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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길에는 길 한가운데에 놓인 비둘기 사체를 보았다.


출근해서는 의심을 사지 않는 범위에서 무단이탈해 개인적인 용무를 보았다.


알려도 상관 없지만 알리고 싶지 않은 일이었다. 중요한 일이지만 중요하지 않은 일이기도 했다. 원하지만 원하지 않는 일이기도 했다. 이루어지길 바라면서도 정말로 이루어질까 봐 두려운 일들이 있다.


전혀 유명하지 않은 주제에 문단을 기약 없이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돌연 사라지는 것은 조금 근사한 일이다.


유행처럼 시인들은 너도나도 단추를 한두 개씩 더 풀었다.


사실상 인간다운 삶을 살지 못하는 것은 너의 탓이 아니다, 라는 말을 하고 있는 긴 보고서 형식의 글을 읽다가, 김멜라의 단편을 조금 읽다가, 잠시 누웠다.


귀갓길에는 예상보다 빨리 떨어지는 빗방울에 낮은 음성으로 욕을 했다.


그러나 약속이라도 한 듯 신호등은 제때에, 심지어 연이어 초록으로 바뀌어 조금은 쓸만한 하루라고 생각했다.


여느 때처럼 악재와 호재가 뒤죽박죽인 날이었다.


아침에 본 비둘기 사체는 어떤 복선도 아니거나 너무 늦게 깨닫게 될 상징이다.


밖은 빗소리가 한창이고, 나는 물 속에 한참을 갇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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