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후> 나쓰메 소세키 외 3권

<그 후> 나쓰메 소세키 외 3권

(지극히 주관적인 제 생각을 쓴 글입니다.)



책은 꾸준히 읽고 있었으나 너무 바빠 그간 리뷰를 올리지 못했다. 읽은 지 시일이 꽤 지난 책도 있고 해서 자세한 리뷰를 쓰기는 힘들 것 같아 책마다 간단한 한 단락 정도의 리뷰를 써 보려고 한다. 읽을 책을 찾는 이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1. <그 후> 나쓰메 소세키 저


나쓰메 소세키의 장편, <그 후>는 부잣집의 둘째 아들 다이스케의 삼각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다이스케는 부잣집의 자제로 딱히 하는 일 없이 예술과 풍류를 즐기며 사는 사내다. 그는 그러한 자신의 모습을 마음에 들어하며 문학과 예술을 알고 즐기는 자신을 정신적이고 고양된 차원의 존재로 생각한다. 당연하게도 그는 돈을 버는 일, 생계에 대한 걱정 같은 것을 문학과 예술이 속한 정신적이고 이상적인 세계에 비해 낮고 세속적인 일로 얕잡아본다. 그러나 자신의 친구 히라오카의 아내, 미치요를 사랑하게 되면서 그녀를 책임져야 하는 선택의 길에 내몰린 순간, 자신의 고상한 정신 세계는 그녀를 책임지는 데 어떤 도움도 되지 않으며 자신에게는 낮고 세속적인 돈을 버는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없음을, 자신의 존재가 집안의 돈 위에 세워져 있음을 깨닫게 된다. 이 소설 다이스케가 그것을 깨닫는 과정과 그 속에서 흔들리는 그의 내면을 따라간다. 잔잔하고 어찌 보면 평화로워보이기까지 하는 문장과 이야기 속에서 인간과 일, 예술과 세속, 돈과 자유, 개인과 사회의 윤리를 침착하고 담담하게 내보인다. 나쓰메 소세키는 꼭 한 번 읽어볼 만한 작가라는 생각을 했다.


책 속 한 문장


[따라서 인간의 목적이란 태어난 본인 스스로가 만든 것이어야만 한다.]




2. <비둘기> 파트리크 쥐스킨트 저


변화를 싫어하는 주인공, 조나단은 몇 십년간 같은 집에서 살아왔다. 그리고 마침내 그 집을 사기로 했다. 마지막 잔금을 치를 날만 기다리고 있는 그의 앞에 갑자기 예상치 못한 존재가 나타난다. 비둘기. 하얀 똥을 싸고, 감정을 알 수 없는 눈으로 그를 바라보고, 날개를 퍼덕이며 날카롭게 울어대는 존재가 그의 집 문 앞에 나타난 것이다. 하필 집을 사기로 결심했을 때, 더 이상 무를 수 없을 때 비둘기는 악몽처럼 나타났다. 그의 삶은 변수의 집합체인 비둘기 앞에서 송두리째 무너지기 시작한다. <향수>로 잘 알려진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짧은 중편이다. 인간에게 들이닥친 변화 앞에서 주인공의 내면과 감정의 변화를 섬세하고 심도 깊게 보여주는 소설이다. 인간의 실존에 대한 탐구가 엿보인다. 사르트르의 <구토>, 엠마뉘엘 카레르의 <콧수염> 같은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소설도 즐겁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책 속 한 문장


[비둘기는 흔적도 없었다.]



3. <슬픈 짐승> 모니카 마론 저


한마디로 요약하기가 좀 힘든 소설이다. 주인공이 자신을 떠난 프란츠라는 남성과 있었던 이야기들을 수없이 회상하고 떠올리고 기억하는 내용으로 이루어진 소설인데 단순히 프란츠와 주인공의 사랑 이야기로만 보기는 힘들다고 생각한다. 모니카 마론은 독일의 작가인데 소설 속에서 독일의 분단과 통일, 사상과 전쟁, 당시의 여성성과 남성상 등이 프란츠와 주인공의 이야기에 마구 섞여 튀어나온다. 처음 읽기 시작할 때는 단순한 사랑 이야기인가 생각하다가 초중반을 지나면서 짧은 소설인데도 굉장히 많은 것을 담고 있다는 것을 알고 텍스트 하나하나를 생각하고 고민하며 읽었다. 오래전 소설이지만 지금도 시의적으로 충분히 의미 있는 것들을 건질 수 있다. 여성성과 남성성에 대한 생각, 사상과 전쟁이 아이와 어른에게 미치는 각각 다른 영향들, 독일의 분단과 통일이 가져온 혼란과 불안 등. 분량이 짧지만 생각보다 시점과 시간, 주인공의 기억 등 불확실하고 이해가 힘든 부분이 많기에 그 점에 유의하며 읽으면 좋을 듯하다.


책 속 한 문장


[단지 내가 잊어버린 것은 그가 떠나간 이유와 이름뿐이다.]



4. <비행운> 김애란 저


역시 김애란은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는다. 20, 30대의 독자라면 공감할 것이다. 그의 소설은 20, 30대가 가지고 있는 불안과 가난, 존재하는지 알 수 없는 보통의 존재에 도달하기 위한 보통이 아닌 노력을 담담하게 그려낸다. 총 여덟 편의 소설이 실려있다. 이전에 <젊은 작가상 10주년 특별판>에서 리뷰했던 <물 속 골리앗>도 포함되어 있다. 모두 좋았지만 그 중에서 좋았던 소설을 꼽으라면 <물 속 골리앗>, <하루의 축>, <서른>을 꼽겠다. 사실 <물 속 골리앗>이 너무 좋아서 그것보다 좋은 소설이 이 책에 실려 있을까 생각했는데 있었다. <서른>은 좋았던 <물 속 골리앗>보다 더 좋았다. 정말 어딘가 존재하고 있을 것만 같은, 절망의 시간을 겪는 사람의 이야기를 감정적이지 않고 묵묵하게 풀어낸 소설이다. 무거워서 앞으로 엎어져버릴 것만 같은 짐을 등에 지고 견디는 사람의 이야기, 벗어버리고 편해져도 되지만 마음이 그것을 허락하지 않아 결국 영원히 짐을 진 채로 버텨내며 나아가는 사람의 이야기는 아프고 시린 지점이 있었다. 이 소설을 읽고 나서 문득 내가 내년에 서른이 된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책 속 한 문장


['어찌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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