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시편生涯詩篇 12

어떤 빛의 결정들은 박힌 돌처럼 단단하다.


비질하는 갈바람에도 아랑곳 않는,

필시 늦여름의 해진 바짓자락에서 떨어져나왔을 그것들.


창밖으로 돌려놓은 무딘 칼날은 잔뜩 녹슬어 있고,

나쁜 징후는 덜 닦인 식기처럼 흔하다.


긴 시간을 침묵한 시인의 문장을

손가락으로 짚어가며 읽는다.


광활한 행간에

인간의 온기와 잘못 쓰인 악력이 다 있다.

뒤늦게 잠에서 깨어

허둥대는 신이 있다.

무엇보다,

깎아놓은 사과처럼 빨리 갈변하는

인간의 마음이 있다.


그 많은 아이들의 삶과 죽음이

제법 그럴듯한 대구를 이뤘다면

신의 일기장에 적힌 사소한 비문들은

웃어넘길 수도 있었을까.


철부지 하나님,

사실은 자는 척 실눈을 뜬 채 다 듣고 다 보고 있었던,

나의 하나님.


지금도 새파란 죽음이 무럭무럭 자라나는

세상의 저녁나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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