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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문예지 신인상의 시 당선작을 보게 되었다. 우습게도 나는 당선 작품을 감상하기보다 그 시에 흠결은 없는지부터 뒤졌다. 그 신인에게 악감정이 있어서가 아니라 자연스럽게 그렇게 됐는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애초에 시를 잘못 배웠던 건 아닐까 싶은. 시를 즐기는 게 아니라 시의 완성도만을 기계적으로 따지고 있는 건 아닌가 그런. 일종의 직업병일 수도 있겠지만, 좀 심각하기도 한 것이 사실이구나 싶었다. 물론 나는 시 쓰기를 즐겨서 시를 쓰는 사람이 되었지만, 시의 진정한 독자는 되지 못하는 것은 아닌가, 뭐 그런 생각. 소설과는 다르게 시는 확실히 단순히 읽고 이해하고 넘어가는 그런 종류의 독법과는 다른 것을 요구한다. 그것은 누군가에게는 뜻깊은 경험을 주기도 하지만, 익숙하지 않거나 체질적으로 맞지 않다면 피로감을 주는 것도 사실이다. 소설과 외도한 지 오래되어 나 역시 어쩌면 이제 완전히 산문화되어버린 것은 아닌지 그런 생각이 든다. 확실히 시를 대하는 마음가짐도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다. 나의 시가 어디로 가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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