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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를 앞둔 주라서 평소보다는 부담이 덜한 일요일이다. 그런데 곰곰 생각해보면 추석 연휴가 과연 반길만한 날인가 싶은 거다. 단지 출근하지 않아서 좋은 걸까? 아니 좋기는 좋은 걸까? 명절은 여름휴가 같은 게 아니다. 심지어 결혼하지 않은 나조차도. 명절은 쉬는 날이 아니라 또 다른 가면을 써야 하는 날이다. 가족들 앞에서도. 가족들 앞에서 가면을 쓴다는 말이 무척 의뭉스럽게 들릴 수도 있겠으나, 또 나의 가족이 무슨 심각한 하자가 있느냐고 묻는다면 그렇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그렇다고 마냥 낙원의 광경만을 떠올리게 하는 것도 아니라서.


명절은 다만 사무실에 나가서 써야 하는 가면은 벗어도 좋은 날일 뿐이다. 명절이 누군가를 괴롭히려고 정해진 날도 아니고, 누군가에게는 좋은 측면도 있겠지만 마냥 행복하기만 한 날도 아닌 거다. 그럴 나이는 한참 전에 지났다. 명절은 참 모순적인 날이고, 그래서 퍽 시적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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