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마

사진부터 설명합시다. 그리스 기원전 530년 경에 제작된 것으로 보이는 스핑크스 상이다. 우리가 흔히 아는 이집트의 스핑크스보다 훨씬 귀엽기는 한데, 스핑크스라는 개념 자체가 그리스에서 나타났던 겁니다. 그런데? 컬러? 예, 고대 석상들을 그당시 모습 그대로 컬러로 만들어서 잔뜩 보여주는 전시회가 개최되고 있는 중입니다.


제목 : Chroma: Ancient Sculpture in Color

일정 : 2022년 7월 5일 - 2023년 3월 26일

장소 : 뉴욕 메트로폴리탄

링크 : https://www.metmuseum.org/exhibitions/listings/2022/chroma/visiting-guide (짤방도 여기서 가져왔다)


사실 고대 그리스나 로마 석상들이 원래 컬러풀하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었다(실제로 어떤 색인지가 최근 들어 좀 구체화됐을 뿐이다, 참조 1). 그런데 “잘 알려져 있었다”의 범위가 도대체 어디까지였을까, 하면 그건 좀 다른 주제입니다.


고대인들은 석상에 색깔이 있었다고 기록에 남겨 왔었고, 이를 의도적으로 무시한 지식인 집단이 의외로 르네상스 예술가들이었기 때문이다. 고전의 재해석을 그들 나름대로 한 셈인데 정확한 이유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그들은 고전을 뒤따라 한다 하면서 석상을 매끈한 흰색으로 만들어 왔었고, 그 후로 다들 그런가보다 했었다.


다만 19세기에 신고전주의가 발생하면서 좀 다른 인식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폼페이 유적의 본격적인 발굴 결과가 널리 알려진 때이기도 하고, 옛날에 만든 모든 것들이 건축물까지 포함하여 총천연색이었다고 말이다. 그러나 19세기가 식민지 경쟁의 시대이기도 했다는 점이 함정.


가득한 컬러가 뭔가 원시적인 이미지를 가진 것이다. 게다가 아돌프 로스(Adolf Loos, 1870-1933)의 그 유명한 에세이, “장식과 범죄(Ornement et Crime, 1908, 참조 2)”도 들어보셨을 듯 하다. 물론 그의 에세이는 아르누보에 대한 비판이라 봐야 하겠지만 말이다. 이 언급이 중요한 이유는?


세계대전이 끝나고 난 다음에야, 고전 석상의 채색 연구가 활발해졌다는 의미입니다. 이 업계에서 제일 유명한 인물이 바로 독일의 미술사학자 커플인 브린크만 부부, Vinzenz Brinkmann와 Ulrike Koch-Brinkmann이다. 일단은 영상(참조 3)을 먼저 보시기를 강추한다.


제아무리 세월의 침탈로 인해 색이 바래졌거나 사라졌다 하더라도, 색깔은 언제나 흔적을 남겼다. 눈에 띄든 안 띄든 말이다. 고해상도 카메라와 자외선 카메라, 단층촬영, 현미경, 엑스레이, 3D 프린터 등등 과학의 힘을 빌어서 어떤 색깔인지 먼저 맞춘 다음, 이들은 복제품 제작에 들어간다. 실제로 당시 썼을 법한 도료/물감을 만들어가면서 말이다. 그래서 시간이 오래 걸린 것이다. 그들의 첫 작품은 1990년에 나왔다고 한다.


(이들을 보면 페르메이르를 그대로 재현하기 위해 노력한 한 미국인 사내가 기억난다. 참조 4)


당연하겠지만 재현하지 못 한 물감도 없지는 않았을 테고, 그 경우 그냥 최신기법을 이용해 색상을 재현한 것도 있긴 할 것이다. 그런데 이들의 재현 기술 또한 1990년 이래 계속 새로운 수단을 이용하면서(화면을 보면 2021년형 붉은색 M1 아이맥이 등장한다. 내가 저 아이맥을 사용했기 때문에 앎), 점점 그럴듯하게 바뀌었다. 게다가 필요하다 싶은 작품은 과감하게 3D 프린터로 뽑아내기도 했다.


그래서 그 결과가 이번 멧 전시회인 것이다. 그대로 레플리카를 만들어 채색함으로써 원본이 도대체 무엇이냐 하는 느낌을 줄 수도 있겠지만, 육안으로 실제 작품들이 어땠을지 보는 경험은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브린크만 부부를 존경할 수밖에 없는 일이다(참조 5).


결론은? 뉴욕 가시는 분들 계시면 멧에 꼭 들려보시기 바란다. 매우 즐거운 경험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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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조


1. 문화재 채색(2013년 5월 18일): https://www.facebook.com/minbok/posts/10151574348974831


2. 첫 출판은 1913년 프랑스어로 나왔었다. 모국어(!)인 독일어판은 1929년에서야 나온다.


3. The Modern Invention of Ancient White Marble | Spotlight(2022년 7월 7일): https://youtu.be/TrYXBzH2ZUI


4. Vermeer를 쫓는 모험(2013년 12월 3일): https://www.vingle.net/posts/243008


5. 가령 헤르클라네움의 여인을 보시라. 옷 색상에 대한 연구도 들어 있으며 결과가 매우 근사하다. https://www.metmuseum.org/art/collection/search/8537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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