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무,2014]

- 각각의 캐릭터, 욕망의 충돌이 빚어낸 참극. 군도로부터 시작된 여름철 대작들 중 하나인 해무는 유일한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다. 이 때문에 예매율면에서 같은 기간 경쟁중인 명량과 해적에 밀리는 모습을 보여준다. 아직 건재한 박유천의 팬들이 존재함에도 살짝 뒤처지는 감이 있다. 그래서인지 영화가 좀 폄하되는 경향이 있지 않나 싶다. 나도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영화를 봤으나 기대를 하지 않은 덕인지는 몰라도 상당히 만족스럽게 상영관을 빠져나왔다. 다른 것들을 떠나서 캐릭터들의 색깔이 뚜렷한 영화였다. 성 도착자 같은 싸이코스러운 모습을 보여준 이희준(창욱 역), 충격적인 사고 이후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기관장 문성근(완호 역) 둘 모두 인상적인 캐릭터를 보여줬다. 둘에 비해 유승목(경구 역)과 갑판장 김상호(호영 역)의 캐릭터는 조금 부족하긴 하나 문제를 삼을만한 이야깃거린 아니다. 각각이 메인이 되지는 않지만 영화의 볼거리를 풍족하게 만들어주는 역할을 한다. 메인 캐릭터라고 생각하는 김윤석(철주 역)은 그의 명성에 걸맞는 연기력과 함께 영화의 초반을 이끈다. 선장으로 이 모든 캐릭터를 이끄는 역할을 하며 뱃사람다운 모습을 잘 담아냈다. 특히 무너져가는 배에서 마지막까지 배를 살리려고 하는 김윤석의 모습은 영화의 백미라고 생각하는데, 정신이 나간 사람처럼 갑판장을 찾고 선원들을 찾으며 이미 반 이상 침몰해버린 배를 어서 구해야 한다고 바삐 움직이는 김윤석의 모습에 이유없이 울컥했다. 뜻하지 않은 사고에 사실 가장 힘든 사람은 배 안에서 모든 책임을 지는 선장인 김윤석이었을것이다. 동조하지 않고 대처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그 안에 서린 극도의 불안감마저 드문드문 보여준다. 중후반을 이끄는 것은 박유천(동식 역)과 한예리(홍매 역)의 로맨스라고 보는데, 이 둘의 로맨스는 영화를 망친 멜로가 아니라 영화 중반이후 모든 사건의 원인이 되는 요소이다. 한예리를 지키려는 박유천의 바보같은 모습으로 영화는 절정에 치닫게 된다. 박유천은 뛰어나진 않았지만 매끄러운 연기를 보여줬으며 한예리는 실물과 는 전혀 다른 이미지를 내뿜었다. 박유천과 한예리의 베드신은 단순한 욕망의 해소로 보기는 힘들지 않나 싶다. 극한 상황에 처한 두 사람이 의지할 데가 서로 밖에 없다는 것을 확인하는 장면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많은 사람들이 바닷물을 머금은 듯 찝찝한 영화라고 평하는 줄로 아는데, 뒤섞인 개인의 욕망들이 만들어 낸 참극이라고 생각하며 개인적으로는 괜찮았다. 만선의 꿈, 배를 위한 욕망, 밀항을 위한 욕망, 성에 대한 욕망 등 서로의 꿈과 욕망이 뒤섞여 깨끗하지 않은 결말을 보여주긴 하지만 그렇다고 영화 전체를 찝찝하다고 평하기에는 조금 섣부른 감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봉준호의 작품 중 대부분이 그러하듯 웃고 넘길 가벼운 영화는 절대 아니지만 그렇다고 바닷물을 머금은 것 같은, 해무가 낀 것 같은 찝찝함을 선사하는 영화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해무는 언젠가 분명히 걷히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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