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함의 탄생

사진(참조 1) 설명부터 해 보자. 이 명함은 퀴리 부인이 소르본 대학교 교수로서 1908년 사용했던 명함이다. 아주 단순하게, 주소와 함께 마담 P. 퀴리라고 쓰여 있다. P는 당시 이미 작고했던 남편 피에르를 의미한다. 교수라는 단어는 여성화되지 않았고 말이다(참조 2).

다만 명함이라고 쓰긴 했는데 이 카드의 정식 명칭은 “방문 카드/carte de visite”이다. 말 그대로 어디 다른 곳을 방문할 때 자기가 방문했음을 가리키는(즉, 대부분의 경우 방문 대상을 못 만났다는 의미다) 뜻으로 놓고 가며, 원래는 하얀 바탕에 이름만 쓰여 있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필요하면 메모를 남겨 놓기 위해서다.


사실 이런 카드가 유행을 하게 된 것은 19세기 이후다. 그 이전, 이를테면 17세기의 파리는 파리 시내에 있는 점포들(육의전?)은 마케팅과 홍보를 위해 가게들마다 자신의 “주소 카드”를 배포했었다고 한다. 한편 더 뒤져 보면 이게 발전한 것이라 할 수 있을 텐데 아무 것도 안 쓰고 접는 것만으로도 메시지를 주는 풍습이 있었다(참조 3).


왼쪽 윗모서리를 접으면? “방문(pour visiter)”을 의미하고, 왼쪽 아랫모서리를 접으면 “축하(pour féliciter)”를, 오른쪽 윗모서리를 접으면 “작별(pour prendre congé)”, 오른쪽 아랫모서리를 접으면 “위로(pour condoler)”였다. 이렇게 접는다는 것은, 카드 주인장이 아니면 못 하는 행위다. 받는이는 접힌 카드를 카드 주인이 직접 왔었다는 의미로 받아들였다.


다만 접는 건 4가지 밖에 안 되니까, 간단한 코드형 메시지도 있었다(참조 3). 가령 PR은 “감사(pour remercier)”, PP는 “소개(pour présenter)”, PPP는 “참여(pour prendre part)”, 지금도 편지나 이메일 쓰이는 표현인 RSVP는 “답변바람(réponse s’il vous plait)”을 의미한다.


당연하겠지만 19세기 후반 본격적으로 산업혁명 이후가 되면 방문 카드, 업자용 카드, 에스코트 카드(참조 4) 등등 모두가 거의 구분이 무의미할 정도로 쓰이게 되는데, 유독 개성 있는 명함이 하나 뜹니다. 그게 바로 포카… 아니, Carte de visite이다. 명칭이 똑같은데?


그렇습니다. 명칭이 똑같기는 한데, 약칭 CdV라 불리우는 이 카드가 영어권에서는 바로 “포카”를 의미하는 개념으로 바뀌기 때문이다(프랑스에서는 Portrait carte-de-visite이라 불렸다). 때는 다게로타입 등 역사상 처음으로 사진이 퍼지던 때인데, 프랑스인 André-Adolphe-Eugène Disdéri(1819-1889)가 6×9cm 규격으로 포토 카드를 대량 생산하는 특허를 따냈고(1854년), 이를 이용하여 사진이 들어간 방문 카드 제작에 나섰었다.


이게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었다. 저렴하게 누구나 자기만의 포카를 가질 수 있게 됐으니 말이다. 남북전쟁 당시 미국에서는 이 CdV를 갖고 심령사진(!, 참조 5)도 촬영했었다. 즉? 이게 명함이 아니라 현재의 K-Pop 업계에서 쓰이는 정말 말그대로 “포카”의 용도로도 나오기 시작한다. 특허를 딴 디스데리 자신이 나폴레옹 3세의 선거운동을 위해 포카를 만들어 뿌렸었다.


미국도 마찬가지, 링컨이나 율리시스 그랜트와 같은 장군님들 포카가 나와서 사람들의 구매 및 거래와 수집의 대상이 됐었는데, 정말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이 없다고 할 수 있겠다. 여기까지 써놓고 보니 1898년부터 1922년 사이에 초컬릿 상자에 동봉되어서 나왔던 펠릭스 포탕/Félix Potin 컬렉션이 생각나지 않을 수 없겠다.


이 콜렉숑 펠릭스 포탕이 요새 말로 하자면 포켓몬 컬렉션입니다. 당대 유명인사 500여명 이상을 시즌별로 “포카”로 만들어서 초컬릿 상자에 집어넣어 판매했기 때문이다. 이게 당시 개념에서는 획기적인 마케팅이었고, 유명인사들에 대한 교육 효과도 있었기 때문에 부모님들한테도 인기 만점이었다.


퀴리 교수의 간지 넘치는 명함 이야기가 여기까지 이어진 주말 특집이기는 한데, 아메리칸 사이코에서 크리스찬 베일이 명함을 갖고 고뇌하는 장면도 잊으시면 안 되겠다(참조 6). 한편 명함과 에스코트 카드(참조 4)를 합쳐놓은 형태도 요새 나타났다. “Find me”라 적어넣은 명함을 상대방에게 남기고 사라지는 것이다(참조 7). 이런 게 먹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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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조


1. 출처 : https://artsandculture.google.com/asset/carte-de-visite-de-marie-curie/OQH4AtZucZ7Jeg?hl=fr


2. 명함에는 Professeure가 아닌 그저 Professeur라고만 쓰여 있다. 사실 사람이 아닌 직함을 나타내는 “교수”가 그저 남성명사였기 때문에 그렇게 쓴 것인데 요새는 여자 교수일 때 끝에 e를 붙여서 쓰는 사례가 대단히 많아졌고, 프랑스가 아닌 프랑스어권 국가들은 이를 권장하고 있다.


프랑스는? 2019년 아카데미 프랑세즈의 관련 문서를 보면, 이른바 직함의 여성형 표기/féminisation은 직함을 나타내는 명사가 고정된 것이 아니라 계속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좀 불명확하게 써놓았다. 막지 않은 것만 해도 다행이랄까?


https://www.academie-francaise.fr/sites/academie-francaise.fr/files/rapport_feminisation_noms_de_metier_et_de_fonction.pdf


3. https://de.wikipedia.org/wiki/Visitenkarte

혹은 https://sv.wikipedia.org/wiki/Visitkort

여기서 보면 두 언어별 위키피디어의 설명이 약간 다른 것을 알 수 있으니, 언어권별로 코드가 달랐다고 이해하면 될 것 같다. 가령 스웨덴에서 오른쪽 아래 접기는 “비즈니스 방문”을 의미했다.


4. 에스코트 카드(2016년 1월 6일): https://www.vingle.net/posts/1328214


5. 심령사진(2013년 11월 1일): https://www.vingle.net/posts/206604


6. 이 영화에서 보이는 명함 모두 acquisitions 스펠링이 잘못 쓰여있는데 c가 빠져 있는 이유에 대해 제대로 된 설명을 아직도(!) 못 봤다. 물론 나름의 이론은 있다. https://youtu.be/AD5N-le_1es


7. The New Dating Tools: A Card and a Wink(2010년 7월 21일): https://www.nytimes.com/2010/07/22/fashion/22date.html?smid=url-sha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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