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살린 위대한 판결

화요일은 역시 독서지, 이 책의 제목을 보면 기후변화 관련 판결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자세히 보면, 책의 원래 제목인 “The Rule of Five”가 더 책의 내용에 적절하다는 인상을 준다. 물론 판매를 위해서는 기후를 내세우는 편이 더 낫긴 나았을 테지만 말이다. 그러나 내가 강조하노니, 이 책은 미국 대법원을 아주 재미있게 그리는 책입니다.


제목 그대로다. 9명의 대법관 중 5명의 지지를 이끌어내야 승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 판결의 본안이 의미하는 바는 거대하다. 덕분에 정부 기관들이 환경 규제 관련 기준을 제정해야 하는 전례를 이룩했기 때문이며, 미국이 한 번 물꼬를 틀면 심지어 미국에 적대적인 나라를 포함하여 전세계 어지간한 나라들 모두 기준을 만들게 마련이다. 즉, 한국어판 제목 또한 그렇게 거짓말은 아니랄 수 있다.


그러나 내가 이 책을 재미있게 읽었고, 또한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다른 곳에 있다. 대법원 상고를 위해 진정인측이 사용한 방법이다. 분명 환경 관련 소송이고, 환경청(EPA)이 기준을 설정하지 않아서 상고까지 하려는 내용이다. 하지만 이들은 본안이 환경 문제가 아닌 듯이 행동했다.


미국 연방대법원이 워낙 특정 사건의 특정 쟁점을 맨 처음 언급하는 곳이 되려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역이용한 것이다. 이 사건이 어째서 대법원까지 올라가야 하는지, 대법관들의 이목을 끌려면 쟁점을 바꿔야 했다. 이렇게 바꿔 보면 어떨까?


“어느 정부 기관에 의회가 부여한 권한의 행사를, 그 기관이 미루기로 결정할 수 있는 재량권의 범위는 어디까지인가?”


민간인의 눈으로 보기에는 환경 문제에 왜 저런 문장을 강조하는지 도무지 알 수 없었을 것이고, 극단적인 환경주의자들은 아마도 분노했을 것이다. 하지만 질문을 저렇게 던져 놓아야, 대법관들의 “심장을 뛰게” 할 수 있는 노릇이었다. 행정부와 법원의 관계를 파고드는(법원의 해석에 따라 행정기관의 재량권이 조정된다!) 성격을 갖기 때문이다.


그래서 상고가 이뤄졌다. 결론은 물론 해피엔딩이지만, 그 과정도 너무나 재밌다. 각자 성향이 다른 대법관들에 대한 철저한 사전조사, 그리고 구두변론시 대법관들이 던지는 미끼와 함정이 가득하기 때문인데, 그런 것에 흥미를 느낄 사람이 많지는 않을 것 같기도 하다.


따라서 이 책의 결론은, 독자가 무엇에 관심을 가질지 캐치하고, 강조해야 한다는 고전적인 교훈이다. 이 책이 모두를 위한 것은 분명 아니다. 하지만 모두에게 해당될 질문을 던지고 있기도 하다. 일기를 쓸 것이 아니라면 상대방이 뭘 좋아할지 골라내는 선구안을 갖고 있는가, 하는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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