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날 때마다 울었다 -박형준 그 젊은이는 맨 방바닥에서 잠을 잤다 창문으로 사과나무의 꼭대기만 보였다 가을에 간신히 작은 열매가 맺혔다 그 젊은이에게 그렇게 사랑이 찾아왔다 그녀가 지나가는 말로 허리가 아프다고 했다 그는 그때까지 맨방바닥에서 사랑을 나눴다 지하방 창문으로 때이른 낙과가 지나갔다 하지만 그 젊은이는 여자를 기다렸다 그녀의 옷에 묻은 찬 냄새를 기억하며 그 젊은이는 가을밤에 맨 방바닥에서 잤다 서리가 입속에 부서지는 날들이 지나갔다 창틀에 낙과가 쌓인 어느날 물론 그 여자가 왔다 그 젊은이는 그때까지 사두고 한번도 깔지않은 요를 깔았다 지하방을 가득 채우는 요의 끝을 만지며 그 젊은이는 천진하게 여자에게 웃었다 맨방바닥에 꽃무늬 요가 펴졌다 생생한 요의 그림자가 여자는 그 젊은이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사과나무의 꼭대기 생각날 때마다 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