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틀러의 마술사

금요일에는 역시 독일이죠. 이 인물도 전쟁을 거치면서 어떻게 새로운 체제에 적응했느냐를 알려주는 전형적인 사례다. 먼저 짤방(참조 1)을 보면 무슨 상황인지 궁금하실 것이다. 일명, "퓌러의 마술사(„FÜHRERS“ MAGIER)"로 유명한 헬무트 슈라이버(Helmut Schreiber, 1903-1963)이다.


흔히들 쓰이는 것처럼 마술사가 무슨 비유적 의미가 아니다. 실제로 직업이 마술사이기 때문이다. 사진 속에서처럼 그는 유머감각이 없기로 유명한 총통을 마술로 휘어잡았었다. 사진 촬영은 1939년이며(폴란드 침공 4주 후에 촬영됐다, 참조 2), 카드 마술을 총통 앞에서 시연하고 있다. 분위기도 매우 좋아 보인다.


그가 마술을 무슨 학교에서 배운 것은 아니고 스스로 익혔다고 한다. 하지만 마술만 한 것은 아니고, 영화 제작자 역할이기도 했다. 1945년까지 그는 180여 편의 영화를 촬영했고, 대개는 정부 방침(그러니까 반유대주의)에 따른 것이었다(참조 2) 한편. 마술사로서의 무대명은 정글북에서 따온 코끼리 이름은 칼라낙(Kalanag)이었으며, 독일마술협회(Magischer Zirkel von Deutschland)의 장으로서 마술협회의 유대인들도 쫓아냈다.


짤방에서 보듯, 그는 마술사로서 총통과 친했고(사진을 찍은 해 여름 휴가를 총통과 같이 보냈다), 당연히 괴벨스와도 자주 어울렸다. 잘나갈 수 밖에 없는 연예인이었다는 의미다. 소련측 기록에 따르면 전쟁 막바지인 1944년까지도 그는 자주 히틀러 앞에서 마술 공연을 했었고, 히틀러는 그가 마술로 소련군을 어떻게 좀 하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농담도 건냈다.


하지만 전쟁 이후? 그는 마술처럼 자기 경력을 세탁한다. 총통으로부터 피해를 받았고, 뮌헨에서는 공산주의자 반군을 도왔다는 등의 경력을 만들어낸 것이다. 온갖 사진 증거는? 강요 받아서 나간 것이라 설명하면 된다. 경력 세탁에서는 거의 후디니 급이었던 것.


(경력 세탁을 성공시킨 이유로, 나치 소유의 금을 연합군에게 인도/조정해줬다는 루머가 있기는 하다, 참조 3)


게다가 독일을 점령한 연합국들 중에서 영국 점령지역이 제일 나치 인사들에게 느슨했었다. 해당 지역으로 이주한 슈라이버는 영국군을 상대로 젊은 쇼걸들을 대동한 마술쇼로 큰 인기를 얻었고, 결국 나치와 관련 없다는 공식적인 인정을 영국으로부터 받았다. 그래서 1949년부터는 정식으로 영국과 독일, 뒤이어 스위스, 남아공 등의 무대에서 뛰는 마술사로 승승장구한다.


그러나 그가 유명한 마술사였으니, 루머(...혹은 사실)는 지속된다. 그가 마술 공연을 뛰는 나라가 모두 나치와 관련된 금괴가 있다는 소문이다. 게다가 독일이 워낙 가난했던 40년대 말, 화려한 공연의 비용을 도대체 어떻게 조달하느냐는 의문이 많았다.


다만 그를 진정 쓰러뜨린 것은 경쟁 마술사나 정부가 아니라 텔레비전의 범람이었다. 1960년대부터 마술 공연에 대한 수요는 줄어들었고, 그는 1963년 심장마비로 사망한다. 7개의 금고 안에 담긴 7개의 열쇠를 남기고 말이다. 하지만 그 열쇠가 도대체 어디에 꽂는 것이란 말인가... 그에 대해 새로 나온 전기, 위대한 카날락(„Der große Kalanag“, 참조 4)에 나올지도 모르겠다.


p.s. 그가 히틀러 부부에게 했던 마술은 이런 것도 있다. 에바 브라운의 다이아몬드 시계를 감쪽같이 숨겼다가 다시 나타나게 한다든가, 히틀러에게 "총통은 현금을 얼마나 갖고 다니십니까?"하고 물었던 것도 있다.


퓌러가 "난 현금이 없는데..." 하자, 그는 퓌러의 주머니 속에서 150 제국마르크(참조 5)를 꺼내서 총통에게 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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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조


1. Der Mann, der Hitler mit Geldscheinen verzauberte(2021년 9월 5일): https://www.welt.de/geschichte/zweiter-weltkrieg/article233564386/Der-grosse-Kalanag-Der-Mann-der-Hitler-mit-Geldscheinen-verzauberte.html


2. Hokuspokus und »Heil Hitler!«(2021년 6월 10일): https://www.spiegel.de/geschichte/helmut-schreiber-alias-kalanag-der-magier-des-fuehrers-a-150d0b1a-f898-430c-8078-8386f5bb2cb2


3. https://de.wikipedia.org/wiki/Kalanag


4. Der Zauberkünstler der angeblichen „Stunde Null“(2021년 4월 1일): Der Zauberkünstler der angeblichen „Stunde Null“ : https://www.deutschlandfunkkultur.de/malte-herwig-der-grosse-kalanag-der-zauberkuenstler-der.2156.de.html?dram:article_id=495190


5. 아마 지금 기준으로 치면 10만원이 좀 넘는 수준이다. 청탁금지법에 걸릴 수준이라 하겠다. https://www.mvorganizing.org/how-much-is-a-reichsmark-worth-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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