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을 가장 싸게 여행하는 법, 눈물의 청춘18티켓

일본은 기차의 나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혼슈와 시코쿠, 규슈, 그리고 홋카이도. 크게 4개의 섬으로 나뉘어진 일본 열도는 거미줄보다 촘촘한 노선으로 이어져 있습니다. 최고속도 300km를 넘나드는 신칸센부터 시속 60km의 1칸짜리 완만(ワンマン, ‘One Man’의 일본식 발음)열차까지 종류도 가지각각. 사전만한 두께의 열차시각표를 달달 외우는 철도 마니아들도 적지 않습니다. 봄, 여름, 그리고 겨울의 방학 기간이 다가오면 일본의 철도 마니아들 - 남자는 ‘테츠(てつ, 철)’, 여자는 ‘테츠코(てつこ)’라고 부릅니다 - 은 두근거리기 시작합니다. 일본철도(JR)가 방학철마다 내놓는 무제한 탑승티켓 ‘청춘18킷푸(青春18きっぷ)’의 발매가 시작되면, 슬슬 여행계획을 짤 때가 되었다는 신호입니다. 청춘18킷푸는 신칸센과 특급열차를 제외한, 보통열차와 쾌속열차의 자유이용권입니다. 5회분 1셋트에 1만1850엔. 5일을 연달아 사용할 수도, 5회에 걸쳐 나눠 쓸 수도 있습니다. 여러명이 나눠써도 됩니다. 최초 발매년도는 1982년. 여객 수를 끌어 올리기 위해 기획된 특별 티켓입니다. 출시 당시 JR 여객국장이던 스다 히로시가 청소년과 학생을 대표하는 단어 ‘청춘’과 이를 상징하는 나이 ’18’을 조합해 만든 이름입니다. 이름에서 보이듯 청소년을 대상으로 만든 티켓이지만, 나이 제한 없이 누구나 살 수 있습니다. 연간 약 30만 장이 판매되고 있습니다. 티켓은 발매 기간 동안 JR 주요 역 창구에서 판매합니다. 보통 푸른색 티켓이지만, 혹시라도 JR서일본이나 시코쿠 지역에서 ‘아카켄’ ‘나마켄’으로 불리는 빨간색 티켓을 살 수 있다면 운이 좋은 겁니다. 효력은 아무 차이가 없지만, 랜덤으로 나오는 빨간 티켓은 국철 시대의 디자인을 그대로 쓰고 있어서 철도 마니아들에게 ‘레어템’으로 추앙 받습니다. 이론 상으로는 이 티켓이 있으면 일본 어디든 못 갈 곳은 ‘거의’ 없습니다. 기차가 닿지 않는 도서지역이나 오키나와를 제외하고 말이죠. 최북단 홋카이도에서 최남단 가고시마까지, 하루 2370엔의 열차 요금(0시~24시)으로 어디든 갈 수 있는 꿈의 열차표입니다. 물론 어마어마한 시간과 체력이 필요합니다. 예컨대 도쿄 우에노역에서 열차를 타면 23시간 동안 11번의 환승을 거쳐야 홋카이도 삿포로역에 내릴 수 있습니다. 물론 그 사이 앉아서 갈 수 있다는 보장은 없죠. 심지어 청춘18킷푸로 타는 대부분의 기차 좌석은 지하철의 그것과 비슷합니다. 환승 중 기차를 놓치기라도 한다면 최악의 경우 하루를 날리는 상황도 벌어지고, 천재지변이나 열차 고장이 있을 때 제공되는 신칸센 무료환승 제도에도 해당되지 않습니다. 결코 사용하기 쉬운 티켓은 아니지만 매년 30만명의 ‘청춘’들이 이 표를 손에 들고 열차에 오릅니다. 2시간 만에 도쿄에서 오사카를 주파하는 신칸센에서는 느낄 수 없는 느림의 미학, 차창 밖으로 유유히 흘러가는 일본의 풍경, 특급열차는 그냥 지나쳐버리는 황량한 무인역을 느긋히 맛보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사실 돈이 없는 게 가장 큰 이윱니다. 청춘18킷푸가 사랑받는 또다른 이유는 매년 판매기간마다 등장하는 명물 포스터 덕분입니다. 외딴 노선을 달리는 재래식 열차의 모습, 낡은 역의 풍경과 어우러진 가슴을 두드리는 듯한 시적인 광고문구 한 줄은 볼 때마다 감탄이 나옵니다. 어쩐지, 눈물이 툭 떨어지기도 하고요. 판매시즌이 되면 ‘올해는 어떤 포스터일까’를 기대하는 사람들도 많답니다. 올 여름 청춘18킷푸의 JR서일본판 포스터는 효고현의 타케타성터가 주인공. 새벽 안개를 헤치고 달리는 주황색 40.41계열 전차 옆에 쓰인 문구는 “5시 30분. 천공의 성이 여행을 떠나는 나를 배웅해 주었다” 입니다. 역대 청춘18킷푸 포스터 광고문구 중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건 “차창에 비친 내 모습을 보았다. 지금까지 살면서 가장 좋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계속 친구라는 말 대신 모두 함께 여행을 떠났다”, “방 안에서 인생같은 걸 생각할 수 있을까?”, “아아, 여기다. 라는 생각이 드는 역은 반드시 있어”, “언젠가 서두르지 않으면 안 되는 때가 와. 그때까지는…”, “천천히 가자고, 열차가 말을 건넨 여름이었습니다”, “전략. 저는 지금 일본의 어딘가에 있습니다” 등등입니다. 보통 이 포스터를 보고 감동의 눈물을 떨구며 용감하게 표를 샀다가, 허리가 끊어지는 체험을 하며 후회의 눈물을 흘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합니다. 올 여름 저도 이 티켓을 들고 재래선에 오를 계획입니다. 과연 어디까지 갈 수 있을 지는 모르겠지만요. 아참, 일본을 단기 방문하는 비거주자 외국인에겐 아무 제한 없이 신칸센을 마음껏 탈 수 있는 JR레일패스라는 강력한 티켓이 있습니다. 작년엔 이 티켓을 들고 도쿄에서 가고시마까지 주파했는데, 올해는 구입 자격이 안 되네요… + 청춘18킷푸를 이용한 노선 검색은 http://www.jorudan.co.jp/norikae/seishun18.html 에서 할 수 있습니다. + 역대 청춘18킷푸 발매 포스터를 몇 장 모아봤습니다. 첫 번째 사진이 올해 여름. 옆으로 밀어보세요!

From Tokyo to Seoul.
Follow
4.7 Star App Store Review!
Cpl.dev***uke
The Communities are great you rarely see anyone get in to an argument :)
king***ing
Love Love LOVE
Downlo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