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의 ICJ 분쟁 3자참여 선언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과 관련, 일찌기 우크라이나는 2월 27일 러시아를 “집단살해죄의 방지와 처벌에 관한 협약(Convention on the Prevention and Punishment of the Crime of Genocide. Paris, 9 December 1948)”, 소위 “제노사이드 협약” 제1조 위반으로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제소한 바 있었다. 주말은 역시 국제법이죠?


뭔가 ?? 할 수 있을 텐데, 어차피 어지간한 전쟁 범죄로는 제소를 걸어봤자 러시아가 안 하겠다고 마음 먹으면 안 할 수가 있다. 업계 용어로, 러시아가 강제관할권(ICJ 규정 제36조 제2항, 참조 2)을 수락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누군가 ICJ에 소를 제기하면 자동적으로 법정에 끌려가지 않도록 했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아마도(!) 우크라이나 국제법 전문가들이 방법을 하나 찾아낸 것이 제노사이드 협약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모두 제노사이드 협약에 유보 없이 가입했기 때문이다(세계 어지간한 나라는 모두 가입돼 있다). 게다가 이 제노사이드 협약은 다툼이 생길 경우 ICJ로 갈 것으로 적혀 있다(제9조). 즉, 제노사이드 협약을 갖고 재판정으로 끌고갈 경우, 끌고갈 수가 있습니다?


러시아 논리는 이렇다. 도네츠크와 루한스크에서 우크라이나가 제노사이드를 벌여왔으며, 이에 유엔헌장 제51조(자위권)를 발동하여 우크라이나를 쳤기에, 제노사이드협약과는 관련이 없으니 따라서 ICJ에게는 제노사이드협약에 따른 소송을 이끌 권리가 없다고 말이다. 하지만 ICJ는 잠정조치(그만 싸우라는 얘기다) 발동을 위해 잠정적으로 ICJ가 관할권을 갖는다는 식의 결정을 내렸다. 러시아는 이에 반대한다는 서류를 제출했고 말이다(참조 3).


자, 시계를 돌립시다. 일단 ICJ는 서면 제출을 명했고 우크라이나에게는 9월 23일까지, 러시아에게는 2023년 3월 23일까지로 했다(관할권 수락을 계속 고민중이니 더 시간을 달라는 러시아 정부의 입장을 받아들였다, 참조 4). 그래서…


사실 내가 이 글을 올리는 이유는 핀란드와 에스토니아가 간발의 차이로 9월 22일 3자참여 선언을 했기 때문인데(참조 5), “간발의 차이”라고 한 이유가 있다. 우크라이나가 서면 제출하기 전까지 3자 참여 선언을 하는 편이 맞다고 이들이 판단했기 때문이다.


국제법 관찰자로서 이 점이 대단히 흥미롭다 이겁니다. 사실 이 소송이 국제법적으로 “메우” 중요한 이유는 우크라이나의 정의를 (국제법적으로) 지키는 것도 있겠지만, 동 소송에 3자 참여를 선언한 국가들(참조 6) 목록을 보면, 유럽 주요 국가로는 스페인과 노르웨이, 네덜란드, 벨기에, 체코, 슬로바키아, 헝가리 등이 쏙 빠져 있다. 의외로 빠진 국가로는 호주와 캐나다, 일본이 있겠다.


한국이 여기에 참여해야 했을까? 저 많은 나라들이 빠져 있으니 굳이 나서서 참가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는데, 분명 고민은 했으리라 생각한다. 그리고 내가 여기에 주목하는 또 다른 대단히 중요한 이유가 바로 이 ICJ 소송의 3자 참여에 있다.


WTO와는 달리 ICJ 3자 참여는 번잡하고 어렵기 때문이다. 이번 소송에서 3자 참여의 근거는 ICJ 규정 제63조, 협약에 참여한 다른 국가들이, “앗, 같은 조약 체약국인 우리에게도 중요함!” 했을 경우 참여할 권리를 부여하고 있고, 여기에 대한 ㅇㅋ 판단은 재판부가 한다. 그런데 말입니다. 이걸 ICJ 재판부가 ㅇㅋ한 적이 거의 없다시피 합니다. 아예 없진 않지만 virtually 없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게다가 말입니다. 이 3자 참여를 언제 몇 시까지 해야 한다는 규칙조차 준비되어 있지 않다(참조 7). 다들 우크라이나의 서면 납기일(…) 전까지 내야 하는 걸로 컨센서스가 모아졌다는 얘기인데, 안 그래도 좁게 해석하는 재판부가 9월 23일 이후에 들어오는 걸 곱게 봐줄리가 없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또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싸우지 말라고 ICJ가 잠정조치를 내리긴 했지만 모두들 아시다시피 무시당하고 있다… 만약에 말이다. 계속 재판부가 이 소송을 이끌어가서 결정을 내릴 마음을 먹는다면, 러시아가 제기하는 유엔헌장 제51조 자위권 vs. 제노사이드 협약 제1조의 세기의 맞대결이 나올 수밖에 없을 테고, 도저히 어떻게 나올지 가늠이 안 된다.


아마 빠르면 내년 중순 즈음? 누구도 만족하지 않을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이는 그 후로 나올 모든 국제법 기출 문제의 대상이 되리라 장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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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조


1. 케이스 사이트 : https://www.icj-cij.org/en/case/182


2. 당연히 (우리나라가 가입/비준한 조약임에 따라) 국내법이기도 하기 때문에, 법제처 사이트를 인용한다. https://www.law.go.kr/조약/국제연합헌장%20및%20국제사법재판소규정


“재판소규정의 당사국은 다음 사항에 관한 모든 법률적 분쟁에 대하여 재판소의 관할을, 동일한 의무를 수락하는 모든 다른 국가와의 관계에 있어서 당연히 또한 특별한 합의없이도, 강제적인 것으로 인정한다는 것을 언제든지 선언할 수 있다.”


사실 러시아만이 아니라 유엔 상임이사국 모두가 동 조항을 수락하지 않았기 때문에(사실, 영국은 수락했음에도 불구하고 끊임 없이 수락 선언을 수정/기탁함으로써 기회주의적인 면모를 보였다, 결국 수락 안 하겠다는 지속적인 의지 표명이다, 생각해보면 일본도 영국과 비슷하게…), 뭐라 할 일은 아니다. 우리나라도 당연히 안 했다.


3. 사실 잠정조치를 위한 ICJ의 판단에 앞서 구술 절차가 있었고, 우크라이나 측 변호인단(!)에 미국 예일대의 해럴드 고가 보였었다. 아시는 분은 아실 한국계 미국인 고홍주 박사이다.


4. https://www.icj-cij.org/public/files/case-related/182/182-20220323-ORD-01-00-EN.pdf


5. 짤방은 핀란드의 3자참여 선언 제출서를 캡처했다. 출처는 여기: https://www.icj-cij.org/public/files/case-related/182/182-20220922-PRE-01-00-EN.pdf


한편 핀란드는 유럽인권법원에도 3자참여를 선언했다. Finland to participate in two sets of proceedings resulting from Russia's war of aggression(2022년 9월 22일): https://valtioneuvosto.fi/en/-/finland-to-participate-in-two-sets-of-proceedings-resulting-from-russia-s-war-of-aggression


6. ICJ 사이트에 따르면, 3자 참여(intervention) 선언을 한 국가가 다음과 같다. 날짜 순서대로이다. https://www.icj-cij.org/en/case/182/intervention


라트비아(7.21), 리투아니아(7.22), 뉴질랜드(7.28), 영국(8.5), 독일(9.5), 미국(9.7), 스웨덴(9.9), 프랑스(9.12), 루마니아(9.13), 이탈리아(9.15), 폴란드(9.15), 덴마크(9.16), 아일랜드(9.19), 핀란드(9.22), 에스토니아(9.22)


7. 물론 반론은 가능합니다, 1978년 ICJ 규칙 제82조 제1항이 있긴 한데, 여기서는 as soon as possible이면서 구두절차 개시 전이라고 되어 있다. 그래서 서면 제출 전이라고 해석을 했는데, 러시아는 2023년까지인걸? 이라 해석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더 복잡한 것은 같은 조항에 예외적으로 인정 가능이라는 표현도 있지만… 이게 쟁점이 된 소송이 내 기억에는 없다.


한 줄 요약, 모릅니다.


8. 번외로, 정하늘 변호사가 기고한 아래 글도 해당 사건 이해에 좋은 관점을 제공한다. 추천 드림. (기사에 인용된 강제관할권 조항이 제63조가 아닌 제36조임도 지적… 아 아닙니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진퇴양난에 처한 국제사법재판소(2022년 8월 29일): https://m.lawtimes.co.kr/Content/Opinion?serial=1812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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