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인 듯 현실인 듯 모호한 이야기들...

<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를 읽다...


• 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

나쁜 일은 한꺼번에 온다고 했나? 자원관리부 정 대리의 출근길은 면도기가 부러지면서 난항의 연속이다. 엘리베이터에 낀 남자를 뒤로하고 계단으로 내려와 버스를 타서는 지갑을 놓고와 기사와 실랑이 하다가 트럭에 바치고, 사고 버스 승객들이 옮겨탄 버스에서 치한으로 몰려 하차하여 회사까지 뛰어가 탄 엘리베이터가 고장나 탈출에 실패해 구조되기까지, 그리고 볼썽사나운 몰골로 기획회의에서 발표 후 까이고. 정 대리의 하루는 세상 물정 모르는 평범한 셀러리맨의 삶을 압축해 놓은 모습으로 다가온다. 어쩔 수 없이 외면했던 것의 불편함, 부당한 오해와 포기, 그래도 최선을 향해 달리고, 함께한 사람으로부터의 배신과 인정받지 못하는 소시민의 모습에서도 미미하지만 희망의 싹은 존재한다.



• 사진관 살인사건

(p44 에서...)  형사인 화자는 사진관 피살자의 아내 지경희를 취조 중이다. '세탁소 주인 모피코트를 보는 것, 논술강사가 핟생들 답안지를 대하는 것'처럼 더러운 일상이 무뎌진 경력 형사.

... 많은 사진을 보는 나의 일상에 대해 생각한다. 사진이 일상이 되어 가는 것이 불안해지는 시간이 다가올까 걱정이 이는 날들이 잦아진다. 일상이 일상이 되는 순간 낭만은 사라진다. 흔히들 낭만이라 하면 아름다운 기억만을 되뇌일 테지만, 모든 감정 희노애락, 더럽고 치졸한 것조차 낭만일 수 있는데 그러한 모든 감정이 무뎌지는 순간 삶은 의미를 잃는다. 


화자는 계장, 동료 후배 조민기 형사, 아마추어 사진가 정명식. 지경희의 남편은 외도로 상대의 남자에게 살해되었단다. 그리고 지경희와 정명식은 자신들의 외도를 숨긴 채 용의 선 상에서 벗어난다. 남편의 죽음으로 둘의 사랑이 수혜를 받은 건가?



• 흡혈귀

이 소설은 소설가 김영하가 화자로 등장한다. 독자의 편지 쯤으로 알았던, 도곡동에서 김희연이 보내온 긴 편지는 자신의 남편이 흡혈귀라는 것이다. 남편은 글을 쓰는 동료 문인이어서 화자가 잘 아는 사람이다. 화자는 오히려 김희연을 흡혈귀가 아닌지 의심한다. 

... 묘한 소설이다. 소설가 자신이 등장하는 소설이면서 독장 편지로 스토리를 이어간다. 그리고 천 년을 살아온 <호텔 델루나>의 장만옥이 연상되는 스토리.



• 피뢰침

벼락을 맞는 경험. 전격 세례라는 것. 그로부터 새겨진 전문. 탐뢰여행. 뭐 이런 것들이 있긴 한 걸까? 인간이 피뢰침이 되어 그 공포를 체험하고 공포에 전율하는 그 순간을 느끼려는 그들의 모임이라는 것이 정말 있기나 할까?



• 비상구

밑바닥 컬트 무비 성격의 소설이다. '너의 목소리가 들려'의 에피소드 같은. 작가는 이런 소설을 왜 쓸까? 솔직하려고? 그들에게도 있는 인간적 정의를 보여주려고? 불편하지만 잘 읽히는 문체여서 쉽게 읽었다.



• 고압선

제목이 왜 고압선인지 모르겠다. 사랑에 감전된, 그래서 타버린 사람의 비유일까? 사랑을 하면 투명인간이 된다는 그 남자. 대학 시절 B의 연인이었던 그녀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후로 점전 희미해지다 결국 투명인간이 된 그 남자는 존재감없이 그저 하루를 살아간다. 존감감 없는 한 인격에 대한 비유겠지... 언제 쓴 소설일까 모르지만 한강의 '작별'과 비슷한 소재다. 음... 감동은 한강의 그것이 더한데, 아마도 개인의 일차적 본능과 모성의 대비가 아닐런지...



• 당신의 나무

심리상담사인 당신은 캄보디아 앙코르를 여행하며 자신의 나무였을지도 모를, 자신을 뿌리내리게 해준 땅이었을지도 모를 그녀를 생각한다. 캄보디아 곳곳의 사원들과 역사를 한 소설에 녹여 놓았다. 판야나무... 나도 보았을 따 프롬 사원의 그 사원에서 시작된 사유와 이야기로 된 소설. 담담히 외로이 고독하게 이어지는 글들.



• 바람이 분다

소설 초입에 머리를 짧게 자른 그녀는 환상, 꿈이겠지? 불법 복제 CD를 만들어 파는 나는 직원으로 그녀를 고용했고 그녀와 사랑에 빠진다. 송진영이라는 그녀는 나에게 세계여행을 가자했고 계획을 세웠으나 경찰에 덜미를 잡히며 무산된다. 그녀는 남편이라는 한 남자에게 돌아갔지만 이혼했다 했다.


소설 속 모든 상황과 인물은 명확하지 않다. 그녀의 입지도 말도 손가락이 잘린 남편이란 사람의 존재도, 나라는 화자가 믿고 있는 현실도. 화자가 읽었다던 헤밍웨이의 소설 <킬리만자로의 눈>도...



• 어디에도 있고 어디에도 없는

PD인 남자는 어린 시절 무당의 말을 따라 여자 아이 옷을 입고 자랐다. 허벅지를 다치기 전 다섯 살까지. 폐허를 찾아 기획한 세계의 폐허 도시 유랑. 그곳에서 그 옛날의 자신을 만난다. 여인의 모습으로 화한.


폐허와 잊혀졌던 유년의 기억. 그리고 성 역할과 존재, 어디에도 있고 어디에도 없는.


__________

작가는 한동안 모호한 속에서 사유의 창을 넓혔던가 보다. 이 책 후반부의 소설들은 꿈인듯, 현실인듯 모호하고, 존재인듯 부재인듯 모호하다.


작가의 초기작이라 그런지 꽤 컬트적, 남성적이다.  김영하의 초기작들은 특히나 남성 성적 지향이 많이 드러난다. 한편으로는 여성에 대한 배려 없이, 젠더 의식 없이 쓰여진 느낌. 그 시대의 젊은 작가에겐 의식조차 못한 부분이었겠지. 지금이라면 부끄러웠을 사고의 토대이겠지. 50대의 작가에게 더욱 깊은 글을 기대해 본다.


p258  일곱째 줄, 소형 카세트를 왔다. -> 사왔다(?)


• 김영하 작품 연보

1996. 08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 제1회 문학동네작가상

1997. 09   《호출》

                      <거울에 대한 명상> 데뷔작


1999. 07   《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

                      <당신의 니무> 제44회 현대문학상


2001. 02    <아랑은 왜>


2003. 08   <검은 꽃> - 제35회 동인문학상(2004)


2004. 03   《오빠가 돌아왔다》

                      <오빠가 돌아왔다> 제16회 이산문학상 

                      <보물선> 제4회 황순원 문학상


2006. 00   <빛의 제국> - 제22회 만해문학상(2007)


2007. 10   <퀴즈쇼>


2010. 07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


2012. 02   <너의 목소리가 들려>


2013. 07   <살인자의 기억법>


2017. 05   《오직 두 사람》

                     <아이를 찾습니다> 제9회 김유정문학상

                     <옥수수와 나> 제36회 이상문학상


2020. 00    <작별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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