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 잊어버리지 않으려고 쓰는 경험담들


공포썰을 찾다보면 참 다양한 영적 경험을 하는 분들이 많은데

저는 그쪽으로는 경험도 기운도 0에 수렴해서 참 감사합니다..

남의 경험담만 읽어도 등골이 오싹하고 현기증이 나는데....

참 대단들 하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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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감하시고 재밌게 읽으셨으면 댓글 아시죠? ^^


1.


초등학생 시절 언니와 함께 쓰던 방을 나누게 됐다.


그 방은 침대 두 개만으로 이미 꽉 찰 정도였던데다가 좁은 공간에 하얀색 피아노를 어떻게든 우겨 넣은 비효율적인 공간이었다.

피아노는 언니의 것이었지만 고등학교에 올라가는 언니가 큰 방을 사용하게 되었다.


그게 조금 부럽고 샘나기도 했지만 침대 하나가 빠지고 책상이 들어온다는 것, 나만의 공간이 생긴다는 게 기뻐서 나도 별 반대는 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러나 언니는 뭐가 마음에 안 들었는지 가구를 옮기는 내내 "저 방은 귀신이 있단 말이야." 하고 불평을 늘어놓았다.


침대에 누우면 서랍장에 반쯤 가려진 피아노의 윗부분이 보였는데 그곳에는 언니가 어릴 적부터 사다놓은 인형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인형을 전부 방으로 가지고 갈 수는 없어서 언니는 가장 아끼는 인형 몇 개만 자신의 침대에 옮겨놓고 나머지는 그대로 피아노 위에 두었다.


처음 각자의 방에서 잠든 날이었다.


아침에 일어나보니 인형들이 떨어져있었다.


언니가 뭘 가지고 갈지 이것저것 고르다 대충 올려두는 바람에 밤 사이 흐트러져 떨어진 게 분명했다.


인형을 제자리에 올려두고 난 다음날, 여전히 인형이 떨어져있었다.


그리고 그 다음날도 마찬가지였다.


유독 떨어지는 그 인형은 언니가 아주 어릴 적 샀던 강아지 인형이었다. 그 인형을 가장 안쪽에 넣어두고, 다시 잠을 청했다.


그런데 그 날은 새벽에 문득 눈이 떠졌다.


어둠에 눈이 익고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희미한 빛에 의해 시야가 트일 쯤 안쪽에 박혀있던 강아지 인형이 툭 고꾸라져 피아노 위로 떨어지는 게 보였다.


그러더니 스르륵 건반 위를 미끄러져 의자로 내려가는 것이었다. 나도 모르게 잠꼬대 같은 소리로 "응?" 하고 기척을 내자 인형은 움직임을 멈추었다.


그리고 기절하듯 잠에 들어 아침이 되어서야 일어나보니 분명 떨어졌던 인형은 제자리에 그대로 있었다.


언니에게 이 일을 말하면서 언니가 모두 공평히 사랑해주지 않으니까 그런 거라고 말했다.


언니가 어떻게 대답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그 날 이후로 인형이 떨어지는 일은 없었다.



동생이 대신 한 마디 해줘서 기분 풀렸나봐




2.


초등학교 4-5학년 쯤의 일이다.


그 날은 어째선지 친하지도 않은 친구와 밤 늦게까지 놀이터에서 놀게 되었다.


놀았다고는 하지만 딱히 하는 일은 없이, 각자 그네를 타고 있었을 뿐이었다.


정확한 시간은 알 수 없었지만 가로등에 불이 켜진 것을 생각하면 9시나 10시 쯤이었을 것이다.

멍하니 앉아 그네에 몸을 맡기고 있는데, 문득 눈 앞의 지하주차장 계단 통로에 불이 켜지는 것이 보였다.


그 지하주차장과 이어진 계단 통로는 대충 콘크리트로 벽을 만들고 창문 두쪽을 내놓은 성의없는 건물이었는데 창문은 불투명 유리라 안쪽이 보이지는 않았다.


불이 켜진 것을 인지하고도 나와 친구는 아무 말 없이 계속 그네를 타고 있었다.


그런데 그 때 친구가 갑자기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저게 뭐야?" 하고 정면을 가리켰다.

친구의 시선을 따라가자 통로 창문의 불투명 유리에 바짝 붙어 이쪽을 바라보고있는 듯한 실루엣이 보였다.


하지만 그렇게 가까이 붙는다고해서 불투명 유리 너머로 무언가 보일리가 없었기 때문에 그 광경은 꽤나 우스운 것이었다.

친구와 나는 그 모습을 보고 한참이나 그러게, 뭐야? 웃긴다. 왜 저러고 있어? 하며 키득거렸다.

그림자와 같은 자세를 따라하며 과장된 표정을 짓기도 했다.


그렇게 그 그림자를 비웃던 순간 그림자가 흐려졌다 진해졌다를 반복하기 시작했다.

아마도 안쪽에서 계속 고개를 흔드는 것 같았다.

그 움직임을 보고 있자니 점점 기분이 나빠져서 친구와 나는 짜증을 내며 집으로 돌아갔다.



그로부터 몇달 후, 그 일에 대해 잊어버렸을 때 쯤 엄마와 외출을 하고 돌아온 일이 있었다.


원래는 지하주차장 차량 출입구가 집과 가까워 그곳으로 빠져나왔는데 그날은 주차한 곳이 계단 통로와 훨씬 가까워서 처음으로 계단 통로를 이용하게 됐다.


꽤나 높은 계단을 빙빙 오르는데 특정 위치에 다가가자 센서등이 켜졌다.

순간 몇달 전의 기억이 떠오른 나는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들었다.


불투명 유리로 만들어진 그 창문은 머리 위로 2m 정도 높이에 있었다.



3.


언니는 수학여행, 아빠는 출장, 엄마는 동창회로 집이 텅 빈 날이었다.


신나게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며 새벽까지 놀다 지쳐 잠을 청하려는데 언니가 자기 침대에서 한 번 자보라고 말해서 왠지 모르게 언니 방에서 잠을 자게 됐다.


그렇게 낯선 침대 위에 조금은 긴장된 상태로 누웠다. 시야는 아직 보이는 상태고 점점 감각이 희미해질 때 쯤 문고리가 내려가는 게 보였다.


방 문고리는 낫 모양의 긴 손잡이였는데 아주 조용히 소리도 없이 천천히 내려가고 있었다.


비몽사몽한 상태에서 상황파악도 하지 못하고 바라보기만 하는데 문이 열리고 그 사이로 검은 그림자 같은 것이 고개를 내밀었다.

그리고는 빠른 속도로 두리번두리번거리면서 무언가를 미친 듯 찾기 시작했다.


순간 시야가 조금씩 넓어지면서 마치 내 눈이 방 안쪽 모서리에 붙은 것처럼 방 전체가 보였다.


그 그림자는 계속해서 두리번거리며 무언가를 찾고 있었고 그것은 내가 아니었다.


나는 어찌되었든 그 그림자가 지금 굉장히 무례한 짓을 하고 있다는 걸 깨우쳐줘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겨우 힘을 짜내 입을 열었고, 그러자 쑥 하고 시야가 되돌아왔다.


내가 내뱉은 말은 "나가..." 였다. 아주 명료하게 내 기분을 표현한 말이었다.

그러자 점점 더 빠르게 고개를 두리번거리던 그림자가 내쪽을 쳐다보았는데 눈코입이 없었다.


눈코입이 없었지만 눈을 마주치면 안될것 같다는 생각에 팔을 들어 눈을 가렸다.


그러자 그 그림자가 천천히 문을 닫고 사라졌다.


다음날 아침 거실로 나가자 엄마가 소파에 누워서 잠을 청하고 있는 모습이 보이길래 혹시 새벽에 언니방에 들어왔었냐고 물었지만 엄마는 자기가 방금 도착해서 너무 피곤하니 말을 걸지 말라고 말했다.




4.


언니가 대학생이 되고 기숙사로 들어가게 되어 내가 언니방이었던 큰 방을 사용하게 되었다.

언니는 필통 등의 물건을 옮기는 나를 비웃으며 "이 방에 귀신 있는 거 알지?" 하고 말했다.


그 방은 큰 크기에 비해 알 수 없는 이유로 난방이 잘 안들어와 춥다는 것 빼고는 이상할 점 없는 방이었다. 난 더위를 많이 타는 체질이었으므로 오히려 잘됐다고 생각했다.


방에 있던 내 물건들을 대부분 옮겨오고, 대충 아무렇게나 정리해두었는데 그 모습을 본 엄마가 화를 내며 방을 깨끗이 정리해두라고 했다.


어쩔 수 없이 청소를 시작하는데 마침 언니가 사둔 작은 키링용 바비인형이 보였고, 괜히 언니가 자기 물건들을 정리 안 하고 가서 혼났다는 생각에 화풀이하는 느낌으로 바비인형을 발로 차 침대 밑으로 집어넣었다.



언니가 쓰던 침대는 이상하게 침대 다리가 높아서

언니가 대학생이 된 시점에 중학생이 된 내가 수월하게 밑에 들어갈 수 있을 정도의 공간이 있었다.


그 이후로 보기 싫은 것들이 생기면 침대 밑에 차버리는 게 습관이 되었다.


그러던 어느날 왜 갑자기 그런 충동이 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문득 침대 밑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고개를 숙여 바라본 침대 밑에서는 그날의 바비인형이 꼿꼿이 선 채 내쪽을 향해있었다.


미안한 기분이 들어 우산 손잡이를 집어넣어 바비인형을 꺼내주고 닦아주었다.


하지만 바비인형의 발바닥은 둥근 모양이어서 신발 없이는 아무리 만져도 다시 서는 일이 없었다.




5.


침대 밑의 공간에는 공기 정화용으로 놔둔 숯 화분이 있었다.


간단한 쓰레기가 나왔을 때 발로 차서 숯 화분이 있는 곳에 맞추면 팅 하고 울리는 소리가 났다.

그래서 자주 그런 짓을 했었는데 어느날은 벌어져 못쓰게된 실핀이 보였다.


그 핀도 당연히 침대 밑으로 직행했고 팅 울리는 소리를 듣고는 만족한 상태였다.


그런데 그 핀이 몇 초 후 다시 슥 튀어나왔다.


공도 아니고 무게도 없는 핀이 화분을 맞고 튕겨져나왔다고는 생각하기 어려웠다.


어쨌든 난 그 안좋은 버릇을 고치게 되었다.




6.


언니방이었던 큰 방에서 지내게 되면서 몇 가지 이상한 경험을 하게 됐다.


가장 대표적인 것으로는 3번에서 서술했던 것과 같은 시야 문제였는데, 잠을 청하려고 하면 이따금씩 내가 방 구석 모서리에 달린 CCTV 라도 되는 것처럼 시야가 확 굴절되면서 방 전체가 보이는 일이 있었다.


두번째는 물건이 자주 사라졌다가 다시 나오는 일이었다.


5번에서 버릇을 고치기 전까지 꽤 다양한 물건들을 침대 밑에 쑤셔넣었는데 문득 떠올라 침대 밑을 찾아보면 아무리 뒤져도 그 물건이 나오지 않는 것이다. 그러다 잊어버릴 때 쯤 다른 곳에서 튀어나오고는 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전자기기가 잘 작동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보일러도 원인불명으로 고장나있었고 시계도 하루가 멀다하고 멈춰댔다. 휴대폰도 방에 두고 있을 때는 오류가 나는 일이 잦았고 MP3로 노래를 듣다보면 자기 멋대로 서너곡씩 건너뛰곤 했다.


하지만 그 당시는 그게 이상하다고 인지하지 못했던 것 같다. 고등학교에 들어가면서 집을 이사하고 나서야 그때가 조금 이상했구나 하고 생각했을 뿐이었다.




7.


고등학교 1학년 때의 일이다.


다른 친구들과 달리 나는 예체능이라 야간자율학습 대신 미술특별반 수업을 들었는데 석식은 친구들과 함께 먹고 시간이 되면 수업실로 가는 방식이었다.


석식 후에 수업 시간까지는 약 30분 정도 시간이 남아서 친구들과 돌아다니며 수다를 떨곤 했다.


학교는 건물이 총 2개로 구교사와 신교사로 나눠져 있었는데 구교사의 1층은 폐관되었고 계단을 올라와 2층부터 쓸 수 있었다.


구교사 2층과 신교사 1층을 이어주는 다리가 있었고 그 밑으로 아래로 내려갈 수 있는 계단이 있었는데 그 계단을 내려가봤자 폐관된 구교사 1층이 나올 뿐이므로 그곳에 가는 학생들은 거의 없었다.

그래서인지 1층으로 들어가는 유리문은 자물쇠가 굳게 잠겨있었다.



하루는 친구들과 떠들며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는데 문득 계단 앞에 다다르게 되었다.


누군가 앉고싶다고 해서 그럼 아래쪽에 있는 벤치에 앉자는 얘기가 나왔다. 다들 별 생각 없이 그럴까? 하며 계단을 내려가 벤치에 앉았다.


그렇게 한참 수다를 떠는데 앞을 바라보니 늘 잠겨있던 유리문의 자물쇠가 풀려있고, 문이 열려있는 게 보였다. 다른 친구가 내 어깨를 치며 "야, 저기 열려있는데?" 하고 말했다.

"청소하는 거 아니야?" 대답했지만 청소하는 사람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다들 짠 것처럼 안에 들어가볼까? 하고 얘기가 나오게 됐다. 그렇게 셋이 팔짱을 끼고 구교사 1층 어두운 복도를 걷고 있을 때였다.


불하나 없이 깜깜한 복도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시시해질 때 쯤,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뭐지? 하고 고개를 드니 저 안쪽에 불편한 자세로 바닥에 웅크리고 앉은 여학생이 보였다.


길을 잃었나? 하고 있는데 교복이 익숙하긴 했지만 우리 교복이 아니었다. 그 여학생을 본 순간 발이 무거워지면서 팔짱을 낀 손에 힘이 들어갔다.

다른 친구도 마찬가지였는지 팔에 힘이 들어가는 게 느껴졌다.


그러나 다른 한명은 아니었는지 계속 야 별 거 없는데? 별 거 없는데? 하고 떠드는 것이었다.

그 목소리에 웅크린 여학생이 고개를 들려는 것처럼 부스스 움직이기 시작했다.


순간 그 교복이 왜 익숙했는지를 깨달았다.


중학생 때 고등학교 배정을 받고 나서, 한동안 ㅇㅇ고등학교 교복을 열심히 검색했었다.

중학교 교복 조끼가 타이트한 소재라서 고등학교는 제발 니트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그때 찾았던 고등학교 교복이 자주색 체크무늬에 타이트한 조끼여서 실망했다가 그게 약 10년 쯤 전 교복이고 지금은 바뀌었다는 소식을 듣고 안도했던 기억이 있었다.


그리고 그 여학생이 입은 게 바로 그 옛날 교복이었다.


나는 가운데에서 온힘을 다해 친구들을 끌었고 그 여학생이 고개를 들기 전에 다함께 뒤돌아 달려 빠져나오는데에 성공했다.



미친듯이 계단을 올라 신교사로 이어지는 통로에서 숨을 돌리는데 팔에 힘이 너무 들어가서 온 팔이 저릴 정도였다.


나와 한 친구는 같은 것을 보았고, 나머지 한 친구는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고한다.




8.


대학생 때 자취를 하게 되었다.


종종 자취방에서도 전자기기가 말을 안 듣는 경우가 있었는데 컴퓨터로 한 곡 반복을 해 놓은 음악 스트리밍 프로그램에서 내가 화장실만 가면 자기 멋대로 몇곡을 건너뛰고 다른곡을 재생한다던지, 설정해놓은 적 없는 시간에 휴대폰 알람이 울리고 뭐지? 하며 다가가면 갑자기 꺼지고 삭제되는 일이 그랬다.


그리고 그날은 그런 증상이 조금 심한 날이었는데,


나에게 PC 카톡으로 뭔가를 보내려는데 대화창을 열면 다운되고 열면 다운되고 열면 다운되고 열면 다운되는것이었다.


그렇게 몇십 번을 반복하니 너무 짜증이나서 누가 이기나 해보자는 생각으로 대화창을 열자마자 타자를 난타하고 엔터를 눌러댔다.


하지만 다운되는 속도가 너무 빨라서 항상 엔터를 치기 전에 대화창이 꺼졌는데 마구 타자를 누르다가 짜증이나서 "너 귀신이냐?" 했더니


순간 열린 대화창에 ㅇㅇㅇㅇㅇㅇㅇㅇㅇㅇㅇㅇㅇㅇㅇㅇㅇㅇ이 쳐지고는 다시 다운되는 것이었다.


잠시 당황하여 아무것도 하지 못했는데 다행이 그 후로는 비슷한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


출처 : 디미토리 (https://www.dmitory.com/1166754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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