 얼굴이 있었어요.


“오오오오루오옷우우우우우우우에에아에으으으으….!”


귓가에 쿵쿵 울리는 그 소리에 온몸의 털이 곤두섰어요. 온몸의 혈관에서 피가 사라진 느낌. 여자의 영혼이 저를 사로잡고 으르렁거리고 있었습니다.


쓸데없는 짓 하지마.


그런 말을 하는 것 같았어요.

그 여자는 사츠키의 품으로 비틀비틀 걸어가 손을 짚고 머리를 숙이는 사츠키의 머리를 짓밟았습니다. 사츠키를 죽인 여자는 제를 다시 돌아보고, 뭔가 그르렁 그리며 사라졌습니다.


“용서해주세요! …….. 용서해주세요! ……… 부탁드립니다!”


저는 두려움에 떨면서 계속 소리쳤어요. 딱딱 이가 부딪혀 말을 잘 할 수 없었지만 그래도 필사적으로 용서를 구했습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저는 발목을 찌르는 심한 통증으로 깨어난 참이었습니다. 잠옷을 벗으니 발목에 멍이 들었습니다. 경고, 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날 밤, 사츠키를 바라보는 소녀 곁에 남자가 있었어요. 그리고 또 한명의 성인이 떨어진 곳에 서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성인 남자 같은데 얼굴은 안보여요. 멀리서 팔짱을 끼고 사츠키를 보고 있었습니다. 소녀는 여전히 쪼그리고 앉아 사츠키를 보고 있습니다.


그날 사츠키를 죽이러 온 것은 또 그 여자였습니다. 여자는 무릎을 꿇고 있는 사츠키의 머리를 잡아 얼굴을 들게 하고는 그대로 목을 비틀었습니다. 그리고나서 한동안 그 여자가 나타날 확률이 점점 높아지게 되었습니다.


자주 나타나는 것은 그 여자와 노인 두 사람. 사츠키가 살해되는 것을 지켜보는 인영도 나날이 늘어갔고, 얼굴이 잘 보이지 않는 안개 같은 사람의 그림자는 수십개가 있었습니다.


언젠가, 안개 같은 사람의 그림자 무리에서 염불이 들려왔습니다. 나무아미타나무아미타….라는 염불을 누군가 외우고 있었습니다. 도대체 무엇을 위한 염불인지 알 수 없었지만, 저는 그것 또한 구원의 조짐이라고 느꼈습니다.


그것을 주지스님에게 전하기 위해, 신주에게 양해를 구했습니다. 주지스님이 연락을 받고 사츠키의 병실에 와주었습니다. 그떄까지 주지스님은 몇번인가 사츠키의 병문안을 와주었지만, 저와 마주친 적은 없었기에, 이 반년 사이에 몰라볼 정도로 변한 것을 보고 놀라고 있었습니다.


“케이타 너 괜찮니? 네가 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시노미야님으로부터 들었지만, 이대로는 네가 대신하는것과 뭐가 다른지.”


저는 괜찮다고 대답하고 최근 원령의 변화를 주지스님에게 설명했습니다. 염불에 대한 것까지 이야기를 마치자 주지스님은 으음하고 소리를 내며 깨끗하게 면도한 머리를 쓰다듬었습니다.


“어려워… 어렵구나… 사츠키.”


그러면서 사츠키를 바라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어요.


“그리고 케이타, 자네도 대단히 수고가 많네. 힘들겠지만, 귀한 임무를 하는 자네들에게 절로 고개가 숙여지네.”


제 눈을 똑바로 보고 그렇게 말해주더군요. 저는 겸연쩍어서 고개를 살짝 숙였습니다.


“그건 그렇고… 말도 안 되는 괴물인줄 알았는데, 그 안에 연민을 느끼는 자가 있다니. 원령이 되었지만 다시 사츠키를 위해 부처님의 구제를 비는가.”


주지스님은 신주에게 돌아서서 말했습니다.


“시노미야님, 저기… 괜찮다면 경을 올릴 수 있을까요.”


주지 스님은 사복을 입고 있었는데, 품에서 염주를 꺼냈습니다.


“사츠키를 위해 염불을 외는 그 영혼을 위해 저도 경을 올리고 싶습니다.”


신주가 흔쾌히 응하자 주지스님은 두손을 모아 조용히 경을 외우기 시작했습니다. 그건 대법회에서처럼 격한 인상이 아니라, 조용히 가슴에 와닿는 듯한 상냥함을 느낀 불경이었어요.


그날 밤, 그 여자가 사츠키를 죽이러 왔을 때도 염불이 들렸습니다. 그 목소리가 낮의 주지스님과 같은 따뜻함을 느끼게 하는 것을 깨닫고 가슴이 뜨거워졌습니다. 여자는 약간 어리둥절하며 사람들의 모습을 바라보았고, 짜증을 내며 거칠게 사츠키의 목을 비틀었습니다.


노인의 영혼과 번갈아 가며 나타난 그 여자의 영혼은 이윽고 사츠키를 죽이는 일을 어딘지 담담하게 행하게 되었습니다. 도망치지도 않고 저항하지도 않고 그저 버티는 사츠키를 괴롭히는데 싫증이 난 것처럼 보였어요. 맹렬히 사츠키를 괴롭히는 노인과 달리, 나타나서는 별 흥미도 없다는 듯 사츠키의 목을 비틀고 사라졌습니다.


한 번은, 잠시 사츠키를 내려보더니 손을 짚고 엎드리는 사츠키의 머리를 들어올리고 사츠키와 눈을 마주쳤습니다. 그리고는 사츠키의 머리를 한 번 쓰다듬더니 그대로 사츠키의 목을 비틀었습니다. 그 후로, 여자의 영혼은 나타나지 않게 되었습니다.


남은 1인.

끝까지 사츠키를 괴롭히는 것을 멈추지 않는 노인의 영혼은, 자신 혼자 남은 것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듯이, 지금까지보더 더 사츠키를 괴롭혔습니다. 그래도 사츠키는 견디며 계속 사과했습니다. 저도 똑같이 사과를 계속했습니다. 그래도 사츠키를 죽이고 웃는 노인에게서 악의가 사라지지는 않았습니다. 사츠키에게 가해지는 폭력은 점점 가혹해져, 사츠키가 절명한 후에도 시신을 집요하게 괴롭히고 괴롭히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언제나처럼 노인이 낫을 들고 나타났습니다. 사츠키는 엎드려 사죄의 자세를 취하고 있었습니다. 이에 사츠키와 노인 사이에 끼어들듯이, 늘 사츠키를 관찰하던 소녀의 혼령이 섰습니다. 말없이 노인을 바라고 있습니다.


노인은 당황하며 그 자리에서 낫을 치켜들었어요.


“으씨…. 고 말야! .... 게도….해서…!!”


노인이 무슨 말인가 고함을 지르고 있었지만 알아들을 수 없었습니다. 소녀의 옆에서 사츠키를 보고 있던 남자 아이의 영혼도 소녀의 곁에 섰습니다. 그리고 주변에서 보던 안개 같은 무리 중에서 한 사람, 또 한사람과 성인의 혼령이 걸어나와 소녀의 편에 섰습니다.


걸어나온 영혼의 얼굴은 또렷이 보였습니다. 그 안에 할머니의 혼령이 있어 손을 모으고 염불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 사람인가….! 복받치는 생각에 온몸이 뜨거워졌어요.


“이제 됐나.”


누군가 그랬어요. 명료한 목소리는 아니었지만 분명하게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이제 됐지.”


“이제 됐지.”


“이제 됐지.”


“충분하다 싶다.”


“이제 됐지.”


“용서해버려.”


“우리도 나빴다.”


“가엾게도.”


연달아 그런 소리가 들렸어요. 목소리도 안개 너머로 들려오는 묘한 느낌이었습니다. 노인은 기가 눌린 듯 뒷걸음질 치더니 낫을 휘두르며 악을 썼어요.


“….라고! …아아!?....”


노인은 격하게 소리를 질렀습니다.


“이제 됐지.”


“이제 됐지.”


“이제 됐지.”


안개의 소리도 멎지 않았어요.


“그렇다면….! …. 였다는게…!! ….이라고!!”


노인은 절규를 남기고 사라졌어요.


그리고 저는 눈을 떴습니다. 역할이 생긴 후 처음으로, 사츠키가 죽는 모습을 보지 못하고 눈을 떴다. 그 사실이 믿어지지 않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러나 서서히 실감이 나며 기쁨이 복받쳐 올랐습니다.


귀신들은 제각기 “이제 됐다”고 말했어요. 사츠키는 마침내 용서를 받았습니다. 그게 꿈이 아니라는 확신이 들었어요.


남은 1인.

그 노인의 영혼은 사츠키를 용서해줄까.


머지않아 그렇게 될 것 같은 예감은 있었습니다. 어쨌든 이제 그 노인만 남았으니까. 혹시 지금 그만둬도 더 이상 괴이는 일어나지 않는 것은 아닐까. 그런 생각도 했었어요. 그 다음은 사츠키가 언제 깨어나느냐에 맡겨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그날 밤 노인의 혼이 나타났습니다. 노인 뒤에 여럿의 영혼이 뒤따르고 있었습니다. 검은 안개 같은 그 집단을 바라보니 옛날 옷이 아닌 현대 의복을 입고 있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아는 얼굴도 있었어요. 저건 사냥회 사람이다. 죽은 일가 사람도 있다. 교정에서 움직이는 시체가 된 ◯◯선생님도.


노인이 데려온 것은 일련의 괴이함으로 숨진 수십명의 마을 사람들의 영이었습니다. 노인의 영혼은 사츠키 앞에 주민들의 영혼을 늘어놓고 히죽히죽 웃고 있었습니다.


그날은 사츠키를 사이에 둔듯 양옆에 소녀와 소년의 영혼이 서있었습니다. 어른들의 영혼은 조금 떨어진 곳에서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현대의 사람들의 영혼은 사츠키를 원망하는 듯한 얼굴로 노려보고 있었습니다. 원령에게 살해당한 그들 또한 원령이 된 것 같았습니다.


주민들의 영혼은 무엇인가 중얼중얼거리며 사츠키쪽으로 걸어옵니다. 사츠키는 정좌한 채 손을 짚고 말했습니다.


“돌아가신 여러분, 부디 편히… 편히 잠드십시오… 부디…”


사츠키의 간청에 화답하듯 주민 집단에서 몸집이 작은 사람이 걸어나왔습니다.


“할머니.”


사츠키가 그 사람의 모습을 보고 말을 흘렸습니다. 집단에서 나온 것은 시즈할머니의 영혼이었습니다. 주민들의 영혼은 멈춰섰습니다. 변함없이 원망스러운 얼굴로 사츠키를 보고 있습니다.


사츠키와 주민들 사이에 선 시즈할머니의 영이 주민들을 향해 조용히 고개를 숙였습니다. 두 손을 잡고 90도 가까이 허리를 굽히는 큰 절이었습니다. 주민들은 주춤하며 몸부림쳤습니다.


“할머니…!”


사츠키는 입에 손을 대며 오열을 터트렸습니다. 제 눈에서도 눈물이 흘러내렸어요. 시즈할머니는 죽어서도 사츠키를 지켜주고 있다. 그 사랑에 감사하는 마음이 넘쳤습니다. 시즈할머니는 고개를 숙인채 움직이지 않았어요. 주민들의 영혼은 하나 또 하나 흔들거리며 사라져갔습니다.


이윽고 모두 사라지자 시즈할머니의 영혼은 고개를 들어 사츠키를 돌아보고 씨익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고 사라졌습니다.


“할머니! 할머니! 가지마…! 할머니…”


사츠키가 흐느끼는 가운데, 홀로 남은 노인의 영이 고개를 떨구고 있었습니다. 과거의 피해자인 원령들도, 그 원령에게 죽임을 당한 현대의 주민들도 모두 사츠키를 용서했습니다. 노인 한 사람이 무슨 짓을 해도 더 이상 집합체로서의 원망은 유지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것 같았습니다.


노인은 고개를 숙인 채 낫을 움켜쥐고 떨고 있었습니다. 사츠키를 죽일까하는 생각에, 저는 노인을 물끄러미 바라보았습니다. 이윽고 노인은 힘없이 낫을 떨어뜨렸습니다. 그리고 사츠키에게 아까 시즈할머니와 같이 깊이 고개를 숙였습니다. 그 자세 그대로 노인의 영혼은 사라졌습니다.


정신을 차려보니 사츠키를 지켜보던 영들도 사라져 있었어요. 옆에 서있던 소녀의 혼령이 사츠키의 머리를 쓰다듬고 사라졌습니다. 남자아이도 소녀를 쫓듯 사라졌어요.


"........"


정적이 주변을 감싸고 있는 가운데, 사츠키는 멍하니 앉아있었습니다. 그리고,


“오와아아아아아아아!!!!”


소리내어 울었어요.

엄청난 눈물 때문에 눈에서 폭포수가 흘러내리는 것처럼 보일 정도였습니다. 누구에게 거리낄 것도 없는 큰 소리로 아이처럼 흐느끼는 사츠키를 보면서 저도 큰소리로 울었습니다.


계속 해왔던 일이 끝났어.

용서를 받았다고.

깊은 기쁨과 안도, 그리고 감사하는 마음이 폭발했습니다.


우리는 그저 엉엉 울었어요. 얼마나 울었는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울다지쳐 사츠키가 잠에 빠졌을 때 저는 눈을 떴습니다.


잠에서 깬 저는 병원으로 달려갔습니다. 사츠키가 깨어있을지도 모릅니다. 병원에 도착한 것은 이른 아침이었지만, 병원의 현관이 열려 있었기 때문에 그대로 병동으로 들어갔습니다.


병실의 사츠키는 아직 잠든 채였습니다. 감긴 눈동자에서 눈물이 한줄기 흘러 선을 긋고 있었어요. 저는 그 자는 얼굴을 보고 후 하고 숨을 내쉬고는 의자를 끌어당겨 사츠키 곁에 앉았습니다.


그때, 병실에 달콤한 향기가 감돌고 있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눈을 감고 신에게 감사를 드리며 사츠키가 깨어나기를 기다렸습니다. 마침내 사츠키가 눈을 뜬 것은 오후가 되어서였습니다.


아침에 문병 온 사키에씨에게 어젯밤의 일을 전하자 사키에씨도 울며 기뻐했습니다. 신주에게 연락해 모두가 병실에서 사츠키를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어젯밤의 일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자 신주도 조용히 눈물을 흘리고 있었습니다.


“엄마.”


무엇보다도 시즈할머니가 사츠키를 지켜주신 것이 기뻤던 모양입니다. 그리고 겨울의 햇살이 기울기 시작하는 오후, 사츠키가 눈을 떴습니다.


“엄마….”


잠든 사츠키가 중얼 거렸습니다. 모두 사츠키의 곁으로 달려가 사츠키의 얼굴을 들여다보았습니다. 닫혀있는 사츠키의 눈꺼풀이 가늘게 떨리더니 천천히 열렸습니다.


“사츠키!”


사키에씨가 사츠키를 감싸듯 이름을 불렀습니다.


“엄마… 끝났어…”


사츠키는 쉰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습니다.


“사츠키…아아… 사츠키…. 어서와… 사츠키….”


사키에씨는 눈물로 흐느끼면서 사츠키의 이마와 뺨을 어루만지고 있었습니다.


“사츠키.”


신주가 사츠키 곁에 허리를 굽혀 얼굴을 들여다보며 말했습니다.


“고맙다. 사츠키. 잘 해냈구나.”


“숙부… 할머니가…”


“아아, 알고 있다. 케이타한테 들었어. 할머니가 지켜주셨구나.”


“케이…..”


사츠키에게 불려 저도 사츠키가 볼 수 있도록 다가왔습니다. 후후, 하고 사츠키는 희미하게 웃었습니다.


“너덜너덜…해졌네….”


완전히 변해버린 제 모습에 사츠키는 놀란 것 같았습니다.


“계속… 봐줬네…”


“응….”


갑자기 눈물이 쏟아져 저는 울어버렸습니다.


“후후….”


사츠키는 다시 조금 웃었습니다.


“케이… 고마워.”


그리고, 사츠키는 수일의 재활을 거쳐 퇴원했습니다.


온 몸의 근육이 쇠약해져 휠체어를 타고 퇴원한 사츠키는 그로부터 천천히 1년에 걸쳐 건강한 몸을 되찾아갔습니다. 저 역시 귀신 같은 상태에서 사람다운 외모로 돌아갔습니다.


여기부터는 사족이 되기 때문에 대충 적습니다만, 원령이 사라진 마을은 이전보다 더욱 활기를 띠어, 형은 카나모리 선배와 함께 도쿄에 가서 밴드로 성공하는 꿈을 쫓았고, 저는 사츠키와 결혼해 5명의 아이를 가졌습니다.


쇼와시대 말엽(1980년대 말),

이 마을을 덮친 괴이는 지금은 전래동화처럼 이야기될 뿐입니다.


어른들은 아이들을 무섭게 하기 위해서 말합니다.

“착하게 굴지 않으면 목매달아 죽은 귀신이 온다.”라고



목매다는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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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죽고 다쳤지만

이렇게 따뜻하게 끝나서 너무 다행이야 ㅠㅠㅠ

이런 부분에 있어서만큼은 일본에서 말하는 원령이든 우리가 말하는 귀신이든 다

뭔가 이전에는 다양했던 감정들이 단순해져버린다는 거

비슷한 이야기인 것 같네

그치만 결국에는 이전의 감정을 갖고 있긴 하다는 거

ㅠㅠㅠ

슬프다

내일 외전으로 다시 올게 ㅎㅎㅎ

무서운 이야기 좋아하는 겁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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