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mino de Santiago] Day 10. Navarrete - Azofra

순례길에서의 열 번째 아침이 밝아오며 4월이 시작됐다. 산들바람에 실려오는 봄내음이 한층 더 강해진 듯한 느낌이다. 햇살도 따사롭게 내리 쬐며 아름다운 날을 만들어 준다. 오전 8시. 이미 해는 세상을 환히 비추고, 거의 모든 순례자들이 길을 나선 시각. 모닝커피를 마시며 마음에 여유를 채우고, 느즈막히 길을 나섰다. 하루 중 이 순간이 가장 좋다.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소리 그 바람에 흔들리는 수풀소리 햇살아래 춤추는 새들의 노래소리 그리고 이 밖의 모든 수줍은 듯한 작은소리들 아무도 없는 길을 걸으며 자연의 소리를 듣고 있으면 몸과 마음이 절로 맑아진다. 한국에선 뭐든지 남보다 빨리, 먼저 하려고 기를쓰며 살았는데... 어떤 부귀영화를 누리고자 그렇게 살았을까? 조금만, 정말 조금만 여유를 가졌다면 더 아름답고 행복한 삶이 었을텐데... 그래서 내게 삶의 여유를 알려준 이 순례길이 정말 고맙다. 유달리 기분이 좋고 발걸음이 가벼운 하루의 시작. 그만큼 날씨도, 풍경도 지금까지 중 가장 아름다운 하루. 황금 빛 아침 햇살 아래 반짝이는 초원을 지나 서로 다른 모양과 사연을 지닌 십자가를 지나고 평화로운 마을에서 신선한 오렌지쥬스를 마신 후 아직 잎사귀도 나지 않은 갈색의 포도밭을 지나고 한가로이 풀 뜯으며 일광욕을 즐기는 양떼를 지나자 붉은 빛의 언덕 아래 아름다운 마을 Najera가 나왔다. 간단히 점심을 먹고 알베르게가 문을 열기를 기다리며 쉬고 있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날씨가 아름다운데, 나는 왜 지금 멈춰있는가?' 사람을 계속 걸을 수 밖에 없게 만들 정도로 아름다운 날씨와 풍경이다. 결국 다시 길을 나섰고, 마을을 벋어나는 곳의 언덕은 말로 표현 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한동안 멍하니 서있을 정도로... 구불구불 언덕을 오르는 길은 마치 하늘로 올라가는 길 처럼 보였고, 좌우로 펼쳐진 붉은 흙과 나무, 풀들이 정말 환상적인 풍경을 만들어냈다. 2시의 높이 뜬 해의 햇살도 아름다운 풍경에 한 술 보탰다. 언덕을 올라 Azofra로 향하는 길도 정말 아름다웠다. 푸른 하늘과 매우 낮게 떠 있는 새하얀 구름, 포도밭과 넓은 초원, 붉은 흙은 정말 엄청난 풍경을 이루고 있었다. 그런 풍경에 압도 된 나머지 걷는 내내 가다 서다, 가다 서다를 반복했다. (솔직히 순례길 전체에서, 이 날의 날씨와 풍경이 가장 아름답고 인상 깊었다.) Azofra에 도착하니 어느덧 5시. 솔직히 날씨가 너무 좋아서 계속 걷고 싶었지만, 최소 3시간은 더 걸어야 묶을 수 있는 마을이 나오는 상황이라 망설이다 포기했다. 그리고 알베르게에 체크인. 짐을 풀고, 샤워 후 주방으로 내려가 다른 순례자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눴다. 쿠바인 노부부에게 사랑, 인생 등에 대한 조언을 들으며 이야기를 나눴다. 독일인 할아버지가 합류하고, 뉴질랜드인 노부부가 합류하고, 캐나다인 가족이 합류하고... 어느 순간 정신을 차려보니 주변에는 온통 노부부 순례자들... 알베르게 전체에 젊은 사람은 나 혼자 밖에 없었다. Pier와 Elena가 문득 그리워지는 하루... * Navarrete를 벗어나는 곳에는 큰 공동묘지가 하나 있다. 그리고 아치모양의 공동묘지 입구를 볼 수 있다. 바로, 산 후안 아치(Arco San Juan). 마을초입에 위치한 '古 산 후안 데 아끄레 순례자 숙소'의 입구 장식을 옮겨다 공동묘지의 입구로 사용하는 것이라고 한다. 기둥머리의 장식은 롤랑과 거인 페라굳(Ferragut)의 싸움과 순례자들의 일상을 묘사한 것이라고 한다.

아무 계획 없이 무작정 떠난 1년 간의 유럽여행 그 일상의 기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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