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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오랫동안 노트북 앞에 멍하니 앉아 있었다. 왜일까. 쓸 게 없어서? 아니다. 쓸거리는 있다. 그런데 쓸 의욕이 없다. 무엇이 나를 이리도 무기력하게 만드는가? 빨리 겨울이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쩐지 겨울은 두꺼운 이불 속에, 두꺼운 코트 속에 숨어들기 좋기 때문이다. 몸을 노출한다고 해서 마음을 노출하는 것은 아닌데, 어느 여름날은 어쩐지 벌거벗겨진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 내 마음이 굳어져 버릴까 봐 나는 커다란 나무 주걱으로 죽을 휘휘 젓듯이 내 마음을 저어본다. 천천히 원을 그리며 내 마음을 저어본다. 저어야 한다. 방심하면 큰일 날 것처럼, 내 마음에서 나도 모르는 새 연기가 피어오르고, 탄 냄새라도 흘러나올까 봐. 팔심이 빠진다. 팔심이 빠지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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