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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니터의 커다란 지면을 앞에 두고 오랜 시간 운을 떼지 못하고 있는 나를 생각하다가, 무대 위에 서서 내내 망설이고만 있는 한 명의 가수를 떠올린다. 텅 빈 객석. 무슨 말이라도 내뱉어야 누군가 지나가다 돌아보고 하나둘씩 모여들 그런 버스킹. 아니면 선 자리에서 뭔가를 할 것 같기는 한데 마이크를 앞에 두고 내내 목석처럼 서 있기만 하니, 그 자체가 하나의 퍼포먼스이자 행위예술인가 싶어 가수를 유심히 지켜보며 혹시라도 운을 떼기만을 기다리는 관중들. 그러다 몇은 기다리다 지쳐 자리를 떠나고, 몇 명이 모여 있으니 지나가던 새로운 관중이 유입되고, 또 누군가는 떠나고, 그렇게 끊임없이 순환되는 객석. 객석의 높은 회전율. 그쯤 되면 이미 무대와 객석은 바뀌어 있고, 가수는 일인용 스탠딩석에 선 관객이 되고, 그가 마주 보는 무대는 끊임없이 퍼포머들이 등장하며 단 한 명의 관객을 온전히 바라봐주다가 퇴장하는, 바라봄 자체가 컨셉인 그런 역발상의 공연. 혹은 비어 있음 자체가 컨셉인 그런 공연. 무(無)가 아니라 공(空). ‘없음’과 ‘비어 있음’은 다르다. 여백의 주인은 작가인가, 독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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