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유럽

화요일은 역시 독서지. 이 책을 읽으면서 계속 내 책이 생각나지 않을 수가 없는데, 내 책은 선정적인 주제와 가벼운 호기심에 집중했기 때문에 비교가 좀 무색하다. 한 마디로, 요새 유럽이 어떤지 진지하게 알아보려면 이 책이 제일 적당하다 할 수 있겠습니다.


내 글이 절대 다수가 언론 기사나 논문을 토대로 하기 때문에 실제로 현장에서 보고 들은 저자와 결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게다가 내 글들은 무척 얕다. 그러니 독자를 생각하게 만든다는 면에서 내 글보다는 이 책이 더 바람직하다. 그래서 내용이 무엇이냐?


코로나19 대처에서 유럽 그리고 특히 필자가 살고 있는 스위스는 우리보다 훨씬 뒤쳐진 것이 사실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비유럽/인에 대한, 우리의 그들에 대한 선망의 편견은 쉽사리 사라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 책의 제목인 “오래된 유럽”의 이미지를 우리는 물론 유럽인들도 지금까지 계속 유지하는 중이기 때문이다. 좋았던 옛날 시절을 잊지 못 한다는 이야기이고, 이것이 바로 책 초반부에서 사례로 등장하는 “콘트라베이스를 가진 세 명의 중국인(Drei Chinesen mit dem Kontrabass)” 노래의 저변에도 깔려 있다.

직접 들어보시라. https://youtu.be/9C2cLTif4QU



이런 식으로 아이들 노래나 놀이에 비유럽을 깔아놓는 것은 독일어권 스위스만이 아니다. 가족오락관과 같은 여러 예능 프로에서 보셔서 알고 계실 “옮겨 말/전달하기” 게임을 기억하실 것이다. 계속 귓속말로 처음 사람의 말을 전달하다가 마지막 사람이 자기가 들은 말을 해서, 처음과 대조해 보는 게임이다. 영국에서는 이 게임을 뭐라 부를까? “중국의 귓속말/Chinese whispers”이라 부른다.


프랑스에서는? “아랍식 전화기/Téléphone arabe”라 부른다. 역사가 꽤 됐고 어린이들이 주로 하기 때문에 그 명칭 갖고 트집잡는 일은 좀처럼 없으며, 특히 유럽 사람들 저변에 깔려 있는 막연한 비유럽에 대한 의식을 나타낼 때 사례로 쓰일 뿐이다. 물론 차이가 좀 있기는 합니다. 유독 북유럽을 포함한 독일과 스위스 이북 지역에서 자기들은 “농담”이라 하지만 보는 사람은 참 뭐라 하기 힘든 감정을 일으키는 일을 많이 저지르기 때문이다.


저 “세 명의 중국인” 노래 제목의 “콘트라베이스를 가진/mit dem Kontrabass”을 “코로나-통에 빠진/im Corona-Fass”으로 바꾼 사건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친숙한 노래 제목을 운율과 시대상황에 맞춰서 농담삼아 지어봤을 뿐이라는 것이 이유인데… 어차피 우리들은 해외에서 모두 중국인 취급 당하기 십상이다. 우리를 보고 저 노래나 표현을 떠올릴 테고, 어쩌면 드라마 “모닝 쇼” 시즌 2에서 한국계 미국인이 “중국으로 꺼져라”는 말을 듣는 장면과 같은 사건이 여기저기서 있었을 것이다.


어차피 사람들은 남의 입장을 잘 고려하지 않게 마련이고, 느슨하게 한국->아시아->코로나 이렇게 그냥 판단해버리는, 그들의 게으름이 과연 그들만의 일인가 생각도 든다. 우리도 그냥 유럽을 “오래된 유럽”의 이미지로 여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가 보통 상상하는 잘 배우고 교양 있는 유럽인들은 출장갈 때에나 만날 수 있을 뿐, 일반인들의 인식 수준은 우리랑 별 차이가 없다.


따라서 다시금 말하고 싶건데, 이 책의 미덕은 그들이 얼마나 보통 사람들일 뿐인지 최대한 알려준다는 점일 것이다. 한편으로는 아무래도 꾸준히 내가 쓰는 것 같은데, 그들이 맞이하는 각종 이슈들이 결국은 우리도 답해야 할 질문으로 등장한다는 점이다. 그런 면에서 역시 유럽이 어른이기는 어른이지, 그냥 먼저 접했다는 점에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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