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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시간 반 동안 어제 쓰던 소설을 이어서 썼다. 오늘은 이십오 매 정도 썼다. 어제의 분량을 더하면 전체 분량에서 절반에 조금 못 미치게 쓴 셈이다. 소설을 쓰면서 정식 소설가가 되는 것은 좀 무리일 것이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앞으로 더는 소설을 쓰지 않겠다는 얘기가 아니다. 소설을 쓰는 것과 소설가가 되는 것은 좀 다른 얘기다. 다만 소설가가 되기 위해 본격적인 준비를 하는 것은 조금 더 고민을 해봐야 할 것 같다는 거다. 힘들지만 소설을 쓰는 것은 재미있다. 그러나 소설가가 되는 것은 정말이지 다른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 설령 된다고 해도 어차피 이름을 얻기는 어렵지만, 천신만고 끝에 이름을 얻는다 해도, 나는 너무 위험한 소설가가 되거나 어떤 식으로든 결국 자멸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이러한 생각은 요즘 내가 글을 쓰면서 느끼는 내 결정적 한계와 관련이 있다. 적성이다 재능이다 하는 것도 다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작가가 작가로서 다시 태어나게 되는 결정적 요인은 윤리관이다. 내 윤리관은 보편에서 너무 동떨어져 있거나, 텅 비어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너무 기교만을 맹신했던 것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습작기에는 그런 것들을 생각할 겨를이 없었는데, 지금으로서는 윤리의식이 전부라는 생각마저 든다. 왜 그렇게 안이하고 무지했을까. 윤리라는 따분한 개념은 그저 내 안에 이미 장착된 것이라고, 철없이 생각해왔던 것은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내가 시로 등단할 당시에 심사위원 중 한 분이었던 저명한 평론가 선생님께서 내게 시민사회의 보편윤리에 관한 지적을 한 적이 있는데, 그 말이 정확히 어떤 말이었는지 이제야 겨우 나를 섬뜩하게 한다. 선생님의 지적이 너무 정확해서 소름이 끼칠 정도다. 다름 아닌 이것이 요즘 내가 글 쓰는 자로서 느끼는 심각한 결핍이고 열등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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