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國의 평화로운 밤

작년 여름에 있었던 평화로운 이야기다. 우역곡절 끝에 필리핀의 민도르 섬 화이트 비치에 도착한 우리는 파도 소리가 들리는 해변의 탁자에서 맥주와 음식을 시켜놓고 포커를 했다. Extra Strong 라고 멋지게 적혀 있어 시킨 Red Horse 맥주는 내 입 맛에 딱 맞았고, 포커는 푼돈이 오갔지만 난 탁자 위에 모래알에 긁힌 모양에 따라 몇 개의 중요한 카드를 외우는 꼼수를 부린 탓에 마시는 맥주값은 벌고 있었다. 그러다 탁자 밑에서 내 발에 밟는 무언가에 깜짝 놀라 아래를 살펴보니, 우리 주위에는 어느새 고양이들 열덞 마리가 빙 둘어 앉아 식탁 위에 놓인 생선구이를 귀여운 표정으로 바라보며 군침을 흘리고 있었고, 오전에 사귄 필리핀 친구도 다가와 인사를 하고 포커판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몇 마디 말을 건네였다. 시간이 흘러 붉은 저녁 노을이 하늘을 물들이자, 우리는 카드 게임의 흥미를 잃었고, 먼나 먼 남국의 구름이 얼마나 역동적이고 아름다운지, 저 마다 감상에 젖어들어 영화 속 배경에 있는듯한 기분을 만끽했다. 그 기분에 우리는 포커를 끝내고 모두 할 일을 찾아 뿔뿔이 흩어졌다. 나는 잔잔한 음악이 나오는 이어폰을 귀에 꼽고 파도의 하얀 포말에 발을 담그며 적적한 해변을 걸었다. 그렇게 해가 질때까지 한참을 걷다보니, 수평선 저 끝에서부터 헤엄쳐온 외로움은 내 발목부터 차올라 내게 술 생각이 간절해질 만큼 날 흔들었고, 나는 비오는 날 우산 같은 관웅이 형을 불렀다. 우리는 영화 '칵테일'에서 톰 크루즈가 켈리포니아 해변에 차렸던 그런 멋진 비치바에 앉아 데킬라와 바카디를 마셨다. 나보다 어렸던 바텐더에게 부탁해 술을 종류 별로 모두 한 잔씩 따라 마셨다, 기분좋게 서로가 취할 때까지. 그리고 우리는 정말 먼 남국의 열도에서만 풀어 놓을 수 있는 이야기를 나누었던 것 같다. 이야기가 깊어 갈수록 밤도 깊어 갔고, 저 수평선에서 피어 오르는 구름은 달빛 아래에서도 너무 아름다운 풍경화였다. 한숨을 쉬어도 우울해지지 않는 그 곳에서 낯선 타국의 밤은 그렇게 나에게 잊지못할 외로움과 평화로움을 선물해 주었다. -은사시나무

음악 ・ 여행 ・ 자기계발 ・ 재즈
달과 소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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