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mino de Santiago] Day 25. Astorga - Manjarin (1)

레온과 다르게 아스토르가에서는 새벽 3시에 가톨릭 행렬이 있어서 중간에 잠에서 깼다. 스페인 사람들의 생활 패턴에 의문을 던지며 다시 잠을 청했다. 그리고 눈을 뜨니 7시 20분. 이번 알베르게는 이상하게도 사람들을 깨우고 다녔다. 덕분에 예정보다 일찍 일어나 짐을 싸고, 아침으로 먹을 보까디요를 만들고 대성당 앞 광장으로 가서 햇볕을 받으며 아침을 먹었다. 그리고 8시 반 쯤 출발. 출발하는 길에 오스트리아에서 온 치과의사를 만나 잠시 이야기를 나누며 함께 걸었다. 왜 순례길을 걷는지 부터 자녀 얘기, 인생 얘기 등등. 오랜만에 사람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걸으니 재미있었다. 기온이 점점 올라가 십자가 앞에서 겉옷을 벗고 잠시 휴식. 기부 형식으로 물건을 파는 청년이 있었는데, 1유로를 주고 주스를 하나 마셨다. 오늘 산을 넘는다고 해서 매우 설레며 출발 했는데... 그저 도로를 따라 낮은 오르막길만 계속 걸었다. 어찌나 맥이 빠지고 지치던지... 게다가 오늘따라 길도 좁은데 비슷한 시간에 출발한 사람이 많아, 내 페이스를 지키며 걷기도 힘들었다. 그래서인지 출발 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아서 발바닥에 불이나기 시작했다. 어제 물집을 터뜨리고 잤어야 하는데... 그래도 한 시간을 조금 넘게 걷자 저 멀리 Murias de Rechivaldo가 보였다. 파란 하늘 아래, 언덕위에 하얀 벽과 빨간 지붕의 집들이 모여 있는 모습이 정말 예뻤다. 마을 입구에 있는 바에서 Wendy, David 부부를 만나 잠시 반갑게 인사를 나누며 안부를 주고받았다. Wonder는 아직도 발이 않좋아 버스를 타고 산을 건너뛰었다고 한다. 짧은 휴식을 마치고 마을을 벋어나는데 근처에 벤치가 있어 물집을 제거할 겸 조금 더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별로 길게 쉰 것 같지도 않은데 30분을 넘게 휴식을 취했고, 그 사이 정말 많은 사람들이 지나갔다. 오늘 가려고 하는 수도원에서 운영하는 알베르게는 12명만 수용할 수 있다는데... 마음이 조급해졌다. 이러면 안 되지, 경쟁하지 말고 여유롭게 순례길을 즐겨야지, 생각 하면서도 참 쉽지 않았다. 마음의 여유를 되찾고 다시 길을 출발. 낮은 오르막을 따라 걷는 길 내내 많은 십자가를 지났다. 산티아고에 가까워질수록 십자가가 점점 더 많아지는 것 같다. 그리고 저 멀리 눈 덮인 설산이 보이는데 그 풍경이 어찌나 아름답던지! 너무 멀어 사진에 그 풍경을 제대로 담지 못하는 게 아쉬웠다. 산이라 기온이 평야보다 낮아서일까? 이제 막 꽃을 피우기 시작한 나무들이 많았다. 한국은 이미 벚꽃도 다 지고 슬슬 더위가 찾아오고 있다고 하던데, 스페인의 이 곳에는 이제야 막 봄이 찾아오나보다. 그리고 또 다시 만난 십자가. 그동안은 일정 구간 동안 동일하거나 비슷한 모양의 십자가만 있었는데, 오늘은 정말 다양한 모양의, 각양각색 십자가가 많이 서 있었다. 몇 개의 마을을 지나 계속 걷다보니 드디어 나타난 산행다운 산행이 시작됐다! 예이! 신이 났다. 평야에선 맥을 못 쓰던 내가 맞나 싶을 정도로 빠르게 산을 올랐다. 아직 숲이 울창하지 않아서 햇볕을 그대로 받으며 걸어 덥기는 했지만, 정말 기분이 좋았다. 이 얼마만의 산행인가. 한국에 돌아가면 바로 등산부터 가리라 다짐까지 할 정도였다. 올라가는 길 중간에 예전처럼 철조망에 나무를 끼워 십자가를 만들어 놓은 곳을 지났다. 예전에 지났던 곳만큼 길지는 않았지만 순례자들의 마음이 담긴 십자가 철조망을 보니 좋았다. 기분 좋게 오르락내리락 산을 타다보니 어느 순간 추원이 펼쳐졌고, 그 푸른 초원 위에 새햐안 말들이 여유로이 풀을 뜯고 있었다. 그리고 저 멀리 보이는 Rabanal del Camino. 파란 하늘 아래 빨간 지붕의 스페인 집들은 계속 봐도 정말 예쁜 것 같다. 오늘 물을 너무 빨리 마셔서 중간부터 물 없이 계속 걸었더니 너무 목이 말랐다. 그래서 점심도 먹을 겸 마을 초입의 바에서 맥주를 먼저 주문했다. 이곳에서 어제 함께 묶었던 독일인 사촌형제들을 만나서 안부를 나누며 함께 점심을 먹었다. 점심을 다 먹고 그들은 바로 길을 출발했고, 나는 조금 더 햇볕을 즐기며 쉬기로 했다. 한 시간 반 정도 휴식을 취하고 다시 출발하려니 Torben이 왔다. 방가방가! 함께 길을 걸으며 마을을 가로질러갔다. 그러다 마을을 벗어나는 곳 벤치에서 Torben은 점심을 먹겠다며 휴식을 취한다고 했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한 채 별 수 없이 다시 혼자 계속 발걸음을 옮겼다. 그런데 마을이 끝날 때 까지 물을 뜰 수 있는 곳이 없어서 조금 당황스러웠다. 그래도 오늘의 목적지까지 얼마 남지 않았으니 조금만 참자고 생각하며 계속 걸었다.

아무 계획 없이 무작정 떠난 1년 간의 유럽여행 그 일상의 기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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