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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후 CGV 신촌아트레온에서 홍상수의 신작을 봤다.


당신얼굴 앞에서.


관객 수는 나를 포함해서 모두 열여섯 명이었다. 다 세어봤다. 관객 수 같은 걸 왜 세어본 거냐고 묻는다면 음, 글쎄. 다만 홍상수 영화는, 그걸 보러오는 관객들이 어떤 이들인지 관찰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영화를 보는 내내 홍상수와 배우 이혜영의 케미가 너무 좋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 저 배우가 있었지. 생각해보니 뭔가 어울려, 그런 생각을.


오랜만에 썩 괜찮게, 재밌게 봤다. 바로 전작인 <인트로덕션>은 국제적인 수상을 했음에도 내게 별 감흥이 없었다. 그날의 기분도 감상평을 많이 좌우하긴 했지만.

유수의 영화상보다 중요한 것은 나의 기분이다. 오늘의 기분도 썩 좋았다고 할 수는 없는데, 전과 다르게 내 안의 뭔가를 건드리는 느낌은 분명히 있었다. 그 정체가 정확히 뭔지는 입장 정리가 필요하지만.


홍상수의 여정은 과연 언제까지 이어질까. 뭐 다 떠나서 창작자는 역시 끊임없이 작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야 어떤 흐름이 생기는 것 같다. 플로우. 더러 태작들이 섞인대도 그건 말 그대로 오히려 하나의 굴곡을 만들어내서 더 근사한 큰 그림을 가능케 하는 것 같다.


홍상수의 작품들은 점점 공백이 짧아지는 탓에 자연스레 연속성이 생기는데, 그 전부터도 사실 어떠한 맥락으로든 작품들이 이어지는 느낌이 있었고, 이건 마치 정황과 정황들이, 혹은 그의 생각과 생각들이, 좀 더 나아가서 그의 삶과 삶들이 서로 바통을 주고받으며 끝없는 레이스를 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한 국자의 씨국물을 가지고 끝없이 음식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특별히 세트장을 짓거나 CG를 쓰는 게 아니라면 사실 영화 속 공간들은 우리가 발 딛고 사는 여러 공간들 중 하나인데, 때로 좋은 영화는 그걸 전혀 다른 공간으로 만들어 놓는다. 그건 미술의 힘일 수도 있고, 촬영의 힘일 수도 있다. 사실 홍상수의 영화는 미술이 두드러지는 것도 아니고, 특별한 촬영기법이 돋보이지도 않는다. 더구나 촬영지는 정말로 특별할 것이 없다. 그런데도 그의 영화적 공간들은 특별해 보인다. 그 힘은 배우들에 있는 것 같다. 그의 영화적 정황들은 묘하게 연극적으로 보이는 과장스러움들이 있는데, 바로 홍상수 식의 연극성과 그걸 소화하는 배우들이 공간에 입체성을 부여하는 느낌이다.


홍상수의 작품들을 따라가다 이제는 지쳐서 보지 않는다는 사람들을 더러 봤는데, 그 마음도 이해하지만 어쨌거나 나는 더 따라가 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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