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와 기모노②] 전쟁과 다방, 그리고 세계 최초의 캔커피 UCC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치인의 사랑’(1924) 속 팜므파탈적 주인공 나오미는 아사쿠사의 카페 여종업원입니다. 1920년대 일본에서 까페 여급이라고 하면, 지금의 비행기 승무원 못지않은 여성들의 선망의 직업이었다고 해요. 세계 2차대전이 발발하기 전까지 일본의 커피문화는 꽃을 피워갔습니다. 일본의 커피문화에 한 획을 그은 커피 전문업체 ‘우에시마 커피 컴퍼니’(UCC)도 이 무렵 탄생합니다. ‘일본 커피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사업가 우에시마 타다오는 1933년 고베에 잼이나 버터 등의 서양음식 재료를 취급하는 개인 상점(사진 2)을 엽니다. 1868년 개항한 고베는 당시 일본 최고의 무역항. 상인 우에시마는 어느날 우연히 커피를 맛보고 무한한 감동을 느낍니다. “이렇게 맛있는 음료가 있는가? 신기한 것을 좋아하는 고베에서라면 커피는 반드시 팔린다!” 우에시마는 바로 커피 로스팅 사업을 시작합니다. 음악이 흐르는 다방에서 마시는 한 잔의 커피는 신식 문화의 매개체로 여겨졌고, 일본 지식인 사회에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전쟁은 사람들의 손에서 커피를 앗아갔습니다. 중일전쟁이 발발한 뒤인 1938년. 일본 정부는 커피를 사치품으로 지정하고 수입제한 조치를 취했습니다. 세계 2차대전이 시작된 후 커피 수입은 완전히 중지됩니다. 일본의 카페들은 하나하나 문을 닫아갔습니다.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도쿄의 다방 ‘코롬방’(사진 3)도 이 때 양과자점으로 업종을 바꿉니다. 전후 황폐해진 일본에서도 커피는 살아남았습니다. 판잣집 다방에선 일본에 주둔하던 미군부대에서 흘러나온 인스턴트 커피를 끓여 팔기 시작했습니다. 1950년에는 커피 수입이 재개됐습니다. 고베의 우에시마도 다시 분주해졌습니다. 우에시마는 콜롬비아산 커피를 들여와 팔기 시작했습니다. 영업차량에는 ‘문화인은 커피를 좋아해’라는 슬로건을 붙였습니다. 1960년대의 어느 기차역. 우에시마는 역 안 매점에서 산 유리병에 든 커피우유를 마시고 있었습니다. 한 모금을 채 넘기기도 전에 들려오는 기차의 발차 신호. 우에시마는 커피우유가 가득찬 병을 매점에 돌려주어야 했습니다. 물자가 귀한 시절이었으니까요. 농가에서 자라 절약이 몸애 배어있던 우에시마는 “이런 낭비가 어디 있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못내 아쉬워하던 그의 머릿속이 순간 반짝였습니다. “캔에 담으면 어디든 가져갈 수 있고 상온에서도 유통할 수 있지 않을까?” 1969년 4월. 세계 최초의 캔커피 ‘UCC 우유를 넣은 커피’(사진 1)가 발매됐습니다. 1개 70엔. 당시 다방 커피와 비슷한 가격이었다고 합니다. 우에시마는 이 커피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반드시 우유를 넣을 것’과 ‘달콤한 맛이 날 것’을 고집했습니다. 당시 일반 가정에서 우유는 고급품. 단 맛을 느낄 기회도 많지 않았기 때문이죠. UCC가 찾아낸 최적의 비율은 우유+설탕이 70%, 커피가 30%였습니다. 45년이 지난 지금도 UCC의 캔커피는 발매 당시에 비교해 디자인이나 성분 배합이 거의 바뀌지 않았습니다. 애써 만든 캔커피는 1년 가까이 ‘악’ 소리가 날 만큼 팔리지 않았습니다. 비슷한 가격의 다방 커피를 두고 굳이 캔커피를 마실 필요가 없다는 게 사람들의 반응이었죠. 영업사원들이 전국을 돌며 캔커피를 알렸지만 판매는 제자리 걸음. 그러다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1970년 3월 오사카에서 열린 일본 만국박람회(엑스포). UCC는 사운을 걸고 이 행사에 나섰습니다. 2t 트럭 5대에 캔커피를 가득 실어 행사장에 반입했고, 전시장에는 사내 최고의 인재들을 모아 홍보에 나섰습니다. 해외에서 오사카 만박에 참여한 국가 및 업체들은 모두 UCC를 음료부문 파트너로 선정했습니다. 그해 여름. 푸대접을 받던 UCC의 캔커피는 폭발적인 인기를 끌기 시작했습니다. 공장에선 전국에서 밀려들어오는 주문을 소화하기 위해 철야근무를 했지만 아무리 만들어내도 수요를 충족시킬 수 없었습니다. 1971년 UCC는 창사 후 첫 매출 100억 엔을 달성했습니다. 우에시마의 커피를 향한 집념은 계속됐습니다. 1981년에는 그의 꿈이었던 직영 커피농장을 자메이카에 개설했습니다. 블루마운틴의 안정적인 공급을 위해서였죠. 일생에 걸쳐 커피의 ‘꿈과 낭만’을 추구한 남자에게 국제커피기구(ICO)는 1988년 ‘일본 커피의 아버지’라는 칭호를 선사했습니다. 이번 얘기는 어떠셨나요? 흥미를 느끼셨다면 고베에 있는 UCC 커피박물관(http://www.ucc.co.jp/museum/exhibition/)관람을 추천합니다. 세계와 커피 역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일본 유일의 커피 전문 박물관입니다. 이 박물관에서만 판매하는 한정 원두도 살 수 있습니다. 박물관 뿐이 아닙니다. 1933년 문을 연 우에시마 커피점(사진 4)은 여전히 건재합니다! (http://www.ueshima-coffee-ten.jp/index.html) 다음 편에서는 음악다방, 풍속(!)다방, 만화다방에서 아키하바라의 메이드카페에 이르기까지. 일본 커피숍의 흥미진진한 변천사를 소개해 드릴게요. 현대의 일본인들에게 커피숍이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도요. 이어질 시리즈에서는 일본에서 간판만 보고 좋은 카페 고르기 노하우, 커피가 ‘珈琲'(코-히-)가 된 사연도 소개할게요. 팔로우를 누르시면 놓치지 않고 보실 수 있습니다! + 참고문헌 コーヒーという文化―国際コーヒー文化会議からの報告 (1994) UCCコーヒー博物館

From Tokyo to S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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