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완벽한 축사를 준비하는 방법'(2020)

(...) <완벽한 축사를 준비하는 방법>의 87분이라는 짧은 상영시간 중에서도, 영화 속에서 실제로 흘러가는 시간은 '아드리앵'의 플래시백과 방백을 제외한다면 실질적으로 넉넉히 잡아도 불과 몇 시간이다. 한번의 저녁식사와 한번의 축사. 밥 먹는 일도 예정대로 흘러가지 않는데 두 사람과 두 가정이 만나는 결혼식이 짐작한 대로 흘러갈 리가 있을까. 관계에 소심하고 연애에 서투른 주인공 '아드리앵'이 쏟아내는 '벌어지지 않은' 시나리오들 중 실제로 일어날 것은 결국 하나일 것이고 그중 어떤 것들은 무수히 반복된다. '소니아'와 '아드리앵'이 공원에서 보았던 그 아이는 앞으로도 여러 번 넘어지고 다칠 것이다. 인생도 보조 바퀴가 없는 자전거와 다르지 않아서, '아드리앵'에게도 그리고 결혼을 앞둔 그의 누나와 매형에게도 좋을 날들만 있지는 않겠다. 그렇지만 거기 사랑이 있다면. 사랑을 찾기를 그 사랑을 하기를 멈추지 않는다면. 넘어지는 것쯤은 별 일 아니라고 여길 수 있지 않을까.


'지금은 아닌 것 같아서' 혹은 '해도 소용없을 것 같아서' 목 안쪽까지 올라왔다가 차마 입밖으로는 발화하지 못했던 말들이 누구에게나 몇 개 있을 것이다. "잘 지내"냐는 문자 한 단어도 쓰고 지우기를 거듭해 본 적 있겠다. 그런 마음은 전적으로 더 잘 표현하고 싶고 더 좋은 관계를 만들고 싶은 뜻에서 비롯한다. <결혼하고도 싱글로 남는 법>(2006), <꼬마 니콜라>(2009), <꼬마 니콜라의 여름방학>(2014), <업 포 러브>(2016) 등 유쾌하고도 가족적인 영화들로 필모그래피를 채워온 로랑 티라르 감독은 분명 그런 마음을 잘 알고 있는 필름메이커로 여겨진다. 완벽하지 않기에 실수하고 또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기도 하지만 '우리'는 누구나 넘어져 본 만큼 다시 일어날 수 있었다. 어쩌면 넘어지기 전에는 알 수 없는 것들이 있겠고 실수처럼 보이는 것도 지나고 보면 꼭 필요했을 경험으로 남을지 모른다. 그러니 <완벽한 축사를 준비하는 방법>의 '아드리앵'은 영화의 경계를 넘어 관객들에게도 이렇게 말해주는 게 아닐까. 아직 넘어지지 않았는데 미리부터 넘어질 걱정을 하느라 페달을 밟길 멈춰선 안 되겠다고.


브런치에 쓴 영화 <완벽한 축사를 준비하는 방법> 리뷰 중에서. (5월 19일 국내 개봉, 87분, 15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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